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커브
7회 초 터진 성현이의 역전 쓰리런에 힘입어 동부 리그가 6 대 3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MVP는 당연하게도 홈런 두 방에 4타점을 올린 성현이의 차지.
성현이는 미스터 올스타를 알리는 패널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부상으로 차도 받겠네. 이제 니가 운전해서 다녀라, 짬찌야.
하루뿐이었지만 같은 팀이었던 타 팀의 멤버들과도, 하루뿐이었지만 다른의 의미의 적군으로 만났던 멤버들과도 모두 정겹게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올스타전이 마감됐다.
덕분에 꽤나 친해진 사람들도 몇 명 정도 생겼다.
아니, 대체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 건지 나한테 다가와서 커브 좀 알려달라, 스플리터 좀 알려달라는 등의 요청이 많았다.
아니, 왜.
적당히 받아주었다. 현진이 다음으로 한 명, 두 명, 세 명째 요청이 들어왔을 때 옆에 박해진이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체인지업에 대한 요령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적당히 받아 돌려보내고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선배님께선 좋은 투수일 뿐 아니라 좋은 투수 코치가 되실 것 같습니다.’ 같은 소리를 지껄였다.
내가 알던 놈이 맞나, 싶다. 시끄럽다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젓자 녀석은 피식 웃으며 제 갈 길을 갔다.
알게 모르게 녀석과 살짝 친해진 느낌이 든 것 같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 민영 씨 가족을 찾아갔다. 잘 봤다며 호들갑을 떠는 민영 씨, 자랑스럽게 하! 하! 핫! 하고 웃으시는 아버님과도 좋게 인사를 하고 보내드렸다.
명진이가 다가와 형님, 이제 집에 가시죠, 소리를 내었을 무렵.
“선배님.”
“…어. 그래.”
아, 얘가 있었지.
갑작스레 현진이가 등장하자 명진이가 움찔했다. 슬쩍 눈치를 보는 게 성현이를 찾는 것 같았다.
여기에 성현이가 등장했다가 괜히 또 큰일 날 것 같았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대충 설명하고 먼저 돌려보냈다. 알아서 가겠지.
“가자. 어디로 가게?”
“여기 주변에 아는 분이 하시는 레슨장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겠습니까?”
“가까워?”
“예, 차로 5분 정도면 됩니다.”
“아, 그럼 그게 낫겠다. 네비에 뭐라고 치면 되냐? 아니다, 가까우면 그냥 따라가는 게 낫겠다.”
“…….”
“…왜.”
왜.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선배님.”
“왜.”
“저 차 안 가져왔습니다.”
“어쩌라고.”
“선배님께선 자차 타고 오신 걸로 압니다.”
“근데.”
“…….”
“…….”
아. 아, 제발.
“여기로 가시면 됩니다.”
“…….”
불―편.
결국 녀석은 내 차 조수석을 차지했다.
매립되어 있는 네비를 톡톡 터치해 N베이스볼을 입력했다. 말했던 것처럼 약 5분 정도의 소요 시간이 예정됐다.
존경하고 경외해 마지않던 선배의 차를 얻어 탄다는 게 그렇게나 기쁜 일인 걸까.
제발, 볼 붉히지 마.
선수들이 짐을 정리하거나 인사를 하고, 또 옷을 갈아입는 등의 일로 시간이 걸리는 사이 대부분의 팬들이 먼저 구장을 떠났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나가는 건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대신 퇴근하는 길 앞에 죽치고 앉아 있던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또 사인을 해주는 데에 50분이나 걸린 건 예상외였다.
야, 김한울 좀 컸네.
원하의 팬들만이 가득해야 할 자리엔 원하를 포함한 8개 구단의 모든 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팀들의 팬들이 나에게 사인과 사진을 요청했다.
현진이도 이런 상황을 생각하진 못한 듯 잠시 벙쪘지만 내가 먼저 거리낌 없이 펜을 집어 들자 녀석도 금방 합류했다.
“놀랐습니다.”
“또 뭘.”
“선배님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제가 더 기쁩니다.”
“아니야. 넌 안 기뻐해도 돼.”
“…죄송합니다.”
죄송해하지 마, 제발.
“근데 레슨장 거기는 어떻게 섭외한 거야? 전에 밥 먹으러 갔을 때처럼 너 설마…….”
“예. 미리 지인분께 얘기해 두었습니다.”
“너 내가 싫다고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지인이랑 만나는 게 꽤 오랜만이라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했습니다.”
징한 놈.
5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차 안은 그리 조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현진이 쪽에서 뭐라뭐라 하면 내가 대충 받아주는 느낌으로.
그것만으로도 기쁜지 놈은 해맑은 표정으로 내 대답을 다시 이어받았다.
“여기야?”
“예, 맞습니다.”
인천 모처의 레슨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가 되어서였다.
평소라면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긴 한데 어차피 내일이랑 모레, 이틀을 더 쉴 거고. 오늘 늦게 잘 생각이었기에 큰 부담은 안 되었다.
딸랑딸랑―
유리로 된 문을 열자 작은 종이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깡―!
“그렇지, 허리를 그렇게 돌려야 파워가 생기지.”
까앙―
“방금 좋긴 했는데, 쫌 더. 여기, 꼬추를 그냥 조지는 느낌으로 돌려봐요.”
까앙―!
“고러취이!! 그어야. 봐봐, 회원님이 봐도 타구가 다르죠잉?”
“네, 네에!”
“뒷다리를 팍! 하는 것도 좋긴 한데 결국 앞으로, 공이 어디로 나가야 돼. 어디로 쳐. 앞으로 치는 거잖아요. 그럼 앞으로 보내야지. 자자, 회원님도.”
틱―
“에이, 너무 힘 들어간다. 하나 더!”
레슨 중이었는지 몇 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이 시간까지 훈련하고 있길래 엘리트인가? 했는데 액면가들을 보니 나보다도 꽤나 형님뻘들도 많이 보인다. 사회인 야구 쪽 사람들 같다.
사무실로 걸어가며 그들이 훈련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회원들은 꽤나 힘이든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티를 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코치는 그냥 말로, 대충 동작으로 여긴 이렇게 하세요~ 정도로 될 텐데 옆에 있는 본인 배트를 들고 와 시범까지 보이고 있었다.
멋있네.
저런 열정 참 좋다.
“지인은 누군데?”
“아, 사무실 안에 있을 겁니다.”
“저분은?”
“여기 타격 코치입니다.”
“지인분은?”
“이곳 원장 겸 포수 파트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 김한울이랑 이현진이다.
어? 오, 오오오!
자자, 회원님들 집중하시고. 오늘 레슨 잘 받으시면 저분들 공 보여달라고 원장님한테 말씀드릴게요.
오오오!!
능숙하게 회원들의 사기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과 대충 눈으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로 들어간 현진이를 기다렸다.
이내 우지끈, 하는 소리가 나며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야, 하울아!”
“…니가 여기서 왜 나와?”
“왜 나오긴. 일하고 있제, 임마.”
“야, 여기 원장님이 경배였어?”
“예.”
“야 씨, 그럼 말을 미리 해야지!”
현진이를 향해 한마디 타박을 하고 이내 경배한테 달려갔다.
싸나이들의 뜨거운 포옹!
“맨 낸 만에 보는 기고!”
“그러게. 진짜 10년 된 거 같은데? 여기 너네 레슨장인 거 알았으면 뭐 좀 사오는 건데. 이 시키가 말을 안 해가지고. 진짜 지금 알았다.”
“됐다, 됐다. 니 아직 까리하나.”
“고?”
“가자!”
학연, 지연, 흡연, 그중 제일은 흡연이더라.
근 10년 만에 재회한 흡연자 둘은 맘을 맞추고 얼른 레슨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불을 붙이고 얼굴을 마주하자 10년 전이 떠올랐다. 경배도 마찬가지였는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니 뉴스 봤다. 기부했다카대?”
“봤나.”
“봤다, 마! 김하울이, 니는… 크.”
“택이 형이랑은 연락하나.”
“택이? 마, 그 씹빱빠리 셰에끼. 니 아나?”
“양안에서 투코하고 있다.”
“개셰에끼. 내가 지 똥 치아준 게 을만데. 연락 한 번을 안 하나.”
오랜만에 듣는 걸쭈욱한 욕설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엘리트 시절 내가 공 한 번 잘못 던지면 경배는 걸걸한 목소리로 걸쭉한 욕설을 섞어가며 내 맘을 진정시켰었다.
“현진이랑은 연락하고 있었나.”
“그라제.”
“마, 니는 그럼 내한테도 얘길 했었어야지!”
아, 경배랑 말하다 보면 나도 사투리 쓰게 돼.
“돼아따, 돼아따. 지금이래도 이래 알믄 됐지.”
금세 꽁초까지 다다른 담배를 끄고 다시 계단을 내려가며 경배가 다시 말했다.
“말은 들었다. 인마한테 뭐 알려준다카매?”
“내한테 커브 알려달라카대.”
“카브?”
“엉야.”
“무서운 셰애끼, 을매나 불을 뿜을라꼬. 마, 니 같은 셰끼 땜에 대한민국 투수 수준이 높아지는기라. 아나!”
두 선배의 대화에 딱히 끼어들지 못하고 쭈구리처럼 서있던 현진이가 약간 불쌍해 보였다.
“냅둬라. 니 말마따나 불 뿜고 싶다지 안 카나.”
“그체그체, 현진이 잘하지.”
“가, 감사합니다.”
“하울이 니, 오랜만에 던질 끼가?”
“아, 좀 쉬게 해주쇼.”
킬킬거리며 사무실로 들어간 경배는 이내 본인의 미트를 들고 다시 나왔다.
“왐마. 아직도 그거 쓰나.”
“마, 닥치라. 이기 을매나 좋은 긴데.”
“…내 하나 사줄게.”
“콱, 마. 내 돈 마이 번다. 가서 니 밥이나 사쳐무라. 됐고, 가는 길에 니 그 싸인이나 좀 씨부리고 가라.”
큭큭큭.
“규진이 형은?”
“규진이 형? 연락하제.”
“아니, 이 형도. 좀 말을 해주지.”
“치아라. 그 아재도 정신삐까리 하나 엄따. 마, 그리 처맞는 행님이 내 생각이나 하겠나.”
“흠.”
“마, 얘긴 치아고. 뜬지 바라.”
“내가 왜 뜬! 져요, 얘가 뜬! 지지.”
“아, 맞나.”
“맞다.”
“현진이, 뭐하나.”
“아, 예!”
고등학교 시절 나와 주전 배터리를 맞췄던 경배는 현진이에게 있어 하늘과도 같은 2년 위의 선배다.
더구나, 포지션도 포수.
1학년 짬찌 투수가 3학년 대선배 포수에게 딱딱하게 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펑!
펑!
현진이와 경배의 캐치볼이 시작됐다.
그냥 프로도 아니고 국대 1선발의 피칭이 시작되자 레슨을 받던 회원들은 배트를 집어 던지고 모두 가방에서 꺼내 아름다운 피칭을 찍기 시작했다.
“야.”
“예.”
“근데 안 힘드냐? 오늘 3이닝이나 던지고.”
“어차피 오늘 계산하면 등판 날이었습니다. 3이닝밖에 안 던졌으니까 루틴 맞추는 셈으로 치면 됩니다.”
살벌한 새끼.
뻥!
꽤나 가볍게 던지는 걸 텐데.
몸 푸는 동안에는 내가 뭘 할 게 없기에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스피드건이 보였다. 슬쩍 집어다가 현진이의 뒤에 섰다.
뻥!
“…실화가.”
143km.
아직 80%밖에 안 될 텐데 뭔.
혼자서 좌절감만 느끼고 스피드건을 얌전히 내려두었다.
“핸진이, 스라이다 되나!”
“예!”
“뜬지 바라!”
어느새 마스크를 쓴 경배가 미트를 들이댔다. 리프팅부터 무릎이 아예 2루를 향해 올라간다. 다리가 쭉 펴지며 오른 다리가 굽어졌다. 빠르게 코어가 돌아가자,
뻥!
“아따, 좋네!”
던진 공도 빠르게 돌아갔다. 이게 국대급의 슬라이더구나.
“쩬지 되나.”
“예.”
“마!”
체인지업치곤 좀 빠른데……? 하다가도 다 가서 공이 한 번 멈춘 뒤 이내 훅 꺼진다.
물론 체감상의 이야기.
여기서 봐도 이런데 타석에서 보면 어느 정도일까 대체.
“선배님. 몸은 어느 정도 다 푼 것 같습니다.”
“아, 어.”
굳이 나 아니어도 알아서 잘할 놈인데, 이렇게 알려주는 의미가…….
띠링―!
[투수 코치, 그 첫걸음]
- 이현진 선수에게 커브를 전수하세요. (0/1)
- 보상 ― 커브 +1~5
- 완성도에 따라 스탯 추가치가 변동됩니다.
있지. 있고말고. 암.
그나저나 완성도라니? 너무 막연하지 않나.
“일단 던져봐.”
일단 시작이나 해보자.
“예.”
팡!
“…응?”
“이상합니까?”
“하나 더 해봐.”
“예!”
팡!
“이게 커브야?”
“예.”
“…하, 하나만 더 해봐.”
“예.”
이번엔 아까 내려두었던 스피드건을 다시 집어 들었다.
팡!
126km.
“어떻습니까?”
아까 직구가 143km가 나왔다.
보통 인 게임에선 150km대 초반을 찍는 놈이다. 단순 계산이지만 이것과 마찬가지로 126km에 10km 전후를 대입하면 130km대 중반이 나온다.
“야, 너무 빠른데.”
“빠르면…….”
“아니, 나쁜 건 아닌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너 무너질 때 어떻게 무너지냐?”
“대부분 안타나 장타로 많이 맞습니다.”
“그럴 때 볼넷은?”
“볼넷은 거의 없습니다.”
“그거 생각은 해봤고?”
“그냥… 볼넷이 안 나오는 걸 생각하면 계속 가운데 몰려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것도 있기는 한데. 너 그럴 때 생각해 보면 체인지업 안 먹히는 날이지.”
“예, 예. 맞습니다!”
화타라도 찾은 표정. 절박함이 보인다.
“너 던지는 거 보면 죄다 강, 강, 강, 강, 강. 원 타이밍이잖아. 니 컨디션 좋아서 스터프로 찍어누르면 모를까, 컨디션 안 좋을 땐 그렇게 들어가 봐야 당연히 타이밍 하나만 가져가도 다 맞지.”
초롱초롱, 그렇게 빛나는 눈알이 부담스럽지만 맡은 역할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럴 때 던지라고 있는 게 체인지업인데 그것마저 안 들어가면 더더 원 타이밍이고. 아까 직구 143 나오고 지금 커브 126 나왔거든? 애초에 커브 던지는 이유가 뭔데.”
“아…….”
“느린 거랑 각 큰 거랑은 별개다. 템포, 타이밍 생각해야지. 강약약강강강약강중약, 이렇게 가야 타자가 헷갈려 하지.”
“…예. 근데 그 타이밍은 뭡니까?”
“뭐가?”
“강약… 어쩌고 하셨던.”
“넘어가.”
“예.”
이후 다시 곡선들이 이어졌다.
강! 강! 강! 을 바꿔 얘기하면 힘! 힘! 힘!
하다 하다 체인지업까지 힘으로 던져오던 놈에게 느린 커브를 던지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야, 나와봐.”
아, 답답해.
결국 현진이를 쫓아내고 간이 마운드에 섰다.
“야, 직구!”
“아이, 직구!”
펑!
아무리 몸 안 풀었다고 해도 야 이거, 120은 나왔으려나. 갑자기 처참해지네.
“야, 커브.”
“카브!”
쫙!
“봤어? 힘 아니야. 손끝에 여기, 여기로 땡겨.”
뻥!
“아니, 승모에 힘 들어가는 거 뻔히 보이잖아. 힘 빼라니까.”
뻥!
“발, 왼발. 왼발 들어간다. 다시.”
뻥!
“지금 왜 떴어. 던지다 말잖아. 직구보다 더 세게 던져야 된다니까.”
뻥!
“야, 내가 세게 던지랬지 힘으로 던지랬냐.”
뻥!
뻥!
뻥!
“…됐다. 이만하면.”
이후 몇 개 정도를 더 던져 봤다. 원 포인트 레슨의 효과는… 있었다 하기도 애매하고 없었다 하기도 애매하고.
폼의 변화 없이 속도를 낮추는 건 어느 정도 됐는데 그 반대급부로 커브의 궤도가 필요 이상으로 커져 버렸다. 이래선 누가 봐도 커브다. 안 속는다.
띠링―!
아, 퀘스트는 완료되었다.
[투수 코치, 그 첫걸음]
- 이현진 선수에게 커브를 전수하세요. (1/1)
- 보상 ― 커브 +1
분명 최대치가 5였었던 것 같은데. 1이라니. X발. 너 재능충 아니었냐.
“…더 연습해. 많이 부족하다, 현진아.”
그래도 뭐라 하겠나… 지 딴엔 되게 열심히 했는데.
이마를 쓸어넘기며 이야기할 무렵에 경배가 마스크를 벗고 다가왔다.
“도움 좀 됐나?”
“예.”
“공 살발하네. 커브는 좀 그릇타. 공 이마이 올라가야 빠따들 안 본다.”
“그치?”
“그제. 하울이 니도 아까 계속 그 얘기하는 거 같던데.”
“맞다.”
“그래도 일단은, 나머지들은 다 좋으니까. 길게 봐라. 커브 니 이래 해봐야 당장에 몬 쓴다. 내년에 쓸 생각하고 연습하는 기다. 아나.”
“예…….”
좀 실망감 자체는 어쩔 수 없었는지 녀석의 얼굴에 침울한 모습이 보였다.
안쓰럽긴 하다. 승승장구만 해오던 녀석이 벽에 부딪혔다고 느껴 뭔갈 해보려 하는데, 그마저도 썩 진척이 없으니.
“마, 캐도, 마. 니 따른 거 타아! 조타! 직구랑, 쩬지랑, 마, 까따?”
“커터.”
“아, 그래, 커터. 투심이랑 다 좋고! 그리고! 스라이다! 캬, 스라이다 여전히 지기대… 크.”
확실히, 경배가 투수들 멘탈 정비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띠링―!
오늘만 두 번째 퀘스트가 등장했다.
[봉인 해제!]
- 이현진 선수에게서 슬라이더를 전수받으세요. (0/1)
- 보상 ― 슬라이더 +1~5
- 완성도에 따라 스탯 추가치가 변동됩니다.
- 완성도에 따라 스탯 임시 버프가 추가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