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41화 (41/301)

41화

“그럼 내일 09시에 테스트를 하도록 할까?”

테스트를 하는 사람은 이쪽인데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는 곳은 저쪽이다.

“아니오. 지금 당장, 바로 하도록 하죠.”

“그건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애초에 373의 지원부대가 되고자 한 건 그쪽입니다. 그 정도 실력으로 제 팀 뒤를 따라오려면 곤란하지요.”

“좋아. 그럼 자네 말대로 하지.”

상대방이 수긍하는 틈을 타 빈우는 바로 밀어붙였다.

“테스트는 두 가지입니다. 지상 병력과 모함 운용. 흠, 마침 24함대의 기함인 오데이셔스가 지금 3번 항구에 들어와 있군요. 변경 2선급 함대가 홀수 항구에 들어와 있다니 대우 좋습니다. 저희가 3번 항구로 가겠습니다. 거기서 바로 테스트 진행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시슬 대장은 빈우의 말을 끝까지 들은 뒤 질문했다.

“합격 조건은? 둘 다 통과해야 하나?”

“지원부대인데 깐깐하게 굴 순 없죠. 둘 중 하나만 합격하면 됩니다.”

“알겠네. 그러면 거기서 보도록 하지.”

통신이 끝나자 빈우는 의자 뒤로 쭉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불청객의 방문이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심신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휴우.”

“저, 주인님.”

의자에 기대 미간을 주무르는 빈우에게 아나스타샤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응?”

“캐서린 시슬 대장 각하께선 어떻게든 지원부대를 만들어 붙이시려는 것 같은데 그런 방법으로 될까요?”

하긴 아나스타샤의 걱정도 당연하다. 이쪽이 싫다고 거절 의사를 확실히 비쳤는데도 불구하고, 특수전 사령부의 총사령관이란 작자가 굳이 강행하려 했으니 이런 테스트에 떨어졌다고 상대방이 포기할까 싶은 것이다.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자고로 수작이란 상대를 보고 부려야 하는 법이거든. 가령 예를 들자면…. 음 그래, 고토 국장 같은 경우라면 이런 방법으로 쳐낸다 해도 ‘이이잉 고토는 꼭 하고 싶어, 꼭 할 거야잉.’ 같이 별 지랄을 떨면서 억지로 밀어붙였겠지만 시슬 사령관은 좀 달라.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지는 성격이거든.”

고개를 끄덕이는 아나스타샤를 보며 빈우가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특수전 사령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거칠지만 그만큼 솔직담백한 것도 있어서, 이번 테스트로 걸러낸다면 주변 눈치 때문이라도 다시 억지 부리지는 않을 거야.”

“아하, 그렇군요.”

아나스타샤는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손으로는 열심히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까 두 불청객이 흘리고 간 피라던가 이빨 조각, 침 등을 다 닦아낸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저, 주인님?”

“응?”

손수 커피를 내리던 빈우가 아나스타샤를 힐끗 돌아본다.

“주인님, 요즘 너무 폭력적으로 된 게 아니신가요?”

아나스타샤의 질문에 빈우의 고개가 살짝 모로 기울어진다.

“폭력적? 내가?”

굳이 따지자면 빈우는 비폭력 주의자다. 다만 불필요하게 폭력을 낭비하는 게 싫다뿐이지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대량 서비스한다. 몸보다는 말로.

다만 방금 아나스타샤가 말한 ‘폭력’은 정황상 물리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일 테다.

본래 빈우는 폭력을 써도 주로 정신적으로 조지는 스타일이라, 갈아버릴 상대를 말빨로 빼도 박도 못하게 묶어놓고 자기가 지린 똥오줌에 익사하게 두는 편이다. 방금처럼 대놓고 주먹질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때 빈우가 빡돌지 않았다면 두 놈 성격을 살살 긁어서 제풀에 고꾸라지게 만들고 말았을 일이다.

빈우는 아나스타샤의 말을 듣고는 자기가 방금 폭력을 쓰게 만든 원인 대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음? 주인님?”

주인의 시선이 빤히 꽂히자 안드로이드 메이드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살펴보았다. 허나 별다른 이상은 없다. 아나스타샤가 다시 고개를 들자 어느새 어렸을 때부터 키우고 모셔왔던 주인의 손이 자신의 코앞에 와 있었다.

“에….”

그 손이 귀밑털을 쓰다듬을까 볼을 어루만질까 생각하며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눈꺼풀이 살짝 감겼다. 이어서 빈우는 아나스타샤의 날숨이 나올 타이밍을 노려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를 꽉 쥐었다.

“펭.”

작은 나팔 소리가 아나스타샤의 코에서 나왔다.

“아아아! 뭐에요! 남은 걱정해주는데!”

화가 나서 방방 뛰는 아나스타샤를 보고 빈우는 낄낄거리며 돌아앉아, 부팀장 아룹과의 통신회선을 열었다.

“네. 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빈우가 방금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알려주자 화면 속의 아룹이 난처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허어, 시슬 사령관님이 우리 팀을 그렇게 보신단 말입니까? 이거 좀 충격인데요.”

아룹의 쓴웃음에서 알 수 있듯이 캐서린 시슬 사령관과 단검뿔 토끼는 꽤 밀접한 관계다. 단검뿔 토끼는 특수전 사령부의 최정예부대인 만큼 사령관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데다가, 조지 레드우드와 캐서린 시슬 두 사람 다 단검뿔 토끼의 이전 이름인 ‘우는 해골’ 출신이라, 둘에 대한 단검뿔 토끼의 지지도 또한 매우 높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놓고 밟으려는 것 같진 않아서 조금 긴가민가한 것도 있습니다.”

시슬 사령관이라면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태스크 포스 373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빈우는 시슬 사령관은 한 박자 뒤처지는 듯이 대응하면서 슬쩍 주도권을 넘겨주었다고 느꼈다.

그런 애매한 사항들을 머릿속으로 메모를 해두며 빈우는 확실한 사항부터 처리하려 했다.

“확실한 건 떨거지들은 테스트로 쳐내면 될 일이란 거죠.”

“하긴 그분이라면 뒤끝은 없겠습니다.”

화면 속의 아룹 부팀장은 빈우의 말에 평상시의 미소를 얼굴에 띄우려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팀장님, 실은 어제 훈련 때 우릴 봤던 놈들 말입니다.”

“아, 그 친구들? 뭐 새로 나온 게 있습니까?”

어제의 훈련이면 부머의 테스트와 인필트레이터의 테스트다. 그때 허가를 받지 않고 원거리에서 태스크 포스 373의 훈련을 주시하던 팀이 있었는데, 조사했던 아룹의 보고에 의하면 일부러 흔적을 남기고 간 단검뿔 토끼의 대원들이라고 했다.

“네. 오늘 아침에 동기한테 들은 건데 어제 그 팀은 일단 시슬 사령관 쪽 명령을 받는 라인은 아니랍니다.”

아룹은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말했지만 이건 대단히 중요한 정보다.

“그래요?”

“또 그날 장난치러 온 놈들도 없고 말입니다.”

어제 자신들의 존재를 어필하고 간 단검뿔 토끼들의 정체에 대해 빈우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았었다.

첫째는 단순히 심심해서 다른 팀 훈련에 난입해 사고 치는 놈들. 의외로 적지 않은 놈들이 이런다. 이들은 실제로 자기들이 왔다 간 흔적을 장난삼아 남겨놓기 때문에 꽤 가능성이 크다. 헌데 이 경우는 방금 아룹이 부정했다.

둘째는 알 수 없는 뒷배를 가진 팀이 신경전을 걸어오는 것. 레드우드 사령관이 말하기로 태스크 포스 373을 방해하는 세력이 많다고 했으니 그쪽 입김이 닿은 부대일 수도 있다.

이 가설은 방금 연방군 특수부대의 명령권을 쥔 시슬 대장과의 대화에서 그녀가 태스크 포스 373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무척 유력한 가설로 떠올랐다. 즉 빈우는 어제의 단검뿔 토끼들이 사령관인 시슬 대장의 명령을 받고 온 팀이 아닐까 하고 예상했는데, 아룹의 말로는 이것도 아니란다.

시슬 대장 쪽도, 장난치러 온 놈도 아니면 현재 이곳 특수전 사령부에 주류하거나 정규 명령을 받는 쪽은 아니란 얘기다. 남은 것은 한가지. 외부 파견부대란 말이 된다.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우린 특수전 사령부 직할 부대라 아무나 함부로 끌어 쓸 순 없습니다.”

아룹의 말마따나 단검뿔 토끼는 연방의 특수부대 중에서도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는 부대다. 귀한 취급을 받는 만큼 특수전 사령부의 작전에만 주로 쓰이고, 다른 부대의 작전에 파견 나가는 경우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그 예외의 경우만 찾으면 용의 선상은 대폭 좁혀진다.

“단검뿔 토끼가 상시 파견되는 곳은 연방 국세청 그리고 연방 의회 의장 경호실 정도죠.”

빈우는 가장 대표적인 두 부서를 꼽아 보았지만,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그쪽 부서들이 태스크 포스 373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태스크 포스에 파견된 팀일 수도 있지만, 이 팀들에 대한 정보는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 적어도 레드우드 정도는 되어야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흠. 부팀장, 정보 고맙습니다. 일단은 눈앞의 테스트에 집중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빈우와 아룹은 캐서린 시슬 대장이-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선에서-포기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만한 테스트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아, 잠시 소개해 줄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테스트에 꼭 필요한 사람이죠. 외부인인데 괜찮겠습니까?”

“팀장님이 필요하시다면 불러야지요.”

빈우는 아룹의 동의를 구한 다음 두 사람의 통신회선에 한 사람을 더 추가했다. 바로 피자 타이거의 오브리가도 궤도기 지점의 지점장인 덱스터 커리였다. 그는 통신이 연결되고 빈우를 보게 되자 격렬하게 반응했다.

“오오! 역시 김 과장이야! 우리가 못하는 걸 태연하게 해버려! 그 점에 전율해! 동경하게 돼!!”

마치 연극처럼 과장된 어투와 행동이다. 그리고 빈우도 그에 걸맞은 대답을 해주었다.

“너는 지금까지 저지른 사고의 개수를 기억하나?”

그러고는 두 사람은 장난스럽게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제3자인 아룹은 그저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장난을 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겉보기에만 그럴 뿐이었다. 덱스터 커리와 빈우는 실제로는 정교하게 짜 맞춰진 합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일부러 근대 영어를 사용해 대화하며 눈은 상대방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있으니, 뭔가 꿍꿍이가 있으리라.

실제로 빈우와 덱스터는 자기가 겪은 사실들을 공유하고 있는 프로토콜을 통해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서로의 반응을 살피며 상대가 처한 상황을 탐사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빈우가 파견 요원이 되어 색깔이 불분명해진 탓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 빈우와 덱스터는 상대방이 깨끗하며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부팀장, 제 예전 직장 동료인 덱스터 커리 대위입니다. 덱스터, 이쪽은 내가 지금 맡은 팀의 부팀장 아룹 라마누잔 원사다.”

“부팀장을 맡는 아룹 라마누잔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커리 대위님.”

“피자 타이거 오브리가도 지점장인 덱스터 커리입니다. 이야, 원사님. 저 사고뭉치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룹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덱스터는 고개를 든 다음 빈우를 보며 쏘아붙이듯 질문했다.

“야 인마! 저번에 쿠사키나 국장이 와서 한바탕 엎어놓고 갔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다샤 쿠사키나 준장. 보안국 국장인 그녀는 얼마 전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빈우에게 거하게 당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아룹은 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자기도 담이 꽤 크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누가 빈우처럼 해보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게 분명했다. 자기 혼자만 깨지면 몰라도 자기가 속한 부서에까지 누가 될 일을 하는 건 결단코 사양이다.

“오스카에서 한 번 먹인 적이 있긴 한데…. 심했냐?”

빈우의 질문에 덱스터의 헤벌쭉하니 웃었다.

“국장님 사무실에서 한바탕 뒤엎고 갔다.”

“허이구, 그래서? 그 양반 뭐라데?”

“다음은 언제냐고 묻던데? 아주 입이 귀에 걸렸더라.”

즉 이노우에 고토는 자기가 봉변을 당한 것보다는 그 원인이 되는 상대방의 불행을 더 즐거워한 것이다.

잡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빈우와 덱스터는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두 놈이 쑥떡 찰떡 빚어내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아룹은,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쿠사키나 국장 건은 반드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일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 *

“기껏 사람 불러놓고선 뒤에서 수작질입니까?”

특수전 사령부 사령관실에서 레드우드 중장이 노기 어린 비웃음을 날렸다. 물론 그 대상은 자신의 후배이자 상관인 캐서린 시슬 대장이다.

레드우드 중장으로선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사령관이 태스크 포스 373에 관해 이야기할 게 있다며 불러서 왔더니, 갑자기 한다는 말이 포말하우트 방면의 24함대를 태스크 포스 373에 붙여주겠다는 헛소리였으니까.

물론 24함대는 과거 발 가르단 하스에서 토끼몰이 작전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긴 했다. 원래 그쪽 방면 부대라, 작전 지역의 지리에 익숙하기도 했고. 그러나 기밀을 요구하는 이번 작전의 성격상 맞지 않는 부대였다.

레드우드도 처음에는 점잖게 사양을 했었다. 그러나 시슬 대장은 어떻게든 24함대를 붙이려고 은근히 고집을 부렸다. 그때 레드우드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현재의 특수전 사령부 사령관이자 자신의 후배이며, 동시에 우방이었던 캐서린 시슬 대장조차 태스크 포스 373을 방해하려는 것임을.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뒤집어엎을까 아니면 말로 타이를까 고민하던 차에 난데없이 24함대의 벤자민 소여 소장으로부터 시슬 사령관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시슬 사령관이 통신 화면을 열자 보게 된 것은 김빈우에게 집적거리다 박살 난 것으로 보이는 소여 소장과 그의 부관이었다. 놈들이 보인 추태는 그들을 추천한 시슬마저 눈가를 찌푸릴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소여 소장이 돌발행동을 한 모양이군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레드우드의 이죽거림에 시슬은 선선히 고개를 숙였지만, 그 정도로는 배신감에 분개한 노병의 추궁을 멈출 수 없었다.

“대체 왜 그렇게 제 팀에, 태스크 포스 373에 훼방을 못 놔 안달인 겁니까?”

“오해입니다. 저는 부사령관의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러는 것입니다. 지금 373의 인원은 너무 적습니다. 지원부대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레드우드는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온화하게 대답하는 시슬을 말없이 노려보았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분노뿐만이 아니었다. 회한과 통한도 그 밑에 같이 타오르고 있었다.

조지 레드우드와 캐서린 시슬 두 사람은 연방군이 창설될 시기부터 수많은 전장을 같이 겪어 온 전우였다. 물론 레드우드에겐 캐서린뿐만이 아니라 많은 전우가 있었다. 끌어주는 선배와 밀어주는 후배, 어깨를 마주하고 나아간 전우들. 그들과 함께 연방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백 년 가까이 싸워왔다. 만일 이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레드우드 역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허나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은 전우가 떠나갔다. 노쇠하여 그만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자 가장 큰 대가를 치른 이들이다.

그렇게 전우들이 떨어져 나가는 와중에도 레드우드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장성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허나 별을 달게 된 그가 앞으로 자신이 맡아야 할 일들에는 단순한 군인의 특기뿐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력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드우드는 자신보다는 그런 쪽으로 소질이 있어 보였던 후배 캐서린 시슬을 특수전 사령관으로 추천했었다. 그 선택은 옳았다. 적어도 조금 전까지는.

“뭐 어쨌든 테스트 결과에는 승복 하깁니다.”

더는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자 레드우드는 일어섰다. 문을 나가는 그의 등 뒤로 시슬의 말이 들려온다.

“선배님도요.”

등 뒤로 문이 닫힌다. 레드우드는 걸음을 빨리하며 자신의 직속 부하이자 이번의 테스트를 맡은 빈우를 호출했다.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레드우드는 불청객들을 불합격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무리를 하는 것도 허락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상상과 상식을 초월하는 빈우의 테스트 내용을 보고는 제발 무리는 하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