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조지 선배… 선배에게 지휘권을… 이양….”
그 말을 마지막으로 캐서린 시슬은 자신의 두뇌 칩을 조작해서 강제 수면에 들어갔다. 강제 수면은 강화 군인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 생존을 위해 주로 쓰는 방법이다. 이를 선택한 건 시슬 스스로가 샤다이의 정신공격을 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리라. 레드우드는 잠에 빠진 시슬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기지 내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지금이 과연 시에라 줄루 델타를 발동할 상황인지.
특수전 사령부와 행성 오브리가도를 외부와 완전히 차단할 상황인지.
사령관은 샤다이의 정신공격을 받아 가사상태에 들어갔고 24함대 전함 오데이셔스에선 워프 비스트가 발생해 기지로 침투하고 있다.
최고 지휘관의 권한을 획득한 레드우드의 뇌와 두뇌 칩 안으로 현재의 비상상황 정보들이 속속 보고된다.
화면에는 오데이셔스의 주 추진기 수리 부분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게 보였다. 두뇌 칩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정비를 하던 특수전 사령부 소속 정비원들이 상황이 좆 같이 돌아가자 추진 노즐 쪽에서부터 연료를 역 주입 시켜 터트렸단다. 역시 기본 훈련만 같이 받는 놈들이라지만 명불허전 특수전 사령부 소속 대원들이다.
항구 저지선의 포대와 증원된 방어 병력도 수월하게 적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특수전 사령부, 연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간 흉기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다. 접근하는 것들은 모조리 갈려 나간다.
“쏘지 마! 살려줘!”
아직 변이되지 않은 24함대 군인들이 멋모르고 3번 항구를 빠져나가기 위해 뛰어왔다. 그들을 향해 명령을 받은 포탑과 대원들이 포격을 가한다. 달려오던 육신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항구에 침입한 전투기나 상륙함, 침투한 장갑 병력을 상대하기 위한 고출력의 방어무기다. 설령 장갑복을 입었다 한들 버틸 수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태는 어떻게든 수습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데이셔스의 출입구와 갑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형 워프 비스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을 녹여서 이어붙인 듯한 거체들이 장갑복의 소총 사격을 버티며 진격해온다. 고출력 화기나 대 장갑 탄을 맞아야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놈들이다.
“니미 씨부랄….”
레드우드는 기지 내부 전투를 상정한 대응책을 발동했다. 그러자 비상이 발령된 기지 곳곳의 무기고와 숙소에서 장갑복들이 자율행동으로 뛰쳐나와 주인을 찾아 달려갔다. 물질 생성기에서도 약식 장갑복이 생성되어 주변에 있는 맨몸의 인간들을 찾아 헤맸다.
이 약식 장갑복은 증원이 올 때까지 착용자를 지켜주는 고마운 놈들임과 동시에 장착할 때 두뇌 칩과 현재 상태를 조회해서, 아군이 아니거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배터리를 유폭시켜 발화하는 흉악한 놈들이기도 하다.
아직 기지 내부에선 워프 비스트들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감염 예방과 동시에 혹시 있을 전투를 대비하는 것이다.
레드우드는 궤도 기지와 지상 기지의 방어체계를 발동시키고 궤도 엘리베이터를 정지시켰다. 통로를 차단해 행여 있을지 모를 지상으로의 감염을 방지한 것이다. 또한, 민간 구역에도 생화학 공격 경보를 울려 민간인들이 대피소로 피신하도록 했다.
“현재 상황 보고.”
현재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AI와 각 지역 책임자들의 보고가 올라온다.
단검뿔 토끼, 실리콘 나이트, 뱅가드 연대를 비롯한 모든 전투 인원들이 완전무장태세로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지 곳곳의 방어 총탑들도 경비 모드에서 전투 모드로 들어가 인증받지 않은 존재들은 무조건 사격하게 되었다.
허나 24함대 쪽은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 함대 사령관인 소여 소장이 워프 비스트로 변해 이곳에서 사살되었고 워프 비스트가 튀어나오는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지만, 24함대의 순양함과 구축함의 함장과 부함장들도 통신이 되질 않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 이런 상황이면 그쪽에서 무슨 연락이나 보고가 왔어야 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워프 비스트가 오데이셔스 뿐만이 아니라 24함대의 순양함과 구축함에서도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항구 내 NBC 병기 반응은?”
-없습니다. 일체의 이상 반응 없습니다.
“샤다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공기 성분을 살펴본 결과 감염원이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도 없었다. 아니면 저들이 미리 감염된 상태였다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산산조각이 난 시체에서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센서들은 아무것도 찾질 못하고 있었다. 그럼 사태의 원인이 되는 감염원을 현재 연방의 기술로는 찾을 수 없는 경우거나 아니면 정말로 감염원이 없는 경우다.
“사체들은 소각해. 한 조각도 남기지 마.”
아직 워프 비스트의 준동은 행성 오브리가도의 특수전 사령부 궤도 기지 제 3항구에서만 일어났다. 그러나 오데이셔스에서만 발생한 일이 다른 함으로 번졌다. 아직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 증상이 언제 어디로 더 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둘이라면 모를까 지금 워프 비스트는 확인된 것만 2357개체. 역대 최대급 감염 규모다.
이것이 궤도 기지에서 지상 기지로, 다시 행성 오브리가도로 퍼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점프 게이트를 타고 외부로 퍼지면 연방에 번지는 건 순식간이다.
마음을 굳힌 레드우드는 기지를 관리하는 메인 AI와 서브 AI들을 모조리 호출했다.
“총사령관 직무대행 조지 레드우드 중장이다. 시에라 줄루 델타! 반복한다. 시에라 줄루 델타다.”
레드우드의 명령이 떨어졌다. AI들은 그의 두뇌 칩에 접속해 신분과 권한을 인증하고 명령을 확인한 다음 즉시 실행에 옮겼다.
-점프 게이트 자폭 카운트 다운 시작합니다.
기지 내부에 경고 방송이 방송되자 청취자들이 열렬히 호응한다.
-어떤 미친놈들이 여기서 개지랄이야!
-갈아 마셔버릴까!
-흥분되는데? 오예, 나 오늘 허리띠 푼다!
하나하나가 전략 병기에 버금가는 인재들이다. 아군으로는 비할 데 없이 믿음직하지만, 만약 이들이 워프 비스트가 되어버린다면 그 다음의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레드우드 앞의 화면에 점프 게이트의 자폭 카운트 다운이 뜬다. 이제 곧 오브리가도는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된 세계가 된다. 어찌 보면 쳐들어온 놈들이 연방 최고의 씹새끼들과 오브리가도에 사이좋게 갇힌 셈이 된다. 그리고 상황이 진정되었다고 파악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구원이 오기 전까지는 이곳에선 지옥도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새꺄, 건투를 빈다.”
레드우드는 이 난리가 벌어지기 전에 떠난 빈우의 선견지명을 축하하며,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지옥의 주인이 자신들이 되길 바라며 노병을 찾아 달려온 장갑복, 그라인더를 입었다.
>착용자 조지 레드우드 인증.
>동력계 정상.
>구동계 정상.
>통신계 정상.
>화기 제어 시스템 정상.
>전투 os 정상.
장갑 보병이 나서는 일 중에 좆 같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레드우드는 이번 전투가 역대 최고급으로 좆 같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 * *
“야, 너 멋지더라?”
블랙 랜스의 작전회의실에서 위르겐이 우지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아까 3번 항구에서 보여준 우지의 조종 실력은 연방의 탑건에서도 최고 수준의 것이었다. 위르겐은 그런 묘기를 본 게 처음이었다.
“아, 하하. 별말씀을.”
“말 편하게 해.”
위르겐이 그렇게 말했지만 우지는 쭈뼛거리기만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병인 제가 어떻게 상사님한테….”
“그런 건 정규 부대에서나 따지지, 우리 같은 임시 혼성부대는 최고 지휘관 외에는 다 팀원이라서 계급 안 따져. 언제 다시 볼 거라고.”
위르겐의 말대로 일련의 소규모 태스크 포스 내부에서는 계급을 안 따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부대, 다른 병과에서 모은 인재들이기도 하거니와 보다 유동적인 팀워크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럼 물론이지. 자, 나도 딱딱하게 중위님보다는 누나라고 불러봐.”
어느새 모니카가 다가와 우지에게 어깨동무하며 웃는다. 찐득한 스킨쉽에 우지가 쩔쩔맨다.
“예에? 누나라뇨? 그런 건 조금 어-”
“에, 진짜? 모니카는 나보고 언니라고 하는데?”
짐짓 울상을 지은 파트리샤 중위가 가리킨 곳에는 모니카 대위가 멋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대위가 중위보고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희한하지만, 둘의 소속과 군 경험과 나이 차를 보면 그럴 법도 하다.
그제야 우지가 눈치를 보며 힘겹게 말문을 튼다.
“네… 그, 어 누나.”
“아유 착해라. 이제 누나랑 친하게 지내는 거다?”
파트리샤가 우지의 머리를 헝클이며 볼을 맞붙이더니 마구 문질러댔다. 장갑 보병에게는 실력이 출중한 같은 팀 파일럿과 친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어서 파트리샤는 우지에게 파일럿과 장갑 보병의 다음 친교과정을 자연스레 권유했다.
“자, 우지. 다음은 저기 저 아저씨한테 가서 형이라고 해봐.”
파트리샤가 가리킨 곳에는 아룹 라마누잔 원사가 싱글벙글 밝은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그럴까요?”
역시 이쪽도 싱글벙글한다. 자신감을 얻고 일어나는 우지였지만, 다행히도 위르겐이 잽싸게 앉혔다.
“누님, 제발. 우지야. 앉아라.”
“에, 좋았는데.”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던 파트리샤는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각 잡혀서 벌떡 일어났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회의실 안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려자세를 취했다.
“쉬어.”
팀장인 빈우와 함장인 오르가 회의실에 들어온 것이다. 빈우는 회의실 중앙의 단말기 앞에 서서 작전 화면을 띄우며 말문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그리고 좆 같은 소식이 있다. 뭐부터 들을래?”
그러자 팀원들의 시선이 막내인 씨에 우지 이병에게로 향했다. 귀여운 막내가 팀장에게 무슨 대답을 할까 궁금하다는 듯이. 그리고 우지는 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조심스레 대답을 선택했다.
“말씀하신 순서대로 좋은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그래? 그럼 좋은 소식부터. 우지, 생일 축하한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느새 날아온 아룹이 뒤에서 우지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복부에는 파트리샤의 주먹이, 등엔 위르겐의 발이 꽂힌다.
“으응억!”
강화 안 했으면 분명히 사망했을 정도의 폭력이 가해지자 모니카가 질겁을 했다.
“자. 이어서 나쁜 소식.”
빈우가 화면을 띄우자 대원들은 우지를 놓아주었고 화면에 뜬 정보를 보았다.
“니미 씨발.”
그리고 아연실색한다. 지금 나오고 있는 정보에 비하면 방금 위르겐의 입에서 나온 욕설은 매우 점잖은 편이다.
“우리가 떠난 직후 오브리가도에 시에라 줄루 델타가 발령되어 봉쇄되었다.”
시에라 줄루 델타. 점프 게이트의 나포 위험이 극도로 높다고 판단될 경우 최고 지휘관과 AI들의 검수를 거쳐 발동되는 명령이다.
“게이트 신호가 없습니다. 소실이 확실합니다.”
오르 함장이 점프 게이트가 날아간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게이트가 닫혀 있어도 신호는 와야 하는데 지금은 아예 신호 자체가 없는 것이다.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바닥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우지가 말한다. 자기 할아버지의 친우인 레드우드가 있기도 하고 자신의 군 생활이 시작된 곳이 바로 오브리가도다. 그리고 일견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돌아가? 어떻게? 통상 항해로 가려면 한세월 걸릴걸?”
빈우의 말마따나 워털루 게이트에서 오브리가도로 가려면 통상 항해로는 불가능이다. 근처의 게이트로 경유한다 해도 가장 가까운 게이트에서 통상 항해로 오브리가도로 가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린다.
“일단 시에라 줄루 델타가 발동되면 해당 게이트는 폭파되고 멀리 떨어진 장거리 정찰 위성이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건의 동향을 파악한 다음에 본대에서 게이트를 열어, 부대를 보내 진압하거나 아니면 아예 봉쇄를 유지하겠지.”
아마 연방군 사령본부에서는 대대적인 규모의 함대를 파견해서 사태를 해결할 것이다. 원래 이런 일의 선두에는 뱅가드 연대가 섰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뱅가드 연대의 본대가 봉쇄된 판국이다. 만약 이 소식이 알려지면 연방 전역에 퍼져있는 뱅가드 대원들이 격노해서 한걸음에 달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고, 오브리가도는 특수전 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정확한 메뉴얼은 나도 몰라. 부팀장은 혹시 아는 거 있습니까?”
특수전 사령부에서 잔뼈가 굵은 아룹 라마누잔 원사라면 무언가 아는 게 있을까 싶어 빈우는 물었지만 아룹도 그런 종류의 기밀 정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에 대해선 저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한데 시에라 줄루 델타가 발령된 원인은 대체 뭡니까?”
아룹의 의문은 당연하다. 오브리가도는 연방군 최고의 지상 병력, 특수전 병력이 모인 곳이다. 그곳에서 스스로 수습을 못 해 점프 게이트를 봉쇄할 정도의 사태라면 이만저만한 사건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민다.
“바로 이것입니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 레드우드가 보내준 정보를 빈우가 나열한다. 그중에는 3번 항구에서 질주하는 괴물들이 보인다. 인간의 형체가 곳곳에 보이는 괴물이다.
“저건?”
괴물의 정체를 알아본 파트리샤가 눈썹을 찌푸린다. 마찬가지로 다른 대원들도 저 괴물이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보았던 괴물과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계통이란 것을 알아챘다.
당시 오스카 스테이션에 리퍼가 기습해 온 사건을 해결한 이후,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미증유의 사건에 팀원들은 설명을 요구했지만, 레드우드와 빈우의 대답은 때를 기다리란 것이었다. 그리고 심각성을 어렴풋이 눈치챈 팀원들은 성실히,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때는 함구령을 내렸지만, 지금은 말해야겠지. 이것은 워프 비스트라고 한다. 샤다이의 새로운 공격법으로 추정되며 인간을 변이시키는 공격법이다. 감염원이나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빈우가 보여주는 화면 위로 오데이셔스에서 나오는 워프 비스트들과 그것을 막는 특수부대원들, 이어서 다른 함에서도 튀어나오는 워프 비스트들의 홍수가 보인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모두 다섯 차례. 그중 우리가 최초로 접한 스미스 일가의 경우가 네 번째이다. 그때까지는 민간인만 변이했다. 그리고 여기 오브리가도가 다섯 번째, 또한 군인 감염의 최초 사례다.”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만났던 스미스 일가. 그때 워프 비스트로 변했던 테레사 스미스의 완력은 인필트레이터와 비등했다. 바꿔 말하면 저기 3번 항구에는 장갑복 급의 신체 능력을 가진 괴물들이 몇천 단위로 뛰어다닌다는 말이다.
“혹시 감금한 리퍼가 그랬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룹이 손을 들어 질문한다. 당시 373의 팀원들은 리퍼와 근접전을 치렀고 결국 생포해서 오브리가도로 넘겼었다. 그리고 그 여성형 샤다이는 기지 내부 깊숙한 곳에 감금된 상태였다.
“모릅니다. 아직 불명이에요.”
“더 자세한 정보는 없습니까?”
드물게 진지한 표정의 아룹 원사였지만 아쉽게도 빈우는 더 대답할 게 없었다.
“사실 저와 레드우드 사령관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진 않아요. 우리 팀에 합류하기로 했던 피에르 라캉 중령이 이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알다시피 합류 전에 샤다이의 기습에 당했지요.”
그러면서 빈우의 시선이 모니카에게 향했다.
“대위. 대위 쪽은 이 사태에 대해 아는 것 없나?”
“아뇨, 저도 이런 건 처음 봐요.”
인간이 정체 모를 질병에 감염되어 괴물로 변하고 또 아군에게 사살되는 광경을 본 모니카 보르자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과학기술국에서도 워프 비스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모니카가 빈우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그때 라캉 중령의 영현을 보안국에서 회수하지 않았습니까? 정보를 요구하면 될 텐데요?”
영현을 이송하던 현장에 같이 있었던 모니카에게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음, 당시 라캉 중령이 모은 정보는 불법적이거나 위험한 것이 많아서 일단 보안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심의를 거쳐서 공개할 거다.”
지금 연방은 워프 비스트에 대해 꼭꼭 숨겨놓고 있지만 그게 딱히 틀린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이 괴물로 변하고 그 원인이나 치료 방법도 알 수 없다는 게 알려지면, 연방에 작지 않은 파문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빈우는 오브리가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레드우드가 마지막으로 보내준 정보들을 차례차례 보여주었다.
기지 내의 병력은 어렵지 않게 워프 비스트를 물리치고 있었다. 이 워프 비스트들의 신체 능력이 장갑복에 준한다 해도 하필 마주친 적들이 일당백의 특수부대원들이었기에, 나오는 족족 사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수부대원들은 레드우드의 명령대로 접근전을 피하고 철저히 원거리에서 워프 비스트를 사냥하고 있었다.
보이는 정보대로 라면 당시 3번 항구에서 발생한 워프 비스트의 기습은 특수전 사령부가 보유한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진압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워프 비스트가 언제 어디로 옮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특수부대원들이 감염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레드우드는 극단의 조치로 시에라 줄루 델타를 발동시킨 것이다.
영상이 끝나자 빈우는 창을 닫으며 주의를 환기했다.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그냥 알아만 둬라. 어차피 이건 우리 손을 떠난 일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리의 임무를 해야 한다.”
굳은 표정의 태스크 포스 373의 대원들에게 빈우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자, 이제 좆 같은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