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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8화 (28/301)

28화

마침 격납고에서 자신들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터라 타이밍이 좋았다.

“각자 자기가 들고 온 장갑복과 장비를 사용한다. 모니카, 넌 대기. 내가 컨커러 입는 것 도와.”

한 번도 같이 훈련해보지 않았지만, 연방의 내로라하는 특수부대원들이라 반응이 빨랐다. 팀원들은 빈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장갑복을 익숙하게 입기 시작했다.

빈우는 자신의 장갑복이 없었기에 컨커러를 입으려고 했지만, 아직 세부조정이 덜 끝난 물건이라 혼자 입을 수가 없었다. 불렀던 모니카가 오질 않자 뭐 하고 있나 보니 그녀는 자신이 입고 온 장갑복인 부머 앞에서 입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모니카!”

“네, 아, 네!”

“잘 들어, 넌 대기한다. 그리고 이리 와서 내가 컨커러 입는 것을 돕는다. 알겠나?”

갑작스러운 적색경보에 갑작스러운 출동 명령. 부머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모니카는 팀장의 호령에 정신을 차리고 컨커러를 입는 빈우에게 달려왔다.

“팀장님, 괜찮겠습니까?”

이미 그라인더를 다 입은 아룹이 물어보았다. 아직 검증되지 않는 장갑복을 사용하느니 후방에 있는 게 어떻냐는 물음이다.

“어쩔 수 없죠. 지금 사령관이 공격받고 있다니 하나라도 더 나가야지. 사령관님!”

모니카가 재조정 해주는 컨커러를 입으며 빈우가 레드우드를 호출하려 할 때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샤다이다! 적어도 스팸 넷에 정체불명 하나. 이쪽은 나와 팀원 후보자 둘. 한 명은 이미 전사했다. 대략적인 정보 보내마.

-지금 출격 준비 중입니다.

오스카 스테이션이란 아군 지역에서 샤다이에게 공격받았다는 사실에 팀원들의 안색이 굳어진다. 사령관인 레드우드 중장은 녹스 레벨 3이고 다른 둘은 못 해도 레벨 2의 정예대원들이겠지만, 현재 비무장 상태로 샤다이에게 공격받고 있다. 거기다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황이다.

“함장님, 적함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뇨, 근처에 샤다이의 함선은 없습니다.”

대답하는 오르의 표정만큼 빈우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샤다이의 함선이 없는데 레드우드가 공격받고 있다는 것은 놈들의 배가 연방의 탐지능력을 벗어날 정도가 되었거나, 지상 병력이 배 없이도 오스카 스테이션에 침투할 방법을 찾았다는 얘기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빈우는 레드우드가 보내준 정보를 점검했다. 현재 레드우드가 적에게 공격받고 있는 곳은 여기서 오스카 스테이션의 반대쪽에 있는 민간 거구 주역이다. 지금 상황에서 우주항을 나와 가로질러 가기엔 시간상으로 너무 먼 거리다.

“함장님. 긴급 발함을 요청합니다.”

빈우와 오르의 계급과 지휘권은 동급이기는 하나 화력 팀의 지휘권은 빈우에게, 블랙 랜스의 지휘권은 지마 오르 함장에게 있기에 요청을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오르는 빈우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이고는 긴급 발함을 시도했다. 항구 측에 일방적인 통보를 한 다음 아무런 명령도 없이 함장의 생각만으로 날아오른 블랙 랜스가 주변 시설물을 들이받으며 급가속하더니, 마침내 오스카 스테이션의 격벽을 뚫고 항구 밖으로 나갔다.

항구 측에겐 날벼락이지만 긴급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함장님. 사령관님이 있는 쪽으로 가주십시오. 전 팀원 가속기 사출이다. 가속기 앞에서 대기.”

팀원끼리 두뇌 통신을 연결하면 좋겠지만 이런 급한 상황 속에서 그런 세부조정을 할 틈이 있을 리가 없다. 태스크 포스 373의 4명은 각자 격납고의 가속기 앞에 섰다. 이 가속기는 함끼리 물건을 주고받거나 전투기를 발사할 때 쓰는 용도인데 장갑 보병이 출동할 때도 쓴다.

빈우는 팀원들 각자의 상태와 무장을 분석했다. 전혀 통일되지 않은 장비를 한 데다가 미리 합을 맞춰두지 않고 나가는 상황이라 이런 것도 파악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 아파진다.

먼저 위르겐과 어벤져는 아주 정석적인 상태다. 착용자인 위르겐은 강화 병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신체 강화를 하고 있으며 어벤져도 뱅가드 사양이지만 순정이라 알기 쉬웠다.

다음 아룹과 그라인더는 이게 뭔가 싶다. 예상대로 아룹은 강화 병사라기보다는 사이보그에 간당간당한 육체개조를 하고 있다. 장갑복인 그라인더도 단검뿔 토끼에서 아룹 개인에게 맞춰 특별 사양으로 개조된 녀석이다. 보나 마나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지 파악이 안 되기에, 명령을 내리는 입장에서는 조금 신경이 쓰인다.

파트리샤와 인필트레이터는 꽤 골치 아프다. 아까 체중을 봤던 대로 그녀는 기본적인 신체 강화를 하는 대신 실리콘 나이트 특유의 신체 강화를 하고 있어서 출력이나 방어력 면에서 일반적인 강화 병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또 인필트레이터는 아까 파트리샤가 자료를 넘겨주었다지만 실제 사용을 보지 못했기에 아직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허나 그보다 더한 문제는 빈우 자신과 컨커러였다. 아직 완성품도 아닌 장갑복 컨커러를 여분의 장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입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빈우라도 차마 XPS까지 쓸 용기는 없었다. 아니 그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의 영역일 것이다.

“위르겐, 진동 나이프와 코일건 여분 있지? 좀 쓰자.”

“예, 팀장님. 여기 있습니다.”

다행히 위르겐에게 여분의 장비를 받은 빈우는 무장과 예비 탄창, 여분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그리고 팀을 둘로 나눴다.

“쐐기 대형. 파트리샤와 아룹이 주공을 맡아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돌입, 구출한다. 나와 위르겐은 우회해서 적의 후방을 치거나 주공에 가세한다.”

아룹과 파트리샤는 일 인분은 너끈히 한다. 일 인분이 뭐냐, 단검뿔 토끼와 실리콘 나이트의 이름값으로 볼 때 그들 개개인의 단순 전투력은 일반 장갑 보병 일개 소대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이 두 명이면 샤다이 장갑복 스팸 다섯은 너끈히 해치울 것이다.

그리고 약간 처지는 위르겐과 열외를 해도 시원찮을 빈우는 주공이 적과 교전할 때 후방에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팀원 4명이 전부 돌입하겠지만 샤다이는 스텔스 모드를 써서 몸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에, 시야를 넓게 볼 후속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블랙 랜스! 즉각 정선하라! 반복한다. 블랙 랜스, 즉각 정선하라.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온갖 통신이 날아들었지만 오르 함장은 그것을 무시하며 블랙 랜스를 몰아 나갔다. 지금 사령관 모가지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니 뭘 따질 계제가 아니다.

“팀장님.”

오르의 부름과 동시에 빈우의 장갑복 HUD에 정보가 올라온다. 마침내 블랙 랜스가 오스카 스테이션의 외곽 궤도를 무차별로 휘저으며 돌아가 사령관 레드우드를 사출기의 사정거리 안에 넣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출 개시!

빈우의 명령에 태스크 포스 373의 대원들이 격납고에서 발사되었다.

스팸은 샤다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장갑복이다. 때문에, 가장 빈약한 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어느 정도냐면 연방 전차의 플라스마 포 정도는 한두 발은 막는 방어력에 장갑 보병 따위는 일격에 날려버리는 공격력이다.

때문에, 아무리 신체 강화를 한 특수부대원이라 해도 맨몸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일반적인 특수부대원이라면.

* * *

“오냐 씨발! 너 잘 걸렸다!”

레드우드는 스팸 한 놈을 뒤에서 끌어안고 놈의 목덜미에 진동 나이프를 지그시 밀어 넣었다. 고온의 플라스마와 고속의 코일건 탄환을 막는 방어막이지만, 진동 나이프 같은 느린 물건에는 반응하지 않아 이렇게 관절 부위를 노린다면 죽일 가능성이 커진다.

-크아아, 커흑!

투명한 헬멧으로 푸른 피가 솟구치며 스팸 안의 샤다이가 발버둥을 친다. 연방의 장갑 보병 어벤져보다 떨어지는 완력을 지닌 스팸이라 맨몸의 레드우드라도 이렇게 기습으로 비벼 볼 수는 있다.

가까스로 한 놈을 죽이자 저쪽에서 다른 샤다이 한 놈이 나타나 시즐러를 겨눴다. 어벤져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샤다이의 플라스마 무기다. 맨몸으로 맞으면 어딜 맞아도, 아니 스쳐도 사망이다.

레드우드는 죽은 샤다이의 시체를 놈에게 집어 던지고 복도의 격벽 너머로 몸을 날리며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열 폭풍이 휘몰아쳤고 녹아내린 문은 더 닫히질 않았다.

폭풍에 밀려 넘어졌던 레드우드는 고열에 타서 눌어붙은 눈꺼풀을 손으로 잡아 뜯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이런 문은 샤다이를 상대로는 제대로 시간을 벌 수 없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우지! 잘 숨어있냐! 절대 나오지 마라!”

마지막으로 스카웃한 태스크포스 373의 대원 시에 우지는 레드우드의 명령대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팀의 조커가 될지 모르는 녀석이라 레드우드는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저 녀석만큼은 빈우에게, 태스크 포스 373에 살려서 보내야 한다 마음먹었다.

“빌어먹을! 내가 방심을 하다니. 내가! 이 병신 새끼!”

열심히 내달리며 레드우드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사령관 스스로가 발품을 팔아가며 기밀을 유지하려 했으나 결과가 이것이다. 그러나 레드우드의 자책은 좀 심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오스카 스테이션 같은 아군 영역 깊숙한 곳에서 샤다이에게 습격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배도 없이 장갑복만 입은 샤다이들이 뜬금없이 눈앞에 나타날 줄은.

다시 한번 날아온 플라스마에 뒤쪽에서 문과 복도 벽이 통째로 녹아내린다. 그러나 레드우드는 이미 코너를 돌아 옆 복도로 건너간 다음 오히려 스팸 쪽 방향으로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둘은 경비 병력과 대치 중에 이쪽을 추적해 온 것은 셋. 어찌어찌 하나는 잡고 나머지 둘.’

레드우드는 팀원 두 명을 새로이 영입하고 복도로 나설 때 샤다이의 습격을 받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습이라 천하의 레드우드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긴 무장한 샤다이 다섯을 상대로 맨몸의 연방 병사 세 명이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필사적으로 도망칠 때 봤던 적들은 스팸 넷에 막 은신을 푸는 샤다이 하나. 팀원 중 한 명은 그 방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떨어졌고 나머지 한 명은 레드우드가 이끌고 도망쳐 숨겨두었다.

달아나는 레드우드와 씨에 우지를 추적해 온 것은 샤다이의 장갑복 스팸 셋, 나머지 둘은 원래 레드우드가 팀원들과 만났던 방에 있다가 증원되는 스테이션의 경비 병력을 상대하고 있었다.

방에 남아있던 팀원의 두뇌칩 반응은 도망치고 얼마 있지 않아 사망으로 떴다.

‘모이는 기미는 없는데.’

레드우드는 일방적으로 도망치기보다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치고 빠지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방금 샤다이들이 수색을 위해 서로 거리를 벌렸을 때 기습을 해서 한 놈을 잡는 데 성공했다.

얼핏 보면 목숨을 내버리는 위험천만한 행위지만 맨몸으로 도망을 쳐봤자 장갑복으로 무장한 샤다이들을 떨쳐버리기는 힘들었다. 또 도망을 치면 칠수록 거주 구역의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레드우드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스테이션의 거주 구역은 엉망이 되었다. 샤다이의 공격에 거주 구 이곳저곳이 폭발해 불타고 있으며 피난하던 사람들도 애먼 공격에 휩쓸렸다.

그런 피해를 보는 와중에 연방 측은 샤다이 한 놈을 죽인 게 고작이다.

그것도 진동 나이프 하나를 든 레드우드가 지리적 이점을 살려 기습에 성공한 것이다. 오스카 스테이션의 경비 병력은 오는 족족 샤다이들에게 쓸려나가고 있었다.

“젠장. 우리 애들이 제시간에 올 수 있으려나.”

레드우드는 부서진 경비 로봇의 파편을 등에 업고 포복으로 복도를 기어 자신을 찾아 헤매는 샤다이 쪽으로 서서히 아주 서서히 다가갔다. 강화된 신체라지만 맨몸에 무장이라고는 진동 나이프 하나. 그것만 가지고 여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레드우드의 실력과 경험 덕분이다.

“사람 살려! 누가 도와주세요!”

“경비 로봇! 경비 로봇!”

“여보! 콘래드! 누가, 누가 좀!”

샤다이의 공격에 휩쓸린 민간인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군사 구역이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훈련받은 군인들이라면 이런 기습에 좀 더 나은 대응을 했을 것이고, 무장된 병력도 가까이에 있었다. 허나 레드우드가 새로운 팀원을 만났던 이곳은 민간 구역이었으며 병력이라고는 경비용 무인 로봇이 전부였다. 증원되는 병력도 썩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목표로 삼은 샤다이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던 레드우드는 놈이 민간인 일가족 세 명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빠! 아빠아!”

아들은 잔해에 깔린 아빠를 구하려 매달려 보았지만, 어린아이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큰 잔해였다.

“놔라, 빈센트! 어서 도망가! 여보, 어서 빈센트를 데리고 도망가요! 어서!”

피투성이가 된 아빠는 자신을 버리고 가족들에게 피신하라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오지 마! 오지 마, 이 괴물! 저리 꺼져!”

빈센트의 엄마이자 콘래드의 아내인 테레사는 벌벌 떨면서 샤다이에게 악다구니를 썼다. 그게 공황상태에 빠진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을 것이다.

잠시 세 명을 보던 샤다이는 테레사를 툭 밀쳐서 바닥에 넘어뜨렸다.

“아악!”

“안돼! 테레사! 어서 피해! 빈센트! 엄마와 도망가거라! 어서!”

“엄마아아!”

남편과 아들의 비명에도 넘어진 테레사는 일어날 수 없었다. 넘어진 충격보다는 샤다이를 앞에 둔 공포에 몸이 짓눌려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테레사를 향해 샤다이가 시즐러를 겨눴다.

“야이 개새꺄! 이쪽이다!”

레드우드는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 길쭉한 파편을 던졌다. 날아간 파편은 샤다이의 장갑복에 맞고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적어도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레드우드는 진동 나이프를 고쳐 쥐고 샤다이에게 달려갔다.

허나 샤다이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파편을 맞은 그놈은 자신을 향해 덤비는 레드우드를 그냥 보고만 있었다.

이어서 이 상황을 느낀 경험이 경고했다. 샤다이 다섯, 하나 사망, 이쪽에 둘, 저쪽에 둘.

레드우드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고온의 플라스마 대검이 레드우드가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한 놈이 스텔스 모드로 숨어있다가 가까이 온 레드우드를 공격한 것이다.

바닥을 한 바퀴 굴러 재빨리 일어난 레드우드는 기세를 죽이지 않고 계속해서 첫 번째 목표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제야 놈은 서둘러 시즐러를 겨눴지만 이미 늦었다. 레드우드는 왼손을 휘둘러 시즐러를 막고 오른손의 진동 나이프를 힘차게 휘둘렀다. 놈의 목젖을 노리고.

그때 강력한 중력장이 그곳에 있던 모두를 덮쳤다. 나이프를 찔러넣던 레드우드는 그대로 고꾸라졌고 일가족 세 명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짓눌려졌다. 샤다이 두 놈은 잠시 무릎을 굽혔을 뿐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고 레드우드를 향해 걸어왔다. 놈들의 손에 들린 플라스마 대검 클레이모어가 잠시 뒤 그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레드우드는 기뻤다. 그리고 간신히 고개를 들어 샤다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새끼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주 구역의 천장이 부서지며 태스크 포스 373의 팀원들이 돌입해 들어왔다. 사출기에서 쏘아진 팀원들이 거주 구역의 천장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다. 부서진 천장을 통해 거주 구역 내의 공기가 진공의 우주로 빨려 나가나 했지만, 블랙 랜스에서 쏘아진 중력장이 사람들을 그대로 바닥으로 짓눌렀다.

최초의 공격은 선두였던 아룹이었다. 바닥에 내려꽂히며 그대로 그라인더가 휘두른 주먹에 스팸의 고개가 휘청 꺾였고 그 틈으로 코일건을 총검째 밀어 넣은 아룹이 연사로 놓은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방어막에 튕겨 나가며 푸른 섬광이 번뜩인 것도 잠시, 곧이어 장갑과 부딪혀 노란색 불꽃이 튀었고 마침내 장갑복을 뚫고 샤다이를 갈기갈기 찢어 푸른 피보라를 날렸다.

그때 뒤에서 샤다이 한 놈이 플라스마 대검을 휘둘렀다. 저 고온의 플라스마에 맞는다면 아무리 그라인더라도 무사하지 못하다.

그러나 아룹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등의 추진기 노즐을 펼쳐 그것으로 클레이모어를 받아내는 묘기를 부렸다. 아무리 내열 성능이 뛰어난 노즐이라 해도 애초에 방어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잠깐밖에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잠깐이면 충분했다. 천장에서 파트리샤가 쏜 코일건 탄환이 쏟아져 내려 샤다이의 장갑복 스팸을 휩쓸었고 휘청이는 놈을 아룹이 멱살을 붙잡아 배에 수류탄을 안겨준 다음 바닥에 처박았다.

폭발과 함께 샤다이가 두 동강이 났다.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오냐, 아룹. 때맞춰 왔구나.”

부팀장 아룹이 사령관 레드우드를 일으켜 세웠다. 마침 스테이션의 외벽 응급 수리 시스템이 작동해 끈끈한 발포 점착액들이 외벽을 덮었고 그걸 본 오르 함장은 블랙 랜스의 중력장을 껐다.

“김 팀장은?”

한숨 돌린 레드우드가 물었다.

-나머지 놈들 쪽으로 갔습니다.

아룹의 대답에 레드우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연방에서는 샤다이와 상대할 때 스팸 하나에 장갑 보병 1개 분대를 대응시킨다. 그러나 태스크 포스 373의 팀원들은 혼자서 스팸 한둘은 너끈히 상대하는 실력자들이다. 빈우와 위르겐이라면 나머지 샤다이 둘 정도는 가볍게 잡을 것이다.

그때 통신으로 팀장인 빈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씨발 리퍼다! 아룹! 그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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