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현재 블랙 랜스에 빈우보다 먼저 와 있는 태스크 포스 373의 팀원들은 두 명. 정보를 보니 오스카 스테이션에 오기 전에 이미 레드우드 중장이 뽑아온 대원들이다.
빈우는 그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우주항 보관소에서 이쪽으로 보낸 자신의 물건중 하나를 먼저 찾기로 했다. 원하는 물건을 찾은 빈우는 그것을 자신에게 보내도록 했고, 명령을 받은 사무 보조용 로봇은 다행히 팀원들을 만나기 전에 그 물건을 빈우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그 물건은 다름 아닌 닉스 과정을 3단계까지 수료했다는 해골 휘장으로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빈우의 가치를 증명해 줄 물건이다.
휘장을 가슴에 차고 있을 때 뒤따라오던 아나스타샤가 질문했다. 방금 지나간 로봇이 한가득 들고 있는 짐이 신경 쓰여서일 것이다.
“주인님. 저는 방에 가서 짐 정리를 하고 있을까요?”
“아니, 넌 내 사무보조용으로 되었으니 이참에 얼굴 익히자.”
오르 함장은 두 사람을 팀원들이 있는 훈련실로 직접 안내했다. 블랙 랜스는 함장인 오르 덕분에 대부분이 자동화나 함장이 직접 관리하고 있어서 승무원은 태스크 포스 373의 현장 팀원뿐이었다.
“여러분, 김빈우 소령입니다.”
훈련실의 문을 열며 오르 함장이 빈우를 소개했다. 소개는 꽤 정중했다. 블랙 랜스의 함장은 그지만 373의 팀장은 빈우이고 팀원들은 빈우의 직속 부하들이기에 대우를 해주는 것일 것이다. 아니면 본래 오르 함장 원래 성격일 수도 있고.
일행이 들어가자 앉아서 잡담하던 두 사람이 일어서며 경례를 했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와 비교적 여린 체구의 여자 팀원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빈우와 아나스타샤를 보고 있었다.
“반갑다. 373의 팀장인 소령 김빈우다.”
빈우의 말에 이어 키가 2미터는 넘는 원사가 자기소개를 말했다.
“아룹 라마누잔입니다.”
이어서 여자 중위가 말했다.
“파트리샤 피아프입니다.”
둘의 인사는 정규 부대라면 설렁설렁하다 할 수준이었으나, 이쪽 바닥 치고는 꽤 예의 바른편이다.
“그리고 이쪽은 내 사무용 안드로이드인 아나스타샤.”
빈우의 소개에 아나스타샤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나도 반가워.”
“잘 부탁해.”
안드로이드의 인사에 인간 두 명은 가볍게 답례를 해주었다. 다행히 둘 다 안드로이드에게 친절한 듯 보여 빈우는 안심했다. 자신의 옆에서 같이 일할 아나스타샤를 막 대하는 사람과 한 팀이라면 주인인 자신도 껄끄럽다.
빈우는 맞은 편에 앉으며 팀원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현재 빈우는 373의 팀장이기에 팀원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반대의 경우는 조금 제한적이지만.
먼저 아룹 라마누잔 원사는 단검뿔 토끼에서 왔다.
나이는 56세, 빈우의 두 배이고 군 복무 경력으로 따지면 세 배가 넘는다. 아룹은 단검뿔 토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으로 그가 맡은 임무들은 당장 여기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기밀 작전들이 많았다.
암호화되어 가려진 경력이 벌써 1/3 가량.
물론 빈우는 팀장이고 정보국 소령이라 기밀 취급 레벨도 높지만 그래도 이런 기밀 사항들은 보안 시설 안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미 빈우는 아룹 원사를 부팀장으로 점찍어놓았다. 앞으로 팀원이 누가 오든 계급이나 경험에서 아룹을 능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옆에서 의외로 연약한 체구를 한 여성은 파트리샤 리아프 중위. 여기서 연약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군인 기준으로 실리콘 나이트 출신인 그녀는 얼핏 봐서는 마치 일반인 같은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리 실리콘 나이트가 후방 침투해서 게릴라 임무를 맡는 부대라 해도 엄연히 전투 부대인데 저런 늘씬한 몸매를 하고 있다니. 빈우로서는 조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조금 걱정이 되어 살짝 신체 정보를 조회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파트리샤 중위의 신장 173cm은 그렇다 쳐도 체중이 63kg이다. 군인치고 꽤 가볍다. 이 정도 체중은 일반인과 마주하는 비전투병과 부서 수준이고 일반 성인 남성의 수치다.
빈우는 183cm, 102kg으로 정도 신체면 강화군인 기준에서는 표준적인 수치이고 정보국 소속치고는 무지막지하다. 아룹 라마누잔의 경우 212cm, 178kg. 이 정도면 금속계 사이버 부품이 꽤 들어갔고 맨몸으로도 강화복을 입은 적들과 어느 정도 교전이 가능할 정도다.
일행이 만난 짧은 시간, 빈우가 팀원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아룹도 빈우를 평가하고 있었다.
‘흐음, 이분이 팀장인가.’
팀장으로 올 사람이 정보국 소속의 젊은 소령이란 얘기는 레드우드 중장에게서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소령이라면 아무리 계급을 찍어주는 정보사령본부라지만 엘리트 중의 엘리트란 얘기고 이는 정보국 쪽과의 파이프 라인이 탄탄하다는 말도 된다.
이번 태스크 포스 373이 맡을 임무들이 구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기밀 취급 레벨이 높은 영관급 장교가 팀장으로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였지만, 사령관인 레드우드 중장이 정보국에서 직접 빼 올 정도의 인재일 줄은 몰랐다.
굳이 흠을 잡자면 아직 군 경력이 짧다는 것이다. 아룹이 본 기록에 빈우는 15세에 사관학교를 들어가 후반기 교육 마치고 20세에 소위로 임관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군 경력은 8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닉스 레벨 3이면 지휘관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8년간의 경력도 초반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위장되거나, 얼버무리거나, 잠겨 있는 것들이라서 빈우가 어떠한 임무를 했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위험하고 중요한 임무였다는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머나? 팀장님,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빈우와 아룹이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머리를 굴릴 때 첫 마디를 뗀 것은 생글생글 웃는 파트리샤였다. 빈우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장난스레 말을 거는 것이다. 몸매를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는 파트리샤에게 빈우가 솔직히 대답했다.
“응, 나 중위 몸이 엄청 궁금해.”
뒤에서 아나스타샤의 눈이 동그래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머나아, 직설적이셔라.”
호들갑을 떨며 까르륵거리는 파트리샤의 옆머리를 아룹이 가볍게 쥐어박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팀장님. 중위는 할 만큼 합니다.”
빈우의 그런 반응이 익숙한 듯, 말을 거든 것은 아룹이었다. 아마 둘은 이전부터 아는 사이인 듯했다.
“아 그래요? 뭐 그렇다면 됐고, 원사?”
“예, 팀장님.”
자세를 바로 하는 아룹에게 빈우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제 원사가 부팀장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룹은 빈우가 내민 손을 힘차게 악수하며 대답했다.
“옙.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에에, 난 원사님이 팀장 될 거로 생각했는데? 참 근데 중장님한테 인가 안 받아도 됩니까? 나중에 지랄할 텐데.”
아마도 이 둘은 빈우와 마찬가지로 레드우드와 잘 아는 사이인듯한데 빈우와 마찬가지로 이미 눈도장 찍어 놓은 사람 중에서 뽑아 온 것 같다.
빈우는 파트리샤의 걱정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지랄하면 밟아야지. 내 팀원 내가 쓰겠다는데 뭘.”
천하의 레드우드를 이렇게 대하니 두 사람도 조금 놀란 듯 빈우를 다시 봤다.
“와, 팀장님 멋져라. 저기, 저기, 그럼 내가 사고 쳐도 사령관님 한 테에서 커버쳐 줄 거예요?”
해맑게 웃는 파트리샤에게 빈우도 미소로 화답했다.
“응, 중장님이 그리울 정도로 밟아줄게.”
“아이쿠야.”
금방 꼬리를 말아버리는 파트리샤에게 아룹이 손가락질하며 고자질을 한다.
“팀장님, 조십하십쇼. 얘 지금 사고치고 여기 온 겁니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다. 한 대원이 사고 치고 그 대신 임무에 지원하는 경우나 반대로 부대가 사고 친 대원을 방출 비슷하게 다른 임무로 쫓아내는 경우.
“호오, 그래요? 부팀장은요?”
“이번에는 아닙니다.”
마치 입 싹 닦듯 정색하는 아룹 원사를 보며 빈우는 저번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동시에 레드우드 중장의 사람 보는 눈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자신의 앞날을 짐작했다.
그 양반 성격상 인성보다는 실력을 우선할 게 뻔하니 모이는 팀원들은 저마다 개성을 마음껏 뽐낼 게 뻔하고 그런 종자들을 다스려가며 작전을 진행해야 하는 게 빈우의 임무가 될 것이다.
“그럼 얘기들 나누시죠.”
팀원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된 듯 오르 함장은 훈련실을 나섰다.
“예, 함장님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오르 함장이 나가자 빈우는 본격적으로 팀원들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래, 다들 지원한 건가? 아니면 차출? 방출? 나는 납치였어. 방금까지 오스카 스테이션에 멍하니 있다가 레드우드 중장이랑 한 판하고 여기로 끌려온 거지.”
보통 이런 임무는 알려지지 않기에 지원자는 거의 없고 위에서 권유하거나 뽑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는 예전에 중장님께 신세 진 적이 있어서 필요하면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연락이 와서 지원한 겁니다.”
“거기 위에서 별말 없었어요?”
“네, 얘기 다 해놨던 건이었습니다.”
단검뿔 토끼는 자기 대원들을 금이야 옥이야 아끼기로 유명해서 베테랑 대원들을 빼 오려면 좀 고생해야 한다. 하지만 레드우드는 원래 단검뿔 토끼 출신이라 아룹 정도 되는 인재를 손쉽게 데려온 편이다.
“어~ 전 영창 갈래 여기 갈래, 하길래 온 겁니다. 근데 그건 왜요?”
실리콘 나이트는 이전부터 군기가 개판이기로 소문났는데 거기서도 저런 선택지를 줄 정도면 파트리샤는 대체 어떤 사고를 친 걸까 싶다.
“아니, 팀원들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이거든. 아, 이 부대는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 대로 까야겠구나, 아니면 야 좆됐다, 이 부대는 꼬라박는구나. 뭐 이런 거.”
“그럼 우리 부대는 어때요?”
호기심에 초롱초롱한 파트리샤의 눈을 보니 과거에 저지른 전과에 대해 견적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다.
“글쎄, 좀 더 와야 알겠는데? 근데 사령관이란 양반은 뭐 하는 거야. 나한테 명단도 안 주네?”
레드우드 중장은 팀장인 빈우에게 팀원들 명단도 안 주고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면접을 보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빈우는 태스크 포스 373의 성격을 또 한 번 짐작 할 수 있었다.
특별 혼성 부대인 태스크 포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정규전 임무 중에서 특화된 임무를 맡기 위해 만드는 부대가 있는가 하면 이 같은 비밀 작전을 위해 구성되는 부대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대원들의 모집이 공개적이고 그 진행도 공식적인 계통을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모집을 비밀리에 하게 되며 접촉도 비공식적이라, 불합격한 대원은 아예 지원이나 모집했던 기록조차 안 남게 된다.
또한, 이처럼 사령관이 직접 발품을 팔아 대원들을 모으는 경우는 사령관 개인의 성향도 있겠지만 부대가 엘리트들을 모아 만든 비밀 부대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때 양반은 못 되는지 레드우드 중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팀원 전체가 아니라 팀장인 빈우에게 단독으로 보낸 연락이다.
-어이, 김 팀장. 또 하나 간다.
할 말만 하고 바로 끊긴 내용은 팀원의 충원 얘기였다. 아마 새로운 팀원의 면접이 끝난 것 같은데 레드우드 중장의 말에서 지친 기색이 없는 걸 보아 면접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레드우드 중장이 지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바로 잘라버렸을 테니까.
“방금 사령관님에게서 연락 왔습니다. 또 한 명 온다네요.”
“호오, 어떤 사람입니까?”
아룹 부팀장의 질문에 빈우는 대답이 궁색해졌다. 사령관이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줬으니 대답할 게 없다.
“…시발.”
“알겠습니다. 팀장님.”
다행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레드우드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빈우의 욕설에서 대강의 전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빈우가 툴툴거리며 뭐라 다시 말하려 할 때 이번에는 지마 오르 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팀장님, 군사정보국 국장인 이노우에 고토 준장님으로부터의 통신입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사령관인 레드우드 중장이 팀장 빈우에게 직통으로 연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보국 국장이 정보국 파견 요원에게 바로 연락하지 못하고 한 다리 거친다는 것은 태스크 포스 373과 블랙 랜스가 어느 정도의 기밀 레벨을 가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오르 함장은 통신을 받으라고 하지 않았다. 받을지 말지 물어본 것은 태스크 포스 373의 팀장인 빈우가 가진 위상이 연락해온 쪽과 대등하다는 얘기였다.
“네, 연결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