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평화로운 불펜생활-66화 (66/190)

66화. 홀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양팀 선발은 황혁준과 추봉기.

전날 미디어 데이의 열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구장 만석!

포스트 시즌이 시작될 잠실구장은 또 한 번 만석이었다. 관객들이 아주 그득그득 찰 예정.

경기 시작 직전은 물론이고,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 할 짓이 없는 나.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불펜에 앉아 있었다.

팡!

혁준이가 캐치볼하는 걸 구경했다. 아주 전심 전력을 다해서.

“야.”

“네?”

“나 따라 하지 말라는 말 아직도 기억하냐.”

“네. 기억하죠.”

“그래. 그대로 해.”

진짜 가만히만 있기는 민망하니, 쓸데없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불펜의 문을 열고 나가는 혁준이의 등이 새삼 커 보였다.

뉴비 때는 그렇게 어려 보일 수가 없었는데, 어느새 팀에서도 1선발인 데다가 심심하면 국대에서도 볼 수 있는 녀석이 되어 있었다.

믿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로 나설 첫걸음을 아주 잘 떼 줄 거라고 믿을 수 있었다.

플레이 볼!

그 믿음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굳굳!”

“뽈 좋아!”

그라운드에서 혁준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이들은 물론이고 벤치에서 대기하는 인원들 또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우석이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낼 때도, 김성훈을 삼진 잡아낼 때도, 명규가 친 타구를 본인이 직접 처리할 때도.

따악―

“갔다아아악!!”

“이명진! 이명진! 이명진!!”

노히트노런.

큰 무대에서 대기록을 작성하겠다던 패기는 시작부터 박살이 났다.

많아 봐야 시즌에 5개 아래로 치는 녀석의 홈런이 바로 지금, 한 방 터졌다.

그러나, 명진이의 홈런으로 달아오를 줄 알았던 분위기는 곧바로 가라앉았다. 이후 2, 3, 4번 모두 삼진.

포스트 시즌의 자격.

포스트 시즌은 상위 팀들의 잔치다. 상위 팀들은 당연히 수준이 높다. 수준 높은 팀들의 경기는 당연히 수준이 높은 경기여야 한다.

아주 당연한 논리를 잘 따르는 경기였다.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잡고.

4회까지 양 팀 선발 투수들이 허용한 점수를 합하면 단 한 점.

좀처럼 안타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 투수가 하나쯤 쳐봐라, 하며 던져줘도 뒤에 있는 야수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도 안타가 될 법한 공을 억지로 잡아내 병살로 연결하기까지 하는 명규의 호수비에는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5회가 되었다고 해서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삼진, 내야 땅볼, 외야 뜬공. 복사와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양 팀 선발 투수들의 성적표는 똑같았다.

7회 초. 4번 타자 오영빈은 더 이상의 평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팀의 세 번째 안타를 쳐냈다.

이어 김태훈도 안타를 쳐서 나갔다. 시작하자마자 안타 두 개로 3루를 제외한 베이스가 채워졌다.

당연하게 타임이 걸렸고 투수 코치님이 혁준이를 향해 올라갔다.

규학이까지 세 명이서 잠시 대화를 나누며 흐름을 다시 우리 쪽으로 가져와 보려고 했다.

다시 6번 타자부터 시작하게 되는 7회 초. 150km대 초반에서 놀던 공이 갑작스레 156km가 찍혔다. 그것도 김명준의 몸쪽에.

당황한 듯 전광판을 구경하는 타자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일단 이번 타자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띡―

“투투! 두 개 잡아!”

“바로 1루!”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땅볼.

안전하게 잡아 2루로 토스해 하나를 우선 잡아낸 뒤 명진이가 한 발자국 옆으로 빠져 1루로 던졌다. 순식간에 카운트 두 개가 올라갔다.

주자가 3루에 도착하긴 했지만 카운트 두 개를 잡아냈다는 점이 더욱 컸다.

기어를 한 단계, 두 단계 끌어올린 지금 혁준이의 공은 7번 타자 정도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공이 아니었으니까.

딱―

“아니…….”

…라는 생각은 초구부터 빗나갔다.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와 시작부터 화끈하게 돌린 타구가 진형이 앞에 떨어졌다.

기껏 더블 플레이로 카운트를 두 개를 올려두고 허무하게 한 점을, 동점을 허용해 버렸다.

“야, 정신 차려!”

“괜찮아, 또 내면 돼!”

어딘가 힘이 빠진 듯 보였지만 우리 덕아웃에서 나오는 잡음을 인지한 혁준이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윤재관으로부터 삼구삼진, 동점을 허용했다는 분노가 담긴 투구.

“혁준이는 여기까지 하자.”

불펜으로 돌아온 혁준이가 내게 이야기했다.

“아,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한 점…….”

“우리가 또 내면 되지.”

팡―!

한 점.

포스트 시즌에서의 한 점의 가치는 정규 시즌에서의 한 점보다 몇 배는 크다.

수준이 높은 팀들의 경기인 만큼, 그 한 점을 내는 것에 대한 난이도가 급상승하기 때문.

차라리 6회까지만 던지는 게 나았으려나요.

아냐, 한 점 주고 한 이닝 막는 게 나을 수도 있어.

7이닝 1실점보다 6이닝 무실점의 가치가 더 크다. 혁준이 본인도 알고 있는 것이다. 8회에도 올라오려는 듯 재킷을 입고 있는 추봉기의 꼬라지를.

“커브!”

“아이, 까브!”

팡!

고작 한 점 줬다고 침울해하는 혁준이는 뒤로하고, 난 내 할 거 했다. 내 할 것을 대비했다.

바로 이어질 7회 말 공격은 8번 규학이부터. 시작이 조금 아쉽지 않을까, 생각했을 무렵,

대타, 장주호.

빠른 승부수가 띄워졌다. 경기 후반이기는 하지만 승리를 위해선 두 번의 수비가 남았음에도 포수 수비라는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규학이가 빠진 것이다.

왜?

일견 이해는 가능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점수를 낸다면, 8회와 9회를 맡게 될 투수들의 높은 경험치가 마이너스 요소를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겠지.

그러나 이를 위한 절대적인 전제 조건,

딱―

이렇게 된 이상 어찌 됐든 점수를 최소 한 점 뽑아내야 한다는 것.

주호는 망설임 없이 초구부터 휘둘렀다. 몸쪽 깊게 박히는 직구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 것이다. 타구의 질도 좋았다. 추정 비거리 125m.

“파울―!”

폴대 안으로만 들어갔다면 충분히 홈런이 됐을 타구. 상대 팀에겐 안심을, 우리에겐 아쉬움을.

하지만 당사자인 주호는 그리 큰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헬멧을 고쳐 쓰고, 배트 목을 만지작거리며 타르를 충전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추봉기에게선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볼!”

유인구였을까, 아니면 손의 힘이 슬슬 빠져가는 걸까.

높게 빠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는 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골라낸 뒤 한 발자국 물러섰다.

이내 공이 반구되고 투수가 재정비를 하는 동안 주호도 설설 배트를 휘적거리며 포인트를 찾고 있었다.

3구째.

“스투롹!”

각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예리하게 꺾이는 커브가 예쁘게 존으로 떨어졌다.

배트가 시동을 걸기는 했지만 어딘가 어긋난 타이밍에 굳이 배트를 내지는 않았다.

곧장 투수에게 공이 반송되는 동안에도 주호는 가만히, 가만히 추봉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쳐줘라. 할 수 있지, 할 수 있을 거야…….”

포수라는 포지션을 메인으로 잡고 있는 야수에게 있어 멸칭이나 다름없는 단어, 대타감.

주호는 입단하고 지금까지 계속, 계속 그런 단어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본인의 능력인 것을.

하지만 지금 주호가 서있는 곳은 타석.

포텐만큼은 성현이만큼,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평가를 받는 타격 또한 주호의 능력치다.

그리고 지금,

따악―!

와아아아악!!

“…갔다.”

본인의 모든 능력치를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갔다악!”

“주호야아아!!”

1루 베이스에 다다랐을 무렵, 타구가 완전히 담장을 넘어간 것을 확인하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됐다, 됐어!”

“주호야악!”

“새끼, 하나 하네!”

퉁퉁퉁!

팀원들은 주호의 뒤통수를 냅다 갈기며 축하했다.

…후두부.

슬쩍 이명진 같은 헛소리가 떠올랐지만 꺼내지 않았다. 흐뭇하게 주호를 바라본 뒤, 시선을 떼고 팀 내 또 다른 포수에게 집중했다.

“싱커.”

“씽카!”

팡!

굳이 8회까지 나와 홈런을 한 대 더 얻어맞은 추봉기는 이후 자존심인지 뭔지, 교체를 위해 올라왔던 투수 코치의 말을 무시하고 훈이와 승부를 이었다.

딱!

만용, 혹은 탐욕이란 단어로 대체 될 수 있는 피안타를 하나 더 얻어맞고서야 자기네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교체된 불펜 투수의 연습 투구를 노려보며 명진이가 열심히 스윙을 돌리는 모습이 잡혔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여러 번의 스윙으로 타이밍을 맞춰봤지만, 야구계의 격언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니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모든 말이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괜히 초구부터 건드려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곧장, 불펜의 문이 열렸다.

띠링―!

[포스트 시즌, 어게인!]

- 1이닝 무실점하세요. (0/1)

- 보상 ― 전 구종 +1

내심 내가 등판하고 나서 맞을 8회 말에 점수를 내면 내가 승리 투수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생각은 빠르게 사라졌다.

불펜한테 승리가 뭔 의미가 있다고.

승리 투수라는 감투가 탐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세이브가, 또 그것보다는 홀드가 나에겐 더 큰 왕관이다.

팡!

어느새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는 주호를 향해 연습 투구가 시작됐다.

홀드.

8회 초를 막자. 막으면 뒤는 어떻게든 되겠지.

“주호야!”

“예!”

다섯 개쯤 던졌을 무렵, 내 머리보다 빠르게 주둥이가 움직였다. 괜히 불러보고 싶어서 부르긴 했지만 막상 할 말은 없었다.

“…잘하자!”

“예에에엑!!”

대답 대신 괴성을 들었다. 덕분에 마음이, 긴장이 풀렸다.

9번, 1번, 2번. 또 만나겠네.

대기 타석에서 내 투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 강석영을 보니 우석이가 생각났다.

선두 타자의 뒤에 서있겠지. 굳이 보지 않아도 확실하다.

플레이!

연습 투구가 끝나자마자 강석영이 뛰어들어 왔다. 키는 그냥 평범한데 매우 마른 타자.

정말 말랐다. 진짜 말랐다. 어떻게 저 몸으로 3루수를 보는 걸까, 싶을 정도로.

바꿔 말하면, 잘해 봐야 단타.

“스투롹!”

일단 슬라이더부터 집어넣어 봤다. 프레이밍이 약한 주호가 걱정되어서 바깥쪽, 확실히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때문에 약간 몰리긴 했지만 지켜보자는 마음이 강했던지 이쪽에선 카운트 하나를 꽁으로 얻게 되었다.

뭘 던지면 좋을까. 바깥쪽 싱커? 바깥쪽 체인지업? 몸쪽 싱커? 세 번째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도어로 들어가는 슬라이더, 프론트도어로 들어가는 싱커. 바깥에서 안쪽으로 모이는 느낌, 이번 타석에 대한 컨셉은 그렇게 잡아보기로 했다.

“끅!”

몸쪽 공은 위험하다.

타자가 맞을까 봐?

아니, 몰리면 맞으니까. 때문에 더욱이 자신감을 갖고, 더욱이 강하게 던져야 한다.

곧장 공이 손끝에서 떠나자마자 순간 느껴졌다.

아, 깊다.

타자가 맞을 곳은 아니지만 존에 스칠 듯한 볼로 갈 지역.

빵!

“스투롹, 투!”

옹?

주호의 미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평소의 보이던 어설픈 움직임이 아니다.

규학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멋진 프레이밍으로 박수 쳐 줄 수 있는 동작.

얼떨떨함은 나도 느꼈지만 다른 누구보다 타자부터가 더 강하게 느끼고 있을 거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자.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 리 없다.

“파울!”

“보올―”

“파울―”

싱커, 슬라이더, 직구 세 개를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늘어난 건 볼 하나. 세 개 연속 빠른 계열 공이 몸쪽으로 갔으니까, 바깥쪽 체인지업 한 번 더 가보면 좋을 것 같은데.

엄지, 그리고 검지.

콜링도 수업받았니, 주호야. 어쩜 내 생각을 그리 바로 맞춰냈을까.

놀라움에 두 눈가가 커지는 것을 순간 막지 못했다. 프로답지 못하게.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직구처럼 던져라. 다만 일부러 밀어던지 듯이, 절대 때리지 마라.

투수 코치님이 체인지업에 대해 해주셨던 조언. 충실히 이행했다.

부웅―!

“스윙, 아우웃.”

좋았다는 의미로 검지손가락으로 주호를 쿡 찔렀다. 그에 대한 반응은 미소.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 3루 쪽으로 공을 던졌다.

연례행사마냥 마운드를 한 바퀴 돌고 허리를 숙여 로진을 잡았다. 치덕치덕 바르던 것도 모자라게 느껴져 아예 들고 퉁퉁 튕기며 다시 돌아오는 공을 잡았다.

1번 타자, 최우석.

너냐.

나다.

녀석이 타석에 설 때 내가 눈으로 이야기했고, 녀석이 타석에 들어와서 눈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이전 타석 강석영에게 건드렸던 컨셉, 이번 타석에 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새끼손가락으로 어깨를 가리켰다. 주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사인이 반송된다. 이를 받고 다시 주호에게 반송한다.

빵!

“스투롹!”

옹?

몸쪽 싱커가 통했다.

아니, 통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잡힐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이전 강석영에게 던졌던 싱커처럼, 주호는 멋진 프레이밍을 다시 보여주었다. 뽀록이 아니라는 것을 표정으로 대변했다.

오케. 인정.

시즌 말미부터 진행되었던 특별 수업이 효과가 있었는갑지.

다시 내 쪽에서 사인이 출발했다. 이번엔 검지손가락으로 모자와 글러브를 터치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

틱!

“파울!”

바깥쪽 걸치는 걸 노리고 던진 슬라이더였는데 날아가다 조금 풀린 모양인지 애매하게 들어갔다. 놔뒀으면 볼이었는데.

우석이 얘가 바깥쪽에 절대 약한 애가 아닌데. 이상하게 나랑 만날 때면 바깥쪽이 약점이 된다.

그럼 그걸 이용해 줘야지. 주호는 지금 내가 뭘 던지고 싶어하는지 알까.

다시 한번 엄지, 그리고 검지.

알고 있었다. 똑같이. 흐뭇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미소가 우석이에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 녀석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그립을 바꿔 잡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최대한 세게 던지자. 팔만.

왼 다리가 들린 뒤 빠르게 고관절이 움직였다. 최대한 빠른 골반 회전은 빠른 팔스윙을 만들었지만 뻣뻣하게 굳어 있는 손목은 앞선 과정을 모두 묵살시켜 버렸다.

바깥쪽 직구처럼 가다가 더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 바깥쪽에 상대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또 강제로 그곳을 인식시켜 놓은 우석이를 상대하기에 아주 좋은 구역.

생각했던 것처럼 우석이의 배트가 나오는 게 보였다. 노브가 보이다 사라졌다. 저기까지 오면 절대 배트를 멈출 수가 없다.

아.

그러나 이내 또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스핀이 덜 먹은 공은 그만큼 더 떨어져,

투닥―!

바운드가 된다는 것. 땅바닥에 공이 메다꽂히는 방향으로 주호가 빠르게 움직였다.

평소의 주호라면 절대 생각할 수가 없는 움직임. 바운드되는 공을 자기 배로 막아내고 재빨리 집어 우석이를 태그했다.

너… 달라졌구나?

오글거리는 대사를 생각나게 하는 움직임. 주호는 그런 대사를 들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다음으로 나선 김성훈 역시 5구만에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 종료.

더불어,

띠링―!

[포스트 시즌, 어게인!]

- 1이닝 무실점하세요. (1/1)

- 보상 ― 전 구종 +1

제구 ― 최상

구위 ― 중

체력 ― 중

포심 ― 59+1=60

커브 ― 52+1=53

슬라 ― 40+1=41

스플 ― 41+1=42

체인 ― 48+1=49

싱커 ― 46+1=47

특성

해탈 ― 어떤 타구, 상황에도 그러려니 합니다.

불편 ― 상대하는 타자가 타석에서 투수를 보면 어딘가 불편하게 만듭니다.

편안 ― 본인을 보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낍니다.

모처럼 전 구종 플러스까지, 완벽.

“주호, 연습 많이 했는갑네.”

“여기, 보이십니까.”

주호가 보여준 것은 왼손바닥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텐데도 멍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붉은 기를 띠는 손바닥.

“…고생했다.”

이것 하나만 보고도 유추가 가능했다. 지금 이놈아 무르팍은 죄다 까져 있겠지.

“네!”

하지만 녀석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밝게 웃으며 같이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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