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외전 - 꺼라
승리를 위하여! - 원하 챌린저스 일동
원하 챌린저스 일원들의 염원이 담긴 플래카드가 천장에 붙어있는 작은 회의실 안.
끼익―
“안녕…하십니까.”
한 남자가 쭈뼛거리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꾸벅, 고개 한 번 숙인 뒤 보인 회의실은 언제나와 같이 살풍경했다.
중앙에 책상 하나. 그 위에 노트북 하나. 그 옆에 카메라 하나. 그 뒤에 사람 하나.
“…오늘은 또 뭐예요?”
“오늘은 김한울 선수 특집입니다.”
“무슨 특집인데.”
“위키 아시죠?”
“그게 뭔데요.”
“다른 사람들이 김한울 선수에 대해 상세하게 적어둔 문서예요. 아마 김한울 선수가 모르는 김한울 선수의 이야기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그게 왜요.”
“오늘 그걸 읽으실 거예요.”
“이거 혹시, 다른 애들도 했어요?”
“아뇨, 김한울 선수가 처음이네요.”
음…….
자리에 앉은 한울은 맹-한 표정으로 은서를 쳐다봤다.
“저기, 미안한데.”
“네.”
“기분 탓인 것도 있긴 할텐데 그…아니, 그래. 컨텐츠 짜고 시도하고 하는 건 좋죠. 근데 왜 맨날 내가 첫 빠따야.”
“김한울 선수가 가장 놀리는 맛이 있….”
“…….”
“…….”
“야.”
“기분 탓이예요.”
“방금 놀리는 맛이라 했지.”
“기분 탓입니다.”
“…….”
“…….”
잠시 두 사람 사이 눈빛이 오갔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
대충 그런 분위기가 살짝 진행되다,
“앞에 노트북 있죠?”
은서는 낼름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한울 선수에 관한 문서 일단 띄워둔 상태니까요,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주시면 됩니다.”
“하아….”
“혹시 노트북 어떻게 쓰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죠?”
“…….”
“아, 그 옆에 마우스 있잖아요? 마우스 위쪽, 그리고 왼쪽 부분을 누르면 클릭….”
“알아!”
버럭 소릴 지르든 말든, 은서는 낭낭하게 웃으며 컨텐츠를 진행했다.
“그냥 읽으면 돼요?”
“네.”
“…예, 읽는 거 정도야.”
커다란 손으로 까만색 사무용 마우스를 짚은 한울은 드르륵드르륵 소릴 내며 마우스 휠을 아래로 내렸다.
왼쪽 팔꿈치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왼쪽 손엔 본인 턱을 올려놓고.
그렇게 읽기를 잠시,
“저기, 김한울 선수.”
“네?”
“설마 싶긴 한데, 혼자 읽는 건 아니죠?”
“뭐가요?”
“아니, 말로 읽어야지. 읽고, 팬 분들도 듣고, 또 그거 반응 보는 건데 혼자만 읽으면 어떡해요.”
“미리 말을 해줘야죠, 그건. 읽으래서 진짜 읽고 있었네.”
“바보야?”
“야!”
아이씨…….
한울은 작게 숨을 내고 익숙하게 마우스 휠을 클릭해 위로 쭈욱 올렸다.
“이름 김한울. 출생은 1989년 10월 21일. 키 188cm에 107kg. 양안초, 양안중, 양안고 나왔고 포지션은 불펜이고 투타는 우투우타. 지명은…이거 그냥 쭉 읽기만 해요?”
“네. 노잼인 부분은 편집하면 되니까요.”
“통편집 가능?”
“앞으로 김한울 선수 분량 통편집은 가능.”
“…쏘리.”
크흠.
“소속팀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계속 원하 챌린저스. 등장곡은…이거 뭐라고 읽어. 미키 발렌? 미키 발렌이 부른 와일드 카드.”
“미키 발렌은 작곡가 분이구요, 노래는 옆에 피쳐링했던 펠리 페라로라는 분이 부르신 거예요.”
“아…옆에 이거 작은 1은 뭐야. 뭐라 또 뜨는데 이것도 읽어요?”
“네네.”
“어…김한울의 등장은 원하 챌린저스의 와일드 카드와 같다는 의미에서 선정된 곡. 김한울이 등장할 때마다 응원석에서 터져나오는 떼창은 진짜 진풍경이다…라는데.”
“옆에 보시면 링크 있죠?”
“네.”
“그거 한 번 보실래요?”
“어….”
은서의 말에 고분고분히 따르자 한울은 미튜브 창 하나를 보게 되었다.
팬이 직접 찍은 듯 화질도 썩 좋지 않고 음질 또한 마찬가지지만,
- 와아아악-!!
- 욜럽 이저 왈 캇!! 폴딩 이저 할팥!!
- 김한울!! 김한울!! 김한울!!
한울에 대한 원하 챌린저스 팬들의 애정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와, 이게 여기서 보니까 또 다르네. 난 맨날 마운드 나가면서 듣잖아.”
“어떻게 다른데요?”
“좀 더 와닿는다고 해야되나. 좀 더 멋있다, 이렇게 보니까…아, 그리고 병역은 면제고. 종교 없고 연봉은 7억 5천. 수상은 홀드왕 2회. 별명….”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면 한울은 잠시 고개를 들어 은서를 쳐다봤다. 왜 그러냐는 은서의 표정을 보곤 다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지만,
“…….”
뒤이어 나와야 할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러세요?”
“아니. 나 별명이 왜 이래.”
“별명이 왜요.”
“…요리킹 조리킹 부조리킹.”
풉.
은서는 차마 참지 못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니가 올렸지.”
“아, 아닌데요?”
“주장이 된 2019시즌 취임식에서…앞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부조리와 폭압을 약조하겠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했다고 한다…어머나 무서워라….”
풉.
“…….”
한울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마우스 휠을 주욱 내렸다.
“아, 이거 사진 뭐야. 이거 멋있다.”
[김한울이 삼진을 잡고 덤덤하게 포수 문규학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
그리고 그 아래엔 KBO 정상급 선수들이 김한울 선수에 대해 남긴 코멘트가 몇 줄 있었다.
[제가 국내 최고 투수라고 다들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김한울 선배님께선 저보다 몇 배나 뛰어난 선배님이십니다 - 동성 호넷츠 이현진]
[솔직히 그 전엔 그냥 그러려니 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이젠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때문에 김한울은커녕, 원하 챌린저스만 봐도 치가 떨린다 - 비스코 러너즈 배덕현]
[이상하게 그 형 마운드 올라가면 너무 잘해서 좀 재미가 없다는 정도(와알왁아!!) - 원하 챌린저스 황혁준]
[나쁜 새끼 - 성운 호크스 최우석]
이 코멘트들을 모두 읽어본 한울은,
“현진이는 여기서도 이러고 있구나. 얜 진짜 제정신 아니야. 덕현이 형님은 좀 죄송스럽고…혁준이 얘도 제정신은 아니고.”
가볍게 한줄평을 남겼다.
“원하 챌린저스 소속의 대한민국 야구선수. 데뷔하고 10년 동안 빛을 발하지 못 하다가 투구의 감을 잡고 성적을 빵 터뜨린 뒤 KBO리그 최초로 40 홀드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오…….
“고작 몇 년 사이에 130km가 간당간당한 구속에서 150km 후반까지 때리는 구속을 내며 5가지의 변화구, 그리고 메이저리그급 최정상급의 제구력을 갖춘 투수이다. 오….”
“인정하세요?”
“다 맞는 말인데. 인정해야지.”
“그럼 그 다음 문구는요?”
다음 문구?
“원하 챌린저스의 주장직을 맡고 있으며, 주장 취임식 때 뱉은 짧은 연설문으로 인해 요리킹 조리킹 부조리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
풉.
“웃지 마라.”
풉.
“…….”
“다, 다음 읽어주시죠.”
“하아…선수 경력은…뭐야. 왜 앞에 부분이 없어.”
“앞에 부분이요?”
“아니, 데뷔하고 16시즌까지를 무슨 한 문장으로 퉁치는데?”
“뭐라고 써있는데요?”
“그냥 16시즌까지 성적 퉁쳐놓고, 밑에다가 눈물이 앞을 가리는 성적이다, 그런데…까지 밖에 없어. 이게 맞아?”
“맞죠.”
“아.”
그러네.
한울은 빠르게 수긍하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17시즌. 본격적으로 반등을 알린 첫 시즌. 구속이 조금씩 상승하며 빛을 내지 못 했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멋있는데.”
“다음 시즌 것도 계속 읽어주세요.”
“18시즌, 1년 반짝이라는 시선을 말끔하게 벗어던진 최강의 불펜 에이스. 오…19시즌은 좀 읽기 싫은데.”
“왜요?”
“이거봐, 걱정했던 거 나오잖아 바로. 1년 반짝이 아니라 2년 반짝이었던 걸까? 그러나 시즌 후반 다시 본인의 위치로 회귀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준 시즌이래.”
“맞죠, 맞죠. 20시즌은 어떻대요?”
“전설의 레전드를 써가고 있는 20시즌이라는데, 이거 누가 쓴 거야. 이거 쓴 사람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아.”
전설의 레전드라니…….
쌉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울은 실실거리며 다음 문서를 읽었다.
“내 플레이 스타일도 있네?”
“네네, 그럼요. 다 있다니까요.”
“보자….”
17시즌까진 130km 초중반의 구속을 구사했으나 19시즌 후반부터 갑작스레 150km를 우습게 알더니 20시즌에 들어서선 150km 후반대를 쉽게쉽게 찍는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매우 뛰어난 점이 바로 구위. 박해진이 설명하기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은 알지만 김한울 선배의 직구는 정말로 떠오르는 직구다’라며 극찬했다.
“와…해진이가 이랬다고?”
“네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아니, 이렇게 얘기하는 애가 만나기만 하면 뻥뻥 날려대고 그래? 이거 그거 뭐냐, 그거잖아, 기만하는 거잖아.”
“그런데 요즘은 김한울 선수가 계속 박해진 선수 잡잖아요?”
“…그러네?”
직구도 직구지만 변화구도 매우 다양하다. 종 방향과 횡 방향으로 나누어던지는 슬라이더, 각이 매우 크고 예리한 커브, 김한울의 숨겨진 구종 가치 1위인 스플리터와 좌타자에게 악몽과 같은 체인지업, 그리고 김한울이 가장 즐겨 던지는 싱커까지.
무려 다섯 개의 변화구 모두가 KBO 최정상급 이상의 무브먼트를 보이며 이는 성적으로 충분히 증명이 가능하다.
“아, 변화구 얘기 나왔네.”
“따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긴 한데, 18시즌이었나? 슬라이더 버릴까 싶었거든요.”
“왜요? 지금 슬라이더가 얼마나 좋은데.”
“그땐 안 좋았으니까.”
“아….”
하지만 김한울의 진정한 무기는 바로 제구. 본인 표현으로는 ‘컨디션 좋은 날엔 cm 단위까지 제구가 가능하다’ 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cm 단위라는 게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의 어디를 쿡쿡 찔러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코너에서 cm 단위로 넣었다 뺐다 한다는 의미.
“여기 제대로 써있네.”
“어떤 거요?”
“cm 어쩌고 했던 거. 인터뷰할 때 말 한 번 잘못 했다가 이상한 오해 같은 게 생겨서요.”
“아, 제구?”
“기분 나쁜 오해 뭐 그런 건 아닌데. 좀…와, 저게 말이 돼? 저게 프로투수인가? 이런 느낌의 오해라.”
그리고 김한울의 피칭을 보다보면 아주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어떨 때는 구종 사인을 넘어 야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직접 관여할 정도로 플레이 자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구종이 많고 제구가 완벽하기 때문에 본인의 강점을 살리기보단 상대방의 약점을 물어 뜯는 볼배합을 즐긴다고 한다.(때린 데 또 때리면 알아서 아파할 거라고 얘기했다, 진짜다.)
이는 리그에 존재하는 모든 타자들의 성향과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그리고 본인 팀 야수들에 대한 큰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으로 보인다.
볼 배합 알아서 잘하고, 야수들 수비 위치까지 알아서 다 정해주고, 때문에 김한울과 배터리를 맞출 포수는 매우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문규학의 이야기론 오히려 너무 불편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사인을 내야할 때가 있는데 직장 상사한테 컨펌 받는 기분이라 너무 무섭다고.
실제로 김한울의 투구 이닝을 보면 인터벌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게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는 것 때문이지, 심호흡을 한다거나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부분은 매우 적다.
[김한울은 완성형 투수다. 어떤 포수를 앉혀놓고, 어떤 타자를 세워놓고, 심지어는 어떤 심판을 뒤에 놔도 언제든 승리를 가져다 줄 투수다. - MBS 해설위원 김수찬]
[글쎄요, 제가 좋은 성적을 냈던 건 양덕철 선배님이 워낙 리드를 잘해주셨던 거구요. 진짜 머리 좋고, 또 진짜 그 머릴 잘 쓰는 투수는 한울이죠. - 한성 위너스 감독 김선곤]
[저도 나름 경력 있고 수비 좋다 평가받는 포수잖아요. 아니, ‘포수’잖아요. 제가 사인 내고 투수가 던지는 거잖아요. 근데 한울이형한테는 사인 내는 게 무서워요. 직장 상사한테 컨펌 받는 기분이거든요. - 원하 챌린저스 문규학]
“아…볼 배합이랑 사인 얘기네.”
“이 얘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딱히 머리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근데 결과는 좋잖아요?”
“결과는 좋죠. 좋은데 이건 어…약간 그, 뭐라 표현하지? 첫 발을 잘 내딛었다?”
“출발이 좋았다?”
“아아, 네. 워낙에 내가 제구 좋다는 이미지가 잡혀가지고. 그 덕에 좀 더 이렇게 막…말도 안 되는 짓거리도 해보고, 또 그게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슬라이더는 종 방향과 횡 방향 두 가지를 나누어 던지며, 심지어는 낙폭을 줄이거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의 변칙적인 슬라이더도 던진다.
낙폭이 큰 대신 느린, 하지만 흐물흐물하게 떨어지는 게 아닌 제대로 꺾이는 커브 또한 일품. 프리미어12 대회 때 미국 해설진으로부터 아름다운 커브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여러가지 요소들 때문에 감춰져 있지만 스플리터는 어떤 의미로 보면 김한울의 진짜 무기다. 본인피셜 기복이 좀 있다고 표현하지만, 컨디션 좋은 날엔 스플리터만으로도 먹고 살만하다는 평가.
체인지업은 좌타자들에겐 특히나 악몽과 같다. 폼에 대한 구분이나 공 회전에 따른 구분도 전혀 되지 않는데 제구까지 완벽하니 이건 속을 수 밖에 없다고.
본인피셜, 언제 던져도 명분이 있다는 싱커는 가장 즐겨 던지는 구종이다. 김한울이 유주자 상황을 무서워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 싱커에 있다.
“변화구라….”
“김한울 선수가 정말 특출나게 변화구가 많은 편이잖아요?”
“특출나게 많은 편이긴 하죠.”
“헷갈리지 않아하나요? 포수들이?”
“헷갈려들 하죠. 특히나 저랑 처음 맞추는 포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투수가 나거든.”
“왜요?”
“머리 아프니까. 볼배합을 어떻게 해야하나, 이게 아니라 사인 기억하는 게 힘들어서 싫대요.”
“아. 그렇겠네. 근데 포수도 포순데, 김한울 선수도 헷갈리고 그러지 않아요?”
“…딱히? 그래서 보통 포수가 만들고 내가 외우는데.”
거기서 스크롤을 조금 더 내리지 김한울의 투구폼에 관련된 문서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와, 이게 뭐야?”
여러 번의 투구폼을 겹쳐서 만든 움짤.
[성운 호크스의 김성훈에게 삼구 삼진을 잡아낼 때 던졌던 직구 세 개를 겹친 움짤. 누가 보면 그냥 한 장으로 볼 수 있을만큼 오차가 아예 없다.]
“나 이런 거 처음 봐, 와….”
“김한울 선수 투구폼 자체에 대한 평가는 어떻구요?”
“내 폼? 멋있지 않아요? 키도 크고 덩치고 있는데, 막 휘적휘적하고 하면서.”
“멋있…죠.”
대체적으로 투구폼은 꽤나 멋있다는 평가. 특히나 와인드업 때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은 대열을 가다듬는 장군과도 같은 기백이 느껴진다.
라이트한 팬들은 김한울의 투구폼 중 외형적인 부분에 주목하지만 하드 팬층과 전문가들, 특히 엘리트 선수들은 김한울의 딜리버리에 집중한다.
보통 겉으로 보이기에 화려하기만한 투구폼의 경우 꼬임각이 과하다거나, 아니면 피지컬보다 스트라이드가 과해 ‘오버스러운’ 투구폼이 되기 십상인데, 김한울은 리프팅, 스트라이드, 꼬임각이나 코어 회전 등등 내실까지 완벽하게 잡았다 평가받는다.
[1루에 있던 1루주자를 멋진 견제로 잡아내는 모습]
[유격수 이명진과 완벽하게 합을 맞춰 아웃사이드픽으로 2루주자를 잡아내는 모습]
[인사이드픽으로 2루주자를 완벽하게 속여낸 뒤 직접 달려가 2루주자를 태그하는 모습]
주자 견제 또한 완벽하다. 세트 포지션 때 주자를 잘 묶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는 혼자서도 곧잘 잡아내기도 한다.
“견제. 주자 중요하지.”
“그러고보니까 김한울 선수는 신기하게 주자 있을 때 더 강한 거 같거든요.”
“주자가 있으면 오히려 볼 던지기가 쉽거든요.”
“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와인드업이랑 스트레치랑 어느 쪽이 더 빠른 공 던질 거 같아요?”
“스…트레치가 뭐예요?”
“아, 저기 셋 포지션.”
“아…당연히 와인드업 아니예요? 왜, 힘 쓰기가 더 편하잖아요.”
은서의 대답에 한울이 묘하게 웃었다.
“사실 별 차이 없거든. 어떤 투수들은 오히려 스트레치가 더 빠를 걸?”
“진짜요?”
“PD님이 얘기했잖아요? 와인드업은 힘 쓰기가 더 편하다고.”
“네네.”
“그게 함정이거든. 잘 쓰면 좋아. 좋은데, 힘을 쓰기가 더 편한만큼 과해지기가 쉬워요.”
“그…쓸데없는 힘이 들어간다? 어깨에 힘들어간다, 그런 건가보네요.”
“그치그치, 그거지. 그것도 그거고, 주자 있을 땐 오히려 또 그 뭐야,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늘어나는 느낌이라서요, 전.”
“어? 그건 반대 아니예요? 주자 있을 때 공 빠뜨리거나 도루주거나 하면 안 되니까.”
야구 팬이라면 완전하게 통용된 상식을 뒤엎는 말에 한울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사실 나라서 할 수 있는 얘기고, 또 포수가 규학이라서 할 수 있는 얘기긴 해요. 일단 도루의 경우는요, 내가 주자를 제대로 묶으니까 주자 스타트가 늦고 그렇게 뛰어도 규학이가 어깨가 강하니까 도루는 웬만하면 잡혀.”
“아…그러네.”
“그리고 볼 빠뜨리는 거. 폭투, 그것도 비슷하고. 내가 어느 정도 제구 수준이냐면, 스플리터를 바운드 시켜야 돼. 그럼 정확히 어느 지점에 스플리터를 꽂아야하는지도 컨트롤이 대충은 되거든.”
“와….”
“그리고, 타자가 속기 쉬운 포인트랑 포수가 블로킹하기 쉬운 포인트는 같아요. 최대한 포수 쪽에서 바운드되는 지점이니까.”
“아….”
“이런 거 저런 거 다 섞다보면, 오히려 주자 있을 때가 편하다는 거지. 주자 없을 땐 잘해봐야 아웃 하나지만, 주자 있을 때 잘하면 카운트 두 개거든.”
“와, 이거 영상 올라가면 꽤나 화제되겠어요.”
“엘리트들이 좀 봤으면 좋겠네. 아, 물론 그렇다고 일부러 주자 내보내고 그러란 소리는 아니예요?”
공을 던지고 난 뒤 제 5의 내야수라 칭해지는 투수. 때문에 투수는 투구 후 수비도 중요하다. 김한울의 표현으로, 투수 수비가 좋으면 경기 내적으론 성적을 낮춰주지만 경기 외적으론 얼굴에 직빵 맞고 저 세상 가는 걸 막아준다고.
[타구 속도 167km 짜리 라이너 타구를 잡아내는 모습]
[3루측 파울라인으로 굴러가는 번트 타구를 잡아 온 몸을 향해 1루로 던져내는 모습]
[1루 땅볼에 미친듯이 뛰어 베이스 커버를 완료하는 모습]
[투수 앞 땅볼을 잡아 여유롭게, 그리고 정확히 2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잡아내는 모습]
김한울은 본인이 이야기한 투수 수비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지켜내는 투수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뚫기 힘든 원하 챌린저스 내야가 더더욱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플레이 스타일은 여기로 끝이네. 다음 꺼 읽어요?”
“네네.”
“평가…내 평가인가. 원하 챌린저스가 10년 동안 김한울은 묵힌 이유는 분명히 있었…아, 이거 좀 오글거리는데.”
2015시즌, 모처럼 좋은 투구 내용을 마친 김한울에 대한 기사가 하나 등장했다. ‘인상적인 투구로 이닝을 마친 김한울’. 이에 대한 댓글로는 ‘나올 때마다 인상 쓰게 하는 투구라 인상파 투수’.
2016시즌까지와 2017시즌부터의 성적이 이보다 더 극명하게 갈릴 수가 없는 투수다. 마치 성장했다는 게 아니라 이거 아예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
특히나 올해 2020년, 아직 시즌 중반 정도 밖에 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평균자책점 0점을 기록하며 김한울은 더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라 김한울은 의심 쩍은 눈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특히나 가장 대표적인 의심이 바로 약…….
덜컹- 쾅!
“아니, 진짜. 내가 도핑을 몇 번을 하는데 아직까지도 약물 타령이야. 진짜 개빡치네? 아니, 진짜 이제 초면인 사람 앞에서 바지 벗는 짓 좀 나도 그만 하고 싶다고, 내가, 내가 진짜 여러분, 내가 진짜 딱 5분만 보여드려요? 예?”
“보여주면 고맙….”
아니.
“…진정하시고. 그만큼 김한울 선수가 워낙 드라마틱하게 성적이 반등한 거라 시기와 질투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후우….”
은서의 말에 어렵게 진정을 되찾은 한울은 다시 자리에 앉아 다음 문서를 읽었다.
“여담이면, 그냥 다른 일상적인 얘기인가보네.”
“아, 네.”
“음….”
원하 챌린저스 1호 또라이.
“어떤 놈이야.”
“네?”
“이거 누가 썼어.”
“김한울 선수 팬들이 쓰셨을 거예요.”
“내 팬이 나한테 또라이라 하는 게 말이 돼?”
“근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
한울은 반박하지 못 하고 조용히 다음 문장을 읽었다.
“…김한울, 이명진, 남기성, 원하 챌린저스 내 점심 나가서 사먹을 것 같은 세 명 중 당당하게 큰 형 포지션을 맡고 있…다….”
“맞죠.”
“…….”
에쎈트릭의 서연이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현한 적이 있다. 김한울의 성적이 좋아지기 전인 14시즌부터 쭈욱 멋있다 느꼈었다고. 하지만 2020시즌이 끝난 뒤 김한울은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터라…….
상술한 것처럼 2020시즌이 끝난 뒤 유부남이 될 예정이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일반인 여성과 1년 정도의 열애한 뒤 본인이 먼저 프로포즈했다고 한다.
취미로는 온라인 야구 게임인 풀카운트를 즐겨한다고 한다. 제일 아끼는 선수는 바로 본인이라고.
타고 다니는 차량은 원하의 리마인. 원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꽤나 높아 원하 브랜드의 차, 핸드폰 등등을 모두 사용한다.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선수로는 한규진 선수, 팀 외적으로 가장 친한 선수는 동성 이현진과 성운 최우석 선수를 꼽는다.
팬 서비스와 관련해선 단연코 국내 야구 선수들 중 최강으로 꼽힌다. 본인의 팬서비스에 대해선 본인 기록이 너무 좋지 않을 때 이런 거라도 잘해야하지 않나 싶어 열심히 사인 연습을 했다고.
때문에 김한울 정도의 연차가 사실상 최고참급인 원하 챌린저스의 특성상 팀의 팬 서비스는 가히 8개구단 중 최고로 꼽힌다.
원하 챌린저스 공식 미튜브에서 유난히 사랑 받는 남자다. 자타공인 분량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
끼익―
읽고 있던 와중 갑자기 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문 쪽으로 향했다.
“…어디 가요?”
“아, 잠깐 물 좀 가져올게요.”
“좀 이따가 할까요?”
“아뇨, 그냥 계속 읽고 계세요. 이 부분은 편집하면 돼요.”
“예, 뭐…원하 챌린저스 공식 미튜브 PD 왈, 놀릴 때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라고 답했….”
으힛!
“야아아!!”
사자후를 터뜨린 한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얼른 문을 열고 뛰쳐나가며 영상이 종료되었다.
qqyr****
ㄴ그 와중에 피디님 보여주면 고맙지는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rhw****
ㄴ역시, 미튜브 PD에게도 부조리하는 그는…….
fsgq****
ㄴPD님, 김한울 선수한테 부조리를 받고 계시다면 다음 영상에서 당근을 흔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