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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불펜생활-62화 (62/190)

62화. 시구

시합하고, 훈련하고, 마무리하고.

일상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나날은 내 의지를 무시하고 계속 이어졌다.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는 날들의 연속 안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시합 전, 내 위치 덕에 가져갈 수 있는 널널함이었다.

영진 씨랑 흡연실에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나섰을 무렵,

“한울 씨!”

구단의 쪼꼬미가 등장했다.

“왜요?”

“아, 오늘 널… 윽, 담배 냄새!”

“담배 냄새 좋아해요?”

“좋아하겠어요?”

“좋아하는 줄 알았지. 맨날 담배 피우고 나올 때만 불러대니까.”

“아오…….”

“냄새 좀 빠지면 와요.”

훠이훠이, 하고 은서 씨를 손짓으로 밀어냈다.

“지금 얘기해야 돼서 그래요”

“뭔데요?”

“지금 할 거 없죠?”

코를 꾹 잡고 말하는 탓에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게 꽤나 들을 만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하게 말하는 게 맘에 안 드네요.”

“근데 사실이잖아요.”

“…….”

“시구 지도 좀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시구 지도? 내가?”

“네. 시구하시는 분이 콕 찝어서 한울 씨 말씀을 하셨거든요.”

…왜 나를?

“한울 씨 은근히 여자들한테 인기 많네요?”

“갑자기 뭔 소리예요?”

“서연 씨가 한울 씨를 콕 찝었다니까요?”

“…누군데요?”

“…….”

한심하게 쳐다보는 은서 씨 얼굴에는 그래, 그렇게 써 있었다.

“늙었다느니 낡았다느니 틀이라느니 그런 소리 하면 진짜 혼난다.”

“아, 들켰네. 근데 진짜 몰라요?”

“누구길래…….”

“에쎈트릭! 몰라요? 막, 막 이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짤막한 팔다리로 휘적휘적하는데 무슨 의식을 행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거나 올 시즌 원하의 호성적을 기대하는, 둘 중 하나겠지 뭐.

“아이돌이요, 아이돌. 아이돌 에쎈트릭. 요즘 제일 핫한 그룹인데.”

“관심이 딱히 없어서…….”

“그래 보이긴 해요. 하여튼, 서연 씨가 1차적으로 한울 씨한테 시구 지도받고 싶다고 했거든요. 가능하죠?”

“지금 바로 가야 돼요?”

“네.”

“어… 네. 가죠.”

불펜 투수의 좋은 점. 시합 직전까지 강제적으로 무언가 할 루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은서 씨를 따라 구장 내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원하 미튜브는 당연하고 에쎈트릭 미튜브에서도 찍을 거고, 또 여러 기자들 또한 와있을 테니 허튼짓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아주 길게 했다.

대충 받아주고 실내 연습장의 문을 열었다.

초록색의 익숙한 그물을 하나, 둘, 셋 넘기자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보였다.

카메라도 몇 대 보이고 시끌벅적한 걸 보니 아, 연예인이구나! 생각이 바로 들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걷어준 그물 안으로 쏙 들어간 은서 씨가 해맑게 인사하며 먼저 다가갔다. 하지만 먼저 와있던 이들의 시선은 은서 씨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오!

와!

꽤나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빛이 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딱 봐도 말했던 일렉트릭인지 하는 아이돌 멤버로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그중 가장 키가 큰 여자가 들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고양이상의 얼굴로 밝게 웃는 모습은 꽤나 예뻐 보였다.

“네. 안녕하세요.”

“어머, 어떡해, 진짜 왔어!”

“언니 진정해.”

“야야, 진짜야!”

“아, 언니!”

서연 씨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서연 씨가 누구예요? 같은 질문으로 갑분싸를 만들지는 않았다. 알아서 찾아오리라 생각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늘 잘 부탁드려요!”

아까 그 키가 제일 컸던 여자였다. 슬쩍 차림새를 살폈다.

위에는 원하의 유니폼. 이름에는 서연이라 써 있고 등번호는 4. 바지는 편해 보이는 청바지에 신발은 운동화.

준비 자세가 맘에 든다.

“촬영 시작할 거예요. 우리도 우리지만, 에쎈트릭 쪽도 따로 찍고 있으니까. 허튼짓하면 진짜 큰일 나요.”

아, 에쎈트릭. 일렉트릭이 아니라.

“내가 뭔 허튼짓을 한다고…….”

“흐흐. 난 말했어요.”

훠이훠이.

“저, 저 진짜 김한울 선수 팬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안 믿으시는 거 같은데.”

“믿어요. 엄청 믿어요. 사실 에쎈트릭 데뷔하기 전부터 서연 씨가 제 팬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저희 데뷔 연도 언젠지 아세요?”

“죄송합니다.”

서연 씨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얼른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근데 왜… 제 팬이신 거예요? 잘하는 다른 애 많잖아요?”

“그냥요! 그냥 김한울 선수가 되게 멋있어요!”

그냥이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진짜예요! 오빠, 내 거 핸드폰 좀 줘봐!”

급기야 이쪽을 찍고 있던 또 다른 카메라맨을 부른다. 부랴부랴 다가오는 그에게서 뺏어내듯이 핸드폰을 받은 뒤 몇 번 터치하자마자 내게 화면을 들이민다.

“보세요!”

그녀의 SNS 계정엔 원하, 그리고 나와 관련된 사진이 꽤나 보였다.

원하 경기 직관을 자주 오는 건 당연한 것 같고, 올 때마다 입던 저지에는 내 이름이 마킹되어 있었다.

슬쩍 터치해 게시 날짜는 보니 2016년. 음, 이거 하나로 내 찐팬 인증이다.

“그… 서연 씨?”

“네!”

이름을 불러준 것만으로 기쁜 듯, 서연 씨는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음…….”

시구 지도…라고는 하지만 뭐 어떻게…….

“공 던져 보신 적 있으세요?”

“몇 번 정도 던져 봤어요.”

“그럼 일단 던지는 거 한번 볼게요.”

“아, 네!”

연습장 곳곳에는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적판이 걸려있었다.

그 표적판을 향해 정면으로 서고 왼발을 한 발 뒤로, 그리고 양손을 머리 위로. 이후 양손이 가슴께로 내려옴과 동시에 왼무릎이 높게 쳐올랐다.

골반이 열리며 무릎이 벌어졌다. 이후 어설프게 열린 어깨에서 이어진 팔꿈치가 앞으로 나온 뒤 던져진 공은 폭, 소릴 내며 표적판보다 한참 위에 도착했다.

“어때요?!”

와, 잘 던지시네요! 야구 해보신 티가 나네요!

“어… 음…….”

그런 대사가 나와야 하는데 이놈의 직업병이 뭔지, 먼저 눈앞이 깜깜해졌다.

“혹시 저 따라 하시는 거예요?”

“네! 비슷하죠!”

아니요.

“많이 연습하신 티가 나긴 하네요.”

꺄르륵!

칭찬 한 번 해주니 아주 기분이 좋은지 제 팀 멤버들과 가서 짝짝짝 박수를 마주치며 좋아한다.

“두 가지만 고칩시다.”

“네!”

“제 폼은 좀… 따라 하기엔 어려운 폼이라서요. 간단하게 가요. 사람마다 밸런스가 다른 거라서, 남의 폼 멋대로 따라 하면 훅 가니까요.”

“아… 네.”

“일단 다리. 지금 이렇게 돌아 나오잖아요? 이거를 이렇게. 이쪽 엉덩이가 저쪽을 향하게 나가야 돼요.”

아니시에이팅 발동.

“아니, 이렇게. 이렇게 쭈욱 중심 이동을, 아니아니, 이렇게. 아니. 아니요.”

만약 남자라면 그냥 골반이랑 허리랑 무릎이랑 붙잡고 감을 느끼게 해줬을텐데.

아무래도 성별이 다르다보니 괜히 그랬다가 큰 오해를 살까 두려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답답함으로 이어졌다.

“…아예 왼쪽 아킬레스가 먼저 향한다는 느낌으로. 네. 네네. 그쵸.”

1차 문제 해결.

“그리고 팔.”

“네.”

“지금 이렇게 던지고 있거든요?”

“제, 제가요?!”

“나중에 한번 동영상 확인해 보세요.”

“어…….”

일명 티라노 투구법.

“팔꿈치가 앞으로 나오면 안 돼요.”

“네? 근데 공은 앞에서 던져야 한다고…….”

“앞에서 던진다는 말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닌데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

잠시의 고민 후 주변에서 굴러다니던 공을 하나 집어 들고 팔을 쭉 옆으로 폈다.

“여기. 이렇게. 이게 앞은 아니죠?”

“네에.”

“공은 옆에서 던지는 거예요, 옆에서. 앞에서 던지는 게 아니라. 왼쪽 어깨부터 던지는 손까지 거의 일직선이 되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범 한 번.

슉, 팡!

와아…….

오!

“옆에서 던져야 힘으로 때릴 수가 있는 거예요. 한번 해보세요.”

“네!”

한번 시범까지 보여줬으니 어느 정도 비슷하게나마는 따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아이돌이라니, 춤으로 다져진 운동 신경은,

폭―

어림도 없었다.

“골반은 이렇게. 네네. 이러엏게 돌아 나오게 해보세요. 여기, 오른쪽 여기 뭐라 그러지? 골반 앞에라 해야 하나? 네, 여기로 공 던지는 느낌. 네네.”

‘두근두근! 에쎈트릭 서연의 시구 지도! feat. 원하 챌린저스 김한울 투수.’

뭐 이런 식으로 뽑혀야 할 미튜브 제목. 이 동영상을 클릭할 에쎈트릭의 팬들은 꺄르륵꺄르륵하는 분위기와 어머 어떡해! 꺄르륵, 이런 대사를 기대했겠지.

하지만 실상은 매우 정반대였다.

꺄르륵은 무슨, 다른 멤버는 물론이고 찍고 있던 저쪽 피디조차 멍청히 구경할 정도로 서연 씨의 학구열은 대단했다.

선수 할 것도 아닌데, 이만하면 시구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그렇게 생각해 이 정도면 됐다고 이야기해도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 더, 조금 더 가르침을 원했다.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모습을 보고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계속해서 알려주기는 했다.

퐁!

그 결과, 확실히 달라진 몸의 움직임 덕에 빈약한 소릴 내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제야 본인도 만족한 듯, 몇 초 전까지의 진지함은 곧장 내다 버리고 자기 팀원들에게 달려가 아까처럼 박수를 짝짝짝 쳤다.

이후엔 간단한 인터뷰.

양쪽의 카메라를 동시에 두고 소감이 어떠냐, 서연 씨를 실제로 보니 어떠냐, 서연 씨가 야구에 소질이 있냐, 잡다한 인터뷰까지 끝이 났다.

시간도 슬슬 경기 시작 시간에 가까워져 돌아가야 할 시간.

“아, 고생하셨어요. 알려드린 대로만 하면 마운드에서 던지셔도 공 멋있게 갈 거예요.”

“가, 감사합니다아…….”

“네. 고생하세요.”

예쁘긴 예쁘네.

아이돌 센터의 위엄을 느끼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오려는데,

“저… 저기요!”

“네?”

내 앞에 들이밀어 지는 핸드폰.

“…왜요?”

“버, 번호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

왜지.

꿈뻑꿈뻑, 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자 애가 탔는지 딱히 쓸데없는 부가 설명이 이어진다.

“나중에 그, 또 궁금하거나 어디 아프거나 하면 여쭤보고 싶어서요.”

그런 거라면 뭐…라고 넘기기엔 내 눈치가 상눈치다.

초롱초롱한 눈빛, 보기 좋게 상기된 얼굴은 누가 봐도 호감의 표시였다.

“아…….”

민영 씨 생각에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민영 씨를 핑계로 거절하기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다.

“…네.”

내 번호를 찍으며, 빨리 민영 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게 좋겠다는 어림도 없을 생각을 했다.

“가, 감사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예예. 이따 잘하세요.”

“네!”

감사합니다아!

그대를 향한 일렉트릭, 에쎈트릭!

꺄르륵―

자기네 트레이드마크 그런 건지, 절도 있어 보이는 동작으로 자기네 구호를 외친 뒤 다시 꺄르륵한 분위기로 돌아간다.

“올. 한울 씨 인기 많은데.”

“인기는 무슨…….”

“근데 진짜로, 지이이인짜로. 진짜로 에쎈트릭 몰랐어요?”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서.”

“왜요? 남자들은 여자 아이돌 다 좋아하지 않아요? 군대에서 다 외우고 나온다던데.”

“저 면제인데요.”

아.

“조심해요, 서연 씨랑 이상한 스캔들 안 나게.”

“뭔 스캔들이 나요, 또. 나이 차가 몇 살이 나는데.”

“서연 씨가 몇 살인지는 아세요?”

“아뇨.”

제발 그렇게 쳐다 보지마.

“몇 살이더라? 스물다섯인가? 아, 스물일곱.”

“은서 씨랑 동갑이네.”

“오올…….”

“또 그런 거 하면 진짜 혼난다.”

“됐고, 진짜 스캔들 조심해요. 안 그래도 서연 씨가 한울 씨 좋아하는 건 유명해서.”

“그러니까, 스캔들 같은 게 왜 나냐니까.”

“찌라시가 괜히 찌라시인 줄 알아요? 없는 말도 지어내는 데인데. 에쎈트릭 팬 엄청 많은 거 알죠? 잘못 걸리면 한울 씨 진짜 훅 가는 거야.”

“알았으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요. 진짜 무서우니까.”

아, 확 정수리 잡고 누르고 싶다.

“근데 왜 난 몰랐지.”

“뭘요.”

“저분이 나 좋아했다면서요. 보니까 16시즌 전부터 좋아했던 거 같은데. 그러면 찐인데.”

“주변에 관심이 없으니까 모르지.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어요?”

“밥 먹고 야구만 했지.”

“그건 그렇지. 이제부터라도 좀 그래 봐요. 주변에 관심 하나도 없잖아. 맨날 야구만 생각하고.”

딱히… 야구만 생각하고 뭐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난 경고했어요. 조심하라고.”

“알았어요. 허튼짓 안 했고, 앞으로도 안 할 거니까. 편집이나 이상하게 하지 마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놓는다면 편집 잘해 드리죠! 흐흐! 하고 웃는 쪼꼬미를 훠이훠이 물리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일단 나 빼고 미팅까지 완료된 상황인지 분위기가 꽤나 어수선했다.

“야.”

“왜.”

“너 서연 보고 왔다매.”

“어.”

“나쁜 새끼.”

“갑자기?”

“혼자만 보고 왔냐?”

“나쁜 새끼 맞다니까요?”

덕아웃에 돌아와 받은 건 동갑내기들의 격렬한 환대였다. 승주와 훈이를 필두로 평소 그 과묵하던 성훈이 형까지 상욕으로 환대했다.

에쎈트릭의 서연 양의 시구가 있겠습니다.

국민의례 이후, 드디어 서연 씨가 등장했다.

확실히 잘나가는 그룹이긴 한 건지, 등장과 함께 장내를 어마어마한 환호가 채웠다. 공을 던지기 전 장내 아나운서에게서 마이크를 받고 간단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원하 챌린저스 화이팅입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플레이오프도, 한국 시리즈 때도 제가 원하 유니폼 입고 시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여기 관객들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했을 사람인데도 긴장한 게 역력하게 보인다.

아까 연습 때는 잘만 던졌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조금 실수한 부분들이 보였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아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래도 잘했다!

보지는 못하겠지만 박수를 짝짝짝 치며 스승된 도리로 격려를 하고 있을 무렵,

“감사합니다!”

이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친 서연 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인 뒤 엄지와 검지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못 본 척 넘어갔다.

“봤냐? 봤냐? 나한테 하트하는 거?”

“X신아, 너한테 그걸 왜 해. 나한테 한 거지.”

“뒤질래? 당연히 나지!”

“닥쳐라, 형한테 한 거지, 인마.”

“형은 빠져!”

덕분에 뒤쪽에선 개판이 벌어졌다.

그래, 이래야 우리 팀이지.

“형.”

“왜.”

“근데 사인은요?”

너까지…….

옆에 앉아 있던 규학이가 물어본 질문은 얼굴을 파삭 구겨뜨렸다.

“형 이제 보니까 진짜 양심 없네. 평소 고생하는 포수한테 그런 거 하나 못 해줘요?”

“…그래. 내가 나쁜 놈이다.”

이 새끼가…….

당연하게 저기, 경기 시작부터 홈플레이트를 지켜야 할 규학이는 오늘 벤치에서 시작.

오늘 선발 포수는 다름 아닌 주호였다.

공격에선 최소 기성이 이상, 잘하면 성현이 이상의 포텐을 보여줄 수 있지만 수비에서 모든 스케일을 다 까먹는 포수.

스트라이크는 볼로 잡고 블로킹은 빠뜨리며 송구는 안드로메다행.

투수 리드라고 해서 별다른 건 없어서 아주 단순한 리드뿐이었다.

플레이볼!

이 컨버전이 시급한 포수를 리드할 선발 투수는 규진이 형.

선발 투수들 중 가장 경력이 있고 연륜이 있으니 당연한 맞춤이다.

플레이 볼!

순위의 윤곽이 확실히 잡혀가는 시기. 편하다면 편한, 불편하다면 불편한 경기가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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