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5화 (5/301)

5화

>지원 분대 도착

OS의 전투정보 메세지와 함께 지원 온 형제들의 통신이 들린다.

-찰리하나팔, 3분대가 올라간다.

치료가 마무리되었을 때 지원하러 온 동료들도 도착했다. 녀석들은 빈우가 뿌려놓은 수류탄을 회수하며 올라왔다.

이제 쇼핑몰에 있는 것은 멀쩡한 대원 아홉, 중상 입은 대원 하나, 죽은 샤다이 셋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계획은 바뀐다.

-현재 인원은 부상자와 외계인 샘플을 회수하여 귀환 지점으로 이동.

이견 없는 만장일치다. 현재 터미널로 돌입한 1, 3소대는 상황종료. 2소대는 시가지에서 전투 진행 중. 빈우 조는 귀환 지점으로 이동이다.

현재까지 피해는 중상 1명, 경상 1명. 중상은 샤다이를 상대로 입은 것이고 개척민들의 자동 병기에는 빈우만 재수 없게 당했을 뿐이다. 이만하면 이번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다.

귀환 루트는 2소대가 정리한 지역을 지나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상자가 있는 만큼 최단 루트로 골랐다. 셔틀로 착륙한 3소대가 착륙지 주변을 미리 정리해서 안전 지역을 확보해 놓은 덕분에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아까 보기로는 개척민들이 지상에 남아 있다고 했는데 다들 피신했는지 거주 구의 건물들이 텅 비어 을씨년스럽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 샤다이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구석 구석마다 소이탄을 하나씩 까 넣고 싶어진다.

마침 빈우 앞에서 걷고 있는 동료의 등에는 죽은 샤다이가 장갑복 채로 매달려 있었다. 저 시체와 무기, 장갑복은 연방에게 귀중한 연구재료가 될 것이다. 아직 샤다이를 생포한 적은 없다. 상부에선 가능할 경우 생포하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빈우가 상대했던 놈들이 입었던 보병용 기본 장갑복은 연방 코드명으로는 스팸이라고 하는데 이놈은 여러모로 어벤져 장갑복보다 우위에 있다.

먼저 방어력을 보면 레이저나 플라스마 무기에 대해서 입이 벌어지는 성능을 보여준다. 장갑 보병들이 쓰는 레이저포는 죽어라 갈겨봤자 기별도 안 가고 전차의 플라스마 포도 한두 대는 버틴다. 하긴 자기들이 쓰는 게 플라스마 병기이니 납득이 간다.

어디까지나 내열 성능과 비교하면 떨어진다뿐이지 물리 공격에 대한 방어력도 어벤져에 비해 월등하다. 연방 장갑 보병의 기본무기인 HM-22A 코일건으로 스팸의 방어막과 장갑을 뚫고 착용자를 살상하려면 1km 거리에서 4~50발은 쏴야 한다. 어벤져가 같은 상황에서 열 발 정도 버티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능이다.

거기에다 장갑에는 자기재생능력도 있어서 손상을 입으면 스스로 복구를 한다. 구멍 난 부분을 어찌어찌 땜질하는 어벤져 장갑복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근력 보조 기능은 영 아니어서 맞붙어 드잡이질하면 연방 장갑 보병에게 밀리지만, 그딴 건 사소하다고 치부할 만큼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공격력 쪽으로 넘어가면 연방이 더더욱 암울해지는데 스팸을 입은 샤다이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무장을 가지고 다닌다. 원거리용 플라스마 발사기인 시즐러와 근거리용 플라스마 대검 클레이모어. 둘 다 연방 쪽에서 붙인 코드명이다.

시즐러는 길이 170cm가량의 장창 형태의 무기인데 거기서 발사되는 플라스마는 기본 사양의 어벤져를 한 방에 무력화시킨다. 어찌어찌 내열 방패로 막을 수는 있는 건 한 발이 한계고 그다음엔 맞은 부위가 증발해 버린다. 맞는다면.

그리고 근접무기인 클레이모어는 장갑 보병 따위는 순식간에 일도양단해버린다. 제대로 쓴다면.

마지막으로 위장기능. 가시광선, 자기장, 전자파 등으로부터 은신하는 이 기능은 일반 장갑 보병용 센서로는 감지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장 중인 샤다이는 자신의 탐지능력과 기동성에 심각한 제한이 걸릴 것이라는 추측이-어디까지나 추측이-있다.

요약하자면 사람 크기에 전차 급 방어력을 지닌 놈이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에 전차포를 갈긴다는 건데, 입고 다니는 놈들이 등신들만 아니었어도 연방은 진작에 쓸려나갔을 거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연방은 샤다이의 기술력을 분석해서 흡수하기 위해 샘플 수집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 저 시즐러만 해도 작동원리를 모른다. 분명 플라스마 병기인데 동력원도 없고 사출 기관도 없다. 그런데도 샤다이의 손에서는 잘만 작동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정지.

앞서가던 동료가 적을 발견하고 정지 신호를 보냈다. 녀석이 50m 전방의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을 감지해 모두에게 공유했다.

-여긴 아직 2소대가 쓸지 않았지.

재수 없으면 샤다이들과 한 번 더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부상자와 샘플이 있는 마당에 빈우는 딱히 전투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우회할까?

그러나 형제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단 샤다이는 아닌 것 같다.

하긴 샤다이라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겠지. 빈우는 형제가 채집한 소음의 정체를 들어보았다. 아는 소리, 그리고 방금도 들었던 소리다.

-스콜피온의 구동음이다.

그렇다면 개척민들의 무인 방어시스템일 가능성이 크다. 샤다이는 연방이나 자치정부나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지라 스콜피온이 살아있다면 아직은 근처에 샤다이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발견한 적이 만만한 대상임을 파악한 일행은 부담 없이 주차장을 향해 나아갔다. 여기 모인 병력이라면 스콜피온 따윈 대대 단위로 갈려 나간다.

이러면 약간의 무력마찰이 있겠지만 우회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

습득한 정보를 공유하며 앞으로 나서던 빈우는 자신들이 얼마나 부담 없이 행동했는지를 깨달았다.

-야야, 저쪽에서도 우릴 감지한 것 같은데?

상대 쪽의 액티브 센서가 이쪽을 훑고 있다는 것이 장갑복의 HUD에 경고로 뜬다. 하긴 은·엄폐도 안 하고 도로로 뚜벅뚜벅 걸어갔으니 당연히 알아채겠지.

-하기야 감지한 들 별일 있겠냐.

클론치고는 불성실한 말을 한 빈우는 두뇌 통신으로 대형을 다시 짰다. 부상자와 샘플을 든 세 명은 뒤로 빠지고 빈우와 다른 두 명이 주차장 입구로 전진, 나머지 셋은 건물 뒤로 돌아서 우회.

-스콜피온 하나. 나온다.

주차장 출구로 스콜피온 전차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빈우는 옆의 동료와 함께 코일건을 겨눴다. 조준과 동시에 인명 수색을 해봤지만 역시나 전차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근데 인명 수색 모드가 저 정도 장갑까지 투과해서 감지하던가?’

빈우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지만, 생각은 거기서 끝났다. 곧이어 이쪽으로 포탑을 돌리던 스콜피온 전차의 정면과 측면 장갑이 코일건에 꿰뚫리며 폭발과 화염이 일었다. 샤다이에 비하면 싱겁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때 불길이 솟구치는 전차의 해치가 열리며 탑승자가 불타며 뛰쳐나왔다.

“끄아아아~”

온몸에 불이 붙은 인간이 전차 옆으로 떨어지더니 발버둥을 치다 곧 오그라들었다.

“어어?”

뜬금없이 눈앞에서 인간이 죽어가는 광경을 본 빈우의 사고가 잠시 멈췄다. 인간을 해칠 수 없는 클론의 손에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은 꽤 엄청난 충격이었다.

‘젠장~ 이런 사고 있을 것 같았다. 눈먼 클론의 총에 인간이 죽는 최악의 사고.’

작전 시작 전부터 빈우가 지적했던 문제였다. 그러나 그 당시 형제 중 누구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결과가 이거다.

곧이어 전투 OS로부터 엄청난 강제가 올 것이다. 정신적은 물론이고 육체적인 구속도 당연한 순서다. 방아쇠를 당긴 재수 없는 클론들은 강제로 수면에 들어간 다음 장갑복 AI의 움직임으로 귀환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이 자리에서 머릿속의 논리 폭탄이 터져 백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빈우는 물론이고 주변의 동료들 그리고 작전 중인 형제들 누구에게도 OS의 강제가 오지 않았다.

더구나 빈우의 HUD는 타 죽는 인간형 대상을 여전히 적색-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인간을 적으로 설정하는 게 가능해? 클론인 우리가? 그럼 이게 인간이 아니라고?’

연방의 인명 수색 모드는 상당히 깐깐해서 불탄 시체는 물론이고 갈린 고기 조각도 인간의 시체로 판독해낸다. 그리고 클론 중대원들과 장비는 인간을 적으로 설정할 수 없기에 어쩌면 저 적성대상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빈우는 불안한 마음에 아직 불타고 있는 시체를 붙잡아 다시 한번 더 인명 수색 모드로 정밀 스캔을 해보았다. 이번에도 인간이 아니라고 뜬다. 하지만 빈우가 보기에 이 시체는 너무나도 인간 같았다.

혹시나 해서 빈우는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의 세부 항목 하나하나를 수동으로 재점검해 보았다.

“씨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든 측정값이 이 사체가 호모사피엔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색 모드는 판별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적인 것 하나로 저것이 인간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두뇌 칩 반응 없음.

이 대상에게 연방의 두뇌 칩이 없다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장갑복의 인명 수색 모드는 저 개척민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두뇌 칩은 말 그대로 인간의 두뇌에 삽입하는 칩으로서, 기억을 기록하거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넣는 용도로 쓰인다. 말하자면 인간의 머릿속에 컴퓨터와 보조 기억장치를 집어넣는 것이다.

즉 인간의 활동과 능력에 엄청난 향상을 가져다주는 물건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 되진 않는다.

빈우의 기억으론 이제까지 인명 수색 모드는 연방의 시민이든 자치령의 주민이든 모두 인간으로 판별했다. 적어도 저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23일에 있었던 전투 OS 업그레이드에서 이게 바뀌었어!’

중대의 인명 수색 모드가 나흘 전에 변경되어 있었다. 원래의 인명 수색 모드는 인간의 생체 반응, 생활 반응을 감지해 대상을 판별했다.

그러나 지난번 수면 때 업그레이드된 현재의 인명 수색 모드는 거기에 마지막 과정이 추가되어 연방의 두뇌 칩 유무로 인간을 정의하고 있었다.

즉, 아무리 인간이어도 연방의 두뇌 칩이 없으면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뇌 칩은 연방의 인간들에게만 있고 자치정부의 사람들에게는 없다.

저 사람은 두뇌 칩이 없으니 자치정부 개척민일 것이고 동시에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장갑복의 센서는 두뇌 칩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피아식별 시스템에는 붉은색, 적으로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빈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클론 중대원들의 전투 OS에 업그레이드가 있었다면 현재 울토르 중대원들-클론들 전원-은 개척민들을 인간이 아닌 적으로 볼 것이다.

빈우는 두뇌 통신으로 방금 같이 사격을 했던 동료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아주 평온했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오로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충실감만이 가득할 따름이다.

빈우와 마찬가지로. 다만 당혹함이 없을 뿐.

불쾌한 소름이 목덜미를 핥는다.

“사격중지! 전원 사격중지!”

뭐가 어찌 되었든 빈우는 일단 주위의 형제들을 멈추기 위해 소리쳤다. 그런 뒤 이를 악물며 동료들의 두뇌 통신 회선을 통해 피아식별 시스템과 인명 수색 모드를 점검해 보았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이쪽도 마찬가지로 결과가 같다. 클론 중대원들에게는 개척민이 인간이 아닌 적으로 정의되어 있었다.

“아니 설마, 그래도, 씨발, 씨발, 제발.”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빈우는 중대의 전투 기록을 재생해 보았다. 형제들이 공격했던 대공 포대와 시가지에서 있었던 전투의 기록들이다. 당시에는 중대 전투정보로 모조리 쓸어버렸다는 대략적인 것만 알았을 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자세한 것을 알려면 당시의 기록을 봐야 한다.

영상과 음성이 재생되자 최악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대공 포대에 소이탄이 작열하며 불에 붙은 인간들이 나뒹군다. 도망치는 개척민들 등에 코일건 탄환이 작열하자 사방으로 고깃덩이가 비산한다. 난간에 매달려 숨은 적의 머리를 걷어차 떨어뜨린다. 좁은 복도 사이를 제트팩을 켜고 돌진해 모여있는 적들을 부딪쳐 죽인다. 형제들은 보이는 적들을 모두 죽였다.

빈우는 급히 중대의 현재 전투 상황을 공유해 보았다.

“항복입니다! 항보옥!”

떨어져 나간 팔을 부여잡고 울부짖으며 항복하는 남자가 형제의 주먹질 한방에 으깨졌다.

“항복한다고 했잖아요! 쏘지 마세요! 제발 아악!”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든 여자 역시 초음속으로 날아온 코일건 탄환에 갈기갈기 찢긴다. 불타는 시가지는 아비규환이었다. 싸우는 적, 도망치는 적, 항복하는 적. 모두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코일건에 맞고, 건물 안에서 소이탄에 불타고, 덤비다가 나이프에 찔리고, 도망치다 레이저포에 증발하고, 항복하다 짓밟히고, 적이 형제들에게 죽고 있었다.

아니다. 인간이 클론들에게, 죽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인간을 해칠 수 없는 안전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 중인데? 아무리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인지 아닌지는 우리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잖아!’

그러나 판단 대부분을 OS가 정해놓은 가이드 라인에 따라서 하는 클론들은 피아식별에서 적이라고 뜨고,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의심 없이 믿고 실행해 버린다.

막아야 한다. 클론이 인간을 죽이게 해선 안 된다. 아니 그보다 이런 학살은 막아야 한다.

>모든 적 세력 말살

빈우의 머릿속에 주입된 명령이 다시 발동한다. 클론들은 명령에 충실하다. 모든 적 세력 말살이란 명령이 내려진 지금 인간이 아닌 적들을 죽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애초에 왜 인명 수색 모드의 마지막 과정에 이런 게 추가되었지? 자치정부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연방의 인간만 인간 취급하자는 거냐.’

문득 빈우는 처음에 조우한 스콜피온 전차가 떠올랐다. 그 당시엔 인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분명히 사람이 타고 있었을 거다. 빈우는 인간을 죽였다.

‘인간을 죽인 게 처음은 아닌데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걸까?’

-찰리하나팔? 괜찮나?

형제가 혼란스러워하는 빈우를 걱정한다. 오락가락하는 정신 상태가 공유되었으니 당연히 걱정될 거다.

“어, 어~괜찮아.”

진정하자, 상대는 연방의 인간이 아니다. 개척민은 연방의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다. 모든 적 세력 말살. 인간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머릿속이 모순으로 가득 찬다. 니미 씨발 저 개척민들은 인간이라고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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