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자선 야구 대회
사람들은 동경하는 존재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어느 가수를 동경한다면 그 가수의 창법이나 목소리를, 어느 배우를 동경한다면 그 배우의 몸짓, 표정 등을.
야구 선수를 동경한다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그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하여 직관하러 갈 때 입는다. 취미로나마 야구를 하는 이라면 그 선수의 폼을 따라 하게 된다.
여기서 돈을 조금 더 쓴다면?
‘원하 김한울 선수 게임 스펙 글러브 팝니다.’
이런 제목에 끌려 클릭을 하게 된다.
근데 이걸로도 만족을 못 한다, 내가 돈에 여유가 좀 있는 이들은 다른 곳을 본다.
‘원하 김한울 선수 실사 글러브 팝니다.’
가격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인지만 확인하고 바로 산다. 사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소장만 하는지, 아니면 자기가 야구를 할 때 쓰는지.
“흠.”
2018시즌 중 뒤쪽 절반가량을 함께한 검은색 글러브를 만지작거렸다.
관리를 썩 잘해 주지는 못해 먼지도 꽤나 묻어 있고 까진 부분도 좀 보인다.
그래도 내가 직접 썼던 건데. 사겠지.
자선 야구 대회는 단순 야구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야구’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자선’이라는 단어가 메인인 날인 것이다.
이 날은 자선이라는 단어가 붙은 또 다른 이벤트가 벌어진다. 바로 자선 경매.
참가하는 이들은 본인의 소장품, 또는 애장품들을 기부한다. 주최 측은 이 물품을 경매에 부치고 그 수익금을 전액 기부한다.
이 기부 품목에 나는 글러브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야구인인데. 야구 용품을 기부하는 게 좋겠지.
12월을 당도하고서도 일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의 날씨는 자연스럽게 춥다라는 단어를 내뱉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야구장에서 야구하다간 어디 하나 부러지기 딱 좋은 날씨.
하여 오늘의 이벤트전이 열릴 구장은 동성 호넷츠의 홈구장이자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구장.
“…음?”
고척구장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주 와야만 하는 곳이기에 이곳 환경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 이 시간대에 어느 정도의 차가 있는지도.
웬 사람이 이리 많지.
리그 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차량과 사람들을 보고 살짝 틀어졌던 고개는 금방 제 각도를 찾았다.
야구 선수뿐 아니라 여러 배우나 가수들도 출전하기 때문에, 또 그들을 보러 오는 사람 또한 많겠지.
야구 팬이라기보다는 특정 연예인들의 팬이라는 느낌이 들자 언제나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로 느껴졌다.
사람들을 슬금슬금 피해 구장 안으로, 또 1루 측 덕아웃에 도착했다.
“선배님.”
“아, 한울 씨. 와줘서 고마워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웃으시며 두 손을 내미셨다. 이에 질세라 그보다 더더욱 허리를 낮추며 예를 표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런 큰 게임에 초대해 주시고.”
“아니죠, 제가 더 감사하지요.”
까마득한 후배임에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주시는 선배님에게선 뭐랄까… 진짜 큰 사람의 아우라가 보였다.
직접 유니폼도 받고 오늘 포지션과 관련해서도 언질을 미리 들었다.
“저 포지션은 어디인가요?”
아니지.
“아니, 혹시 선발인가요? 아니, 선발 투수 말고, 선발 출전인가요?”
급소심해진 질문에 선배님께선 허허 웃으셨다.
“네네. 스타팅으로 넣어줄 거예요. 일단 3루 쪽 생각하고는 있는데. 다른 데 가고 싶은 데 있어요? 그쪽으로 해줄게요.”
“3루요?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럼 타순은요?”
“3번? 4번?”
“오메… 그런 중요한 자리에 저 같은 녀석을 넣어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그래야 재밌죠.”
“아, 그렇…….”
…이거 디스지?
“…4번 들어가겠습니다.”
내 하나 치고 만다. 진짜.
“좋아요. 4번에 3루로 넣어줄게요.”
일단 그렇게 포지션과 타순이 결정되고 같이 게임을 뛰게 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먼저 얼굴을 알고 지내던 선수들과는 가볍게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등의 근황 토크.
기타 처음 보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과도 친해지고 몇몇과는 번호까지 교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야… 출세했네. 이런 데까지 오고.”
“그러게요. 출세했네요.”
“왁!”
“왜요?”
“…깜짝이야. 은서 씨가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커다란 육신을 부르르 떨며 놀랬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은서 씨는 피식, 하고 비웃더니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왜긴요. 찍으러 왔죠.”
“이거까지 찍어요?”
“일단 원하 선수가 있으니까요.”
“아…….”
“뭔데요, 그 표정은.”
“오늘따라 왜 그리 뿔났어요.”
“뿔이 안 나게 생겼어요?! 나 지금 특근이야!”
아, 인정.
“근데 특근 수당 받을 거 아냐.”
“그렇기야 한데…….”
“그럼 열심히 하세요.”
“와, 꼰대.”
“라떼는 말이야…….”
“으!”
진짜로 극혐하는 모습에 끌끌 웃었다.
“오늘 축하 공연도 있는데. 누구 나오는지 알아요?”
“모르는데.”
“에쎈트릭 나온다는데요?”
“…….”
“저기, 진짜 설마 해서 물어보기는 하는데. 까먹은 건 아니죠?”
“에이, 설마.”
“누군데요?”
“…….”
“…….”
“아, 안다고! 그때 그 왜, 나 시구했던 사람 있는 그룹이잖아요.”
“와… 참 대단한 기억력이다.”
짝… 짝…….
영혼 없는 박수는 내 가슴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서연 씨랑 연락은 했었어요?”
“가끔씩. 연락 오면 그냥 답장해 주는 정도지 뭐.”
“왜요? 내가 한울 씨 입장이었으면 옳다구나 하고 들이댔을 텐데.”
“허튼짓할 생각 말라 했던 게 누군데…….”
그날 집에 가서 에쎈트릭에 관해 좀 찾아봤다. 얼마나 대단한 그룹이길래 은서 씨가 그 난리를 피웠나, 싶어서.
헐.
가장 먼저 가수라니까 노래나 한번 들어볼까 싶어 미튜브에 검색하니 나오는 에쎈트릭의 공식 계정. 구독자는 무려 4천만 명 가까이.
와! K팝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근데 그런 분들이 뭐 이런 데 와서 축하 공연을 한대요.”
“한울 씨 보고 싶어서 그쪽에서 특별하게 요청했다는데요. 마침 요즘 휴식기라서 딱히 할 일도 없다 그러고.”
“아. 어쩐지. 오늘 오는데 사람들 겁나 많더라.”
“그런 거죠.”
모르겠다.
“근데 오늘 원하 출신은 나밖에 없는데. 오늘도 내 특집이에요?”
“그렇죠?”
“흠. 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군.”
“그러니까 이상한 개드립 같은 거 치면 진짜 통으로 날려버릴 거야.”
“날 뭘로 보고.”
“꼰대.”
아씨.
쪼물딱이를 잠시 내버려두고 지나가던 헌철이를 붙잡았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글러브를 들어 보이자 녀석도 흔쾌히 본인의 미트를 챙겼다.
“좋겠네. 또 우승하고. 이젠 아주 그냥 우승하는 게 질리지, 그냥?”
“아, 질려. 이젠 우승하고 세리머니하는 것도 귀찮다.”
턱을 위로 치켜들고 거들먹거리는 꼬라지가 볼 만했다. 턱주가리에 이 공이 박혀버리면 참 좋을 텐데.
피디님, 방금 찍었죠?
네! 확실히 찍었어요!
아.
X돼 봐라, 새꺄.
“…근데 원하도 분위기는 괜찮지 않아?”
“나쁘진 않은데… 밥 먹듯이 우승만 하는 니네만 하겠냐.”
“흠.”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
“그런가?”
“아니면 뭐.”
“원하 정도면 꽤나 강팀 아닌가?”
오호.
“그 씬빡한 소리를 좀 더 지껄여봐라.”
“아니, 사실 그렇잖아. 꽤 괜찮은 선발진에 꽤 괜찮은 필승조 있고. 수비는 리그에서 제일 좋고, 타격도 꽤 괜찮고. 주루…도 나쁘지는 않지?”
“꽤 괜찮거나 나쁘지 않기만 해도 강팀인 거냐.”
“결국엔 밸런스잖아.”
밸런스라…….
“피디님, 여기는 잠깐 편집해 줘요.”
“네? 아, 네네.”
“우리 상수나 동성 말고 다른 팀들 봐봐. 특히 하위권 팀들. 거기는 특출나게 잘난 게 하나씩 있기는 하지. 근데 그것밖에 없잖아. 자기네가 가진 거 망가지면 아무것도 안 되는 팀들이고.”
가야는 모든 타자들의 주루들이 참 좋다.
비스코는 불펜이 매우 강력하다.
KP는 타격이 화끈하다.
한성…은 글쎄.
근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봉인되었을 때가 문제.
당장 올 시즌의 KP가 아주 좋은 예시가 되었다.
“거기다가 단순 포텐으로만 따지면 난 솔직히 원하가 제일 무서워. 동성보다.”
“왜.”
“말 그대로 포텐이잖아. 동성은 뭐랄까… 지금이 딱 맥스인 느낌이거든. 아마… 길어봐야 2년 아닐까, 강팀 놀음할 수 있는 게. 근데 원하는 음…….”
공도 안 던지고 그대로 헌철이가 생각의 수면 아래로 빠져든다.
“왜, 전문가들이 매년 뽑잖아, 4강 팀으로 누굴 예상하냐. 내년부턴 원하가 매년 낄걸. 한 10년은.”
강팀이라는 말.
“…그런 건 필요 없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왜?”
“우승을 해야지. 포스트 시즌 언저리에서만 놀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것도 그렇기야 한데…….”
“그러니까 좀 내려와.”
“헛소리하지 말고.”
꽤나 진지했던 이야기들과 함께 오갔던 캐치볼을 대충 마무리할 때쯤, 은서 씨가 다가와 다른 사람이랑들도 캐치볼 가능하겠냐 물어봤다.
이왕 신기한 사람들 많으니까 뽕 좀 뽑아보자는 이야기.
일단 기본적으로 여기 참가한 연예인들은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는 조건이 깔려 있다.
그런 그들의 우상 중 한 명이 바로 프로야구 선수.
다른 누구도 아닌 우상이 직접 캐치볼을 하자는 말에 그들은 감동, 또 감동을 하며 선뜻 글러브를 꼈다.
공을 던지는 자세에 대해 지적을 해주기도 하고, 또 투수이다 보니 제구와 관련된 팁이나 변화구와 관련된 팁 또한 대방출해 주었다.
“그럼 좀 나왔어요?”
“네. 이 정도면 소스는 많이 나왔어요.”
몸에 열이 적당히 오를 무렵 은서 씨에게 훅 다가가니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이따가 시합할 때 모습 정도 찍으면 될 것 같다고 하고.
슬슬 경기 시작까지 약 30분 정도가 남았다. 몸풀기를 마무리하고 덕아웃에 앉아 은서 씨를 쿡쿡 건드리며 놀고 있었다.
이내 시끄러워지는 장내에 뭐지, 하면서 쳐다보니 외야 적당한 구석에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저게 뭐야.”
“아, 나오나 보다.”
“뭐가요.”
“에쎈트릭!”
어벙한 건 나밖에 없는지, 우리 덕아웃은 물론이고 상대 덕아웃 사람들도 모두 난간에 몸을 기대고 2루 베이스 뒤편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도 절반 정도가 연예인이고 그런데, 찐월드스타는 다른가 보다.
장내 아나운서의 간단한 소개를 마치고 구장의 스피커를 통해 강한 비트의 노래가 틀어졌다. 시끄럽긴 한데 노래 자체가 좋으니 듣는 맛이 있긴 했다.
딱 세 곡.
에쎈트릭은 본인들의 노래들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노래 세 곡을 연달아 공연하고 여기저기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멋진 공연에 나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기세를 타고 시구와 시타까지 하고 있었다.
몇 개월 사이 연습을 많이 했는지 공을 던지는 서연 씨의 자세는 훨씬 좋아져 있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모습. 스승으로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 눈가엔 그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한울 씨, 오랜만이에요!”
“아… 네. 오랜만이에요.”
해맑은 표정 하며, 헤실실 웃는 표정 하며.
무대나 동영상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모습은 내가 받아들이기에 꽤나 큰 괴리감이 있었다.
“연습 많이 하셨나 보네요. 폼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한울 씨 폼 많이 보고 따라 했어요!”
“와아…….”
짝짝짝…….
뭐…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오늘 다치지 말구, 열심히 하세요. 쭉 볼게요.”
“네. 고생하셨어요.”
“네!”
이후 서연 씨는 자기네 멤버들과 같이 어딘가로 사라진다.
뻑―!
“윽!”
“형! 뭐야! 뭔데! 어떻게 서연이랑 아는 사이야! 대답해! 당장 대답해!!”
“야, 이건 좀 놓고…….”
그러자마자 갑자기 헌철이가 급발진하더니 서연 씨와의 사이를 추궁한다.
“아니… 전에 시구 지도해 줬던 적 있어서 그래.”
“아, 난 또 뭐라고.”
녀석은 그 한마디에 쉽게 수긍하고선 잡았던 멱살을 놓았다.
이건 이대로 자존심 좀 상하는데.
“가서 공이나 받어, 인마.”
놈을 훠이 물리쳐냈다. 설설 뛰어선 본인의 1루 미트 안에 있던 공을 내 쪽으로 굴렸다.
아, 내야 수비라니. 얼마 만이냐.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을 잡아다가 간단하게 스텝을 밟고 1루로 던졌다.
평소 투구 폼보다 낮은 팔각도, 그리고 평소 투구 거리의 두 배에 달하는 궤적은 기다란 호선을 그렸다.
나 다음은 유격수, 그리고 2루수, 다시 내 차례가 다가왔다.
“쎄간!”
패기 좋게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대한 앞에서 끊어 잡고 2루로 던…….
“악!”
“…….”
…진 공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악송구가 되었다.
중견수와 캐치볼을 하고 있던 우익수가 잡아 내야로 다시 돌려보낼 동안 투수의 연습 투구도 끝이 나버렸다.
오늘 선발 투수는 아까 나랑 캐치볼을 하며 함께 딜리버리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배우.
플레이 볼!
프로의 시선으로 보자면 일반인‘치고는’ 괜찮은 폼. 그러나 타자들의 수준 또한 비슷하다.
110km에 도달할까 말까 하는 공에 헛스윙을 비롯해 아름다운 헛스윙의 연속되며 가만히 서있다가 이닝이 끝나버렸다.
다시 우리 팀의 공격.
4번 타자라 넥스트 서클까지 들어가는 건 확정이라 일단 장비들을 하나둘 차기 시작했다.
헬멧 쓰고, 암가드 차고, 풋가드 차고. 혹시 몰라서 엄지울림 방지 고무링도 끼고.
부웅―! 부웅―!
덕아웃 밖으로 나가 설설 배트를 돌려봤다. 프로 선수 기준으로 잡아도 근력 자체는 꽤나 좋은 편에 속한 몸뚱어리는 공기를 살벌하게 갈랐다.
타자할 걸 그랬나.
1회 말 공격이 시작되고 우리 공격을 가만히 지켜봤다.
상대 팀 선발 투수는 KP 스타즈에서 좌익수를 전담하고 있는 이경무.
소녀 어깨로 유명한 외야수다 보니 포수 미트로 향하는 공들도 그리 위력적이지는 못 했다.
120km대 초반에서 노는 구속.
그러나 이것만 해도 아마추어들을 기준으로 하면 0.1티어급의 구속이다.
1번 타자는 삼진, 2번 타자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내 앞 헌철이의 타석. 자연스럽게 우타석에 들어간 뒤 타격 준비 자세를 잡았다.
저, 저, 저 양아치새끼, 저거.
이경무 또한 나와 비슷한 감정인지 웃는 얼굴로 헌철이를 손가락질했다.
그 손가락을 옆으로 슬쩍 옮기자 타자는 멋쩍게 웃으며 반대쪽 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편―안하게 느끼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딱-!
그래도 헌철이가 누구던가.
리그 최강 팀, 상수 타이거즈에서 주전 포수. 그리고 6번에 기용되는 타자가 아니던가.
고작 시야의 방향을 바꾼 것으로 120km따리 공을 못 칠 이유는 없었다.
힘 있게 받아 때린 타구가 빠르게 중견수에게 향했다. 녀석이 1루를 밟는 걸 보고 천천히 타석으로 향했다.
4번 타자, 김! 한! 울!!
아, 어색해.
다 같이 즐기자고 모인 자리, 타석에 서있는 나도, 내게 공을 던져야 할 투수도 모두 웃고 있었다.
그래야 재밌죠.
그러나 이내, 경기 직전 이영진 선배가 했던 말은 내게 오기가 들도록 만들었다.
쳐주겠어.
비록 상대 투수가 진짜 투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배트가 그 뭐냐, 카본 배트라고는 하지만!
부웅―!
하나 넘겨서 재밌는 타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어!
뻥!
“스윙, 아우웃!”
아, 그냥 재밌는 타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