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전처리, 회귀하다-192화 (193/204)

더 많은 부담, 더 많은 열광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클리블랜드가 앞선 상황에서의 ALCS 5차전.

프랑코나 감독은 로테이션대로라면 지혁이 등판했어야 할 5차전에 조쉬 톰린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는 3이닝만 소화하게 하고 내렸다. 이어 롱릴리프인 잭 매컬리스터를 투입해 2이닝을 막았고, 마이크 클레빈저와 브라이언 쇼가 나머지 이닝을 책임졌다.

그동안 타석에서는 카를로스 산타나가 허니웰의 스크류볼을 공략했다.

1차전의 악몽 같은 움직임이 아니었다. 허니웰도 1패만 더 하면 시리즈 탈락이라는 거대한 압박을 이겨 내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투수였으니까.

산타나가 앞발을 한 발자국 집어넣으며 있는 힘껏 밀어 때린 타구가 탬파베이의 트로피카나 필드 좌측 담장을 까마득히 넘어가며 승부가 끝났다.

4승 1패, 클리블랜드의 승리.

그리고 5차전이 끝난 바로 그날, 지혁은 탬파베이 선수들에게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거절할 수 없는 초대였다.

“헤이, 이 쪽.”

롱고리아가 손을 흔들었다.

지혁은 익숙한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며 조금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탬파베이 시절 동료들과 즐겨 찾던 식당의 분위기는 그대로였지만, 지혁의 소속이 바뀌었으니까.

이제는 클리블랜드의 선수가 되어 탬파베이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막은 주인공이 되어 버린 지혁에게 종업원들과 시민들이 따뜻한 환대를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요- 브라더.”

“앉아, 어서.”

“이거 기분이 이상하네.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어.”

탬파 지역에서 지혁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는 건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혁에게 사인을 수십 장은 받아갔던 바로 그 웨이터가 포크를 테이블 위에 툭 떨어뜨리고 가 버렸으니까.

선수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혁은 쌩 나가는 웨이터의 등 뒤에 고맙다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괜찮아. 이게 프로지, 뭐. 이 사람들도 전부 이해하고 있을걸. 오늘이야 어쩔 수 없지만.”

크리스 아처가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 지혁을 도닥인다. 한 시즌 만에 훨씬 더 성숙해진 그는 탬파베이가 유일하게 승리를 거뒀던 4차전의 승리투수였다.

“오늘은 왜 안 나왔어?”

아처는 클리블랜드가 당연히 4일 로테이션을 돌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물었다. 랭카스터 감독을 중심으로 탬파베이의 모든 타자들이 지혁을 대비해 밤늦게까지 전력 분석을 했고,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있었다고도 했다.

“우리 감독님이 무리하고 싶지 않으셨다네. 스코어가 여유가 좀 있었으니까.”

“쳇, 방심이라니. 오늘 이겼으면 기세를 타서 무너트릴 수도 있었겠네.”

“하하, 날 공략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걸.”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니까, 우리도 호락호락하게 지진 않았을 거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옛 동료들과 물러날 수 없는 시리즈에서 승부를 가린 기분이라.

아마 세상 어디서도 이런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 챔피언십시리즈를 몇 마디로 정리하고는 그저 웃었다.

때마침 식사가 나온 건 다행이었다.

지혁은 애틋하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한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어 그냥 조용히 밥만 먹었다.

롱고리아도, 아처도, 키어마이어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팀 어때. 그래도 꽤 강해졌지?”

아처는 한참 동안 조용히 밥을 먹다 지혁을 쿡 찌르며 물었다. 그는 다시 장난기 어린 예전의 아처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진심이야. 진짜로 깜짝 놀랐어.”

지혁은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탬파베이는 시즌 중에 만났던 그 탬파베이와는 같은 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끈끈했다.

모든 면에서 2%씩 모자란 그들은 자칫하면 클리블랜드를 넘어설 뻔할 정도로 강해졌다. 하긴 그러니 양키스도 넘어서고 챔피언십까지 올라왔겠지.

“하하, 고백을 하나 해야겠어. 우린 널 팔아먹었어. 아주 잘 이용했지. 맞죠, 에반?”

“하하하, 뭐야, 평생 비밀로 할 거라더니.”

“아무래도 마음에 자꾸 걸려서. 이 녀석이랑 얘기할 땐 진심이어야 한다구요.”

“이용했다고?”

“문, 기자회견 때 감독님의 말씀 기억나?”

“글쎄요. 잘…….”

“작년에도, 올해도. 너 덕분이라고. 여기까지 온 거 말이야.”

“아아.”

조금 의아하긴 했었다. 랭카스터의 말. 작년에는 지혁이 팀에 있었으니 당연했지만, 올해도 지혁이 탬파베이를 이끌어 왔다는 말.

“넌 이제 클리블랜드에서 르브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까 조금 알지도 모르겠네. 우리 탬파에는 르브론이나 너처럼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가 없어.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쪽 동네 사람들이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기도 하고. 어쨌든 감독님은 널 이용하기로 했어. 네가 팀에서 보여 줬던 워크에씩, 동료들과의 관계, 훈련하는 방법, 루틴, 이런 것들 전부 다 말이야.”

“음.”

“허니웰 같은 녀석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지. 너처럼 해 보겠다고. 알잖아? 그놈, 널 무슨 신처럼 떠받드는 거?”

“에이, 그건 오버…….”

“아니, 오버가 아냐. 네가 떠나고 나서 애가 눈빛이 완전 달라졌어. 팀을 잠깐 떠났던 알렌 코치도 다시 데려왔고, 힉키 코치도 작정을 한 사람처럼 투수들한테 달라붙고…… 투수들은 전부 다 네 뒤꽁무니를 쫓아왔다고.”

아처는 지혁의 표정을 가리키며 낄낄댔다.

“기분이 좋은가 보지? 하하하, 비행기 제대로 타는 날이야, 문.”

“크하하핫!”

키어마이어도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같이 웃어 제낀다.

하지만 지혁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지혁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고, 고공 비행을 시작하고,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발돋움해 왔던 팀. 탬파베이에는.

“네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거지. 그리고 우린 그 흔적을 빨아들여서 어떻게든 널 넘어서 보려고 환장한 어린 녀석들이 많은 팀이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강해져서 월드시리즈 문턱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네 역할이 컸어. 팀에 없었지만 말이야.”

롱고리아는 제법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래서 오늘 식사라도 하자고 부른 거야. 우린 오늘로 1년을 마무리했지만, 넌 아직 한 단계 남아 있잖아. 진짜 중요한 무대.”

“그래, 문! 네가 어떤 팀을 이겼는지, 그 팀의 어린 똥강아지들이 어떤 선수를 보고 배웠는지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하하하, 어때, 이 정도면 동기 부여는 확실하지 않아? 허니웰, 네 사생팬 녀석한테 트로피 드는 걸 한 번 보여 줘야지 않겠어?”

“우승하고 나서 다시 우리 팀으로 와라. 나도 우승하고 싶은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혁은 눈물이 차오를 뻔해서 고개를 숙이고 다시 밥을 입에 쑤셔 넣었다.

경기를 치를 때는 단순히 묘한 감정일 뿐이었지만, 이렇게 경기가 끝나고 옛 동료들의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ALCS, 클리블랜드와 탬파베이의 경기는 단순히 현재 소속 팀과 이전 소속 팀 간의 경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의 소속 팀인 클리블랜드는 지혁을 마지막 퍼즐로 삼아 70년의 저주를 깨는 데에 도전하는 아메리칸리그 최강 팀이고.

과거의 소속 팀인 탬파베이는 팀을 떠나간 이전의 지혁에게서 배울 것을 찾아 흡수해 강해진 팀이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쓰윽. 살짝 시큰해진 콧방울을 팔뚝으로 훔치며 대답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단순히 신이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선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낌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팀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리그 최강 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제는 평생의 꿈이었던 월드시리즈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

운이 나빴다면 한 가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윈터 미팅 날, 패트릭이 다른 팀으로 그를 이끌었다면? 그래도 지혁에게 지금 같은 길이 열렸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Nope, 네가 무슨 행운아야? 행운아는 니놈 플레이를 옆에서 보고 배운 허니웰 같은 놈들이지. 걔들이 진짜 행운아야. 뭐, 나도 프라이스와 쉴즈를 보고 배웠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넌 엄청나게 노력했잖아. 헤이, 넌 이제 노력의 결실을 맺은 거라고.”

“그래, 맞아. 단순히 운으로 우릴 이겼다고 말하지 마. 그건 진심으로 기분 나쁘니까.”

아처와 키어마이어가 한마디씩 건넨다. 롱고리아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탬파베이의 몫까지 얹어서, 열심히 해라. 프리드먼을 눌러 버려. 하하하, 꼭 우승해.”

지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탬파베이에서 여전히 지혁의 뒷모습을 쫓고 있을 어리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의 목표까지 더 얹어진 기분으로.

***

[브라이스 하퍼! 우중간으로 때려냅니다! 하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가 신호를 보냅니다. 그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잡았네요.]

[LA 다저스! 2년 연속으로 챔피언십시리즈를 탈환합니다! 이제 그들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나아갑니다!]

-2018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결과.

LA 다저스 (4-2) 7 vs 5 워싱턴 내셔널스 (2-4)

“문, 문, 준비 다 했습니까?”

“네, 나가면 돼요.”

“선글라스 써요!”

“에?”

문 바깥에 미리 나가 있던 패트릭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혁은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던 선글라스를 주워 들고는 얼른 눈을 가렸다.

“후드 모자도 뒤집어써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닙니까? 그 정도…….”

……네. 그 정도네.

문을 나서는 순간 지혁은 말을 미처 잇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했다.

“헤이, 거기! 물러나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가 아까 말했던 것 같은데, 한 발자국이라도 더 들어오면 주거침입으로 고소해 버립니다!”

10월의 클리블랜드면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로 달려가고 있는 시즌인데. 선글라스를 안 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지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터져 버렸으니까.

여기가 평소 같았으면 황량하기 그지없었을 클리블랜드의 한복판, 지혁의 집 앞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이런 건 공항에서나 겪어 봤었는데 말이다.

지혁의 집 앞에는 한국에서 몰려온 각종 매스컴이 진을 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정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만!”

“인터뷰, 인터뷰 한 번만요! 문지혁 선수! 카메라 좀 봐 주세요!”

“인터뷰가 안 되면 사진만이라도! 포토 타임 한 번만 당깁시다! 이봐요!”

“Holy shit. fucking asshole.”

지혁은 패트릭이 이렇게 직설적인 비속어를 내뱉는 걸 처음 보았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마치 보디가드라도 된 것처럼 지혁을 자동차에 구겨 넣는 동안 패트릭은 카메라에 수십 대는 더 맞은 것 같았다.

“팔꿈치에 제대로 맞아 버렸네. 여기 멍들겠어요.”

“씁…… 한국이 많이 열정적이네요.”

“열정적? 이건 무례한 겁니다. 아무리 당신의 모국에서 온 사람들이라도…….”

“옛, 써.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한테 100% 동의하니까 일단 출발합시다.”

지혁은 화가 잔뜩 난 패트릭의 말을 얼른 끊고는 그를 독촉했다. 자동차가 기자 무리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기자들은 정말 그 정도로 많았다.

“하…….”

벌써부터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오늘의 미디어 데이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 쪽 기자들과는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해야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냥 다 쫓아내 버릴까요?”

“패트릭, 나도 그러고 싶지만…….”

솔직히 아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저 무리들 사이에는 단순히 스포츠 기자나 특파원들뿐 아니라 일반 기자들도 상당수 섞여 있다. TV 공중파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마 스포츠를 컨텐츠로 다룰 수 있는 모든 채널에서 다 왔을 것이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한국의 국내 사정이 어지러워지고, 다른 스포츠 종목의 스타들이 뚜렷한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혁은 그야말로 ‘국민 대스타’가 되어 버렸다. 피겨의 김연아나, 옛날 해외 축구의 박지성 이상 가면 갔지 모자라지는 않을 정도로.

평소 시즌 중에 패트릭이 처리할 수 있는 스포츠 기자 무리들과는 다르게, 스포츠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국내에 퍼져 있는 신드롬에 응답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일반 기자들은 더욱 말이 통하지 않았다.

운동선수의 생리에 대해 무지한 데다가 막무가내인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말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온 이 기자 무리들을 완전히 떨쳐 내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구단 차원에서도 지혁을 보호하는 데 가장 최우선 과제를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을 완전히 떨쳐 내지는 못하는 이유 말이다.

심지어는 프랑코나 감독조차도 적당히 상대를 해 주라 말했다.

“최소한 1차전 때까지는 이렇게 가야 할 거예요.”

“젠장, 하필이면 매치 업이 이렇게 붙어 버려서.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LA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있다니, 참. 경기가 열리는 LA로는 가지도 않을 생각인건가?”

“아마 따라올걸요.”

“미쳤어, 진짜 이건 미쳤다고.”

그 이유. 월드시리즈 1차전, 클리블랜드의 선발이 지혁이고, LA 다저스의 선발이 또 다른 한국인 선발투수 류희주라는 것.

안토네티 단장은 한국인끼리의 매치 업을 이용하고자 했다. 프랑코나도 이 계획에 동의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LA는 한인 타운이 엄청난 곳입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인 팬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경기장이 다저 스타디움이래요. 통계적으로. 그리고 우리 분석 팀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다저스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한국 선수를 응원한다더군요. 대부분. 내 말이 맞나요, 문?”

“네, 맞습니다. 아마도요.”

“그럼…….”

“자네 생각이 맞아, 크리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다저 스타디움을 우리 안방처럼 쓸 수도 있는 기회 말이지.”

“예스! 이건 이용해야만 하겠네요. 사무국 쪽에도 연결을 해 보죠. 문, 한국 쪽 언론과 매스컴에 최대한 호의적으로 대해 줘요. 물론 절대로 컨디션을 해쳐서는 안 되지만, 그 정도는 당연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죠? 프로 씬에서, 프로답게. 그렇게 말이에요.”

안토네티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건 한국의 언론과 방송이 목숨 걸고 달려들면 그들은 전혀 프로답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클리블랜드는 목표를 정했다. 최대한 많은 한국인들을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 끌어들인다.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투수 두 명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만나는 날. 두 한국인 투수 간의 대결은 수많은 한국 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부를 것이다. 그렇게 몰려든 한국 관중들은, 최소한 지혁이 투구를 할 때는 지혁을 향해 응원을 보낼 것이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원정을 치르는 동안에 상대 관중들의 응원을 억제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안토네티와 프랑코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게 지혁이 이틀째 이 거슬리는 기자 무리들을 집 앞에 방치해 놓고 있는 이유였다.

“문지혁 선수, 짧게라도 인터뷰 한 번만 해 주세요!”

경기장 앞에 내리자마자, 이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 무리가 또 다시 달려들었다.

“하아.”

월드시리즈 1차전. 다저스와 인디언스, 인디언스와 다저스.

그리고, 문지혁과 류희주.

맞대결을 앞둔 전날부터 한국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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