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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불펜생활-73화 (73/190)

73화. 연락

플레이오프까지 마치며 원하 챌린저스의 공식적인 2018시즌 무브는 끝이 났다.

시리즈 스코어 3 대 1.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어졌던 선전은 오히려 아쉬움을 키웠다.

아, 이때 이랬으면.

아, 이때 안 그랬으면.

야만 없이라지, 물론 하등 쓸모없는 가정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니까 해볼 수 있는, 또 프로 선수이기에 나타내야만 하는 아쉬움이었다.

시즌이 끝나자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서 문자나 전화가 많이 왔다.

가장 먼저 어무이한테. 또 한 해 고생했다, 아픈 데는 없냐, 구구절절,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모자지간은 두 시간 동안 오디오를 꽉꽉 채웠다.

이번에 쉴 때 내려갔다 와야겠다.

그리고 민영 씨. 언제나처럼 고생했다, 내가 제일 멋있었다, 우리 언제 볼 수 있냐, 힘이 되는 말의 연속이었다.

그녀에게 답장을 하는 내 입가엔 항상 미소가 가득했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은서 씨에게도 개인적인 연락이 왔다. 치킨 기프티콘과 함께.

웬일이냐 물어보니 인터뷰할 때 치킨 먹고 싶다 하지 않았냐, 고생한 거 같아서 보내준다, 툭툭 쐈다.

[아니, 그거 은퇴하고 나서 얘기라니까.]

[아, 그럼 은퇴하든가!]

[진짜 해?!]

[쏘리.]

일전에 짧은 만남이었던 일렉트릭… 아니지, 에쎈트릭의 서연 씨와도 아주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다.

주로 그쪽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날아오면 적당히 대답하는 정도.

이번에도 고생했다, 우리 기획사 사장님이 내 팬이라더라, 그런 간단한 이야기가 오갔다.

친구 놈들과도 여럿 연락을 주고받았다. 같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석이나 명규, 헌철이와 현진이 등등.

특히 현진이 이놈은 장장 1,000자에 달하는 대형 편지를 보내 내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 외 경배라든지, 민영 씨를 소개해 줬던 대환이한테도 연락 왔었고… 기타 TV 예능 프로그램이라거나 야구와 관련이 있는 미튜브 등지에서도 섭외 연락이 오기도 하고.

아, 롤링스톤즈 쪽에서도 연락이 왔다.

시즌 끝났으니 내년 글러브 견적 내보자 이런 이야기. 올해 맺었던 계약은 반 년짜리 계약이었기에 계약도 갱신할 겸, 새로 오더도 낼 겸.

그리고…….

“아, 예.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오후 6시쯤. MBS 방송국의 이영진 해설위원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이영진, 그가 누구던가.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가 지난 아직까지도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재작년 박해진이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서기 직전까지 그 기록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어쩐 일이세요?”

- 아, 한울 씨. 연말에 알죠? 자선 야구 대회.

“아, 네. 알죠.”

- 이번에 우리 팀에서 좀 섭외하고 싶은데. 가능해요?

“…오.”

매년 연말마다 찾아오는 자선 야구 대회. 올해는 거기에 나도 참가하게 될 전망이다.

“정확하게 일자가 언제인가요?”

- 예정상으로는 12월 9일로 잡혀있어요. 일요일이야.

“12월… 9일…….”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 언저리엔 딱히 중요한 일정은 없다.

“네. 괜찮을 것 같아요.”

- 아, 좋아좋아. 그럼 한울 씨도 참석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저도 이영진 선배님 쪽 팀으로 갑니까?”

- 내가 섭외 전화했으니까, 내 팀으로 데려와야지.

“아익, 감사합니다.”

-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예, 들어가십쇼.”

뭔가, 재미질 것 같은 마음에 흐흐, 하는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 가장 미친… 아니, 정신 나간 선수는 누구일까요?라고 물어보면 대략 절반 정도의 인원이 나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럼 그 기대를 충족시켜줘야겠지.

이영진 해설위원과의 전화 통화를 마치고 음소거시켜 두었던 TV의 소리를 켰다.

- 안녕하십니까, 프로 야구 팬 여러분.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지만 선수들의, 그리고 그 누구보다 팬 여러분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에 이곳 잠실야구장은 아직도 덥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와, 말 멋있는 거 봐.

관록이 넘치는 대한민국 제1 야구 캐스터의 멘트는 한 사람의 야구인이라면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는 멘트였다.

- 안녕하십니까, MBS 캐스터 권명훈입니다. 오늘 한국 시리즈 5차전은 최수현 해설위원, 그리고 김형철 해설위원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십니까.

키가 크고 잘생긴 마스크의 해설위원 한 명, 그리고 눈이 작고 안경을 쓴 해설위원 한 명. 그 사이에 껴 있는 캐스터가 고개를 숙이자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후 권명훈 캐스터는 앞선 네 경기를 간략하게 요약했다.

상수가 먼저 세 경기를 연달아 이긴 뒤 동성이 한 경기 힘겹게 가져갔다, 뭐 그런 얘기.

좌우에 포진되어 있는 최수현 해설위원과 김형철 해설위원에게도 간단하게 향방을 물어보기도 하고.

똑똑―

“배달이요―!”

그럼 잠시 뒤, 중계석에서 뵙겠습니다, 라는 멘트를 하는 도중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왔구나, 왔구나아, 하는 즉석에서 작곡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치킨을 받았다.

오늘 선발 선수들의 라인업, 또 배팅 오더를 들으면서 힘으로 비닐을 뜯어냈다. 작은 상자 두 개를 꺼내고, 소금을 준비했던 종지에 쏟아붓고.

무는 꺼져.

“…쟤는 대체 뭘 처먹고 저러는 거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맥주. 생맥주를 받아 잔에 꼴꼴꼴 따르는 중 보인 박해진의 3경기 성적.

11타석 8타수 8안타 4홈런 11타점.

“미친 새… 억!”

말 같지도 않은 수치에 받은 감동의 여운이 너무 컸던 나머지 맥주가 잔을 넘치는 것도 몰랐다.

무릎 언저리가 축축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곤 대충 근처에 있던 수건을 집어 들었다.

“흠…….”

닭다리를 씹어대며 경기를 지켜봤다.

먼저 세 경기를 연달아 승리를 거두었기에 4차전은 쉬어간다는 의미가 강했다, 라는 최수현의 해설위원의 말마따나 5차전은 압도적이었다.

선발은 잘 막는다. 타선은 점수를 낸다. 불펜과 수비는 그 점수를 꽉꽉 묶어놓는다. 필요한 상황에서 벤치는 필요한 지시를 내린다.

노잼?

“와…….”

아니, 개꿀잼.

항상 콩라인을 유지하는 동성이라면, 아니면 그냥 우승이 귀찮아질 법도 한 상수라면 또 하나의 재미없는 시리즈가 완성되는 현장이겠지.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근데 보다 보니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예술.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벤치의 한 명 한 명이, 수뇌부의 한 명 한 명이 모두 딱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은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게임 스코어 4 대 1. 시리즈 스코어 또한 4 대 1.

우승을 그리 밥 처먹듯이 매년 하는데 질리지도 않는가보다.

저렇게 해맑게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니 속이 쓰렸다.

“우리도…….”

우리도 할 수 있겠지.

* * *

짧게 이틀 정도는 정말 먹고 자고 밖에 하지 않았다. 아아아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지어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않았다.

아… 세상 모두 나 같았으면…….

일단 잡혔던 약속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몇 년 만인지도 까먹은 엄마랑 아부지 얼굴이나 보러 가려고 했다.

근데 오지 말라고 아주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이틀 정도 더 백수 생활을 이었다.

시간 순서상, 롤링스톤즈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올 시즌 중간에 맺었던 반 년짜리 계약이 슬슬 끝났으니, 내년을 위한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가 온 것이다.

“…이게 뭐예요?”

“내년에 한울 씨가 쓸 거.”

모교에 기부를 하면서 부쩍 친해진 롤링스톤즈의 제작부장님, 그리고 그때 뵈었던 영업부장님까지 셋이서 만나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제작부장님은 새로운 글러브를 보여주셨다. 디자인 자체는 이전의 글러브와 완전히 똑같다.

11.5, 바둑판웹에 검지 커버는 없는 모델. 변화된 점은 단 한 가지였지만 이것 하나가 글러브의 모든 것이었다.

“와… 때깔 진짜…….”

새빨간색!

검은색 계통의 올해와는 다르게 아주 빨간색이 돋보이는 배색은 당연히 내 맘에 쏘옥 들어왔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내년 계약 체결.

업체 측의 두 분과 맛있게 식사를 한 뒤 작지 않은 크기의 상자 세 개를 차 뒷자리에 고이 모셔두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자 두 개를 작은 방으로 가져왔다. 뚜껑을 열고 비닐을 벗겨내고 함께 받았던 글러브 받침대에 글러브를 각각 꽂았다.

검은색 하나, 빨간색 하나.

부장님께선 내년에 쓸 글러브까지 하나 더 만들어주시며, 올해의 모델을 소장용으로 하나 더 만들어주시겠다는 약속을 두 배로 지켜주셨다.

트로피 하나, 글러브 두 개. 그리고 옆에 조만간, 트로피 하나가 더 세워지겠지. 응응.

그리고 다음 날은 또 민영 씨와의 만남.

“고생하셨어요!”

짝짝짝짝짝!!

호들갑스러운 박수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녁 메뉴가 차례차례 세팅되는 걸을 구경하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평소라면 민영 씨가 하는 이야기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지만 오늘은 살짝 달랐다. 민영 씨가 질문을 하고 그에 내가 길게 답변하는 느낌.

“자선 야구 대회요?”

“네. 얼마 전에 이영진 선배가 이야기했거든요. 한번 나와주지 않겠냐고.”

“오… 포지션은 어디로 나가는 거예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아직 안 정해진 것 같아요. 투수랑 포수는 아닐 테고 적당히 외야에 낑겨 주지 않을까요.”

“근데 투수가 아니면 타격 하셔야 되는데 괜찮으세요?”

“아.”

그러네.

“…진짜 게임도 아니고 이벤트 대회니까요. 제가 삼진 먹어도 좋아할 거예요.”

히히…….

민영 씨는 그렇게 웃고 말을 이었다.

“항상 한울 씨한테 삼진 당하던 타자들의 기분을 알게 되시겠네요.”

“알죠. 모를 수가 없죠.”

“에? 투수인데요?”

“고등학교 때는 저도 타격 했는데요?”

“에.”

왜 놀라시남.

“지명타자 안 쓰시구요?”

“야잘잘이라는 말 아시죠, 민영 씨.”

“네.”

흐흐.

이번엔 내가 그렇게 웃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내 가슴 왼편을 쿡쿡 찔렀다.

“그게 접니다.”

“오, 오오오……!”

훗.

“근데 왜 예전엔 성적이…….”

으풉―!

“…그렇게.”

케흑, 아흑, 쿱, 으헑!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날아온 공격에 사레가 세게 들려버렸다. 조금 전 찔렀던 가슴께를 퉁퉁 세게 때리며 얼른 안정을 찾았다.

“후…….”

숨이 자유로워지자 남은 건 독기였다.

“헤헤…….”

아, 사라졌다.

“지금 최고면 됐어요, 지금 한울 씨만 한 투수가 어딨다구요!”

“예… 그렇죠…….”

하하.

“날짜는요?”

“다음 달 9일이래요. 일요일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민영 씨도 오실래요?”

“12월 9일이요? 아…….”

어딘가 애매한지 얼른 핸드폰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확인한다. 그러다 금방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변신하여 내 맘을 아프게 했다.

“…그날 엄마 생일이라서… 아…….”

“아… 아이고…….”

“하아… 가고 싶은데에…….”

“어, 어쩔 수 없죠, 하하, 하…….”

야구를 참 좋아하시는구나.

허허 웃으며 남은 음식들을 모두 비웠다. 계산하고 식당을 나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항상 혼자서만 타던 차에 오랜만에 두 사람이 탔다.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식당 때와는 다르게, 차 문이 닫히고 네비를 찍고, 기어가 내려가고 천천히 출발하고서도 둘 사이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조용히.

혼자 탈 때가 아니고선 노래를 틀지도 않기 때문에 차 안은 조용했다.

딸깍, 딸깍―

이따금 오른쪽으로, 혹은 왼쪽으로 이동할 때 나는 소리.

빠앙―!

혹은 저녁 길거리 자동차들이 화를 내는 소리 정도.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하긴 했지만 나는 딱히 어색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편안함, 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그 경계선을 운전하고 있었다.

“…저기, 한울 씨.”

하지만 민영 씨는 생각이 조금 달랐는지 살짝 운을 띄웠다. 그때가 도착까지 5분 정도 남았을 무렵.

“그…….”

“네네.”

“…….”

막상 운을 띄우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5초 동안의 대화 이후, 다시 둘 사이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지만 전방 주시 태만으로 저세상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꾹 참고 앞만을 쳐다봤다.

“그…….”

딸깍, 딸깍―

그러다 오른쪽 차선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오자 오른쪽의 사이드미러를 보고, 아주 짧을 새에 민영 씨와 눈이 마주쳤다.

어딘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되나 싶은 표정.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 편안이 여기서도 발현됐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 강성현 선수가요! 이제 FA잖아요!”

누가 봐도 대충 때우는 목소리. 다른 얘기다. 하려던 얘기는 저게 아닐 터.

“아, 네.”

어렴풋한 추측 속에 일단 수면 위로 떠오른 이야기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딱히 뭐라고… 이야기 안 해요? 한울 씨랑 꽤 친하잖아요.”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맞는데, 그 이전에 비즈니스 관계니까요. 제가 그놈한테 남으라고 남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년에 한울 씨 FA 때는 뭐라고 했어요?”

“가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성현이가 그런 말 안 했어도 남았을 거예요. 순수하게 원하가 좋아서 남은 거니까. 그런 것까지 녀석한테 강요할 수는 없죠. 가면 가는 거고, 남으면 남는 거고. 남으면야 저도 좋죠.”

국가대표급 우익수, 놓치면 병신 소릴 들을 거다.

“원하가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저도요. 막말로 제가 있는 팀인데요. 강해져야죠.”

“근데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안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요?”

“네.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건 아는데, 딱히 영입도 없이, 어디 가는 사람도 없이 지금 있는 사람들이 우승하는 게 보고 싶어요.”

“음…….”

그냥 우리끼리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네요.

“할 거예요.”

언젠가 영진 씨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대화였다.

“우리끼리.”

“보여주실 거죠?”

“네. 물론이죠.”

“올해 끝났으니까, 앞으로 2년밖에 안 남았어요.”

“뭐가요?”

“한울 씨가 했던 공약. 작년에 그랬잖아요, 3년 안에 우승한다고.”

“아, 내가 왜 그런 소릴 했지. 속으로만 생각할걸.”

내 자책에 민영 씨가 꺄르륵 웃었다.

마침 도착한 민영 씨네 집. 으리으리한 아파트 입구 앞에 차를 세웠다.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보자, 또 연락하겠다. 으레 하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민영 씨는 조수석의 문고리를 잡았다.

“…한울 씨!”

“네?”

하지만 곧장 닫지는 못했다.

“저기… 또 연락할게요.”

“…….”

불과 몇 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가 뭘까.

“…네. 저도 연락 드릴게요.”

나도 웃으며 답변했다.

쿵―

묵직하게 문이 닫히고 자동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조수석 사이드미러를 흘끔 보니 얼른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 여인이 보인다.

아, 빨리 맘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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