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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9화 (9/301)

9화

빈우는 트램을 타고 격납고로 향하면서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전투 가능한 클론들은 모조리 일어나 격납고로 모이고 있었다.

-함내 방어 시스템이 적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화면에는 자동 방어 화기들이 침입자를 공격하는 장면이 보였지만 놈들에겐 무인 포대나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이번 적은 현재까지 만나본 놈들 중에서 최악의 상대였다.

트램이 격납고에 도착하자 빈우는 자신의 장갑복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장갑복을 입기 직전 빈우는 잠시 멈춰섰다.

-….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빈우는 잠시 가만히 서 있었지만, 영상과 음성 기록만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멈춘 것도 잠시, 장갑복을 착용한 빈우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함재기용 폭탄, 한 발씩 각 분대에 배당해.

이미 모든 함재기는 격추되었지만, 폭탄은 아직 있다. 이번 샤다이의 방어막이 예전의 놈들 것과 같은 것이라면 장갑 보병이 직접 들고 저속으로 날아가면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마침 적은 솔리드 베타를 나포하기 위해 가까이 붙은 상황이니 폭탄으로 적의 장갑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서 싸우려는 계획일 것이다.

-뇌관 설정은… 크앗!

그때 격납고 문이 통째로 뜯겨 나가고 적들이 침입했다. 아까 미사일 발사구를 통해 침투한 녀석들과 같은 모양의 놈들이다.

-양동작전이었나.

영상 속 빈우의 말대로였다. 놈들은 병력 중 일부를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채 미사일 발사구 쪽으로 돌입시켰고 본대는 스텔스 상태로 격납고를 급습한 것이다.

-사격 개시!

울토르 중대의 어벤져 장갑복들이 제각기 공격했으나 이번에도 별 효과는 없었다. 코일건도, 레이저 캐논도, 미사일이나 로켓도 적들에게 분명히 명중했지만, 놈들은 아무런 피해 없이 이쪽으로 다가와 공격했다.

“으음.”

응우옌 중령이 침음성을 흘릴 만했다. 놈들의 공격을 맞은 아군은 말 그대로 증발해 버리고 있었으니. 보고서로는 보았지만 직접 보는 것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들급에서도 준수한 방어력을 가진 어벤져 장갑복이 적의 플라스마 공격에 맞는 순간 폭발하며 섬광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맞은 부위만 날려버리는 시즐러하곤 격이 다른 위력이다.

-내열 방패 최대한 생성! 접근해! 거리를 두지 마! 붙어!

기록 속의 빈우는 필사적으로 적들을 향해 다가가려 했다. 샤다이와는 접근전을 하는 게 오히려 승률이 높은 편이고 그걸 잘 아는 클론들도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 했다.

제트팩을 써서 돌진한 아군 몇몇이 접근전을 시도했다.

대원 하나가 찌르는 초음파 나이프를 샤다이가 손등을 들어서 막는다. 그리고 빙글 돌리며 손바닥으로 잡아채 당긴 다음 반대 손으로 어벤져 장갑복의 멱살을 거머쥐었다.

-크헉!

신형 샤다이 장갑복의 손에 붙잡힌 클론 장갑병은 벗어나려고 했지만 적은 미동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잡힌 어벤져의 목 부위가 우그러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열 공격에 폭발했다.

저쪽에선 다른 대원이 제트팩을 써서 어깨로 태클을 했지만 샤다이는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은 듯 그대로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어벤져의 등에 플라스마 대검을 꽂았다.

일방적인 싸움이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아군의 어떤 공격도 적에게 통하지 않는 반면 적의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방법은 있었다. 아까 모아둔 함재기용 폭탄이 그것이다. 함선이나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이 무기라면 적에게 통용될 것이다.

하지만 3미터에 달하는 이 폭탄은 원래는 요격기에서 발사하는 용도다. 장갑 보병이 들고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폭탄 들고 둔해진 움직임으로 나가는 순간 플라스마를 뒤집어쓸 거다.

-방패 조. 방패 대형으로 약진.

빈우의 목소리지만 빈우의 명령이 아니다. 클론이 육성으로 명령을 내린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빈우의 허락을 기다리기 힘들 때는 이렇게 육성으로 통보하곤 했다.

그리고 양손에 방패를 든 대원들이 각기 대형을 짜 앞으로 나섰다. 시간을 벌기 위해 총알받이를 하는 것이다. 이미 자기들끼리 두뇌 통신으로 결정을 내렸겠지.

-제길. 폭탄 분배는 임의로 한다. 준비되는 조부터 돌격!

빈우는 이를 악물며 폭탄을 들고 방패 조를 따랐다. 그 뒤를 따른 클론들도 앞서 나간 형제들이 사라지는 섬광을 좇아 돌격했다. 적의 공격을 막은 중대원들은 약간의 잔해만을 남기고 사라졌고 그걸 넘어 플라스마들이 이쪽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빈우의 시선으로 들어왔고.

장갑복의 기록은 거기까지였다.

* * *

“우리가 회수한 기록은 여기까지일세.”

빈우의 두뇌 칩의 기록도 거기서 멈췄다.

“어이구야, 자네의 기록도 여기까지로군. 별 차이 없구먼?”

영상을 끈 이노우에 준장이 말을 이었다.

“한데 말이야, 여기서 전사한 줄로만 알았던 중대 관리자가 예비용 C 열 클론으로 위장해 잠수하고 있다가 바로 오늘 부상을 시도해서 우리 쪽으로 연락이 오더군. 김빈우 소령. 저 기록 이후 자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또 무엇을 위해 ‘잠수’를 하고 클론으로 위장한 거지? 으~응?”

능글능글 비꼬는 듯한 말투였지만 고토를 잘 아는 빈우로서는 그 물음에 문책이나 비난의 기운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빈우가 한 행위는 일반적인 전투 부대라면 중죄인 전선 이탈에 해당한다.

그러나 빈우는 달랐다. 정보국 소속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당시의 빈우는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고 그것을 숨기고 나중에라도 알리기 위해 ‘잠수’를 한 것임이 틀림없다.

‘잠수’란 현재의 기억과 기록을 감추고 가상의 인격을 덮어씌워 정체를 감추는 방법으로써 정보국 요원들의 위장술 중 하나다. 본인도 모르게 위장한 요원은 그 어떤 심문이나 조사에도 걸리지 않고 잠입해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미리 계획한 대로 회수되어 ‘부상’을 통해 다시 본인으로 돌아온다.

이번처럼 급작스러운 잠수를 하게 될 때는 동료나 상부가 알 수 있도록 흔적을 남겨둔다. 그러나 빈우는 일체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잠수했다가 뜬금없이 지금 ‘부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건대 빈우는 당시 기록의 마지막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아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잠수를 했을 것이다. 허나 당사자인 빈우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아무런 기록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일단 빈우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어, 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기록에는 접근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잠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좌우의 두 중령이 고함을 질러도 어쩔 수 없다. 빈우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되찾은 빈우는 당시의 기록을 열람하려 했지만, 일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열리지 않는다.

당황한 응우옌 중령이 이노우에 준장에게 질문한다.

“어찌 된 겁니까, 국장님. 혹시 무슨 후유증이나 오류일까요?”

이어서 라캉 중령은 기회라는 듯 몰아붙인다.

“아니, 그보다 김 소령이 적에게 나포되어 기록을 조작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정보부 사람들은 모두 태연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닐세. 타이 소령. 확인되었나?”

빈우의 두뇌 칩에 접속해 있던 마커스가 해당 기록 구역을 검색했다. 시간상 공격을 받은 후의 기록이다.

“두뇌 칩에 당시의 기록은 있습니다만 역시나 잠겨있군요. 예상했다시피 보안 패턴은 ‘트리니티’입니다.”

마커스와 이노우에 준장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지만 라캉 중령은 애가 타는 것 같다.

“잠겨있다니, 그럼 풀면 되지 않습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게나, 중령. 이 트리니티 패턴의 보안은 풀고 싶다고 바로 풀어지는 것이 아닐세. 해제에 두뇌 칩과 뇌, 당사자의 삶, 이 세 가지가 필요해서 트리니티라 불리는 이 패턴은 단순히 칩의 기록만으로는 해독이 안 되네.”

마치 약 올리듯 뜸을 들이던 이노우에 준장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풀기 위해선 먼저 해당 ‘칩’이 ‘원래의 뇌’에 삽입된 상태여야 하고 그 해독에도 단순한 암호가 쓰이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뇌의 신경 신호가 필요하다네. 정보를 지닌 인물이 설정된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면 그 기억에 자극된 뇌 신경 신호들이 점차 모이고 중첩되어 기록에 걸린 암호를 여는 키가 되는 거지.”

다시 말해 칩의 기록을 복사하거나 당사자를 납치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뇌, 칩, 행동, 이 세 가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것이 트리니티 패턴의 핵심이다.

“꽤 복잡하군요. 그렇다면 그 기록은 빈우 소령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소령이 미리 정해진 대로 생활해야 보안이 풀린다는 겁니까?”

응우옌 중령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이지. 자네들이 보기엔 번거롭겠지만 이건 꽤 좋은 방식이라고. 두뇌 칩과 두뇌, 당사자의 삶. 이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풀리니까. 때문에, 칩에서 기록을 복제하거나 본인을 잡아 고문해도 소용없어. 지정된 행동이 아니면 암호를 건 자신이나 본부조차 풀 수 없으니 말일세.”

“그런데 그 기록을 가진 사람이 패턴이 풀리기 전에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 자료를 잃어버리지 않습니까? 김 소령은 지난 6개월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잠수해서 장갑 보병으로서 클론들과 함께 전투를 치뤄 왔습니다. 만약 도중에 전사했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되었을 겁니다.”

라캉 중령의 의문도 당연하다. 애써 숨긴 정보를 전하지도 못하고 허공에 날려버리는 데다 본인은 죽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안전하게 하려 했다면 빈우는 잠수 후 그 사실을 아군이 알 수 있도록 흔적을 남겨놨어야 했다. 그렇다면 솔리드 베타가 구조받았을 때 빈우도 바로 정보국과 접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빈우의 두뇌 칩 설정을 살펴보던 마커스가 했다.

“트리니티 패턴은 전달보다는 은닉에 더 중점을 둔 방식입니다. 정보의 가치는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합니다. 그것도 아주 민감하게요. 어제까지만 해도 당장 필요했던 정보가 오늘은 숨기거나 폐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 소령이 트리니티 패턴으로 숨긴 게 당시의 기록만이 아니란 겁니다.”

그러면서 마커스는 빈우의 두뇌 칩 설정 중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빈우의 잠수와 부상 설정이다.

“보시다시피 김 소령은 잠수에서 깨어날 부상의 시동에조차 트리니티 패턴을 사용해놨습니다. 자신이 울토르 부대에서 장갑 보병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어야 부상하도록,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야 인간으로 돌아오도록 설정해서 말입니다.

임무 도중 전사는 물론이고, 만약 샤다이의 습격 이후 정보 노출을 우려한 우리가 프로젝트를 중지했었다면 김 소령은 그냥 클론인 채로 폐기되었을 겁니다. 본인은 그것을 각오했을 것이고요.”

즉 빈우는 최악의 상황일 때 정보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조차 아예 없애버리고자 한 것이다. 이런 것은 정보부 사람들에겐 당연한 인식이지만 다른 외부인들은 질려버렸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계속되었고 김 소령은 살아남아 클론으로 정체를 계속 숨겨왔습니다. 그리고 장갑 보병으로 일정 시간 생활하자 트리니티 패턴에 의해 우리 쪽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잠수하고 있으니 부상을 도와달라고.”

마커스가 다음 띄운 음성 기록은 빈우의 암호 통신이었다.

-없어? 어디 간 거야? 내 치킨 파이! 내 초코 쿠키!

뜬금없이 왜 치킨 파이와 초코 쿠키를 찾냐 싶었더니 그게 빈우가 사전에 설정해둔 몇 가지 부상 신호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자 자기 최면을 통해 빈우는 본인도 모르게 저 두 단어를 말하게 되었고, 중대의 모든 회선은 정보부가 24시간 감청하고 있었기에 암호가 수신되자 요원의 회수를 위해 일행을 급파한 것이다.

그 일행 멤버를 둘러보던 빈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이 양반들이 우르르 몰려올 만한 일이던가.’

마커스는 당연히 올 것이다. 그 역시 울토르 프로젝트의 담당자 중 하나였으니까. 이노우에 준장은 사안이 사안이니 만치 저렇게 패널로나마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런데 클론 제작 담당인 과학기술국의 응우옌 중령이나 보안국의 라캉 중령은 대체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다. 분명 울토르 프로젝트에 깊은 관여를 하고 있지만, 정보국 요원이 회수되는 자리에 올 만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빈우는 내색하지 않고 마커스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리고 여기 이 부분에 감춰진 기록, 김 소령이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아 잠수를 할 때까지 남겼던 기록은 부상 이후의 행보에 따라 풀리도록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즉 빈우는 보안을 2중으로 걸어놨다.

먼저 자신은 정체를 숨기고 클론으로 위장해 잠수했다. 인간으로 부상해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울토르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프로젝트가 중지되면 본인은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클론인 채 폐기될 것임에도.

그다음은 당시의 중요한 기록조차 트리니티 패턴으로 숨겨놓았다. 이 기록과 정보는 빈우가 지정해 놓은 생활대로 살아야 풀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보가 유실되는 것보다 숨기는 것에 더 중점을 준 방식이라면 꽤 민감한 사안이 분명했다. 상황에 따라 연방에, 정보국에 치명적일 수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마커스가 말을 마치자 고토 준장이 나섰다.

“그렇다면 김 소령, 이것 하나는 알겠구먼.”

그러면서 홀로그램에 떠올라있는 빈우의 기록 구역을 자신의 포인터로 쿡쿡 눌렀다.

“여기에 감춰진 정보가 이번 프로젝트와 깊이 관련이 되어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울토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면 이익이 되는 정보일 것이고, 반대라면 확실하게 증거인멸을 해야 하는 성질의 것임이 분명해. 뭐~ 한 두 가지 짚이는 게 있긴 하지만 말야.”

증거인멸이란 말이 나오자 외부인 중령 두 사람이 움찔한다.

이 울토르 프로젝트는 연방 내부에서도 극비다. 사실이 알려지면 그 여파는 엄청나다. 그 때문에 빈우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극단적인 처리 방법을 택한 것일 수 있다.

“잠깐만. 그렇다면 기억은? 기록은 열지 못한다 해도 김 소령은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응우옌 중령이 질문에 빈우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고토 준장의 눈치를 잠깐 보았다. ‘밝혀도 되겠습니까’라는 투의 시선에 이노우에 준장이 대신 대답했다.

“아쉽게도 소령에게 기억은 없다네. 보통 사람들이라면 주로 뇌에 기억을 남기고 중요한 걸 골라 다시 두뇌 칩에 기록하곤 하지? 하지만 정보국 요원들은 달라. 우리는 기억을 할 수 없어. 복무 기간의 모든 것은 암호화되어 두뇌 칩에 기록될 뿐, 당사자의 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게 우리의 방식이라네.”

이노우에 준장의 말에 과학기술국의 응우옌 티 빈 중령과 보안국의 피에르 라캉 중령 모두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인간에게 기억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될 법한 소리인가.

“기억하지 못한다고요? 그렇다면 정보국 사람들은… 아니,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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