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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불펜생활-158화 (158/190)

158화. 리드

7월이 얼추 마무리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원하 챌린저스에 소속된 선수 대부분은 원래의 자리를 유지했다.

변동이 좀 있다고 해봐야 2군, 혹은 1.5군급 선수들의 미래를 보고 데려오거나 보낸 정도.

주춧돌이 되는 팀원들은 이 상황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올해는 진짜 작살내야지.”

“될 거 같은데.”

“야야, 너무 설레발 치진 마라.”

“이 새끼 역적이다!”

“목을 칠깝쇼!”

“쳐라아아!”

미친놈들인가.

“저기, 선배님.”

“엉?”

적당히 나이대 비슷한 녀석들끼리 꼴값 떠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주호가 나타났다.

뭐 할 얘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앉아서 얘기하지. 보는 사람 더 불편하게 마주보는 자리에 서서 굽신거리고 있다.

“왜?”

“그…혹시 잠깐 이야기 가능하세요?”

“되지. 뭔 얘기하고 싶은데?”

“리드 관련해서 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리드?

“투수 리드?”

“예.”

그걸 왜 나한테?

“규학이는? 배터리 코치님도 계시고.”

“두 분한테도 여쭤봤죠.”

“맘에 안 들디?”

“맘에 안 드는 건 아니구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얻은 이야기를 좀 종합해보려구요.”

“음….”

경기 전, 주호가 다가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명분은 충분했다.

“오랜만에 선발이라고 긴장했구만, 야.”

“예…좀.”

다른 팀은 몰라도 원하 챌린저스의 경우 포수 자리만큼은 규학이가 너무 단단하게 꽉 붙들어 매고 있다.

수비는 두말할 것도 없이 리그 최고. 타격은 한 번 각성한 뒤 살짝 폼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포수치곤 나쁘지 않은 정도.

게다가 팀, 그리고 투수들 입장에선 정말 다행이지만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에겐 아주 청천벽력 같이 느껴질 그 강철 체력까지.

“감 잃은 건 아니지?”

“그럼요. 맨날 훈련하고 연습하고 맨날 그러는데요.”

하지만 이는 필시 백업의 개념을 잠시 잊어버리게 만든다.

아니, 그 반대지.

혹시라도 규학이한테 무슨 일이 생겨 포수 자리에 공백이 생겨버렸다면, 그땐 오히려 백업의 의미를 더욱 큼지막하게 만들어버린다.

아주 역설적인 의미로 말야.

“요즘은 무슨 연습하냐? 요즘도 캐칭?”

“캐칭은 맨날 하구요. 코치님도 그렇고 규학이형도 그렇고, 캐칭만큼은 무조건 맨날 하라고 해서요.”

“그럼. 캐칭 중요하지.”

난 아직도 니가 볼로 만들어버린 그 무수한 스트라이크들을 잊을 수가 없단다, 주호야.

“블록은?”

“블록이요? 어…일단 그쪽은 딱히요. 그냥 공 잘 잡고 홈 앞에 서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요.”

덩치만 따지고 보자면 팀뿐 아니라 리그에서도 특출나게 거대한 녀석이다 보니 블록에 대해선 유일하게 규학이를 앞선다 평가받는다.

물론 주자 블록도 나름의 기술을 요한다곤 하지만, 주호 정도면 피지컬로 압살해버리기 때문에… 언젠가 배터리 코치님은 그런 말까지 하셨다.

아…니는, 그냥 공 잡는 것만 생각해. 잡고, 막아. 이래 막아. 그냥 막아. 그럼 주자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

근데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게 아니고.

“아니, 말고. 주자 말고, 투구 블로킹.”

“아.”

“그쪽은 좀 어떻디?”

“제 입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해주시더라구요.”

“그건 맞아. 옛날처럼 전혀 말도 안 되는 폭투는 많이 사라지긴 했어.”

주호는 확실히 옛날보다 나아졌다.

다만 아직까지도 불안함을 많이 노출하는 것이,

“근데 볼배합은 잘 모르겠어요….”

바로 볼배합.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면 수비진을 이용하는 방법.

오랜만에 선발이겠다, 또 이 기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 속성이나마 나에게도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음…일단.”

“네.”

이게 속성으로 강의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지.

“너 오늘 끝나고 뭐하냐.”

“저…마무리 훈련 좀 하다가 집에 가죠.”

“그럼 끝나고 나랑 밥이나 먹자.”

“밥이요?”

“밥 좀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나 해보자는 거지.”

“아, 좋죠.”

그냥 간단한 조언 정도나 생각했을텐데,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주호는 기뻐하며 커다란 덩치를 둥글게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어떻게 하죠?”

“아…오늘.”

“예.”

“일단 오늘은 한번 보자. 네가 일단 어떻게 하는지 보고, 그거에 맞춰서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거든.”

“그것도 그건데, 당장 조언이라도 간단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조언이라고 해봐야….”

이따가 밥 먹으면서 오늘 경기에 대한 복기를 주우욱 잇는 건 주호의 미래에도 아주 좋은 일일 거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당장 잠시 후에 마스크를 써야하는 주호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호야.”

“예.”

이런 상황에서, 간단하고 짧게 주호의 사고방식을 뒤틀어 줄 한 마디가 뭐가 있을까.

“오늘 선발 규진이형이잖아.”

“네.”

“그냥, 죄다 한가운데에다가 꽂아버린다고 생각해.”

“네?”

“직구, 커브, 체인지업. 이 공 세 개 갖고 어렵게 섞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존 한가운데에다가 꽂아버린다고 생각하고 한번 리드해봐.”

* * *

그냥 단순하게 가라. 단순하게 존 한가운데에다 죄다 꽂아버린다고 생각해라.

이 말을 주호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진 모르겠다만,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선발로 나선 규진이형은 6.2이닝 3실점. 구원 등판한 석민 선배가 긴급하게 0.1이닝을 막고 지호가 1이닝, 경석 선배가 1이닝.

다만 규진이형이 나름 호투했고, 나머지 불펜진들도 좋은 투구를 펼쳤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한 건 좀 아쉽다.

그래도 어떡해, 타선이 한 점 밖에 못 낸 게 투수들 탓은 아니잖아.

따라서,

“신경쓰지마. 포수 잘못 아니니까.”

생삼겹살을 담아온 접시를 나무판 삼아, 생삼겹살을 옮길 접시를 나무망치 삼아 탕탕탕 두드리며 포수의 무죄를 선고했다.

“그래도…제가 리드 잘해서 점수를 안 줬다면 이기는 게임이었던 거잖아요? 스코어만 두고 보면.”

근데 포수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지.

내가 좀 더 타자의 생각을 잘 읽었다면.

내가 좀 더 잘 잡아 스트라이크로 만들었다면.

내가 좀 더 투수에게 믿음을 줬다면.

포수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겠다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포수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체인지업이 맞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어요. 완벽하게 타이밍 뺏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또 기어코 쳐내고….”

주호도 이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비슷한 생각을 하며 눈앞의 삼겹살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거, 고명현한테 맞은 안타 얘기하는 거잖아.”

“네.”

6회 말, 선두타자였던 9번 김석호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최용환에게 안타까지 얻어맞긴 했지만, 조희진에게 1루 땅볼 하나를 뽑아내며 급한 숨을 일단 돌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타자였던 고명현에게 좌선상 2루타를 맞으며 2점을 허용.

남동근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명승주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난 뒤 거기서 석민 선배와 교체됐지.

그렇게 6.2이닝 3실점이 완성됐다.

“내가 만약에 그 상황에서 포수였다면 말야. 아니, 내가 만약에 규진이형 입장이었다면 말야.”

“네.”

“나 같았으면 고명현 걸렀어.”

“에?”

뭘 ‘에?’야.

“고명현이랑 규진이형이랑 상대 타율 아냐?”

“어…정확하게 수치까지는 몰라도 한규진 선배가 좀 더 강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맞지.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도 대충 2할이 좀 안 될 거야.”

“맞아요.”

근데.

“7회 때, 고명현이 몇 번째 타석이었어.”

“7회가 세 번째 타석이었죠.”

“그럼 앞에 두 타석 고명현 기록은 뭐였어.”

“첫 번째가 우전 안타고, 두 번째가 우중간에 2루…아.”

짝!

“알겠냐?”

“오늘따라 한규진 선배 공이 잘 보였나 보네요.”

주호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두 눈을 땡그랗게 만들며 박수를 쳤다.

“아니.”

그거 아닌데.

“예?”

“첫 번째 타석이랑 두 번째 타석 볼배합 얘기해봐.”

“그….”

몇 시간 전의 일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기 위해 주호는 커다란 머리통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첫 번째 타석이 몸쪽 직구 두 개로 카운트 잡고….”

“아니아니. 던진 게 어떻게 카운트 잡았는지까지 얘기해야지.”

“아, 그….”

갑작스럽게 추가된 필터링에 주호의 대답은 더욱 인터벌이 걸려버렸다.

“초구에 몸쪽 직구 지켜보고 몸쪽 직구 하나 더 던져서 파울 난 다음에…몸쪽에 빠지는 직구 하나 더 본 다음에 바깥쪽 커브가 안타 맞았죠.”

“그 빠지는 직구, 3구째에 체크 스윙 나왔던 건 왜 빼먹어.”

“아, 맞다.”

“두 번째 타석은.”

“몸쪽 직구에 파울 한 번 난 다음에 바깥쪽 직구 얻어맞고 2루타 됐죠.”

“그리고 세 번째는?”

“바깥쪽 커브랑 바깥쪽 직구 차례대로 한 번씩 지켜본 다음에 몸쪽 직구에 파울 나고, 그다음 몸쪽 직구에 한 번 더 파울나고. 그리고 바깥쪽 체인지업에 안타 맞았죠.”

“이젠 그걸 쭉 나열해서 생각해봐. 왜 내가 규진이형이었다면 고명현을 그 상황에서 걸렀겠다 얘기했는지.”

갑작스럽게 내밀어진 문제에 주호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생각을 시작했다.

이따금씩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니 뭔가 연결점을 찾아가는 것 같다.

“알겠어?”

“모르겠어요.”

…라는 건 내 착각이었고.

“오늘따라 고명현한테 규진이형 공이 잘 보인 것 같다, 라는 네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 근데 내가 원했던 건 그걸 포함한, 좀 상위 개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거야.”

“어떤 건데요?”

“일단 고명현이 앞서 친 안타 두 개가 전부 바깥쪽 공을 끌어다쳤다는 건 너도 이제 알겠지. 그리고 반대로 몸쪽 공엔 영 타이밍을 못 맞추고.”

“그럼 몸쪽 공으로 승부를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위험하게 거를 것까지야….”

1사 2, 3루에서 일부러 타자를 내보내 만든 만루는 수비진 입장에서 수비하기 수월해진 게 맞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만루에서 단타만 맞아도 2점이고 큰 거 한 방이면 네 점이다. 심지어 만약 고명현을 내보냈다면 상대해야 할 타자가 4번타자니까.

그런 의도로 이야기했을 때, 주호가 가지는 의문은 당연하다.

“오늘 고명현이 몸쪽 직구에 파울이 난 게 몇 번이야?”

“그….”

잠시 한 번 더 생각에 잠기더니,

“다섯 번이네요.”

“안타 맞았던 세 번째 타석 빼면 세 개지?”

“네.”

“야구에 만약이라는 게 없다지만. 만약 세 번째 타석, 거기서 체인지업이 아니라 몸쪽에 직구를 한 번 더 들어갔다면 그땐 아마 홈런 맞았을 거야.”

“진짜요?!”

“계에에에속 몸쪽 직구에 타이밍 맞춰줬잖아. 고명현 정도면 그 정돈 충분히 할 수 있는 타자야.”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몇 번이고 몸쪽 직구를 보여주며 타이밍을 맞춰줬다.

몸쪽에 비해 바깥쪽 공들은 꽤나 잘보였는지 툭툭 잘만 건드려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고명현 정도나 되는 타자면, 세 번째 대결에선 몸쪽 공도 충분히 대처가 되는 타자다.

원래가 몸쪽에 강한 타자니까.

“아….”

알겠다는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완벽히 이해는 못 한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고명현 등장하자마자 그냥 딱 걸러버리는 거. 근데 이건 솔직히 나도 못 했겠다. 앞에 두 타석 가지고 섣불리 걸러버리는 건 좀 어려웠을 거고.”

“거른다 하시지 않았어요?”

“거르지. 볼 두 개 먼저 주자마자 나 같았으면 바로 걸러버렸을 거 같은데. 앞에 안타 맞았던 건 다 바깥쪽이야, 몸쪽은 이제 타이밍 맞을 시기야. 그러느니 거르지.”

하도 이야기에 집중해서 그런가, 어느새 삐쩍 말라버린 삼겹살을 구석으로 슥슥 치워냈다.

“볼배합이라는 게 진짜 어려운 거야. 정말 어려워. 왜 어려운지 알아?”

“맞으면 안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어려워서요?”

“맞는 말인데. 좀 더 그…적나라하게 얘길 하자면 생각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거든.”

타자의 성향, 투수의 구질, 심판의 위치, 현재 이닝, 현재 점수차, 주자 상황, 수비 위치.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만 해도 이렇게 한 손으로 셀 수가 없는데, 꼭꼭 숨겨진 요소들까지 찾아내자면 볼배합은 정말 밑도 끝도 없어진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게 뭔지 알아?”

“공부 열심히 하는 거요?”

“뭔 공부를 해.”

“선배님 하는 거처럼 막 타자 공부하고, 투구 이론 공부하고 뭐 그런 공부요.”

“아니, 그거 다 쓸데없고.”

“진짜요?”

“…아니, 다 쓸데없진 않은데.”

주호가 이상한 물이 들까봐 차마 그렇게까지 얘기하진 못 하겠고.

“단순해. 틀 자체를 없애버려.”

“틀이라….”

“사실 이게, 볼배합이라는 게 정답은 없어도 정석은 있잖아. 높은 직구 보여주고 낮게 떨군다든지, 바깥쪽에 느린 거 보여주고 몸쪽에 빠른 거 찔러넣는다든지.”

“그렇죠.”

“그런 걸 생각하지마. 그냥 초구부터 바닥에 떨궈버려. 몸쪽에 커브 던지고 바깥쪽에 직구 던져버려.”

이런 내 의견을 오늘 고명현과의 승부에 대입해본다면…….

“나 같았으면 세 번째 타석에서 초구에 몸쪽 스플리터나 슬라이더를 던져봤을 거 같다.”

“초구부터요? 그것도 볼이잖아요.”

“볼은 볼이지. 근데 볼이 다 똑같은 볼이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다.

“볼 관리가 투수한테, 그리고 포수한테 왜 중요한데. 만약 타자한테 제대로 아웃을 뺏어낼 확신만 있다면, 명분만 있다면 초구부터 3구까지 죄다 저 하늘로 던져버려도 돼.”

“그래도 돼요?”

“왜 안 돼? 내가 그러는데.”

“근데 선배님은 볼빨이 좋으니까 통하는 거 아니에요?”

아주 일리 있는 지적이다.

“야, 냉정하게 17년도, 18년도에도 내가 볼빨이 좋았냐?”

“그건….”

하지만 나 또한 일리가 있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경우긴 해. 시작부터 이미지가 아주 제대로 박혀가지고, 내가 이상한 짓을 하면 오히려 예상을 못 하거든.”

“아…네.”

“아니 여기서 왜 이걸 던지지? 실투인가? 아니면 뭐 다음에 특별한 수가 있어서 그런가? 사실 그거 진짜 아무 생각없이 던진 건데 말야.”

이 이야기를 당장의 주호가 이해하긴 어려울 거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어.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완벽히 이해했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다음 게임에 적용해도 통하지는 않을 거야.”

“왜요?”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잔인한 말이긴 한데, 팩트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러거든. 이 타자가 몸쪽 직구에 강하다, 그럼 난 몸쪽 직구에 아싸리 던질 때도 많아. 넌 그걸 보고 뭔 생각을 할 거 같아?”

“선배가 생각이 있으니까 던졌겠지….”

“근데 나 말고 다른 투수한테 네가 몸쪽 직구를 요구해서 던졌어. 그럼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할까.”

“거기 던지면 위험한데 왜 던지냐….”

“그치.”

현실을 마주한 주호는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근데 실망하지는 말어. 그리고 그 실망 때문에 네가 지금 하는 훈련, 공부, 연습, 이런 것들 그만두지도 말고. 그게 다 나중에 가면 엄청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런가요….”

“이 타자가 몸쪽 직구에 강하다는 걸 내가 몰랐다면 역의 역을 노리기 위해서 내가 거기다 던질 수 있었을까? 오히려 배팅 타이밍에 던져서 큰 거 한 방 맞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

“그거네요. 어떤 공을 어떤 타이밍에 던지느냐, 같은 계산도 필요하다.”

“맞긴 한데, 그건 좀 더 심화과정.”

아마 빨라봐야 내년 중반이 지나서 주호가 완벽히 이해하지 않을까.

“얘는 내가 여기에 강한 걸 모르나? 같은 느낌이 아니라, 얘는 내가 여기에 강한 거 알면서 이걸 왜 던지지? 이런 느낌이 들게 하는 거야. 그게 요점이야.”

“네. 이해했습니다.”

주호는 한결 짐을 덜어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린 뒤,

“이모! 여기 삼겹살 4인분이요!”

마음 편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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