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전처리, 회귀하다-58화 (59/204)

< 58 - 기적의 끝을 잡고. >

[ 2014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순위표 ]

1. 볼티모어 오리올스(76승 56패 승률 .545)

2. 뉴욕 양키스(69승 62패 승률 .526 / -6.5게임)

3. 토론토 블루제이스(67승 66패 승률 .504 / -9.5게임)

4. 탬파베이 레이스(67승 67패 승률 .500 / -10게임)

5. 보스턴 레드삭스(58승 75패 승률 .436 / -16.5게임)

[ 2014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2위까지 진출) ]

1.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6.0게임)

2. 시애틀 매리너스 (0)

3.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0.5게임)

4. 뉴욕 양키스 (-2.5게임)

5.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4.5게임)

6. 토론토 블루제이스 (-5.5게임)

7. 탬파베이 레이스 (-6게임)

*

“으씨. 어제 경기만 이겼어도.”

이연두는 강의실 맨 뒷자리에 숨다시피 박혀 시간을 보내면서 스마트폰만 내려다봤다. 그녀는 메이저리그 순위표를 보며 애꿎은 볼펜 뒷꼭지만 잘근잘근 씹었다.

“3위로 올라가는 건데. 모처럼 따라왔는데, 진짜.”

연두는 스케줄표에 X표를 하나 치고는, 그 옆에 ‘그랜트 `불`포어. 또 불질! 아이고 두야ㅠㅠ’라고 기록했다.

“헉. 출석. 출석 불렀어?”

“왔어? 출석이야 아까 불렀지.”

“아, 망했다 진짜. 과제하느라 밤 꼴딱 새고 잠깐 졸았는데 이제 일어난 거 있지? 어떻게 학기 시작하자마자 이런 폭탄 과제를! 하. 내가 미쳤지, 난 진짜 쓰레기야. 어떡해...”

“시끄러워. 교수님이 이쪽 쳐다보잖아, 멍청아. 조용히 해.”

티나는 고개를 책상에 팍 쳐박았다. 허겁지겁 모자만 주워 쓰고 나온 게 분명했다. 에너지 드링크 냄새도 나고. 잠시 숨을 고르던 티나가 연두가 보고 있는 스마트폰을 훔쳐보며 묻는다.

“또 야구 봐?”

“응. 내가 뭐 있냐.”

“너도 진짜 대단해. 한국인이 어쩌다가 미국 야구에 빠져서는. 그것도 하필이면 탬파베이에. 여기 보스턴에서. 참.”

“아. 조용히 좀 하라니까.”

연두는 티나의 팔뚝을 한 번 꼬집었다. 소리는 내지 못하고 몸을 쥐어짜던 티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노트북을 꺼냈다.

연두가 야구장에 처음 간 건 5살 때였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찾았던 잠실야구장은 광활한 초록으로 그녀를 맞아줬다. 야구장에 매료되었다가,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하고, 결국 야구에 중독되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 때에도 한 달에 대여섯 번은 꼬박꼬박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그녀는 진짜 야구를 사랑했다.

그런 연두가 탬파베이 레이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미국 유학에 오고 나서부터였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보스턴이나 뉴욕, 시카고의 팀들은 왜인지 그냥 싫었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는 팀들에 자꾸 눈이 갔다. 다른 사람들이 잘 나가는 강팀들을 응원할 때 연두는 약팀을 응원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딱 들어온 팀 하나. 탬파베이 레이스.

마침 그녀가 살고 있는 보스턴과 같은 지구의 팀이었고, 보스턴의 학생들이 탬파베이를 향해 약자멸시를 하는 것을 보고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너 오늘도 야구장 가?”

“응.”

“혼자?”

“응.”

“심해, 심해. 진짜 심해.”

“티나.”

“왜?”

“교수님이 너 보면서 포기한 표정 짓는 거 보여?”

“안 돼!”

티나가 노트북 액정 앞으로 몸을 구겨넣는 사이, 연두는 MLB.com의 프리뷰를 정성껏 읽어내렸다.

- 오늘의 선발투수  문지혁 (탬파베이 레이스, 0-0, ERA 2.53) vs 앤써니 레나도 (보스턴 레드삭스, 2-0, ERA 4.50)

[ 보스턴 레드삭스는 사실상 시즌을 포기했다. 대형 스타들의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단체 부진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리블랜드를 만난 경기에서 간단하게 스윕을 당하면서 분위기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탬파베이 레이스는 여전히 와일드카드 획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볼티모어와의 이전 시리즈에서 2승2패로 버텨냈다. 물론 와일드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시애틀과의 6게임차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

“휴우.”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번 시즌도 마무리가 다가오고 있다. 초반에 타자들이 단체로 삽을 들지만 않았어도! 후반기로 갈수록 경기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기에, 초반의 부진이 너무 아쉬웠다.

[ 조 매든 감독은 아직도 그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팬웨이 파크에서 치러지는 보스턴과 탬파베이의 이번 시리즈는, 최소한 탬파베이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리즈다. 이번 시리즈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매든과 탬파베이도 그 끈을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연두는 다소 냉소적인 논조의 프리뷰 칼럼을 꺼 버리며 자신의 야구 다이어리에 정성껏 이름을 적었다. 8월 29일. 선발투수 문지혁.

*

메이저리그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팬웨이 파크. 개장 100년이 넘어간 이 야구장에는 마치 보스턴 선수들의 영혼이라도 떠다니는 것 같다. 오늘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에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음산함을 자아내는 데 관중들도 한 몫을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빨갛거나 햐앟거나. 보스턴의 유니폼을 챙겨 입은 팬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이 장면을 내려다보면 회색 도화지에 시뻘건 물감을 뭉텅이로 뿌려 놓은 것처럼 보일테다.

“저번 경기처럼만 던지면 돼.”

호세 몰리나가 가만히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지혁에게 다가왔다.

“볼 배합은 나만 믿어. 보스턴 녀석들이랑 한두 게임 해본 게 아니니까.”

“네.”

“오늘 받아보니까 싱커 위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느낌이 아주 이상하지만 않으면 내 싸인대로 가자고.”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스턴의 라인업을 살폈다. 언뜻 보면 골고루 잘 치는 것 같아 보이는 타선. 게다가 이름값의 무게감도 대단하다. 더스틴 페드로이아, 데이빗 오티즈, 마이크 나폴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물론 지금은 핏덩이지만, MVP급 선수로 성장하는 무키 베츠도 있다.

‘제구. 쓸데없는 공을 던지면 안 돼. 제구에 신경 써서 툭툭 맞춰 주는 거야. 마침 저 녀석들도 스윕당하고 왔다고 하니까...’

타격감도 엉망이지.

지혁은 자신 있게 모자를 눌러썼다. 팬웨이 파크의 마운드로 올라가면서, 보스턴의 유령들에게 한 방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 두 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지혁, 문. 토론토 전에서 선발 데뷔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5.1이닝 1실점. ]

[ 크리스 아처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 봐야겠습니다만,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투수죠. 보스턴 레드삭스는 주의해야 할 겁니다. 우습게 봐선 안 돼요. ]

[ 지금 보스턴의 선수들이 우습게 볼 수 있는 투수가 있을까요? 그야말로 엉망입니다. ]

[ 하하, 이런. 보스턴의 팬들이 들으면 화를 내겠네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름값으로 보면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나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공략하기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

[ 보스턴의 1회말 공격 시작합니다. 1번 타자 브록 홀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

홈플레이트 너머 관중석의 빨간 유니폼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팬웨이 파크에서, 저 빨간 유니폼을 박살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일 테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단히 세뇌시키면서 지혁은 초구를 뿌렸다.

92마일, 싱커, 그리고 스트라이크. 홀트의 몸쪽 무릎 높이에서 춤추듯 미트에 박히는 공이 짜릿하다.

[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출발합니다. 배짱이 좋은 투수로군요. ]

[ 방금 전의 이 싱커. 이 싱커를 굉장히 잘 쓰는 선수입니다. 무브먼트가 얼핏 봐도 상당히 좋은 편이죠. ]

[ 확실히 처음 보는 타자들이 상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좌완인데 싱커를 잘 쓰는 선수가 흔하지는 않죠? ]

홀트가 2구와 3구 볼을 골라냈지만, 4구째 싱커에 헛방망이를 돌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 타이밍이 잘 안 잡히는 모양이었다. 컨디션이 엉망이라는 뜻이겠지.

지혁은 몰리나가 보낸 싸인대로 5구째에도 싱커를 박아넣었다. 한복판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공. 홀트가 뒤늦은 스윙을 냈지만 방망이 끝에 맞은 공이 힘없이 지혁의 글러브로 돌아왔다.

[ 투수 앞 땅볼로 오늘 경기를 시작합니다. 문. 원아웃. ]

[ 좋네요. 보스턴이 오늘도 고생을 좀 하겠습니다. ]

“좋아.”

지혁이 낮게 되뇌었다. 그리고 팬웨이 파크 관중석 2층에서, 빨간 유니폼 사이에 폭 파묻혀 있는 연두도 똑같이 낮게 되뇌었다.

*

[ 잡아당깁니다! 우측으로 깊게! 깊게! 넘어갑니다! 투런 홈런! 브랜든 가이어의 시즌 5호입니다. ]

[ 키어마이어의 타구가 1루수 옆을 빠져나갑니다! 2루주자 에스코바 3루를 돌았고, 그대로 홈으로! 오늘 밤 탬파베이 5번째 득점을 올립니다. ]

[ 스윙! 처음으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까지 보냈습니다만, 여기서 오티즈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이닝 종료. 보스턴, 너무 무기력합니다. ]

[ 조브리스트가 4회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세스페데스, 나폴리, 나바. 세 선수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납니다. ]

우우우- 우우우!

팬웨이 파크가 보스턴 홈 팬들의 야유로 가득 찼다. 4회가 끝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경기를 포기한 관중들도 생겨났다.

“빌어먹을 새끼들. 새파란 신인의 공을 대체 왜 못 치는 거야?”

“아시아에서 온 투수 공도 제대로 못 치냐! 작년의 그 타격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헤이, 그건 인종차별이야! 우리 팀에도 코지와 준이치가 있다고!”

“시끄러워, 멍청아! 인종차별이고 나발이고, 우리 집 개새끼가 던져도 못 칠 것 같은 타자놈들을 욕하는 거잖아!”

“쟤들이 1년에 얼마씩 받는지 알아? 욕을 좀 먹어야 돼. 욕을 덜 먹어서 그래, 덜 먹어서.”

‘아씨. 하필이면 왜 이런 자리야?’

연두는 주위에서 들리는 욕설 때문에 괜히 티켓만 내려다봤다. 오늘 연두의 자리 근처에는 하필이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성 팬들만 잔뜩 모여 있었다. 이 사람들은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누구를 내보내야 하네, 누구를 마이너리그로 내려야 하네, 누구는 똥 덩어리네... 로 시작한 이들의 레퍼토리는 보스턴의 유구한 역사들을 되짚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누구를 죽이네 살리네 하는 과격한 욕설로 되돌아와 있었다.

‘7회쯤 되면 자리를 옮길까? 그때쯤 되면 3층은 조금 비겠지.’

“거기 동양인 아가씨! 아가씨는 뭐 할 말 없어?”

하지만 불똥은 일찍 튀어버렸다. 술에 취하고, 보스턴의 무기력한 야구에 화가 난 목소리 큰 배불뚝이 대머리의 타겟이 연두에게 향했다.

“뭐가요?”

“저 개똥만도 못한 놈들에게 욕 한 바가지 할 필요를 못 느끼냐고!”

무시하는 게 답이다. 연두는 있는 힘껏 인상을 쓰고는 주정뱅이의 말을 무시했다.

“왜 대답을 안 해? 앙? 너도 무시하는 거야?”

삿대질을 해대며 지방이 잔뜩 낀 배를 흔들어대는 꼴을 보며, 연두는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에 침이나 한 번 뱉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게... 야! 안 들려?”

“아, 시끄러워! 세이프가드 부를까? 짜증나게 뭐하는 짓이야!”

연두도 짜증을 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하필이면 근처의 세이프가드가 저 멀리서 다른 일을 보는 중이었다. 조금 아래쪽에 있던 주정뱅이가 화가 났는지 뒤뚱거리며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진짜.’

근처의 술 취한 몇몇 새끼들이 낄낄거리고, 술 취하지 않은 관중들은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리면서도 뭔가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에 온 지 3년. 팬웨이 파크에 들락날락 한지도 3년. 그 동안 이런 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게 넘겨버리고 말았던 일이 또 일어났다. 동양인 여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미친 새끼들은 도대체 왜 없어지지 않는지.

연두는 핸드폰을 들어올려 액정에 911을 띄워놨다. 여차하면 바로 연결할 것이...

“오우! Fuck!”

때마침 탬파베이의 맷 조이스가 그린 몬스터를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문제가 일어났다. 연두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면서 연두의 팔을 쳐 버린 것이다. 핸드폰이 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아. 일났다.”

연두는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세이프가드! 헬프! 여기 이 사람 좀 어떻게 해 주세요!”

하지만 연두의 외침이 세이프가드에게까지는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관중들이 보스턴의 선수들에게 거센 야유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백팩을 집어들었다. 대머리 주정뱅이가 근처까지 기어오고 있었다. 이 자리에 더 있는 건 정말 위험하다. 연두는 3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열린 백팩에서 연두의 다이어리가 툭 떨어져 구르는 것도 미처 모르고.

*

“나이스 볼.”

지혁이 6회말 두 번째 타자인 젠더 보가츠를 삼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패트릭은 낮게 중얼거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고 있다. 이 정도라면 내년 선발진 한 자리에 도전하는 건 충분하다. 그는 지혁의 호투를 칭찬하는 기자들의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만족스럽게 내년 시즌을 구상하고 있었다.

“저기요.”

분명히 처음 보는 동양인 여자가 패트릭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무슨 일이시죠?”

패트릭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혹시 전화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로?”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요. 제 핸드폰으로 전화 한 번만 해봐도 되나요?”

무슨 꿍꿍이지? 패트릭이 잠깐 생각하는 동안, 이 여자는 잔뜩 짜증이 난 채로 궁시렁거리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에이전트에게 접근하려는 신인 드래프트 기간이나 트레이드 마감시한도 아니고, 또 지금의 패트릭은 그렇게까지 누군가에게 ‘접근’ 당해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예전에 잘 나갈 때는 가끔 있었던 더러운 수법을 머리에서 털어내고서 패트릭은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 한참을 있었지만 반응이 없다. 아무도 받지 않는 모양이지.

“아. 진짜 오늘 재수가 왜 이러냐.”

연두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한국인입니까?”

“저요? 네.”

“음, 그렇군요.”

“왜 그러시는데요?”

“아닙니다. 그냥 한국어를 하시는 것 같길래.”

“아, 진짜 미치겠네.”

패트릭은 자신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지만, 예의상이라도 사정을 물어보기로 했다. 매너 같은 거지.

“무슨 일인데요?”

연두가 자신의 백팩을 뒤지면서 대답했다.

“아까 야구를 보는데 웬 미친놈이...”

그러나 연두의 말은 장내 아나운서의 거대한 마이크 소리에 묻혀버렸다.

- 탬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교체입니다. 릴리버, 세자르 라모스.

“아, 교체?”

두 사람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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