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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불펜생활-49화 (49/190)

49화. 이명진 개새끼

지글지글, 새빨간 양념이 가득 묻은 낙지 다리들이 끓고 있었다. 빨간 양념에 식당 조명이 비추는 것이 어지간히 탱글탱글해 보였다.

씹으면 오독오독하고 고소한 맛이 나겠지. 좋아, 좋다고.

하지만 오늘의 내가 이걸 처먹는다면 내일의 나는 아마 화장실 한 칸을 독방 삼아 주구장창 갇혀 있어야만 하겠지.

그런 불상사를 어떻게든 커버해 보고자 낙지볶음 옆 버너에선 연포탕이 보글보글 끓으며 쓰린 속을 달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낙지볶음 4인분이랑 연포탕 하나 주세요. 아, 소주도 하나 주세요.

규진이 형의 주문 이후 네 명의 남정네는 아무런 말 없이 익어가는 낙지볶음을 멍청히 구경하고 있었다.

“그…….”

어색함에 일단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은구 선배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마무리 멋있었습니다. 지호도 고생했다. 그렇게 막 맞고 내보내고 하면서 크는 거야.”

“야, 나는.”

“형은 20만 원 받았잖아. 그걸로 퉁 쳐.”

“X발.”

형은 작게 씨불인 뒤 젓가락을 집었다.

“선배, 낙지볶음 괜찮으세요?”

“어. 나 낙지볶음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냐.”

“그냥 질러본 건데 먹힐 줄은 몰랐네요.”

내가 사기로 되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낙지를 집어 들었다. 으, 매워.

“지호 너는?”

“아, 저는…….”

“막내는 그냥 따라오면 돼.”

“와, 이게 부조리인가.”

“닥쳐.”

“이게 부조리지.”

“닥쳐.”

규진이 형이야 알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둘이서만 밥을 먹어본 적은 셀 수가 없고 술을 마셔본 적도 꽤나 있다.

둘이서만 술 처먹고 노래방 가서 소리 질러 본 경험도 있으니 말 다 했지.

하지만 은구 선배는 물론이고 지호도 그렇고, 이렇게 유닛 형식으로 따로 자리를 가져본 건 처음이었다.

새로운 조합에 약간의 어색함이 흐르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았다.

주로 나, 아니면 최은구 선배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지호가 가만히 듣다가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식.

규진이 형은 양심 없이 낙지를 몇 조각씩이나 날름 처먹고 있었다.

일단 야구로 만났고 또 같은 팀에서 뛰는 넷이었기에 주로 이야기는 야구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부분 본인의 팁을 방출하는 시간.

30살에 걸쳤거나 거기서 살짝 넘긴 셋에겐 단순한 공감의 자리 정도일 수 있지만 20살 꼬꼬마한테는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저기, 김한울 선배님.”

“엉.”

“저 혹시 다른 변화구 연습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변화구라…….”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있으면 좋기야 할 텐데…….”

“근데 지호 너 뭐뭐 던지지?”

“저 슬라이더랑 커브 던집니다.”

“아니, 그걸 먼저 물어봐야지. 너 선발하고 싶어, 불펜하고 싶어.”

“어…….”

딱히 대답이 없었다.

“그걸 우선 정해야지. 애매하면 스윙맨이야. 스윙맨이 좋아 보여도, 썩 좋은 건 아니야.”

모태 선발인 규진이 형은 공감 못 하겠지만, 최은구 선배는 이해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가지고… 그냥 감독님께서 넣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단 생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가이드는 잡아두는 게 좋아. 불펜인지, 선발인지.”

음…….

그리 쉽지는 않을 결정을 이내 내렸다.

“저…는. 불펜 쪽 하고 싶습니다. 아, 아니,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나와 최은구 선배의 눈이 마주쳤다.

걸렸다.

또 동시에 미소 지었다.

“그럼 변화구는 더 필요 없어. 있어서 나쁠 건 없긴 한데, 여기 은구 선배 봐. 직구랑 슬라이더만 있어도 먹히잖아.”

“근데 최은구 선배는 직구가 워낙 좋으시지 않습니까?”

“하긴, 그건 그래. 선배님, 어떡하면 그런 직구 던져요?”

“그럼 내가 묻자. 어떡하면 그렇게 제구하냐?”

“그건…….”

…유전자?

“연습 많이 했지?”

“연습… 뭐 많이 하긴 했죠.”

“나도 연습.”

“타고난 게 아니라요?”

“타고난 게 없지는 않은데, 연습도 크지. 아, 연습이라기보다는 단련? 웨이트?”

“웨이트 많이 하면 몸 무겁지 않아요?”

“아냐, 웨이트 좋아. 너네는 안 해?”

“전 안 해요.”

“저는 몇 년 전까진 하긴 했었어요. 구속 올리려고 하긴 했었는데 몇 년 해도 안 올라서 그냥…….”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만 했습니다.”

“해, 좋아. 몸이 안 아파.”

“오.”

“관심 있어?”

“진짜 안 아파요?”

“아니, 덜 아픈 정도지.”

“그것만 해도…….”

“한울이 같이해 볼래?”

“나중에 함 같이 가시죠.”

“근데 형은 웨이트 너무 빡세게 해요.”

“그렇게라도 해야지. 가진 게 구속밖에 없는데.”

은구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일단 지금 내가 봤을 때 너한테 필요한 건 음… 구속이랑 제구. 변화구는 거기서 더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지금 변화구 늘릴 만큼 니 슬라랑 커브가 막 좋은 것도 아니고.”

“예. 저도 딱히 좋다고는 못 느껴서…그래서 다른 게 손에 더 잘 맞지 않을까 해서 여쭤봤습니다.”

“연습햄마.”

“뭐 팁 같은 거 없습니까?”

최은구 선배는 슬라이더, 규진이 형은 커브. 나는 둘 다.

아, 슬라이더 봉인했지.

“너 슬라이더 어떻게 던지는데?”

“저… 이렇게. 이렇게 꺾습니다.”

자기 왼손을 공으로 삼고 꺾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띠동갑 선배가 본인의 감각을 알려주었다.

꺾지 마라, 깎아라, 손의 감각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뭐 그런.

이후 자연스럽게 나와 규진이 형, 커브 차례가 되었다.

규진이 형은 약간 손목을 비트는 스타일. 난 비틀지 않고 빼는 스타일.

같은 구종도 던지는 사람마다 다 방법이 다른 게 새삼 신기했다.

지호야 쑥쑥 커라, 그렇게 생각하며 세 선배는 위에 있던 낙지가 꿈틀댈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커브는 한 3년 던져보고 안 되면 그때 버려. 그리고 그때 다른 거 연습해.”

“아니지. 그때 가서 버릴 거면 다른 거 지금부터 연습을 하긴 해야지.”

“그런가?”

“그때 가서 커브 버리면 직구에 슬라 투피친데?”

“그르네.”

“그럼 연습한다면 뭐가 좋겠습니까?”

음…….

30살 트리오는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일단 내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체인지업.”

규진이 형은,

“포크.”

최은구 선배는,

“투심.”

“…….”

어쩌라고.

지호는 얼굴로 대답했다.

“야, 체인지업이 개꿀이야. 너 좌타자 상대 스플릿 쫙 내려간다.”

“얘 팔각도에서 무슨 체인지업이야. 포크 던져야지. 위에서 내리꽂는 앤데.”

“너도 위에서 내리꽂는데 포크 안 던지잖아. 직구가 빠른 편도 아닌데 싱커성 투심으로 맞춰 잡는 게 낫지.”

“전 손 작아서 공이 안 찝히는 거구요. 얘 직구 구위가 엄청 좋은 것도 아닌데 투심 던져봐야 의미 있어요?”

“그럼 포크볼은 더 의미 없지. 체인지업으로 지저분하게 가야 된다니까?”

세 구종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긴 했다.

“김한울 선배님은 다 던지시지 않습니까?”

“뭐… 일단은.”

“만들기 어려웠던 구종이 있습니까?”

“아…니. 딱히. 다 한 30분인가 한 시간 연습하고 바로 써먹었는데.”

“…….”

지호는 생각보다 표정이 풍부한 아이였다.

“구속이야 너 천천히, 은구 선배 따라서 웨이트하고 폼도 정착되면 조금 늘긴 할 거야. 그건 놔두고. 제구부터 신경 써.”

“근데 제구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20살 패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제구가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최우선적으로 삼을 만한 요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

“제구가 막, 나노 컨트롤까지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던지는 모든 공이 다 보고 다 헛스윙하는 것도 아닌데. 적당한 선이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또 그럴듯하긴 한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나, 머리가 아파 올 무렵.

“지호야.”

“예, 선배님.”

“한울이 보면 답 나오지 않냐.”

최은구 선배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어…….”

“선배, 전 딱히 좋은 예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럼 너 말고 누굴 예로 들어?”

“뭐…….”

…없네?

“16시즌까지였나? 너 성적 안 좋았던 게?”

“그쵸. 그쯤까지.”

“한울이가 성적이 그렇게 안 좋아도 1군에 붙어 있을 수 있던 이유가 뭔지 아냐.”

“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던 거 아닙니까?”

아니 면전에서 그렇게 팩트를…….

“그것도 없는 건 아닌데.”

X벌.

“컨트롤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딱히? 진짜 공 반의반 개를 넣네 마네는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해. 근데 그걸 반의반 개를 빼네 마네는 좀 다르거든.”

“같은 말 아닙니까?”

“다르지. 아예 다른 말이지.”

이번엔 내가 이었다.

“봐봐. 존이 이렇게 있잖아.”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보였다.

“예.”

“공이 여기로 왔다 쳐봐.”

담뱃갑의 한구석 끄트머리 살짝 너머를 새 젓가락의 머리 부분으로 가리켰다.

“볼이냐?”

“예.”

실제로 따지면 공 하나가 빠진 구역. 이번에는 담뱃갑의 정가운데를 가리켰다.

“여기는?”

“스트라이크입니다.”

“그럼 여기는.”

“스트라이크입니다.”

“여기는?”

“스트라이크입니다.”

그렇게 공 반 개씩 빠뜨렸다.

“여기는?”

“…스트라이크… 아닙니까?”

“아까 니가 볼이라고 했던 데인데?”

“아.”

아는 무슨.

“너 말처럼, 볼넷 주기 싫으면 최소한의 제구만 있어도 되긴 해. 계속 존에다가 집어만 넣으면 삼진 수는 떨어지고 안타는 맞을지언정 볼넷은 안 주긴 하니까.”

하지만 투수는 볼넷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 하나로는 부족하다.

“근데 투수는 스트라이크만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 볼을 잘 던져야 돼, 볼을. 마, 그런 말 있잖아. 스트라이크를 잘던지는 투수는 자기 혼자 잘 먹고는 잘사는데, 볼을 잘던지는 투수는 가족까지 먹여 살린다고.”

컨트롤과 커맨드의 차이.

“얘니까 하는 소리야. 믿지 마.”

“연습하면 되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네. 그쵸, 형.”

“헛소리하지 마, 인마.”

에이.

“그럼 김한울 선배는 그런 제구가 되신다는 겁니까?”

“응. 컨디션 좋은 날은 cm 단위로 되는 거 같은데.”

“얘니까 하는 소리야. 무시해.”

“아니이.”

“언제부터 그런 제구가 가능하셨던 겁니까?”

“아마… 고3 때인가.”

“그전에도 제구는 꽤 좋은 편이었어.”

“근데 왜 16시즌까지는 성적이…….”

“…….”

자꾸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네.

“제구가 암만 좋아도 있잖아.”

“예.”

“…최소한의 구위나 구속은 필요하더라고. 최소한. 진짜 최소한. X발! 구석에 들어가면 뭐해. 다 보이는데.”

“아. 작년부터 구속도 좀 오르기 시작하면서 성적도 좋아지신 겁니까?”

“그렇지. 정확하게는 16시즌 극후반 때부터 오르긴 했는데. 그땐 딱히 의미는 없는 정도고, 작년부터가 진짜로 봐야지.”

“오오…….”

드디어 지호가 제구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너 일단 제구. 제구부터 봐. 구속은 좀 길게 보고. 당장에 5km, 10km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변화구는 여기 선배들도 많고 코치님도 계시잖아.”

아, 취했나.

“붙잡고 막 귀찮게 해. 혁준이 봐봐,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어서 형 커브는 어떻게 던져요, 스플리터는 어떻게 던져요, 난리 피잖아.”

취했네.

두서라는 것이 사라진 말주변의 꼬리가 한도 없이 길어진다.

“그렇게 하라고.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면, 그것보다 더 하게 하라고. 너 혼자 연습해 봐야 그거 아~무 의미 없어. 혼자 열심히 뛰면 뭐하냐. 방향이 잘못됐는데. 네 어깨만 나가리 나는 거야.”

한이 맺힌 사람은 열변을 토해 내기에 충분했다.

“근데 제구…도 당장에 그렇게 하고 싶다 해서 당장에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안 돼. 너 지금 폼 살짝 잡으면 되는데.”

그에 세 명의 시선이 슥 내게 몰렸다. 조금 당황스러워 말을 멈췄다.

“어, 어느 부분입니까?”

“…너 던질 때 어깨 막, 막 이렇게 춤추잖아. 그거 고쳐. 그리 눈에 띄는 건 아닌데, 있어.”

지호의 팔각도를 따라 한 뒤 웨이브를 추었다.

그래, 그게 지금 지호다. 술기운 때문일까. 굳이 말하려 하지 않았던 말이 계속 나왔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

“…투수 코치님한테 가서 내가 얘기했다고 하지 마라. 누가 물어보면 니가 혼자 알아낸 거라고 해.”

“왜 그렇습니까?”

“이거 투수 코치님이 해야 되는 일이잖아. 내가 하면 투수 코치님이 뭐가 되냐.”

“아…….”

지호에게 두다다다 마음의 한을 쏟아내는 사이 형님들께선 쌉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형, 혁준이 말이 맞죠?”

“혁준이가 뭐랬는데?”

“얘 투코해야 된다고. 이거 술병으로 뚝배기 깨볼까요? 그럼 은퇴하지 않을까요?”

“근데 그러면 너, 승 많이 날아갈 텐데.”

“아.”

똥멍청이 1년 선배가 정신을 차렸을 무렵에도 내 말은 멈추지 않았다.

“너 이거 고치면 구속도 한 2km는 오를걸.”

“구속도 오릅니까?”

“야 씨, 너 갖고 있는 파워 전부 다 홈으로 내던져도 될까 말까인데, 한순간이라도 힘이 뒤로 빠지고 있는데 구속이 제대로 나오겠냐.”

“아… 알겠습니다.”

짠―

이야기의 흐름이 한 번 끊기자 남자 넷은 깜찍하게 잔을 공중에서 부딪혔다.

부딪힌 술잔들에서 소주가 몇 방울 떨어져 낙지볶음에 스며들긴 했지만 이거 낙지 소독한 거야, 비린내 잡는 거야, 같은 쌉소리에 꺄르륵 웃었다.

취한 게 맞는 거 같다.

“한울아.”

“넹.”

“넌 절대 2군 내려가지 마라. 부상도 당하지 말고.”

“저도 그럴 생각 없어요.”

“아니, 내가 던질 땐 항상 너가 덕아웃에 있었으면 좋겠어.”

“…결혼도 하신 분이 웬 고백이세요. 소름 돋게.”

“아니, 야. 야. 분위기 이상해지잖아.”

자, 편집점 잡고.

“예전부터 그러긴 했는데, 너 공 던지는 거 보면 참 편해 보였거든. 아니, 니가 편하게 던진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공을 던지는 너를 보면 내가 더 맘이 편하다고 해야 되나?”

“아, 그거 있죠.”

“대충 뭔지 알지? 그냥 알아서 잘 막겠지, 같은 거.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니가 아니라 내가 던지는데 맘이 되게 편한 거 있지.”

“아…….”

“니가 낙지볶음 어쩌고 해서 그런가.”

“아, 저도 그런 거 같습니다.”

“너한테도 낙지볶음 얘기했냐?”

“예. 낙지볶음 먹자고 얘… 아니, 그게 아니라.”

얘도 취한 거 같다.

“저도 계속 실투 나고 폭투 나고 그랬다가, 김한울 선배 보고나니까 마음이 되게 편해졌었습니다. 긴장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좀 사라지는 느낌으로입니다.”

“음…….”

특성 편안. 그건가. 이게 이런 식으로도 작용을 한다는 건가.

난 작게, 내가 등판했을 때 나를 보고 수비하는 우리 수비수들 정도나 생각했는데. 성훈이 형이 작년에 했던 얘기도 있고.

나 말고 나머지 세 사람이 뭐라 뭐라 떠들고 있을 때 혼자서 팔짱을 낀 채 생각보다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야구 얘기를 안 꺼내니 그렇게 야구 얘기가 종료되었다.

야구를 업으로 삼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야구만 하고 야구 얘기만 하는 미친놈 집단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다.

자기 학생 때 얘기, 결혼 얘기, 여자 얘기, 게임 얘기, 음식 얘기, 가 본 데 얘기 등등.

특히 결혼과 관련해서는 싱글 셋은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그저 입을 헤… 벌린 채 최은구 선배의 이야기를 감상했다.

“야. 근데 아까 이명진 개새끼는 왜 나온 거냐.”

“그게 뭐야?”

“아까 니가 그랬잖아. 지호 올라갈 때였나, 은구 형 올라갈 때였나. 갑자기 이명진 개새끼! 하고 소리쳤잖아.”

“아… 아 그거.”

후두부… 히히.

“…형.”

“왜.”

“형 머리 뒤에 두부가 있어. 그럼 그게 뭔지 알아?”

“…뭐, 뭔데.”

“후두부.”

“…….”

“…….”

“…….”

“…히히. 은구 선배.”

“어, 어…….”

“그럼 선배 머리 옆에 두부가 있으면 그게 뭔지 아세요?”

“아… 한울아. 제발.”

“측두부!”

“…….”

“…….”

“…….”

히히, 이힛히힛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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