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PTSD
프로.
프로를 상징하는 단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든 이론을 쑥쑥 흡수할 수 있는 피지컬?
당면한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두뇌?
어떠한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
당연히 모두 다 중요하다. 사실상 이런 모든 걸 한 단어로 합친 게 바로 ‘실력’이라는 단어니까.
하지만 피지컬, 두뇌, 멘탈, 이 세 가지 외에도 ‘실력’에 포함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 또한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오늘따라 기분 안 좋아보인다?”
“…….”
감정.
일견 멘탈이라는 단어와 연관돼 보이기도 하지만 ‘멘탈’과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방향을 향한다.
멘탈은 경기 내적인 부분. 홈런 처맞고도 허허, 타자가 잘쳤네,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능력.
감정은 경기 외적인 부분. 출근하는 길에 여자친구랑 헤어지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능력.
“아니…기분 안 좋은 건 아닌데….”
“안 좋긴. 안 그래도 얼굴 개판인데 그런 표정 짓고 있으면 더 못생겨 보이잖아.”
미친놈이.
덕아웃에 도착하니 승주가 언제나처럼 쿡쿡 찌르며 진심어린 걱정을 표했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더 잘생겼네, 넌 겁나 못생겼네, 뭐 그러면서 놀았겠지만,
“하아….”
지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기 싫다. 그냥 귀찮다고 해야되나.
옆에서 슥슥 신경을 긁는 승주에게 짜증이 난다거나 뭐 화가 난다거나 그런 건 없다.
시스템을 받고 처음으로 받은 특성이 ‘해탈’인만큼, 멘탈은 물론이고 감정 컨트롤 또한 미숙하다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냥…….
“뭔 일 있냐?”
“담배 못 피우니까 사람 미치겠네.”
뭔가 답답하고 뭔가 막막하고 뭔가 지지부진하고 뭔가 미칠 것 같고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뭔가 짜증나고 뭔가 더부룩하고.
“하나 줘?”
“아이, 미친 소리 하지 말고.”
“그럼 뭔데.”
“끊으려고….”
“지랄.”
“진짜야.”
“지랄.”
“진짜라니까.”
“지랄.”
미친놈인가.
그런 표정으로 승주를 빤히 쳐다보니,
“…진짜로?”
반응이 꽤나 격렬하다.
“진짜로.”
“금연한 지 얼마나 됐는데.”
“어제부터 시작했으니까 오늘로 이틀째.”
“에이씨, 난 또 한 일주일은 된 줄 알았네.”
“야, 하루도 이런데 일주일은 어떡하냐.”
“포기하는 건 어때.”
“안 돼…민영 씨랑 약속한 거라서 안 돼….”
“여자친구분?”
“아, 어…여자친구가 끊으면 좋지 않겠냐 그러는데 싫다 그럴 수도 없잖아.”
“그치, 몰래 피우면 피웠지 거기서 싫다곤 못 하지. 그래서, 진짜 지금까지 아예 안 피웠냐?”
“어.”
독한 새끼.
승주가 그렇게 지껄이더니 의자 한 칸만큼 멀어졌다.
“너 같은 독한 새끼랑은 상종하는 거 아니랬어.”
“미친놈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루틴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경기마다, 이닝마다, 타석마다, 공 하나하나마다 루틴을 실행하는 야구선수니까 그게 과해 보일 뿐이지 일반인들도 모두 저마다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아니라고?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
점심을 먹고 입가심을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는 것.
이 모든 것 또한 넓은 범주에서 루틴의 한 종류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도 못 켜, 밥 먹고 커피도 못 마셔, 침대에 누우면 얄짤없이 바로 자야돼.
“아으….”
과연 어느 누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야야, 차라리 좀 움직여라.”
“그게 나으려나.”
“좀, 어? 좀 한 바퀴 뛰면서 오늘 경기나 좀 생각해봐.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데.”
2위 상수 타이거즈와 꽤나 많은 차이로 앞서나가는 팀의 입장에서 리그 극후반의 경기는 아무래도 중요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러나 저러나 우리 팀이 리그 1위를 할 확률이 높으니까.
그럼에도 승주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알지…1등 해야지.”
오늘 이기면 페넌트레이스의 1위를 직접 우리 손으로 옹립할 수 있다는 것.
75승 1무 44패. 69승 1무 50패. 그리고 양팀에게 남은 경기는 6경기.
오늘 홈에서 한성 위너스를 잡아내면 그대로 매직넘버를 0으로 만들며 우리의 우승을 확정짓는 것이다.
6경기 중에 1경기?
사실상 우승에 가깝다. 정말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되는 것과 같다. 이쯤되면 마음 천천히 경기에 임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빡시게 하루 하고, 좀 편하게 있자고, 좀.”
“알지….”
근데 사람 맘 참 웃기지.
“아, 맘 같았으면 오늘 너가 그냥 선발로 나갔으면 좋겠는데.”
그 1경기가 오늘 경기였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오늘 이겨서, 오늘 리그 1위를 확정 짓고, 오늘 후련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다급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네.”
“X발, 오늘 우승하면 딱 대라. 난 진짜 한 놈만 팬다.”
“누구를요.”
“너요.”
“미친놈인가.”
아니, 그냥 인간의 본성.
“좀 아쉽네.”
“뭐가, 또.”
“왜 하필 이런 날이 선발이 아닌지.”
“너 스타팅 빠졌…아.”
“오늘 저짝에 선발 임치성이자내.”
“아….”
동성 호넷츠의 3선발인 임치성. 키 큰 좌완 쓰리쿼터의 투수로 꽤 빠른 편인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싱커를 던진다.
뭐요? 키 큰 좌완 쓰리쿼터요?
메이저리그의 모 전설적인 투수와 전설을 써내려가는 모 현역 투수가 생각난다면 그게 정상이다.
한 마디로 좌타자들에게 정말 악몽과 같은 존재…라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괜찮?”
“뭐 어째. 그러려니 해야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승주에게 임치성은 그냥 ‘악몽 그 자체’라는 점이 다르다.
“언제였지, 작년인가. 어쩌다가 한 타석 들어갔잖아.”
“작년에? 재작년 아니었냐?”
“재작년인가.”
“맞을걸?”
“어…아, 그러네. 재작년에. 그때 한 타석 들어갔잖아.”
“기억하지. 공 두 개인가 보고 나왔잖아.”
“와…그때 기억 생생하대. X바, 다리 들지도 않았는데 공이 딱 대가리로 날아오는 게 보이더라니까?”
151km짜리 직구에 머리통을 제대로 맞았던 기억이라는 게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거든.
“내가 딱히 왼손한테 약하다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
“맞아. 너 안 약해. 오히려 세면 셌지.”
실제로 승주는 좌타자임에도 좌우 스플릿에 크게 변동이 없는 타자다. 오히려 세이버까지 파고들면 좌완한테 더 강할걸?
“근데 임치성만 보면 와…내가 저 새끼 공을 어떻게 쳤더라, 이 생각 든다니까.”
“하긴…옛날엔 잘 때렸으니까. 치성이 공.”
“뒤이이졌지, 그냥 아주.”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임치성이 절대로 고의로 승주의 머리를 맞춘 건 아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맞춰놓고도 다른 그 누구보다도 안절부절하던 게 바로 임치성이었으니까.
당시 임치성은 떠오르는 신성, 당시 승주는 클래식 스탯 또한 뛰어난 팀의 3번타자였다.
진짜 잘쳤지, 승주.
근데 6회 2사 만루, 노 볼에 투 스트라이크까지 잡아뒀던 임치성은 본인에게 오히려 막강했던 승주를 상대하며 그 결정구에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그 힘이라는 건 당연히 과도한 힘이고, 그 과도한 힘은 투수에게 있어 ‘러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범인 중 하나지.
다음 장면이야 뭐…승주 뒤통수에 151km 직구가 꽂히고, 승주는 실려가고, 임치성은 안절부절하다 퇴장당하고.
다행스럽게도, 아주 다행스럽게 검사 결과 승주는 이상이 없음을 판정받고 잘 복귀했다.
임치성도 승주가 복귀하자마자 바로 뛰어와 울먹이며 사과하고, 승주도 임치성을 꼭 끌어안아주며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주고.
“…근데 이게 사람 무의식이라는 게 어렵더라, 야.”
“무리하진 말고.”
“무리할 게 있나. 난 어차피 오늘 쉬는데.”
히히덕거리는 꼴을 보니 음, 내가 알던 술주가 맞다.
“그럼 난 담배 피우러 간다. 너도 가쉴?”
“미친새끼인가, 진짜.”
“아이, 친구 좋다고 막 어? 담배도 주고 그러는데 욕하다니 빵울이 진짜 너무하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눈앞에서 살랑살랑거리는 꼬라지를 보니 저 담배와 함께 허리를 접어버리고 싶었지만,
“미친놈이 맞구나, 진짜.”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어디 가냐?”
“좀 뛰게.”
“그려, 뛰면서 마음 좀 잘 추스려봐.”
“어야.”
“담배 필요하면 말하고.”
“…….”
* * *
달달다랃랃라달다라
“빵울아, 정신 사납다. 좀 가만히 있어봐라.”
“…….”
달다랃랃라다랃라다랃
“아이, 정신 나간 새끼야.”
“…….”
달다랃랃라달다랃라다라
“얘 뭔 일 있어?”
“금연한다더니 애가 이래요, 형.”
“뭔 갑자기 금연이야.”
“제수씨가 끊으랬다던데요?”
“…금연한 지 얼마나 됐다든데?”
“오늘로 이틀차랬던 거 같은데요?”
달다랃라달다라달다라다라달다라다라달다랃랃라달
“…근데 이래?”
“솔직히 이해는 가요. 나 같아도 담배 못 피우게 하면 이럴 듯.”
승주와 규진이형의 대화문에서 알 수 있듯,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팔짱을 끼고 다리를 달달달달 떨어댔다.
누가 봐도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좀 그만해봐, 미친놈아.”
아, 미친놈 맞구나.
“아…돌겠네.”
“그냥 피우면 되지, 뭘 그러고 있냐. 그게 더 힘들어보이….”
“아, 형. 그러면 노노. 얘 모처럼 제대로 각 잡은 거 같던데 그러지 마요.”
“이렇게 미치려고 하는 것보단 그냥 피우는 게 낫지 않아?”
“에이, 그래도 어떻게든 끊어보겠답시고 이러는데 냅둬요.”
그래도 딴에 친구라고 승주가 도와준다.
“얘 굳이 안 이래도 미친놈인 건 세상 사람들 다 알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냥 원래보다 조금 더 미친놈처럼 보일뿐이니까 냅둬도 돼요.”
…도와주는 거 맞지?
“야, 그냥 저기 불펜 가서 캐치라도 좀 해라.”
“…지금? 아직 4회밖에 안 됐는데?”
“4회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다른 사람까지 정신 사납게 그러지 말고 규진이형 말에 따라보는 건 어떠니, 이 사회성 떨어지는 빵울아.”
근본없는 드립을 쳐놓고도 좋다고 처웃는 승주를 보니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일단 갔다와 봄.”
내가 생각해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기에 규진이형의 말을 한 번 따라보기로 했다.
“같이 허쉴? 나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그래, 가자.”
“오케.”
승주를 꼬다리에 매단 채 불펜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열자마자 건영이가 우리를 향해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깟!”
그에 승주가 또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아아!!”
그에 질 수 없다는 듯, 건영이가 더 깊이 허리를 숙인다.
“안녕하심까아아악!!”
승주는 아예 절을 할 것처럼 허리를 푹 숙인다.
“아심까아아아아!!”
그만해, 미친놈들아.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나랑 승주랑 캐치 좀 하게.”
“갑자기요?”
오늘 선발인 동균이가 어깨에 자켓을 걸친 채 눈을 땡그랗게 만들었다.
“음…심심해서?”
“봐도 돼요?”
“안 될 게 뭐 있냐.”
동균이와의 대화가 끝날 무렵에 승주가 옆에서 글러브와 공을 빌려왔다. 그라운드를 흘끔 보곤 먼저 공을 던졌다.
빡―
“뭔가 오늘 지지부진하네.”
빡―
“그러게…다들 이 갈고 나온 게 느껴지긴 하는데.”
빡―
“너무 힘 들어가는 거 같기도 하고.”
빡―
“부담되겠지. 원래 그러잖아, 퍼즐 하나 남았을 때 긴장하는 그런 거.”
빡―
“맞지, 맞지. 지금 애들 다 그럴걸.”
투수, 포수, 수비.
모두들 잘해주고 있다.
긴장 탓에 제 실력의 80% 밖에 나오지 않아도 100%의 파이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까 좋은 모습들이 계속해서 나와준다.
문제는 타격.
타자들이 무슨 타석에만 들어가면 부담감을 빡빡 느끼는지,
“스라이이이, 웃!!”
선두타자로 나섰던 명진이는 삼구삼진.
띡―
“마이, 마이요!”
성현이는 1루수 플라이.
퍼엉-!
“스라이이이이, 웃!”
승주 대신 출전한 헌희 또한 삼구삼진으로 이닝 종료.
“…준혁이 고생해라.”
“옙!”
“준혁이 화이탕!”
“예에!”
나와 승주의 응원을 받은 준혁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불펜을 나섰다.
빡―
“하아…어렵네.”
빡―
“어렵지.”
4회, 5회, 6회.
캐치볼을 이어가다, 승주랑 불펜에 앉아 노가리 좀 더 까다가, 캐치볼 좀 더 하다가.
세 번의 이닝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매우 빨랐다.
원하가 동성의 공격을 빠르게 막아냈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동시에 동성이 원하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한울이 여기있었냐?”
“예? 아, 예.”
승주와 2차 캐치볼을 진행할 때 투수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 벌써부터 캐치볼을 하고 있어.”
“아….”
금단증상 때문에 그래서 그…….
“…그러게요?”
…라고 할 순 없으니 적당히 둘러댄다.
“8회에 나갈 거야.”
“점수 안 나도 나가요?”
“어어. 분위기 좀 쎄-한 거 알지.”
“알죠. 오늘 못 이기면 좀…걸릴 거 같은데.”
“점수 내는 건 둘째치고, 일단 안 주는 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아, 네네. 천천히 준비하고 있을게요.”
코치님은 불펜 한 귀퉁이에 서서 그라운드와 불펜의 상황을 동시에 지켜보고 있다.
이젠 캐치볼이 아닌 피칭에 밸런스를 둬야 하니 승주가 빠지고 건영이가 들어왔다.
덕분에 할 일을 잃은 승주가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날 쳐다봤다.
“야.”
“와.”
“그냥 궁금한 건데.”
“뭔데.”
“너 불펜이잖아.”
“그치.”
“이기고 있을 때 올라가는 투수잖아.”
“맞지.”
흘끔, 전광판을 쳐다보더니,
“근데…솔직히 너도 느끼지. 너 올라갈 때 0 대 0일 거 같은 거.”
“그치. 짬이 있는데, 감이 있지.”
“…동점일 때 올라가면 무슨 생각 드냐?”
꽤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음…어렵다, 야.”
“그냥 아무말이나 해봐라, 야.”
동점일 때 올라가는 거야 뭐…….
“홀드 못 따는 거 때문에?”
“사실상 그게 맥락이긴 하지? 평균자책점도 중요하지만, 너 입장에선 홀드도 중요하잖아.”
“그치. 내 커리언데, 중요하지. 근데 홀드 그거 하나 못 딴다고 마운드 못 올라간다 하면 너무 비참하잖아.”
“한심한 게 아니라?”
“비참한 거지.”
“왜?”
빡―
건영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고 잠시 멈춰서서 승주를 쳐다봤다.
“물론 못 올라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내가 어디 아프거나, 며칠 동안 계속 연투했거나 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승주도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근데 홀드 같은 상징적인 거 하나에 매달려서 마운드 못 올라간다고 하면…그건 딱 거기까지인 사람이라는 느낌 들지 않냐. 아, 얘는 진짜 이때 밖에 못 쓰는구나, 다른 때는 썩 믿음직스럽지 못 하구나, 뭐 그런 거.”
“…….”
승주는 내 시선을 피했다.
어디 부끄럽거나, 할 말이 없거나, 애처로운 기색으로 시선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전광판을 한 번 쳐다보더니,
“…오케.”
숭- 하고 불펜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