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38화 (38/301)

38화

모니카 보르자 대위는 특수전 사령부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꽉 조이는 정복의 치마와 신발이 허리와 다리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다. 방금 생성기로 만든 이 정복은 모니카의 예전 신체 치수에 맞게 만들어져 있었다. 모니카는 그 사실을 옷을 입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허나 다시 만들 시간이 없어 모니카는 꽉 끼이는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런 걸 실수하다니.’

마음속으로 자책해 봐야 소용없다. 연구개발직인 모니카는 업무상 정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었고 가끔 입던 옷은 치수를 조절한 것이었는데, 그건 과학기술국의 숙소에 놔놓고 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만들어 입고 나왔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김빈우 소령, 김빈우 소령, 군번 82-A5-713845. 여기 있다.

찾던 두뇌 칩 반응이 나오자 모니카는 서둘러 그리로 달렸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팀장님!”

앞에서 가는 사람은 분명히 태스크 포스 373의 팀장인 김빈우 소령이었다. 그는 보안국 소속 안드로이드 두 기를 비자율 상태로 데려가고 있다가 모니카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응? 모니카. 무슨 일이야?”

팀장 앞으로 달려와 잠시 숨을 고른 모니카가 말했다.

“오늘 피에르 라캉 중령의 영현을 이송한다고 들었습니다.”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전사한 피에르 라캉 중령의 영현은 블랙 랜스에 실려 이곳 특수전 사령부까지 옮겨져 와 오늘에서야 보안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우는 정복을 입은 모니카를 훑어보고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를 툭 하니 쳤다.

“그래서 따라온 거냐? 기특하구나.”

“저, 근데 라캉 중령님은….”

모니카는 뭔가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현이 든 관이 없다. 또 책임자인 빈우는 예복이나 정복이 아닌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여기.”

빈우가 가리킨 곳은 보안국 안드로이드들이 들고 있는 큰 상자였다. 성인 남자 하나는 너끈히 구겨 넣을 큰 상자다. 라캉 중령이 들어가 있다면 딱 맞을 크기다.

“어?”

순간 모니카는 이게 무슨 일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히 영현이라면 관에 안치해 엄숙한 절차에 따라 영현관리병들이 옮기게 되어있다. 한데 지금은 마치 화물 다루듯이 옮기고 있다.

“이… 이게 뭐예요?”

조금씩 떨리는 모니카의 목소리에 비해 빈우의 대답은 딱딱했다.

“피에르 라캉 중령의 시신.”

화물운반용 상자 내부는 완전히 폐쇄되어 있어서 안의 내용물이 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안에 팀으로 합류하려다 못한, 동료가 될 뻔한 사람의 영현이 들어있다고 하니 모니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모니카는 보안국과 만난 적이 없다. 같은 정보사령본부의 사람이지만 부서가 달라 마주칠 일도 없었다. 과학기술국의 동료들은 보안국의 사람들과 일로 만나게 된다면 결코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할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보안국이 정보분석국과 과학기술국을 감시하면서도 동시에 지켜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동료들은 애증의 시선으로 보안국을 보았다.

‘첩보전에서 군사정보국이 창이라면 보안국은 방패다.’

과학기술국의 개발팀장이 보안국의 수사에 시달린 동료들을 격려해주며 했던 말이다.

모니카는 일면식도 없지만 작게나마 여러 인연이 닿았던 사람의 시신이 물건 취급을 받는 모습에 조금 서글퍼졌다.

그런 그녀를 빈우가 위로했다.

“모니카.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안다. 허나 이쪽 바닥이란 게 원래 이래. 죽음조차도 알려져선 안 되고 비밀리에 처리되어야 하지. 또 라캉 중령의 시신은 돌아가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여러 가지 검사와 조사를 마친 다음 완전히 분해될 거고 가족들에게 가는 건 화학 물질에 절인 무해한 쓰레기가 될 거다.”

잠깐 한숨을 쉰 빈우가 말을 이었다.

“나 또한 그렇고…. 그러니 너무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마라.”

억지로 납득한 모니카는 말없이 빈우의 뒤를 따라 걸었다. 조금 걸어 나가자 자재운반용 출입구가 나왔고 거기엔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 대한 두뇌 칩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보안국이라고만 나올 뿐이다.

빈우는 상자와 안드로이드들을 넘겨주었고 보안국 일행은 받은 물건을 확인하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빈우도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을 뿐 말없이 모니카를 데리고 돌아섰다.

모니카가 여러 부산을 떨며 꼭 참석하려 했던 일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묵묵히 빈우의 뒤를 따라 걷던 모니카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맴돌았다. 모니카는 대학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실력을 인정받아 연방군의 과학기술국에 스카웃 되었다. 허나 새로운 직장은 군이라기보다는 연구소의 분위기가 강했기에 모니카는 자신이 군인이라는 자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오늘날까지도.

그러나 오늘 눈앞에서 동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또한, 태스크 포스 373에 오면서 알게 된 사람들. 레드우드를 비롯해 오르, 빈우, 파트리샤, 아룹, 위르겐, 우지. 이들 또한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순간 모니카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만약 그녀가 민간인 신분이었다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자신에게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말았을 일이다.

하지만 모니카 보르자는 엄연히 군인이었다. 같은 팀원들이 사지를 오가는데, 자신만 안전한 데서 숨어있다고 하니 무언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니카의 가슴 속에서 벅차오른 무언가가 그녀를 떠밀었다.

“팀장님.”

“응? 손수건 필요해?”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돌아서는 빈우에게 모니카는 결연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고민했습니다만, 결심했습니다. 저도 현장에 나가겠습니다.”

지금 모니카 보르자 대위는 매우 진지했다.

“어?”

그에 반해 김빈우 소령의 반응은 조금 얼빠진 것이었다.

“이미 팀에 들어온 이상 더 뺄 순 없습니다. 팀장님께서 절 후방임무로 돌려준다고 하셨지만, 저도 현장에 나가겠습니다. 다른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어- 그래?”

그러나 수상하게 반응하던 빈우는 끝내 한숨을 내쉬고야 말았다.

“모니카, 사실대로 말할게. 미안하다. 내가 널 빼준다고 말은 했었는데 그거 망했다.”

“네?”

“그래서 우리랑 같이 현장에서 뛰게 되었어.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뭐 잘됐네? 너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어, 그치?”

“네…?”

* * *

멍하니 넋을 빼놓고 있던 모니카는 어느새 자신이 오브리가도 궤도상에 오른 셔틀에 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늦잠을 오래 자고 일어나 시간 감각이 흐려진 것 같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모니카는 특수전 사령부에서 대화를 나눈 뒤 셔틀에 올라타기 전까지의 일련의 흐름이 몽롱하게 느껴졌다.

“세상에나….”

-응? 못 들었어? 두뇌 통신 들어오라고.

“아, 알겠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의 관성에 떠밀려, 지상의 사령부에서 행성 궤도의 무중력 훈련 주역까지 날아오른 모니카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신의 부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두뇌 칩으로 들어오는 신호에 긴장했다.

>373 두뇌 통신 회선 활성화

>접속자 목록 갱신

>팀원들의 두뇌 칩 동기화

지금 모니카는 태스크 포스 373의 팀원으로서 처음으로 두뇌 통신 회선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아니 성인이 되고 두뇌 칩을 넣은 후 처음으로 하는 두뇌 통신이다.

이미 팀장 빈우와 부팀장 아룹, 파트리샤는 회선을 만들어 놓고 들어가 있는 상태고 모니카는 이미 만들어진 팀의 회선에 추가로 들어가는 중이다.

-모니카 어때?

처음 느껴보는 희한한 감각이다. 마치 자기가 머릿속으로 글을 읽는 기분으로 빈우의 말이 듣고 있자니 옆에서 팀장인 빈우가 걸어오는 게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니 컨커러를 입은 빈우가 거기 있었다.

순간 모니카는 얼어붙었다. 빈우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온몸을 훑는 것을 느낀 것이다. 빈우는 부머의 관절부, 동력계, 장갑의 취약 부분 등을 한 번에 봤다. 게다가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약점들을 찾고 파악했다.

빈우로서는 아무런 악의나 적의 없이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모니카는 오히려 그 점이 무서웠다.

-정신 차려. 이 정도로 겁먹으면 일 못 해. 상대의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어. 처음에는 그냥 느끼기만 해.

겁먹은 모니카의 머릿속으로 빈우의 격려가 느껴진다.

-하앙, 모니카와의 첫 두뇌 통신은 역시 팀장님이었나?

뒤이어 시시덕거리는 파트리샤의 생각이 떠오른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대위님. 저희가 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룹이 생각한다.

모두 다정하지만 동시에 소름이 끼친다. 팀원들이 격려의 말과 생각을 떠올려 모니카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모니카에겐 그런 단어들이 마치 얼음 위에 적은 것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얼음 밑에는 뜨겁게 달궈진 용암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항상 친절했던 팀원들의 내면에는 원한다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폭력성이 잠자고 있는 것이다.

-얘 진짜 감수성 예민하네.

-시인이군요.

빈우와 아룹의 만담 덕에 모니카는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뇨, 실례했습니다. 저는.”

-괜찮아, 처음엔 다들 그러니까. 그리고 두뇌 통신을 했으면 말보다는 생각으로 의사를 전달해.

그러면서 빈우는 셔틀의 출구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검고 어두운 우주 공간 속에서 오브리가도가 푸른색으로 빛나는 게 보였다.

-모니카, 훈련 내용 다 숙지했지?

-네넷! 제가 팀장님과 같이 나가고, 그리고, 음- 저기서 기다리는 파트리샤 중위가 레일건으로 팀장님을 쏩니다. 그걸 제가 막고요.

-…뭐 요점은 파악했네. 가자.

열린 문을 통해 모니카의 부머가 앞으로 나갔다. 무중력 공간을 아무런 추진 없이 날아간 부머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방향을 틀었고 그 뒤로 빈우의 컨커러가 날아와 부머의 등에 안착했다. 보통 이렇게 무중력 상에서 접촉한 경우에는 어떻게든 서로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나 방금의 경우 컨커러는 아무런 반응 없이 부머의 등에 붙었다.

-흐음. 모니카, 부머의 관성 제어가 대단한데?

-아, 감사합니다. 팀장님.

기존의 장갑복들은 제트팩을 써서 점프나 단거리 비행을 하지만 부머는 중력장을 조절해 날 수 있다. 관성 제어나 중력제어는 이미 연방에서 요새나 함선, 전투기 등에 쓰이고 있지만 장갑복 크기로 소형화한 것과 이토록 정밀한 사용이 가능한 것은 샤다이의 기술을 역설계한 결과다.

이렇게 샤다이의 기술을 사용한 장비는 태스크 포스 373에도 몇 가지가 있다. 모니카의 부머와 빈우의 컨커러, XPS가 그것들이다.

하지만 부머는 기술의 해석까지는 했지만, 핵심 부품이 샤다이의 것을 그대로 쓰는 방식이라 대량 생산이 힘든 실험기이고 컨커러는 방어막 작동 시에 장갑복이 정지되는 결함이 있다. 가장 심각한 XPS는 애초에 설계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실패작이다.

그래서 빈우는 팀원들의 팀워크 훈련도 중요하지만, 장비들의 사용법과 제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해 이런 훈련 계획을 잡았다.

-파트리샤.

빈우의 호출에 저 멀리 암석군에서 모습을 감춘 파트리샤가 아군이란 녹색 표시로 뜬다.

-네, 지정 위치에서 대기 중.

-부팀장.

-네, 팀장님과 대위님을 포착했습니다.

아룹은 저격을 맡은 파트리샤의 관제요원으로 근처에 있었다.

-좋아, 다시 한번 설명한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모니카 대위의 전투경험을 쌓는 것과 동시에 부머의 중력제어와 컨커러의 방어막에 대한 자료수집을 위함이다.

첫 번째 훈련은 파트리샤가 대인용으로 설정된 레일건으로 나를 쏘면 날아오는 탄자를 부머의 중력제어 기술로 방어하는 것이다.

두 번째 훈련은 모니카가 부머의 중력제어에 익숙해진 다음에 하는 것으로 컨커러의 방어막 사용법에 대한 실험을 시행한다. 질문?

-저요 저요, 모니카는 이런 거 해봤답니까?

-실탄 사용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러니까 파트리샤, 살살 쏴.

-예입, 부드러운 대인탄을 쏴드립죠.

맞는 순간 4조각에서 다시 16조각으로 흩어지는 대인탄은 장갑복에 맞으면 부드럽지만, 맨몸으로 맞으면 진짜 기분 더럽다.

-대인탄 4발, 장전합니다.

파트리샤의 말에 이어 인필트레이터가 들고 있는 레일건 내부 프린터에서 대인탄이 생성되어 탄창으로 들어가는 게 팀원들의 전술 정보를 통해 모니카에게도 알려진다.

‘실탄… 실탄이야.’

이런 훈련을 밥 먹듯이 해온 특수부대원들은 농담을 따먹어가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모니카는 달랐다. 말로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빠른 사고의 교환에, 정보량에, 그리고 정보의 위험함에 채 따라오지 못했다.

-어라? 얘 심박수 봐라.

이것은 모니카의 이상을 눈치챈 빈우의 생각이다.

-진정제 쏘시겠습니까?

이어지듯 아룹이 권고한다.

-아뇨, 훈련 순서를 바꾸죠. 모니카?

“아뇨! 저 할 수 있습니다!”

모니카는 겁먹은 자신도 격려하듯 외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늦다. 말하지 말고 두뇌 통신을 써. 훈련 순서를 바꾼다. 컨커러의 방어막 실험을 먼저하고 다음이 부머 순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팀장님.

잠시 기다려서 모니카가 진정하고 심박수가 정상으로 떨어지자 빈우가 다시 훈련을 재개했다.

-자, 내가 피아식별 신호를 바꾼다. 파트리샤, 사격 준비해.

그러자 화면에 포착된 빈우가 아군의 초록색에서 정체불명을 나타내는 노란색 신호로 바뀌었다. 아군을 사격하는 것은 장갑복의 화기 관제시스템상 불가능하기에 훈련 시에는 각자 식별 신호를 바꾸게 된다.

헌데 이번에도 모니카에게 이상이 발생했다.

-모니카?

아까처럼은 아니었으나 두뇌 통신을 통해 모니카의 불안감이 빈우와 팀원들에게 전해진다.

-흠, 아무래도 두뇌 통신으로 정체불명 기가 근처에 있는 것을 인식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먼저 팀장님이 두뇌 통신에서 나가고 그다음에 식별 신호를 바꾸는 게 나을 겁니다.

경험 많은 아룹의 예상이었고 또한 정답이었다.

-진정해, 모니카. 이거 훈련이야. 난 적이 아니다.

-네, 괜찮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전 괜찮아요.

그러나 그녀가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은 팀원 누구나가 다 알고 있었다.

-팀장님, 어쩌시겠습니까?

아룹의 질문에 빈우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제가 근처에 아군기로 계속 있지요. 대신 파트리샤가 식별 신호를 바꾸기로 합시다.

다시 빈우가 아군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모니카는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팀장님, 훈련 계속 진행합니까?

-일단 본인에게 물어봐야죠. 모니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모니카가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두뇌 통신으로 연결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훈련을 중지하기엔 태스크 포스 373의 갈 길이 너무나 멀었다.

-그래? 그럼 훈련은 계속 진행한다. 파트리샤.

-네, 식별 신호 바꿉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저 멀리 있던 파트리샤의 인필트레이터가 갑자기 사라져서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얘 겁먹는다.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고 모습은 보여.

-네.

파트리샤의 모습이 다시 화면에 잡혔다. 노란색이다.

-모니카, 준비되었어? 조금 있으면 파트리샤가 나를 쏠 거다. 대인탄이니 나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어. 그냥 보기만 해. 알았지?

-네, 팀장님.

모니카가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이자 빈우는 부머의 등을 박차고 뒤로 날아올랐다.

-파트리샤. 진행해.

-알겠습니다. 조준.

실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레이저 포인터가 컨커러의 흉부 장갑에 닿아 조준 상황을 빈우와 모니카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을 본 모니카는 긴장하면서도 파트리샤의 카운트 다운을 느꼈다.

-발사 5초 전, 4, 3, 2, 1, 0.

그리고 파트리샤가 레일건을 쏘았다. 발사된 대인용 탄환은 약 1초의 딜레이를 가지고 날아와 컨커러에 명중했다. 장갑복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지만 컨커러는 피탄의 충격에 뒤로 휙 꺾이며 날아갔다. 무중력상태의 우주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팀장님?

모니카는 적기가 빈우를 쐈고, 빈우가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

-팀장님! 아아악! 팀장니이임!

빙글빙글 돌며 멀어지는 컨커러를 보며 모니카는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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