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9화 (29/301)

29화

가속기에서 발사되어 날아가던 중 빈우는 레드우드 사령관이 보낸 정보와 오스카 스테이션의 보안 카메라 기록을 재빨리 검토했다.

일단 레드우드는 공격해온 적이 샤다이 다섯이라고 했다. 스팸 넷에 정체불명 하나. 그리고 이후의 정보들을 보면 스팸 셋은 레드우드를 쫓아갔고 나머지 둘은 원래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허나 3인 1조로 잘 움직이는 놈들의 특성상 한 놈이 스텔스 모드로 근처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이렇게 되었으면 작전을 바꿔야 한다.

-주공은 사령관 구출에 그대로 돌입. 위르겐과 나는 나머지 놈들을 친다. 일단 여섯이라고 생각해.

아룹과 파트리샤 둘의 실력이라면 스팸 셋은 혼자서 가지고 놀 거다. 그리고 위르겐과 빈우 두 명도 역시 스팸 셋은 부담 없이 상대한다. 괜히 따로 쳤다가 놈들이 오스카 스테이션 안에서 스텔스 모드로 숨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이럴 때는 동시에 치는 게 낫다.

빈우는 정체불명이라고 한 샤다이가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안되면 지연 전투를 하면서 발을 묶다가 아룹 쪽과 합류하기로 했다.

-함장님, 우리는 외벽을 부수면서 돌입합니다. 제가 신호하면 지정한 위치에 중력 닻을 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빈우 조와 아룹 조는 타이밍을 맞춰 동시에 외벽을 부수며 돌입했다. 외벽을 부수기 전 중력장을 쏴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피해를 막는 것은 덤이다.

사령관 구출 조의 전투는 예상대로 순식간에 끝났다. 아룹이 하나를, 파트리샤가 하나를, 그리고 레드우드가 하나를 이미 잡아 놨다.

한데 빈우 쪽은 그렇지 않았다.

빈우 조 역시 코일건을 쏴 외벽을 부순 다음 중력장을 등 뒤로 받으며 위르겐이 먼저 돌입했다. 녀석의 어벤져가 위에서 내리꽂히며 스팸 하나를 깔아뭉갠 뒤 난사로 갈아버렸고, 파괴된 외벽 위에 서 있던 빈우는 위르겐 바로 옆의 샤다이를 출력을 높인 저격 모드의 코일건으로 쏘려고 했다. 그러나 코일건의 조준 카메라로 본 놈의 모습은 스팸이 아니었다. 레드우드가 정체불명이라고 말했던 녀석은 빈우가 아는 놈이었다.

‘저건!’

놀라는 것과 별개로 저격용으로 성형된 탄환은 최고 출력으로 발사되었지만, 그 샤다이는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니켈강 탄환을 완전히 무시했다. 기존의 스팸이 쓰는 방어막이 아니었다. 코일건의 탄환은 녀석의 방어막에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이 역시 빈우가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것이다.

위르겐도 놈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지만, 마찬가지로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어벤져가 코일건을 난사하는 모습 위로 울토르 중대의 클론들이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죽어가는 광경이 겹쳐진다. 잠수하기 전의 마지막 기록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울토르의 클론과 어벤져라면 지금의 위르겐과 어벤져와 비교해 스펙 상으론 큰 차이가 없다. 위험하다.

-사격중지. 위르겐, 내가 붙는다.

동시에 위르겐은 사격을 멈췄고 빈우는 놈에게 뛰어내리며 진동 나이프를 내리꽂았다. 분명히 목덜미에 꽂혔는데 크게 먹히는 기미는 없었다. 오히려 나이프가 놈의 방어막에 서서히 갈려 나간다. 마치 고온의 플라스마에 녹아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음 순간 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몸을 공중으로 띄워서 레드우드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일체의 추진기도 없이 마치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빈우는 놈의 뒤로 코일건을 난사하며 통신으로 경고를 날렸다.

-씨발 리퍼다! 아룹! 그쪽으로 간다!

정체불명의 샤다이 하나는 바로 리퍼였다.

빈우가 지휘했던 울토르 중대를 기습해 전멸로 몰아넣은 샤다이 최강의 히든카드. 당시 클론들의 실력과 어벤져의 성능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존재가 오스카 스테이션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리퍼가 확실한가?

놀란 레드우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사령관이 용케 살아남았다 싶다. 만약 리퍼가 추격조에 들어갔다면 레드우드는 반항도 못 해보고 죽었을 것이다.

-확실합니다. 위르겐, 거리를 두고 따라가! 절대 혼자 붙지 마. 아룹, 파트리샤. 사령관님을 지켜. 그쪽 상황은?

-사령관님을 확보했고 민간인 세 명도 구조해서 응급처치했습니다. 아 그리고… 사령관님 말씀으론 근처에 새로운 팀원이 숨어있답니다. 곧 합류하겠습니다.

이 상황에 민간인 구조자까지 있다니 지킬 게 많아진다.

전투 인원 네 명에 비전투 인원 두 명. 그리고 민간인 세 명. 다가가는 상대가 스팸이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리퍼라니 위험하다.

-일단 민간인들을 안전한 곳에 숨겨. 놈은 사령관님을 노릴 거다.

여기서 위르겐이 스팸 하나를 잡았고 리퍼 하나가 사령관 쪽으로 갔다. 그러면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샤다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

빈우는 컨커러의 센서를 인명 수색 모드로 돌려 근처를 훑었다. 그리고 스테이션의 센서에도 접촉해 주변 구획까지 감시했다.

‘지금 이거 버전이 어떻게 되지?’

빈우는 센서의 인명 수색 모드가 행여 마카로니에서처럼 두뇌 칩이 없다고 이상 작동을 할까 불안했다. 다행히 컨커러와 스테이션의 시스템은 울토르 중대의 것처럼 두뇌 칩의 여부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았다.

빈우는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팀원들에게 리퍼에 대해 아는 것을 최대한 설명했다.

-리퍼의 방어막은 기존의 역장 방어막이 아니라 플라스마 계열로 추정된다. 코일건 같은 질량이 작은 탄두는 아예 증발하니까 주의해. 장갑복의 출력도 어벤져보다 월등히 위다. 헤비급이나 그 이상.

플라스마 병기도 어지간한 구축함 부포 위력이라고 생각해라. 그건 내열 방패로도 못 막아. 가장 중요한 건 전투 실력이다. 이전의 스팸처럼 비리비리하지 않아. 놈들은 제대로 싸울 줄 안다.

그런 것 치곤 방금의 리퍼는 좀 어리숙하긴 했지만 장갑복의 성능은 그대로였다.

컨커러와 스테이션의 센서 수색결과 일단, 이 주변에 살아있는 인간은 없었다. 다 대피했거나 죽었다.

그것을 확인한 빈우는 근처의 구역관리 시스템에 들어가 보수 장치를 강제 작동시켜 발포 점착액들을 지정한 구역으로 쏘게 했다. 쏘아진 발포 점착액들은 잠시 끈적이더니 촘촘하고 단단하게 굳어서 기둥처럼 되었다. 이제 이 구역 안을 지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것은 해당 구역이 심각한 데미지를 입어 그 피해가 주변부의 붕괴에까지 미치려고 할 때 강제로 결속시키는 극약처방이다.

어쨌든 이렇게 하면 제아무리 스텔스 모드로 숨어다니는 샤다이라 해도 움직이는 이상 들키지 않을 수 없다.

대강 처리를 한 빈우는 제트팩을 써서 위르겐을 따라 날아가며 자신의 뒤쪽으로 점착액을 쏘게 했다. 앞서간 위르겐도 제트팩을 가속해 리퍼를 쫓고 있었지만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마 리퍼가 아룹 조와 먼저 만날 것이다.

샤다이의 신형 장갑복 리퍼는 어벤져나 스팸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기에 저쪽의 그라인더와 인필트레이터로 어느 정도까지 대응 가능할지 미지수다.

그때 차갑게 가라앉은 아룹의 통신이 들려온다.

-젠장. 놈이 민간인 쪽으로 향합니다.

골치 아프다.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라면 놈은 대단히 영악한 놈이다.

저쪽에 전투 인원은 두 명뿐이니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한 명이라도 이동하면 레드우드 쪽은 비게 된다. 아직 한 놈이 더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이동할 수는 없다.

지금 태스크 포스 373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레드우드 사령관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민간인 세 명을 희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빈우는 즉시 해당 구역의 지도를 본 다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부팀장, 민간인들을 데리고 비상 대피실로 이동해서 방어하세요. 사령관, 새 팀원, 민간인 세 명 전부 대피실로 몰아넣고 바로 앞에서 싸웁니다. 수틀리면 사출해서 블랙 랜스가 견인합니다. 함장님?

-알겠습니다. 대피실이 사출되면 구조하겠습니다.

오르는 즉시 부포와 견인장치를 빈우가 지정한 곳으로 돌렸다.

-대피실은 지금 사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룹의 걱정은 당연하다. 리퍼와의 전투는 격렬할 것이다. 재수 없게 플라스마 탄이라도 날아가 대피실의 문을 날려버린다면 그 파편에 군인은 몰라도 민간인은 위험하다.

-미끼가 날아가면 도망칠지도 몰라서 그래요.

조용해진 통신 회선 속에서 레드우드의 킬킬거림이 들려온다.

-그렇지, 그래야 내 팀장이지.

-아이구, 영감님은 너무 나대지 말고 대피실 안에서 민간인들이나 잘 지키세요.

빈우는 현재 팀원들과 리퍼 간의 배치를 살펴보았다.

아룹 조는 민간인들에게 응급조치를 취한 뒤 약간 후퇴해 거주 구역의 사거리 쪽으로 나갔고 레드우드와 다른 팀원을 가까운 곳으로 피신시켰다. 원래 놈들이 레드우드를 노렸으니 사방이 트인 곳에서 전투하며 빈우 조가 오길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리퍼가 민간인을 향해 방향을 돌리자 모든 게 틀어졌다. 아룹 조는 비전투 인원들을 다시 데리고 와 전부 대기실로 넣었다. 그 다음 아룹은 리퍼가 오는 복도 방향의 정면에서 대기하고 파트리샤는 사거리 옆으로 돌아가 다른 복도 너머에서 매복했다. 그리고 마침 복도 저 끝에서 리퍼가 나타났다. 아무런 추진도 없이, 관성을 무시하며 날아오는 모습이 무시무시하다.

-리퍼 발견, 교전합니다.

아룹의 그라인더가 코일건을 쐈다. 어벤져가 쓰는 HM-22A보다 고출력의 HM-64는 대공포로 쓰이는 물건이다.

-이것도 안 먹힙니다.

기존의 샤다이 방어막은 코일건을 튕겨내며 섬광을 뿜었지만, 리퍼의 방어막은 근처에 다가온 탄환을 녹이며 그대로 증발시켜 버렸다. 아룹은 이어서 레이저 캐논을 쐈지만 스팸에게도 안 먹히는 게 리퍼에게 통할 리 없다. 마지막으로 아룹은 무장을 등에 짊어지고 양손에 너클 가드를 씌웠다. 근접전을 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한 번 더.

-파트리샤.

-오케이.

부팀장의 신호와 함께 파트리샤가 복도 벽 너머에서 사격했다. 길이 50cm는 족히 됨직한 거대한 탄이 인필트레이터의 레일건에서 쏘아져 나와 복도 벽을 뚫고 리퍼에게 명중했다. 물론 녀석의 방어막은 작동했지만, 탄의 크기가 워낙에 컸기에 다 소멸시키지 못했고 결국은 처맞은 다음 반대편 벽에 처박혔다.

-이야, 이 정도는 돼야 먹히네.

파트리샤는 빈우의 설명을 듣고 임기응변으로 가장 먹힐 법한 방법을 썼는데 그게 통했다.

-좋았어. 역시 큰 거로 때려 박아야 하나. 파트리샤, 다음 발사까지 얼마 걸리지?

방금 파트리샤가 쏜 레일건 탄자는 정상적인 발사가 아니라 상당히 무리해 억지로 쏜 것이다. 다시 발사하려면 레일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기에 아룹이 물어본 것이다.

-어~ 내일?

즉 지금 여기서 고치긴 글렀다는 얘기다. 그러나 파트리샤가 보낸 너덜너덜한 레일건 총신의 상태를 본 아룹은 그냥 어깨를 한번 으쓱했을 뿐이다.

-그럼 이제 내 차례냐?

아룹의 그라인더가 달려나가 바닥에 쓰러진 리퍼를 걷어차 올린 다음 이름 그대로 갈아버리기 시작할 때 위르겐이 도착했다. 그리고 맛깔나게 리퍼를 두들겨 패는 그라인더와 아룹의 실력에 감탄했다.

역시나 리퍼의 방어막 작동 메커니즘은 스팸과 비슷한지 그라인더의 주먹은 방어막을 작동시키지 않고 상대를 때리고 있었다.

-이놈 엄청 튼튼한데?

아룹의 말대로 확실히 스팸이었다면 예전에 박살 났을 타격이다. 그러나 리퍼는 그걸 버티며 반격을 해왔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에 복도의 벽이 비스킷처럼 바스러진다. 그라인더라도 맞으면 제법 위험할 정도다.

-확실히 방어력이나 출력 면에서 기존의 샤다이 장갑복들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그런데 안에 놈은 그대로 같아 보이는데요? 무장도 없는 듯하고.

그 말을 하며 파트리샤는 자신이 레일건으로 뚫어놓은 구멍으로 날름 나오더니 리퍼의 무릎 뒤쪽을 걷어찼다. 인필트레이터라는 이름답게 우아할 정도로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그걸 맞고 휘청이는 리퍼의 턱과 배에 다시금 아룹의 주먹이 연달아 꽂혔다. 마침내 놈은 복도 구석으로 몰아붙여 졌다. 스팸의 투명한 헬멧이 아니라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몸의 움직임만 봐도 꽤 데미지를 입은 것 같다.

-그거 다행이네. 내가 아는 리퍼였다면 꽤 위험했을걸.

막 도착한 빈우가 상황을 보니 아룹과 파트리샤가 쉴 새 없이 리퍼를 몰아붙이고 있고 위르겐도 뒤에서 끼일 틈을 찾고 있었다.

-근데 팀장님은 뭐하십니까?

진동 나이프를 만지작 거리던 위르겐이 뒤에서 가만히 있는 빈우를 돌아봤다.

-글쎄다. 전원, 내가 하는 일에 장단 좀 맞춰라.

뭔가의 꿍꿍이를 마친 빈우는 팀원들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앞으로 나섰다.

“중지! 전투 중지!”

빈우는 두팔을 벌리며 리퍼와 팀원들의 사이로 뛰어나가 싸움을 말리는 시늉을 했다.

“모두 무기를 내려! 절대 공격하지마. 어서 무기를 내려.”

-빈우 너 무슨 속셈이냐.

레드우드가 통신을 보내지만 빈우는 씹었다.

태스크 포스 373의 팀장이자 정보국의 파견 요원인 빈우는 샤다이, 리퍼를 향해 돌아서며 자신의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민얼굴로 샤다이를 보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일 알루. 네라미 일 알루.”

발음이나 성조가 맞을지는 몰라도 대강은 알아들을 것이다. 경험상. 그리고 경험상 지금까지의 샤다이들은 대강은 알아들었어도 냅다 공격해왔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

역시나 리퍼도 싸움을 멈추고 대화를 해보려는 듯했다. 어깨를 보면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다. 그리고 헬멧을 벗어 분노한 얼굴을 드러내더니 빈우를 향해 삿대질했다.

“동포의 유품을 훔친다.”

역시 조금 틀려도 대강은 알아들을 수 있다. 아마도 저 분노는 컨커러에 있는 샤다이 방어막의 부품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여인의 모습을 한 샤다이는 연방 쪽의 말을 할 줄 알았다.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훔친 게 아니다.”

빈우의 변명에 샤다이는 약간 누그러들더니 다시 말했다.

“거짓을 말하지 말라. 우리는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다.”

과거 연방과 샤다이가 대화를 한 적은 극히 드물게나마 있었다. 결과는 모두 파토났지만. 보고서의 기록에 의하면 샤다이에겐 이쪽의 거짓말을 귀신같이 간파했다고 한다. 그게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그거 다행이군.’

상대방의 패를 하나 알아낸 셈이다.

“나는 너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빈우는 천천히 구석에 몰린 리퍼에게 다가갔다. 푸른 피부와 길쭉한 귀. 그것을 제외하곤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외관. 연방의 주적인 샤다이가 살아있는 채 이쪽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은 빈우를 제외한 팀원들에겐 생소한 광경이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는다. 절대 죽이지 않는다.”

그 말을 알아들은 샤다이는 조금이나마 안심한 듯 보였다. 그러자 빈우는 천천히 자신의 팀원들을 소개했다.

“파트리샤다. 나의 부하.”

샤다이와 눈이 마주친 파트리샤는 자신도 헬멧을 열고 방긋 웃어주었지만 샤다이는 무표정 그대로였다.

“위르겐. 나의 부하.”

위르겐은 명령에 따라 칼을 집어넣었지만, 불만은 있는 모양이다. 그는 자신을 보는 샤다이에게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아룹! 넌 지그, 난 재그다.”

이 말에도 샤다이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룹을 흘깃 쳐다만 봤을 뿐. 대강 확신을 얻은 빈우와 귀띔을 받은 아룹은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소개를 마친 빈우가 여성형 샤다이에게로 한 걸음 다가가자 상대가 움찔한다.

“나를 믿어다오. 무장을 버리겠다.”

그러면서 빈우는 코일건을 땅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발로 밀어 코일건을 샤다이에게 보냈다. 자신에게 미끄러져 온 코일건을 본 샤다이는 조금 놀랐지만, 다시 눈을 들어 빈우를 주시했다. 그다음 빈우가 진동 나이프와 보조배터리를 꺼내려 뒤쪽으로 손이 가자 즉시 소리쳤다.

“멈춰. 정지.”

“아냐, 아냐, 속이는 게 아니다. 칼과 배터리다. 봐라.”

천천히 진동 나이프와 보조배터리를 꺼낸 빈우는 진동 나이프를 작동시켜 보여주었다. 그리고 초음파 음이 나는 나이프를 천천히 보여주며 샤다이에게 설명했다.

“난 이걸로 너를 찌르지 않는다. 절대로.”

그리고 작동된 진동 나이프를 배터리와 겹쳐 쥐었다. 날이 배터리에 닿게. 배터리는 즉시 고온으로 달아올랐다.

“그쪽으로 보내겠다.”

빈우는 진동 나이프와 배터리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발로 차서 샤다이에게 보냈다. 나이프의 날이 배터리를 찌르도록 해서.

고온으로 달아오른 배터리가 나이프에 베이자 스파크가 튀더니 폭발하듯 불꽃과 연기가 튀어 올랐다. 어차피 이걸로는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다.

샤다이가 놀랐을 때, 빈우와 아룹이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다음 서로 한쪽 팔씩 잡은 다음에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강력한 충격과 함께 헬멧이 벗겨졌다. 충격의 반동 때문인지 샤다이는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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