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 왕을 만나다. >
*
2015년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순위표. (6/28일 경기 종료 후 기준).
1. 뉴욕 양키스 (40승 35패, 승률 0.533) -
2. 탬파베이 레이스 (41승 36패, 승률 0.532) -
3. 볼티모어 오리올스 (39승 35패, 승률 0.527) -0.5G
4. 토론토 블루제이스 (40승 36패, 승률 0.526) -0.5G
5. 보스턴 레드삭스 (34승 42패, 승률 0.447) -6.5G
6월. 정말 치열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일의 야구가 매일의 순위를 좌우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특히 더 그렇다. 시즌 초반 승패 마진 +7까지 치고 나갔던 뉴욕 양키스는 초반의 동력을 잃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기대했던 ‘홈런 타선’이 서서히 파워를 가동하기 시작하며 부진한 초반을 딛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만이 살짝 무너진 채로 뒤따르고 있다.
승차 없이 승률의 차이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와 그 턱밑에 위치한 탬파베이 레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게임 차이는 고작 반 게임. 한 번이라도 연패를 거듭했다간 순식간에 사정권 바깥으로 밀려버리는 벼랑 끝 싸움. 덕분에 6월 한 달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연승을 거두려고 하면 악착같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며 도로 끌어내리고, 연패를 거둘 법 하면 다들 눈이 돌아가서 이를 악물고 기어이 분위기를 바꿔 놓는 일들의 연속. 그리고 이렇게 하루하루 쌓이는 압박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에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런 압박은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음. 안 되겠다는군요.”
닥터 로즈베리에게서 날아온 소견서가 또 한 번 랭카스터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와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뜬금 타격감’을 선보인 조이 버틀러도 햄스트링으로 이탈하고 만 것이다.
“Fuck.”
부상병동. 작년에는 투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했다면, 올해는 야수 쪽이 터져버렸다. 물론 올해도 알렉스 콥과 맷 무어라는 선발 자원 두 명이 나가떨어졌고, 드류 스마일리도 자주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래도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야수 쪽은 정말 답도 없이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팀의 핵심 역할을 해 줘야 할 에반 롱고리아가 허리와 등쪽의 부상을 고질적으로 달고 있고, 1루수 제임스 로니, 외야수 데스몬드 제닝스와 브랜든 가이어에 이어 이번엔 조이 버틀러다. 이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것은 공격력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했다. 공격에서 생산성을 내 줘야 하는 선수들이 전부 나가떨어진 것이다.
“대니. 말했지만 이번 시즌은 성적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물론 이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요. 이번 시즌은 체질 개선. 그게 목표니까요.”
얼마 전 감독실을 찾았던 체임 블룸은 속 편한 소리를 늘어놓고 갔다. 현장에서 이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수들이 승부욕이 있는 만큼 감독도 승부욕이 있다. 그리고 랭카스터는 누구보다도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고.
“불펜은?”
“콜로메와 겔츠가 어깨 통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정도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후우.”
랭카스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6월 29일,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전 라인업을 써내려 갔다. 선수들의 이름을 빈 칸에 넣으면서도, 이 멤버로는 아무 것도 못 할 것이라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2015년 6월 29일.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전.
탬파베이 레이스 선발 라인업.
1. 케빈 키어마이어 CF .260
2. 그래디 사이즈모어 DH .252
3. 에반 롱고리아 3B .280
4. 데이빗 데헤수스 LF .274
5. 로건 포사이드 2B .293
6. 스티븐 수자 주니어 RF .213
7.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SS .223
8. 로비 크라우스 1B .140
9. 르네 리베라 C .165
P. 문지혁 (6-4, 2.89)
*
“요~ 아미고!”
페르난도 멘데스는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로 지혁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의 역사를 써 내려갔던 포수가, 지혁에게 친구라고 불러주는 것은.
지혁은 주먹을 툭툭 맞대며 멘데스를 가볍게 안았다. 안 그래도 덩치가 좋았던 녀석인데, 미국에 넘어오기 위해서 웨이트를 더 한 것 같았다. 도미니카에서 만났을 때보다 어깨가 부쩍 넓어졌다.
“오랜만이야. 1년 반 만인가?”
“겨우 그 사이에 진짜로 메이저리그에 와 있었어! 역시 내가 제대로 봤다니까. 하하하.”
“미국은 어때? 할 만 해?”
“어쭈, 이제는 시니어 흉내도 내네! 좋아, 좋아. 여기서 야구를 하는 건 도미니카에서랑은 차원이 틀려. 너무 재밌지.”
소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사실 멘데스와는 도미니카에서 한 달 정도 같이 뛰었을 뿐이지만, 멘데스는 마치 어제까지 같이 놀던 친구를 대하듯 지혁을 대해 줬다. 물론 실력도 출중하지만, 저 타고난 사교성이 멘데스를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누구와도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또, 누구보다도 그 친구의 약점을 빨리 파악하기도 하고.
“오늘 제대로 한 번 붙을 수 있겠어. 네 공을 타석에서 보는 건 재밌는 일이 될 거야.”
“하하. 안 봐준다.”
“우리도 만만치 않을 걸? 우리 쪽 친구도 루키인데, 걔 요새 제대로 물올랐거든. 불펜에서 몇 번 뛰게 하려고 올렸다는데 한 경기 보고 선발 미션을 받았어. 하하. 재밌는 게임이 될 것 같아.”
“오케이.”
“오, 여기 있었네. 두 사람 다.”
“미 아미고!”
“패트릭.”
“그놈의 아미고 소리. 난 그냥 에이전트라니까요.”
“그게 나한텐 아미고야. 하하하.”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둘 다 컨디션은 어때요?”
“난 언제나 완벽하지.”
“문? 당신은?”
“컨디션? 음...”
지혁은 잠시 우물거렸다.
“사실 조금 별로. 그냥 그래요.”
“왜요? 어디 아픕니까?”
“아뇨. 그냥 뭔가 좀 찌뿌둥하고. 잠을 잘못 잤나.”
“마사지라도 받고 올라가요. 아프면 바로 교체 요청하고.”
“네. 그래야겠네요.”
“이런. 네가 컨디션이 좋아야 붙었을 때 훨씬 더 재밌을텐데.”
멘데스가 아쉬운 소리를 냈다. 지혁은 그냥 멋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따 경기장에서 보자고.”
“그래. 즐겨, 아미고. 즐겨보자.”
멘데스가 활짝 웃는 모습을 뒤로 하고 지혁은 불펜으로 향했다.
“지금 던질 거야?”
“응.”
“얼마나?”
“패스트볼 다섯 개. 싱커 다섯 개. 커브 다섯 개. 그냥 감만 잡을 거야.”
“오케이. 준비해 줄게.”
어제 백업 포수 역할로 메이저리그로 불려 올라온 카살리가 황급히 장비를 찼다. 카살리를 앉혀 두고 지혁은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흐으읍!”
뻐어엉!
관중이 들어차지 않아 고요한 트로피카나 필드에 공이 미트에 박히는 소리가 제대로 울렸다.
“뭐야, 문? 가볍게 감만 잡는다며?”
“응. 감만 잡은 건데.”
“거짓말하지 마. 기합 소리는 왜 내?”
“그건 그냥 나온 거야. 아직 베스트로 던지지도 않았어.”
다음 공도, 그 다음 공도. 모두 미트를 찢을 것 같은 공들이 박혔다. 불펜 투구를 모두 마치고 나자 카살리가 혀를 내두르며 올라왔다.
“야, 문. 오늘 무슨 날이야?”
“응?”
“내가 지금까지 받아봤던 것 중에 공이 제일 좋은데?”
“아. 컨디션이 좋네. 그리고 오늘은 꼭 이겨야 되고. 지금까지 2연패 했잖아, 나.”
지혁은 겉으로는 픽 웃었다. 카살리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장비를 벗었다.
“독한 놈. 꼴랑 두 번 진 것 가지고.”
“오랜만에 홈 등판인데. 오늘은 이겨야지.”
“그래, 그래. 꼭 이겨 줘라.”
잠깐 떠올랐던 얼굴의 미소를 지혁은 곧장 거두어버렸다. 다시 비디오 룸에 박힐 시간이었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한 시간 동안, 이미 세 번은 더 돌려 본 클리블랜드 타선의 약점을 다시 돌려 볼 것이다.
*
“문. 잠깐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아. 죄송합니다. 지금은 일이 좀 있어서요.”
불펜에서 클럽하우스 구석에 놓인 비디오 룸까지 가는 동안 인터뷰 요청만 다섯 번 넘게 받았다. 지혁은 단번에 모두 거절했다. 오늘은 일부러 조금 유난을 떨고 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날이니까.
에인절스와의 첫 경기에서 7.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이후 한 달 가까이 승리를 쌓지 못했다. 에인절스와의 리턴 매치에서 패했고, 토론토 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노 디시전. 워싱턴 전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악의 피칭을 하며 2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무너졌다. 브라이스 하퍼와 라이언 짐머맨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은 건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그리고 볼티모어와의 이전 경기에서도 5이닝 4실점 패전.
투구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도 있지만, 이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지혁에 대해 분석을 마쳤다고 볼 시점이 온 것이다. 이제 서너 번씩 지혁을 상대했던 볼티모어의 타자들이 특히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를 마쳐야만 한다.
지혁은 클리블랜드 타자들의 무게 중심과 그 이동을 분석해 놓은 자료를 틀었다. 제이슨 킵니스부터 마이클 브랜틀리, 카를로스 산타나. 그리고 페르난도 멘데스와 프란시스코 린도어. 클리블랜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들의 스윙 동작이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가게 두었다.
-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지만 영상에 집중하고 있던 지혁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뒤, 누군가가 지혁의 등을 쿡쿡 찔렀다.
“와우씨! 깜짝이야! 아오 씨바!”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누구야, 당신?”
물어볼 것도 없었다. 목에 비표를 달고 있으니까. PRESS.
“기자가 왜 여길 들어옵니까!”
“미안합니다. 내가 여긴 처음이라서. 여기가 비디오 룸인줄 모르고 문을 한 번 열어봤는데 마침 당신이 있길래요.”
“나가요. 기자들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공간입니다. 나가요, 당장!”
지혁은 황급히 모니터를 꺼 버리며 화를 냈다.
“되게 까칠하게 구시네. 실수라고 하잖아요. 그나저나 이렇게 마주친 김에 뭐 하나만 물어보죠.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카를로스 코레아가 무섭게 스탯을 쌓고 있어요. 루키 오브 더 이어를 노리는 후보들인데. 어떻게 생각하시죠?”
“미친놈일세, 이거.”
지혁은 한국말로 내뱉었다. 기자라는 직함을 달아주기 아까운 부류의 쓰레기 같은 놈들은 어디에나 있다. 메이저리그 라커룸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에도 이런 녀석들이 있었다. 특히 이런 부류의 녀석들이 부상 정보를 유출시키는 데 치명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탬파베이의 구성원 모두가 짜증이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대답 좀 해주세요.”
“싫습니다.”
“음. 인터뷰를 회피한 신인. 좋습니다. 이걸로도 기사를 쓰면 한 바구니는 나오니까.”
“오랜만이네. 이런 개새끼도.”
“응? 뭐라구요?”
“어차피 넌 못 알아들으니까. 꺼져라, 빨리.”
이죽대는 면상에 짜증이 솟구쳤다. 프로의 세계에서 기자들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베테랑이나 슈퍼스타들이 아닌 신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기자가 어떻게 글을 쓰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곤 하니까.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볼 때, 눈앞의 이 기자놈은 일부러 지혁의 기분을 거스르기 위해 작정한 것 같았다. 기자질을 잘못 배운 녀석이겠지. 일부러 인터뷰이를 도발해서 자극적인 멘트를 따내려는 부류의 놈. 비표를 흘끗 보니 이름을 한두 번 들어 본 지역지 쪽에서 나온 기자였다.
“당신. 우리 팀 취재는 처음?”
“네. 처음이니까 여기가 통제 구역인 것도 몰랐죠. 여기가 통제 구역인 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우리 인터뷰 좀 합시다?”
“... 아. 큰일 났군.”
지혁은 3초 뒤의 일을 상상했다. 뭔가 폭발하듯 터져 나올 것이고, 음. 그 전에 아마.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이게 맞나?”
“그건 무슨 말입니까아아아아아?! 뭐야! 놔!”
머저리 같은 기자 놈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뒷덜미를 잡아채고 한 손으로 그 녀석을 들어올린 건 안 그래도 기자들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던 미친 들소였다.
“문. 이 새끼가 왜 여기 있지?”
“그냥 들어와서 다짜고짜 인터뷰를 좀 하자던데요.”
“룰을 어겼군?”
“네. 명백하게요.”
“나가 봐.”
“수고하십쇼.”
랭카스터에게 들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기레기에게 윙크를 한 번 날려주며 지혁은 비디오 룸을 빠져나왔다. 뒷일은 잘 모르겠다. 아마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줌 정도만 지리게 할 정도는 되겠지, 뭐.
*
- 탬파베이 레이스의 선발 투수를 소개합니다! No, 18! 지?혁! 무운!
트로피카나 필드의 장내 아나운서는 유독 목소리를 크게 했다. 안 그래도 빈자리가 많은 트로피카나 필드가 웅웅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 마운드에는 문. 이번 시즌 지금까지 15경기에 등판했습니다. 6승 4패, 평균자책점은 2.90. 이닝당 주자허용률은 1.39입니다. 이 선수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라운드볼러네요. ]
[ 일단 패스트볼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습니다. 평균 91.2마일이 기록되고 있네요. 최고구속은 95마일까지 나오긴 했는데, 시애틀 전에서 딱 세 번 나온 구속입니다. 이 선수의 주무기는 싱커죠. 87마일에서 91마일 정도까지 나오는 싱커로 낮은 쪽을 공략해 들어가죠.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 경계선에서 넣었다 뺐다를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라운드볼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
[ 이번 시즌부터는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죠? ]
[ 그렇습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커브를 집중 연마하는 모습이 보였었는데요. 나쁘지 않은 써드 피치로 장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탬파베이가 외야 수비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은 팀이기 때문에 그라운드볼러임에도 필연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도와줄 수 있는 공이라고 볼 수 있겠죠. ]
[ 마지막 키워드입니다. 루키 오브 더 이어. 여기에 퀘스천 마크가 달려 있네요. ]
[ 하하. ]
해설자가 웃었다.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는 투였다.
[ 솔직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 이름도 못 들어 본 선수였으니까요. 지금까지는 분명히 후보군 중에 들어 있는 선수라고 봐야 할 겁니다. ]
[ 오늘 클리블랜드에도 자격이 있는 선수가 두 명이 나옵니다. 포수 페르난도 멘데스와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 같군요. ]
마지막 연습 투구를 마쳤다. 지혁은 고개를 빙빙 돌리며 집중하려고 애썼다. 타석에 1번 타자 제이슨 킵니스가 들어서고, 심판이 플레이 볼을 선언한다. 리베라의 싸인을 받자마자 와인드업에 들어간 지혁은 자신 있게 패스트볼을 뿌려 넣었다.
“스트-라이크!”
좌타자 킵니스의 무릎 높이, 몸쪽에 정확하게 박힌 공을 리베라가 만족스럽게 쥐고 있었다.
[ 94마일입니다. 스타트가 좋군요. 문. ]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