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김형철의 돌직구 - 기자에겐 기자의 본분이 있다]
기자는 뭘 하는 사람일까.
어떤 사건, 혹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럼 뭘로 돈을 벌까.
본인이 쓴 기사를 사람들이 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보단 그 곁다리에 껴있는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
중간과정을 상당 부분 뛰어넘긴 했지만 기본적인 알고리즘 자체는 이와 같다.
그렇다면 그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무얼 해야할까.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쓴 기사를 보고, 또 그 조회수를 광고사에 알리며 더 큰 광고비를 받는 것.
이 과정 중에 중요한 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쓴 기사를 보는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쓴 기사를 보도록 유도하게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인정한다. 치열한 취재열기 속에서 본인이 쓴 기사가 그 누구보다 먼저 읽혀야 화제가 되고, 화제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테니까.
근데 이건 아니지 않나?
‘과거에 비해 타격 기술들이 성장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 얘기가 어떻게 과거 선배님들을 비하했다는 건지….’
‘두 눈 질끈 감고 휘둘렀다라는 말이 안 보고도 칠 수 있다, 뭐 그렇게 바뀌었던데요?’
‘전 조만간 결혼하면서 다른 여자 찾는 이상한 놈이 됐더라구요.’
특정지어 어느 선수라 이야기할 수는 없다만 실제로 피해를 입었던 선수들의 이야기다.
최근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늘어나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선수는 한순간에 까마득한 선배들을 비하하는 예의없는 사람이 됐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길래 그냥 이 악 물고 휘둘러 영웅이 된 선수는 한순간에 상대 투수를 무시하는 기만자가 됐다.
프런트 직원이 험한 일에 휘말려 상황을 해결해준 선수는 한순간에 그 직원한테 추파를 던진 인간 쓰레기가 됐다.
시간이 지나며 각 뉴스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눈도 높아졌다.
명명백백, 이제 사람들은 뉴스 기사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안에서 거짓과 참을 1차적으로 구분하려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려 애쓰는 건 아닐까, 싶은 안타까움도 든다.
그들의 의도대로 당장은 그게 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에, 이런 일이 반복된 미래에도 독자들이 옳다구나 하며 그들의 기사를 읽어줄까?
최소한 필자 본인은 안 그럴 것 같다. 기사 제목만 본 뒤 ‘아, 또 시작이네’ 하고 넘길 것 같다.
기자들, 이런 사건의 과거 피해자였던 입장에서 말한다. 제발 부탁한다. 그만해라.
djg****
근데 사실 기자도 기잔데 이상한 소리하는 놈들이 더 문제임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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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l****
김영식 기자님 당신 얘기니까 처웃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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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q****
김형철 이분도 현역 때 기레기들한테 많이 당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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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실 요즘에야 인터넷이니 SNS니, 세상과 소통할 창구가 더 늘어나고 더 다이렉트해졌다.
하지만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2000년대 극초반, 90년대 후반 정도까지만 해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건 뉴스와 신문밖에 없었다.
그 시절, 그 누구보다 이와 관련한 피해를 입었던 분이 있다.
MBS 해설진 중 한 명이자 6년째 야구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김형철 선배님.
선배님이 활약했던 96년 언저리, 그 시절 선배님에 대해 나온 기사 내용들을 종합해보자면…….
일단 기본적으로 1시간 지각하면 그 날은 빨리 나온 거고.
선후배는 물론 당시 팀 감독님에게 반말과 욕설은 기본.
팬들한테 폭언과 폭행은 아주 자연스럽게 깔려있던 행위고…….
기사 내용들로만 보자면 선배님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만 한 5번 당하셨을걸?
물론 정직한 기자들도 있고, 또 그들과도 나름의 친분이 있었기에 정직한 기자들을 통해 정정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근데?
참 웃기지, 사실에서 이역만리나 벗어난 얘긴 그렇게 쉽게 퍼지고 그렇게 깊숙히 파고드는데 ‘진짜 사실’은 금방 사라진다는 게.
실제로 선배님께선 이런 소문들 때문에 결혼하는데 굉장히 많은 애를 먹으셨다고 한다.
저런 쓰레기랑은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내 딸이랑은 결혼 못 시킨다!
실제로 면전에서 들었단다.
다행스럽게 시간이 지나며 그간의 진실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며 원래의 명성을 되찾게 되었다는 뒷말이 씁-쓸한 이야기.
다른 누구도 아닌, 이런 직접적인 과정을 겪었던 이가 이렇게 장문의 칼럼을 연재했기 때문에 이 또한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요즘 기자들 쓰는 뽄새가 좀 심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말 아 다르고 어 다른 건 본인들이 더 잘 알 텐데 이 정도면 정말 노린 거다.
정말 작정하고 뿌리부터 뽑지 않으면 아마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일 거다.
팬들도 본인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앞으론 읽을 내용만 읽겠다, 잘 골라 읽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Your love is a wildcard, Folding is the hard…….
“여보세요? 아, 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근데 이걸론 좀 부족한데.
- 한울이, 잘 지내나?
“저야 뭐…하던 거 맨날 하고 그러죠. 형님도 똑같지 않으세요?”
- 그렇지. 맨날 공 보고 공 치고 공 잡고 뛰고. 니도 똑같지 않나?
“똑같죠. 맨날 뛰고 공 던지고 받고 또 던지고.”
- 넌 좀 그만 던져도 돼. 니 또 나 보면 또 작살낼 거잖아, 또.
“에이, 형님. 그게 먹고 사는 일인데 어떡합니까.”
그러던 와중, 김형철 선배님의 칼럼을 봤는지 KP 스타즈의 김기윤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아…다름이 아니고. 김형철 슨배님 꺼 글 봤다.
“아아. 보셨어요?”
- 거기 세 번째가 너지? 그 왜, 여자가 어쩌고 했던 거.
“아…네. 어떻게 아셨대요?”
- 어떻게긴. 전에 니, 거기 프런트 직원분이랑 해서 잠깐 일 있던 거 있잖아. 팬이랑 해가. 그거 봤었지.
“아…맞아요. 보니까 이번에 상수 어쩌고 했던 기사랑 다치기 싫다 어쩌고 했던 기사 있죠?”
- 그래.
“보니까 같은 사람이 쓴 거더라구요?”
- 와…따마.
팀은 다르지만 입장은 같은 사람으로서 기윤 형님은 분노에 동참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 그래서. 이번에 우리짝에서도 기사 하나 낼 거거든.
“무슨 기사요?”
- 앞으로 이딴 식으로 내는 데는 구장 몬 들어오케 한다, 이런 거 있잖아.
“출입금지 같은 거?”
- 그래.
마침 필요한 손을 하나 거들어주기까지했다.
“안 그래도 일단 원하 프런트 쪽이랑은 어느 정도 얘기가 됐거든요.”
- 뭐가. 내가 한 얘기?
“네네.”
- 아, 그럼 됐나?
“어…근데 형님도 같이 해주시면 힘이 더 클 것 같은데요?”
- 그자이?
“그쵸?”
일견 고작 선수 하나가 이런 기사를 내네 마네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봐라. 선수협 이름 따악! 걸고! 으이? 니네 함 걸렸다, 이래가 따악! 으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야구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내는 목소리는 아무래도 그 무게가 다르지 않을까.
-한울이 니는 걱정말고. 목소리 내줘서 고맙다.-
“아우, 고맙긴요. 필요하신 거 있음 말씀해주세요.”
-으이.
자, 이렇게 되면 슬슬 누구는 똥줄이 탈 때가 된 거 같은데…….
* * *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KP 스타즈 김기윤, ‘더 이상 날조에 놀아나지 않겠다’]
8월 31일 월요일, 김기윤은 KP 스타즈의 주장이 아닌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의 신분으로 회장에 나섰다.
사전에 예고한대로 그는 시작부터 강하게 기자들의 추태를 부각시키며 현시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날조된 신문 기사들을 들어보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김기윤 선수협회장]
그는 일련의 흐름과 관련하여 각 구단 프런트들에게 몇몇 신문사, 혹은 몇몇 기자들에 대한 출입 금지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 밝혔다.
덧붙여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된다면 기자들이 요청하는 인터뷰 등에 대해 보이콧하는 등 더욱 강력한 방침을 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야기했다.
* * *
이런 와중에, 기윤 형님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아주 크게 내며 사건은 더욱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기자들의 자질 논란, 이는 기자들이 만든 게 맞다.]
[‘처신 잘하라고’ 김기윤 선수협회장, 기자들에게 최후통첩 날려]
[인과응보, 업보는 이럴 때 쓰는 말]
기자들이 기자들을 성토하는 모양을 만들었다.
다른 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람들이 어째 자기 편을 그렇게 공격하고 드는가 하면,
dhqp****
기사 내고 싶으면 처신 잘하라고 ㅋㅋㅋㅋㅋ
추천 2356 비추천 176
dkss****
다른 기자들은 왜 아무말 없냐?
추천 2174 비추천 126
rlag****
4과문 잘봤습니다
추천 2125 비추천 245
여론이 그렇게 형성됐으니까.
물론 기윤 형님의 발표에 반기를 들었던 기자들도 있다.
[선수들의 갑질? 인터뷰 보이콧을 드는 건 어떤 의도일까?]
[보이콧은 그리 쉽게 꺼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잘못은 없는가?]
눈치없이 자기네들의 입장문을 표명한 기자들도 있긴 했지만,
dpfk****
정신 못 차렸구나?
추천 23674 비추천 241
slal****
그럼 우리가 안 보면 되겠구나!
추천 23211 비추천 644
rlaw****
양심 미아요
추천 22256 비추천 563
그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결국 그들의 입장문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게 좀 잘하지.
더불어 여론의 화살은 이번 사건의 발화점이 된 언론사에게까지 향하며 쉬이 정리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야, 니네는 일 키워놓고 왜 가만히 있냐?
다시금 타오르게 된 여론은 자연스럽게,
[저희로 인해 심적 피해를 입은 선수분들께 사죄 말씀드립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흉이 된 곳을 함락시키는 절차가 되었다.
솔직히 내 맘 같아선 영구히 이것들이 구장에 못 들어오도록 막아버리고 싶은데…….
- 그래도 점마들도 밥 벌어먹고는 살아야지.
라는 기윤 형님의 말에 일단 한 걸음 물러나 주기로 했다.
- 신 또 그러면 진짜로 애들한테 보이콧 해버릴라니까.
그에 확실한 A/S 증서까지 받아둔 건 덤이고.
“에고, 고생하셨어요, 형님.”
- 고생은 뭘 또 고생이라고. 감투 썼는데 이럴 때 일 안 하면 언제 하겠나.
“다음에 부산 내려가면 제가 저녁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
- 뭘 또, 니가 부산 내려오는 데 와 니가 대접해. 내가 해야지.
“아유, 도움 주셨는데 대접해야죠.”
- 좀 살살 던져달라고 내가 대접하는 거니까, 담에 만나믄 좀 살살 던지라.
“아 그건 좀.”
으딜.
- 뭐…그건 아쉽게 됐고. 니 결혼 준비는 잘 되나?
“결혼 준비요?”
- 벌써 세 달 밖에 안 남은 거 아이가?
올스타전 즈음에 우리 결혼 언제해요,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어요, 하며 찡찡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게요…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러부터 벌써 두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 사람들은 다 구했나?
“그 뭐라 그러지? 스드메?”
- 그게 뭔데?
“그…스튜디오랑 드레스랑 메이크업일 걸요?”
- 아…
“그건 다 됐죠. 사회는 여자친구 소개시켜줬던 친구한테 부탁할까 하구요.”
- 청첩장이나 그런 건 다 됐나?
“네네. 그리고 또 뭐가 필요하더라….”
- 주례.
아.
“…그걸 생각 못 했네.”
- 주변에 부탁드릴만한 사람 없나?
“아뇨. 안 계신 건 아닌데….”
너무 많아서 탈이지.
그래도 그중에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라면…….
“음…일단 생각나는 분이 한 분 계시긴 하네요.”
안 그래도 다음 주에 뵈러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