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기도 메타
슬슬… 나갈 때가 된 거 같은데.
어딘가 불안한 몸짓으로 전광판만 바라보기를 두 시간. 7회 말 수비를 위해 지호가 마운드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한울이.”
“예. 8회 나갑니까?”
“어. 준비해라.”
“예이.”
나갈 때가 된 것 같은 맘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지호가 잘 실천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맘 같아선 조금 전의 마음을 리셋시켜서 가만히 지호의 투구를 지켜보고 싶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지.
한 번의 수비와 한 번의 공격. 최소 10분씩 잡으면 20분. 충분하다는 마음에 천천히 걸어서 불펜으로 향했다.
우리 홈구장이 아니라 가야의 홈구장이기에 살짝 버벅거렸다.
여기 맞나. 아, 이쪽이지.
헷갈리면 그냥 주변 사람 붙잡아다 불펜 어디 쪽이더라, 물어보면 되는데 딴에 10년 차 짬이라고 자존심이 상했다.
약간 헤매다가 겨우 불펜의 문을 찾았다. 청록색으로 깔끔하게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철문. 이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불펜인데.
“…….”
띠링―!
뜬금없이 발동하는 퀘스트에 자연스레 걸음이 멈추었다.
[후배 위하는 선배]
이름이…….
- 김지호 투수가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주길 기원하세요. (0/1)
- 보상 ― 스플리터 +2
기원하세요?
이번 퀘스트는 조금 특이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무언가를 수행하고, 또 완료해야 했던 지금과는 다르게 이 퀘스트의 주인공은 지호였다.
왜? 설마 어제 얘한테 야구 얘기해 줘서 그런가?
“왜 그러세요?”
“…아냐. 딱히.”
불펜 문 앞에 서서 가만히 서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건영이가 와서 정신을 차리게 해줬다. 고개를 잠시 갸웃거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
구장만, 디테일한 부분만 다를 뿐이지 사실 불펜이라는 게 결국 다 거기서 거기. 그럴듯한 마운드 두어 개 붙여두고 주변엔 펜스로 둘러싸여 있는.
일단 어디 사상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퀘스트는 놔두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천천히. 어깨와 허리, 고관절 쪽을 풀어줄 무렵 그라운드에서는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자꾸 저쪽으로 가려는 눈을 불펜 안에 한정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알아서 잘하겠지.
지호를 믿기로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해야겠다.
“형, 안 던져요?”
“…아.”
안 되네.
해탈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왜 초연해지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해탈을 갖고 있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인가.
몸 푸는 것에는 집중을 전혀 하지 못했다. 원래 불펜에서 피칭을 한다고 해도 미친 듯이 공만 던지지는 않는다. 타구가 날아올 위험 또한 있기 때문에 그라운드의 투수와 타이밍을 맞춰가며 던진다.
하지만 오늘은 그게 좀 과했다.
…잘할 거야.
“직구.”
“직구우!”
어렵게 마운드에서 관심을 떼고 내 포수를 노려보았다.
듣기 좋은 뻥! 소리가 나며 미트에 들어가는 게 꽤나 맘에 들었지만 평소보다 약간씩 빠지는 제구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딱―!
이따금 들리는 잘 맞은 타구 소리엔 이전보다 더욱더 크게 공이 빠졌다. 심장아, 정신 차려.
내가 가진 구종들을 하나씩 던지며 점검했다.
퀘스트 보상으로 스플리터가 걸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오늘따라 스플리터가 괜찮은 느낌이었다.
가볍게 걸쳐도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데 또 그게 완만하게 깎이는 게 아니었다. 가볍게 벌린 만큼 구속은 약간 더 빠른 느낌.
괜찮은데?
오늘은 스플리터가 긁히는 날인가 보다. 스플리터 위주로 플랜을 짜자.
하지만 게임 플랜에 있어 중요한 또 다른 요소. 바로 타순.
“아…….”
아직 나는 몇 번부터 상대를 하게 되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따악―!
와아아!!
“제발.”
지호가 누구까지 맡아주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7회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난간에 기대어 전황을 살폈다. 관객의 함성이 가득했던 방금의 타구는 안타였나 보다.
1루를 밟은 타자가 암가드를 풀고 있다. 다행인 건 직전에 타구는 아웃으로 판정이 났는지 전광판에 빨간불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이번에 누구지?
8번 타자, 박!! 세!! 훈!!
아, 8번.
새 타자가 타석으로 향할 동안 생기는 틈으로 공을 하나 더 던졌다.
오늘 처음 던져 봤을 때 묘하긴 했지만 방금 한 번 더 던져봄으로 직구가 생각보다 뻗지를 않는다는 것을 결론 냈다. 직구는 아껴야겠네.
지호가 공 하나 던질 동안 나는 두 개를 던졌던 비율이 역전되었다. 조바심에, 지호가 공 두 개, 세 개를 던질 동안 나는 겨우 하나를 던지며 몸을 풀고 있었다.
이러면 나에 대한 힌트를 내가 놓치는 셈이 되지만 제대로 집중도 못 하고 던지다 내 몸이 꼬일 바엔 차라리 이게 나았다.
2-2. 쭈욱 뻗는 공이 배트와 만나 외야로 향했다. 우익수 성현이 쪽.
“쓰리, 쓰리!”
“기성이 오른쪽으로 붙어!”
“아냐, 바로 쏴!”
홈으로부터 발사된 공이 성현이에게 향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어도 아주 짧은 몇 초 단위가 아닐까.
그 짧은 순간에도 야수들은 각자 제 의견을 피력했다. 여러 의견들 중 당첨된 건 성문이의 의견.
“세이입!”
빠르게 굴러오는 공을 요령껏 잡아 몸이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로 세게 던진 공이었지만 3루심을 한 손이 아닌 양팔을 들어 보였다.
인터넷에서 ‘지나갑니다~’ 밈을 만든 팀, 가야 퍼펙터스. 투수의 입장에서 상대하기가 참 피곤했다.
“뛴다악!”
촤악―!
“쎼이이!”
일단 한 명이라도 누에 나가면 어지간히 정신이 없거든. 작년 팀 단위 도루가 무려 161개. 경기당 1.28개. ‘야구 조까치 하네’ 주자 버전의 팀인 것이다.
1, 3루에서 1루 주자의 도루. 정신 못 차리고 슬라이드 스텝 없이 다리 든 투수의 100% 책임.
“지호야아아악!!”
아.
“낙지볶음 또 먹자!!”
정신없이 규학이만 쳐다보던 지호가 드디어 나를 쳐다봤다.
그래, 어제와 같은 느낌을 느껴보렴. 어때, 이제 속이 좀 풀리니.
건영이는 차마 내가 형이라서 뭐라 말은 못 하고 대신 표정으로 제 기분을 전달했다.
“형이 그렇게 낙지볶음을 좋아하시는지 몰랐어요.”
“…나도 별로 안 좋아해.”
“예?”
“그냥 그런 줄 알아.”
“예… 뭐…….”
어제 먹었던 낙지볶음을 떠올려!
화끈했던 양념 같은 피칭은 바라지 않는다. 그 옆에 있던 연포탕 같이 쓰린 속을 달래줄 피칭을 원한다.
“쓰투라잌!”
타자는 멀뚱히 초구를 지켜봤다. 각도상 좌우는 보이지 않지만 낮은 곳에서 포구된 공이기에 일단 지켜봤던 것 같다.
다음으로 떨어지는 공을 타자는 반응 없이 지켜보고 높게 날리는 직구도 하나 더 지켜보며 초구에 잡았던 스트라이크가 무색해졌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자 지호는 잠시 발을 빼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하고 웃는 꼬라지가 여간 배짱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나도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다음 공. 1아웃에 두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던진 공은 높게 외야로 향했다. 생각보다 높게 뜬 타구에 타자의 아웃은 확실시해도 될 것 같다. 문제는 그다음.
“호옴!!”
우리 팀 포수는 마스크를 벗어내고 처절하게 외쳤다. 좌익수가 아직 공을 잡기도 전이지만 내야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제 자리를 잡았다.
탁―
“꼬오!”
훈이의 글러브에 공이 닿자마자 3루 주루 코치가 신호탄 총을 쐈다. 밟았던 베이스를 턱 삼아 빠르게 홈으로 치고 나가는 주자.
“홈! 홈 릴레이! 써드 잡아!!”
“지호 백업 들어가!”
중계를 위해 내야와 외야 사이 그 어딘가에 있던 명진이가 자기 글러브와 공이 만나자마자 몸을 틀었다. 꽤 멀리 있음에도 끄악! 하는 기합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바운드가 된 공이었지만 규학이가 요령껏 잡아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세입!”
아.
“쓰리!”
하지만 아쉬워할 틈도 없었다.
“아우웃!”
그 새 3루로 내달린 주자가 3루에서 태그되며 아웃.
띠링―!
[후배 위하는 선배]
- 김지호 투수가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주길 기원하세요. (0/1)
- 보상 ― 스플리터 +2
- 실패한 퀘스트입니다.
퀘스트는 깔끔하게 실패했다. 홈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을 규학이가 미련 없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세이프였나 보다.
“에이.”
팀 선배들의 함성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지호를 보며 혀를 찼다.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그럼에도 입가에는 아직 미소가 남아 있었다.
“커브.”
“아이, 커브!”
그래. 그렇게 커라, 지호야. 크게 보자. 길게 보자. 여기서 스탯 조금 올린다고 의미 있겠냐.
당장의 스탯보다 몇 년 뒤 팀에서 마무리를 맡고 있을 지호를 떠올렸다.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씽카악!”
빵!
생각보다 길었던 수비 때문에 몸 풀 시간이 과했다. 하여 억지로 여유를 내며 투구를 이었다. 그렇게 총 투구 수가 20개 정도가 되었을 때,
“올라가자.”
“넵.”
불펜의 문이 열렸다. 모자를 다시 한번 고쳐 쓰며 마운드로 향했다.
먼저 앉아 있는 규학이를 슬쩍 보고 습관에 따라 로진을 먼저 들어 올렸다. 툭툭 쳐대듯이 손에 바르며 날아오는 공을 받았다.
공을 잡은 손목을 한 번 까딱이며 스플리터 사인을 냈다. 대충 규학이 눈치면 이걸로 오늘 메인은 스플리터가 되리란 걸 알지 않을까.
방금 지호가 실점하며 양 팀 점수의 차이가 사라졌다. 진정한 의미의 홀드에 대한 염원을 등에 인 느낌이다. 가만히 서서 타자가 등장하는 걸 봤다.
플레이!
익숙하게 플레이 콜을 받고 타자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다행스럽게 아까의 눈치를 받았는지 초구부터 스플리터 사인이 나왔다.
동의하고 손에 빠진 공은 존의 어중간하게 높은 라인에서 떨어져 낮은 경계선에 걸쳤다.
“스투라잌!”
9번부터 상대하려고 하면 뭔가 되게 성가시다. 1번보다 떨어지니까 9번일 뿐,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랑은 다르게 의외로 잘 치는 타자들이거든.
“스투라잌!”
게다가 이 대결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다음 타자에게 여과 없이 모두 전달된다. 성가신 두 번째 이유.
“볼!”
커브와 높은 직구를 하나씩 지켜보았다. 한 번도 배트가 나오지를 않았다. 대체 뭘 치고 싶은 걸까.
스플리터 한 번 더?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 포수의 사인은 달랐다. 몸쪽에 직구. 얼떨떨하긴 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띡!
요상한 소리와 함께 비껴 맞은 타구는 조금 들어와서 수비하고 있던 기성이와 성문이의 사이를 빠져나갔다. 밀어치기가 아닌 밀려치기.
제일 기분이 나쁜 타구가 나왔으니 기분 나빠 해주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그걸 표출할만한 짬은 아니다.
딱히 내색하지 않고 직구를 던질 준비를 마쳤다. 가만히, 가만히 서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세입!”
숨을 세 번 쉬고 몸을 틀어보았지만 딱히 좋은 결과는 없었다.
그러니까 한 번 더.
“세입!”
거듭되는 견제에도 주자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베이스를 밟은 채 벨트를 덜렁거리며 껴있던 흙들을 빼냈다.
무시하고 다시 플레이트를 밟았다. 사인은 이전과 동일했다.
왼쪽, 포수, 왼쪽, 포수, 왔다 갔다 하는 눈빛이었지만 몇 년간 호흡을 맞춰온 포수는 의미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믿고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니가 잡을 수 있지?
“뛴다아아!”
네.
“…아웃!”
주자를 태그한 뒤 성문이는 공을 빼지도 않은 글러브로 강견을 가리키며 경외했다.
얘도 나랑 비슷해, 어깨가 약해 가지고. 강견에 대한 로망으로 나눈 이야기 분량만 몇 시간을 넘어갈 거다.
삐쭉하고 웃으며 엄지를 한 번 보여주고 이번엔 옆이 아닌 정면으로 홈을 바라봤다.
주자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높게 가는 직구였기에 타자의 배트는 나오지 않았고 원볼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때, 꽁으로 잡아낸 게 더 크지.
띡!
“아…….”
오늘 뭐 있나.
다음으로 요구되었던 몸쪽 직구는 방금 전의 타자와 아주 똑같았다.
우타와 좌타의 차이만 있을 뿐, 이번엔 앞으로 나와 있던 성훈 선배의 옆을 애매하게 스치고 나가는 공.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끝내 내색하지 않았다.
왼쪽, 포수, 왼쪽, 포수.
다시 한번 눈짓으로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이전과 달랐다. 기대했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아니라 약하게 두 어깨를 으쓱거렸다.
솔직히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 말로만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안 되나.
앞서 몸짓들의 대화로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던 건지 초구부터 커브 사인이 나왔다. 긴장은 내가 아니라 니가 하겠지. 피식 웃으며 스트레치에 들어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스투라잌!”
바깥쪽 아주 애매한 곳. 하지만 절묘하게 틀어지는 미트의 모양새와 타자의 표정은 아주 비슷했다.
2번 타자마저 발이 빠른 가야를 상대함에 있어 병살은 잡기가 어렵다. 당장에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직구.
105km짜리 커브와 최대한 차이가 많이 나게 던져보자.
틱―
“파울!”
아마추어를 기준으로 잡아도 아주 느릴 105km 덕에 138km 직구는 아주 빨라 보였다.
미트에 들어간 공을 끄집어내는 것 같은 스윙으로 겨우겨우 파울이 났다. 딱히 칠 생각으로 배트를 낸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무의식으로 배트가 나온 것 같았다.
공이 좀 좋아지긴 했어.
있는 힘껏 던진답시고 가운데로 몰린 공이지만 애매한 파울이 나오는 걸 보며 생각했다.
이왕 배트가 나올 거면 헛스윙을 노리고 던졌는데. 그래도 아직은 똥볼이다. 갈 길이 멀다.
주자를 슥 흘겨보고 세 번째 사인을 기다렸다.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이내 자기 왼쪽으로 꺾었다.
그래도 되나? 싶기는 한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불안함에 한 번 견제를 해봤다.
“세입!”
나 너 보고 있다. 뛰지 마라.
“세입!”
기성이에게 공을 받자마자 빠른 캐치볼처럼 곧장 공을 던졌다. 순간의 방심을 유도해 보긴 했지만 작년 도루왕 타이틀을 괜히 가져가진 않은 듯 눈치껏 베이스를 밟았다.
혹시나 사인이 그새 바뀌진 않았을까 했지만 그대로였다. 확인하고 다시 두 손을 모았다. 천천히 숨을 쉬는 동안 글러브 안에서 공이 90도 회전했다.
“뛴다악!!”
왼발이 땅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기성이가 소리쳤다.
부웅―
멋지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와 함께 타자의 헛스윙을 구경했다.
바운드되기 직전까지 떨어지는 공. 2루는 어떻게 던질까 궁금했지만 규학이는 일어서지 않았다. 천천히, 왼쪽 무릎이 땅에 먼저 닿았다.
부우웅!
“웜메.”
타자의 스윙 소리보다 살벌한 실밥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공을 따라가 보니 성문이의 글러브 안에 안착해 있었다.
“아웃!!”
스트록 힘 아웃, 뜨로움 아웃!
언젠가 미튜브에서 봤던 미국 캐스터의 대사가 저절로 재생되었다. 앉아쏴라니. 상상도 못 한 짓을 해내네.
“야아악!”
“군대에서 앉아쏴만 하다 왔냐!”
“저 미필인데요!”
“좋아, 좋아! 점수 내!”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소릴 내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야수들을 배시시 웃으며 바라봤다.
늦게 출발해 나와 어깨가 맞은 규학이에게 엄지를 한 번 더 보여주었다.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내게 따봉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