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버터 있습니까?”
빈우의 질문에 가게 주인이 쓰게 웃었다.
“연방에서 지급된 합성 버터는 이제 없소. 대신 저게 있지.”
주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고래 그림이 그려진, 조잡한 포장지의 마가린이 매대 위에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고래 기름으로 만든 마가린이오. 천연 마가린이지. 짝퉁 합성 버터 따위와는 비교하지 마시구랴.”
버터 보고 짝퉁이라. 애당초 마가린이란 게 버터의 대용품으로 나온 걸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빈우는 마가린을 들어보고는 가게 주인처럼 쓰게 웃었다.
그때 마가린을 들고 살까 말까 고민하는 빈우의 뒤쪽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 빈우 아저씨?”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왠지 낯이 익은 남자아이가 달려와 빈우의 바짓가랑이에 엉겨 붙었다. 갑자기 친하게 아는 척하는 아이의 이목구비를 살피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너 혹시 자크니? 많이 컸구나.”
마지막 봤을 때 아직 앳된 티가 남았던 자크 라캉은 못 본 사이 많이 커서 이제는 아주 장난꾸러기 소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키득대는 자크의 뒤를 따라 한 여성이 나타났다.
“어머, 빈우 씨.”
자크의 어머니인 마리 라캉은 의외의 곳에서 빈우를 만나서 놀랍다는 표정이다.
“오랜만입니다. 라캉 부인.”
마리의 얼굴 위로 띄워진 미소에는 반가움 뿐만이 아니라 약간의 그늘이 섞여 있었다.
“마카로니에는 무슨 일이세요? 설마….”
“아, 일 때문에 온 건 아닙니다.”
빈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는 마리 라캉을 급히 안심시켰다. 정보국의 일이건 피자 타이거의 일이건 지금의 그녀에겐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냥 개인적인 용무로 들린 것뿐입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군요.”
그제야 마리는 안심하듯 밝게 웃었다.
“혹시 피에르 차장님도 같이 오셨습니까?”
손에 들었던 마가린을 다시 매대에 올려놓고 빈우가 몸을 돌렸을 때 마리 라캉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장 봤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라캉 부인?”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허리춤에서 장난치던 자크도 사라지고 없다.
“자크?”
주변을 둘러봐도 모자가 간 곳은 알 수 없다. 빈우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웠다. 빵과 버터, 커피와 설탕이다. 모두 마카로니에서 직접 만든 듯 조악한 품질을 하고 있었다. 빵은 땅콩과 말린 무를 반죽해 만들어 낸 거고 버터는 아까 말했듯 마가린이다. 커피는 개척 작업 중에 쓰이던 작물의 뿌리를 볶은 것이고 설탕은 옥수수 과당을 굳힌 것이다.
이게 과연 진짜일까? 합성물이 아니고 자연 재료로 직접 만들었다고 진짜가 되는 것일까?
“음?”
그리고 언제 있었는지 모르지만 부서진 바퀴 하나가 빈우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가정용 도우미 로봇에나 쓰일 실내용 바퀴다. 불길한 기분에 빈우는 손에 든 것들을 매대에 도로 올려놓고 거리로 나섰다.
빈우가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군중들의 소음이었다.
“여러분!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합니다! 바로 우리 마카로니의 독립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마카로니의 거리 곳곳에서는 스콜피온 전차들이 돌아다니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당장 빈우의 앞을 지나가는 전차 위에는 남자 한 명이 올라서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그 뒤를 흥분한 군중들이 따라가며 깃발을 흔들고 환호를 질러댔다.
“마카로니 독립 만세!”
“연방은 우리 땅에서 나가라!”
“마카로니는 우리 땅이다!”
모두 두뇌 칩이 없는 자치 정부민들이다.
광기에 떠밀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꿈에 취한 몽상가들. 그들을 쫓아온 악몽의 기수들이 이 땅에 다다랐을 때는 그 개꿈이 악몽으로 변하겠지만 애도할 필요는 없다. 할 자격조차 없다. 빈우 스스로가 그 기수들의 한 명이니.
거리를 메웠던 군중이 지나가고 나자 겨우 길 건너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불빛이 없는 어두컴컴한 건너편 거리엔, 여자아이가 홀로 서서 울고 있었다. 그 아이는 눈이 마주친 빈우를 향해 손을 뻗으며 흐느꼈다.
“로보트야. 도와줘어.”
그리고 그 울음소리를 향해 총구가 몰린다. 클론들의 조준이 느껴진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울토르 중대원들이 총을 겨눈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의 감각이 빈우에게도 그대로 느껴진다.
급히 좌우를 둘러보자 저쪽에 건널목이 보인다. 건널 수 없는 길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건널목으로 뛰어! 어서!”
빈우는 길 건너편에서 아이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아이는 그 자리에서 계속 울 뿐이다.
“엄마아아, 아빠아아! 무서워, 무서워. 깜깜해, 여기 너무 깜깜해.”
“어서 뛰어!”
다그치는 빈우의 목소리에 아이는 화들짝 놀라더니 울면서 달렸다. 도망치는 아이를 쫓는 클론들의 조준경이 빈우에게도 공유된다.
울음에 지쳐 할딱거리면서도 아이는 계속 달렸다. 그 뒤를 이어 조준경이 닿을락 말락 하며 따라간다.
건널목의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그리고 길 한가운데에는 중앙선 대신에 샤프트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의 피와 살점이 흥건한 샤프트가 불길한 굉음으로 덜덜거리며 돌아간다.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는 두려움에 못 이겨 도로 위로 한 발을 내디뎠다.
“안돼! 기다려! 아직 오면 안 돼!”
그러나 빈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울면서 눈을 꼭 감은 채 빈우를 향해 달렸다.
“로보트야! 안아줘어!”
양팔을 벌리며 달려오는 아이가 샤프트에 닿기 전에 빈우도 달려나간다. 마주 손을 뻗는다. 그러나 빈우가 늦은 것인지 아니면 망설인 탓인지 아이가 먼저 샤프트에 닿았다.
빈우의 팔에 둔탁한 감촉이 느껴진다.
“주인님?”
아나스타샤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빈우를 깨우고 있었다. 자기 숙소의 의자에 기대어 잠시 졸았던 빈우는 쭉 기지개를 켰다.
“아, 달게 잤다. 내가 얼마나 잤지?“
“5분도 안 되었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찾는 분들이 오셔서 깨울 수밖에 없었어요.”
목을 주무르며 물을 마시는 빈우에게 아나스타샤가 인터폰의 통신 창을 띄워주었다.
“김빈우 소령 안에 있습니까? 24함대 사령관이신 벤자민 소여 소장 각하께서 오셨습니다.”
화면에는 부관 휘장을 단 소위 한 명이 각 잡힌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소개대로 24함대 사령관인 벤자민 소여 소장이 서 있었다.
빈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을 맞이했다.
“들어오시죠.”
예고도 없는 불청객은 이미 예상한 바다. 문을 열어주자 소장과 소위, 사령관과 부관이 한껏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
“반갑네, 김 소령. 오늘 내가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야. 발 가르단 하스의 리퍼에 관한 것이지.”
벤자민 소여 소장은 아나스타샤가 마련해 준 자리에 앉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말을 꺼냈다.
24함대는 연방의 외곽에 위치한 포말하우트 게이트 방면 함대다.
빈우가 작년 울토르 중대의 지휘관이었던 시절 리퍼에게 습격당한 곳이 포말하우트 게이트 안이었다. 리퍼가 루비콘 전대에 공격받고 추락한 발 가르단 하스도 바로 그 근처다.
그러나 위치가 가깝다고 해서 이 두 가지 사건은 눈앞의 사람이 알만한 것이 아니다. 연방의 특급 기밀을 일개 소장이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불가능해야 하는데…. 빈우는 굴리던 머리를 멈추고 입을 열었다.
“말씀하십시오.”
보통 함대 사령관은 중장이나 대장이 맡지만, 눈앞에 있는 벤자민 소여의 계급은 소장이다. 사령관의 계급에서 알 수 있듯이 24함대는 2선급 함대다.
연방의 영역에서 외곽은 다른 외계 종족들과 마주한 곳이라 대부분 중요한 주역이다. 따라서 연방의 최정예 함대가 주둔하게 된다.
그러나 포말하우트 방면은 루비콘 라인과 근접해 있어서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루비콘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비홀더 전대는 연방 이전에 존재했던 지구제국의 잔존 군사세력이며, 현재의 연방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전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전력을 가지고 우주를 싸돌아다니며 보이는 외계 종족마다 족족 조지고 있어, 그들은 현재의 연방에게 훌륭한 보호막이자 흉악한 골칫거리였다.
해서 루비콘 라인과 인접한 함대는 비홀더 전대 덕분에-그리고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2선급으로 구성된다. 장비나 인력 모두.
“어흠, 김 소령? 이번 발 가르단 하스의 작전은 우리 24함대가 맡기로 되었네.”
벤자민 소여 소장은 자신의 개소리에 빈우가 놀라지도 않고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있자 조금 당황한듯했다.
빈우가 가만히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이미 발 가르단 하스의 작전은 특수전 사령부의 태스크 포스 373이 하기로 정해져 있다. 행여 변경 사항이 있다면 그건 팀 최고 지휘관인 조지 레드우드 중장에게서 명령이 내려오지, 저딴 변경함대 소장 나부랭이에게 들을 일이 아니다.
빈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런 쓰레기가 꼬이지 않게 커버쳐 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며 찾아보았다. 마침 이 작전을 맡은 태스크 포스 373의 사령관이자 빈우의 직속 상관인 조지 레드우드 중장은 지금 특수전 사령부의 사령관인 캐서린 시슬 대장과 회의 중이라고 했다.
우연일 리는 없고 미리 스케줄을 알고 수작을 부린 거겠지. 아니면 뒷배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레드우드 중장께도 전해주게나.”
빈우는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서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벤자민 소장은 자기 뜻대로 된 줄 알고 한껏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가호위라고 했던가. 옆에 섰던 전속부관인 소위가 퉁명스레 말을 건다.
“소령님. 각하의 질문에 대답하십시오.”
황당해서 이걸 어쩌나 싶어 고민하던 빈우에게 아나스타샤가 보인다. 그녀는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살짝 앞으로 나섰다.
“주인님, 다과를 내어올까요?”
아나스타샤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모양이었는데 저쪽 일행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뭐야 넌, 안드로이드 따위가. 저리 꺼져.”
소위가 아나스타샤의 멱살을 잡더니 확 밀쳤다. 아나스타샤는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니었는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오케이 결정.’
그리고 빈우는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손바닥을 쑥 내밀어 소위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움켜쥐자 바둥대던 놈의 아랫니가 으스러지며 잇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흥그어엇!”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지는 소위를 팽개친 빈우는 놀라서 당황하는 벤자민 소장 앞으로 불쑥 나섰다.
“어이, 영감님.”
“어, 어어. 자네 미쳐, 컥.”
벤자민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빈우의 오른손이 그 목을 쥐었다.
“대우해줄 때 대우받으시죠.”
그리고 목을 쥐고 천천히 들어 올린다. 불쌍한 소장이 건방진 소령에게 목을 졸려 캑캑댄다.
“상황 파악 안 되시나 본데, 여긴 변경에 있는 함대 사령관이 힘주고 다닐만한 곳이 아닙니다. 제가 여태껏 날려버린 별이 몇 개인지 아십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빈우는 정보국 시절 보안국과 연계해서 장성급 여럿을 작살 낸 전력이 있다.
장소가 여기가 아니고 이런 방법도 아니었지만.
“누가 시켰습니까?”
“무, 무슨 소리냐.”
빈우는 소장을 내던진 뒤 턱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소위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
“끄아어억!”
그리고 흘러내리는 피거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지손가락으로 소위의 윗니 하나를 뒤로 밀어젖혔다.
“아악!”
함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강화는 그리 높지 않다. 더구나 2선급이라면 더더욱.
소여 대장이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자 빈우는 다시 질문했다.
“누가 시켰습니까?”
“흐어억컥!”
소위의 치아들은 실로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이 같았다. 하나씩 천장으로 던질 때마다 이의 요정들이 날아와 빈우가 원하는 소리를 들려다 주었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대답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김 팀장.”
아까부터 바닥에 엎드린 벤자민이 벌벌 떨면서 누구랑 줄기차게 연락을 하는 것 같더니만, 마침내 연락이 왔다. 특수전 사령부의 사령관인 캐서린 시슬 대장이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지금 연방군의 특수부대원들을 총괄하는 여걸의 뒤로 불쾌한 표정의 조지 레드우드 중장이 있었다.
“글쎄요. 뭐 작전에 앞서 보안 테스트인가 싶어서 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밀 작전 투입 전에 팀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안 점검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빈우의 변명은 타당하다. 그리고 애초에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면 아무리 빈우가 막 나간다 해도 이런 짓까지는 벌이지 않는다.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그들은 실제 24함대 사람들이야. 24함대는 당시 토끼몰이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부른 거야.”
“도움요? 자기들이 작전을 받는다던데요?”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군. 내가 도움이 필요해서 불렀고 그들은 내 손님이야.”
시슬 대장의 말에 빈우는 기가 차서 웃었다.
“도움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가서 가져오면 되는데 뭘 또 외부인을 들입니까. 기밀이 필요해서 우리 팀을 만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내 손님들은 어쩌고 있나?”
시슬 대장의 표정은 ‘내 손님에게 무례를 저지른다면 아무리 선배의 부하라지만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빈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좀 뽑았더니 울고 있네요.”
그 대답에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울고 있다고?”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시슬 대장 뒤로 레드우드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빈우가 화면을 발아래로 비추자 소여 소장의 부관이 으스러진 아래턱과 이가 사라진 위턱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 게 보였다.
“하이고, 씨발 어이가 없네. 어디 사람이 없어서 저런 어중이떠중이를 데려오나 그래? 나한테 귀띔이나 했으면 좀 좋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캐서린 시슬 대장도 닉스 레벨 3에 특수전 사령부의 사람이다. 아무리 자신의 일행이라지만 저런 추태를 부린다고 하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일단 폭력적인 행위를 멈추고 그들을 이리로 데려오게.”
빈우는 시슬 대장을 앞 얼굴을 빤히 노려보더니 뒤쪽에서 그녀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레드우드를 향해 물었다.
“라고 하시는데, 어쩔까요?”
레드우드가 살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좆까고, 까불대면 나 대신 조져라. 어디 씨발 놈들이 감히 내 새끼한테 집적대고 지랄이야, 지랄이.”
“랍니다.”
눈앞에서 그렇게 전해주자 캐서린 시슬 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벤자민 소여 소장. 즉시 거기서 빠져나오게.”
그러자 24함대 일행은 도망치듯 빈우의 방에서 빠져나갔다. 한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시슬 대장이 다시 바로 앉으며 빈우에게 말했다.
“그리고 김 팀장. 이번 작전에 24함대는 동행할 거야.”
“그거참 끈질기시네. 무슨 자격으로 동행한답니까? 373의 팀원으로?”
빈우의 대답은 레드우드의 고함이 대신했다.
“절대 아니지!”
앞뒤로 쏘아지는 공격에 혀를 차던 시슬 대장이 쐐기를 박는다.
“24함대에서 병력을 차출, 태스크 포스 373의 지원 부대를 편성하여 파견한다. 이 부대는 나 캐서린 시슬의 직속 부대가 된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곤란하다. 저 여걸은 무슨 수를 써서도 태스크 포스 373에 24함대를 따라 붙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네,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그들이 제 테스트에 합격한다면 군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죠.”
빈우의 말에 특수전 사령부의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뭔가 깨달은 듯 레드우드가 먼저 찬성했다.
“흐음, 난 찬성이야. 현장 지휘관은 김 팀장이니까 편성은 이쪽에서 하더라도 그 가부는 김 팀장이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시슬 대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전부터 특수전 사령부는 현장의 유연한 판단을 매우 높게 쳐줬다. 딱히 정해진 규범은 없으나 후속 부대나 지원 부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개 현장에서 내렸다.
만약 24함대를 독립적인 태스크 포스로 구성한다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 경우는 현장의 판단 아래 373이 공식적으로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
그래서 명목상으로나마 373과 한 부대로 쳐주는 지원 부대로 밀어 넣으려 한 것인데 빈우가 이런 식으로 반격을 한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테스트를 해야겠지.”
그러나 캐서린 시슬에게도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테스트란 명목으로 태스크 포스 373의 출발이 조금이나마 늦춰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