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54화 (54/301)

54화

“물론 발 가르단 하스는 형제 행성들과 충돌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다. 발 가르단 하스인들도 대부분 죽거나 최악의 경우엔 멸종하게 되겠지. 허나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것은 나중에 우리가 꼬투리 잡힐 일을 예방하는 것이다. 태스크 포스 373이 실수를 하거나 규정을 위반하면 그걸 빌미로 삼아 뒤통수를 치려고 두 눈 벌게진 놈들한테서 말이지.”

실제로 죽어갈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팀의 정치 싸움, 파워 게임에서 이길 방법을 찾고 있자니 팀원들도 조금은 뒤숭숭해진다.

“하지만 위르겐 네 말이 맞다. 팀의 안전이 우선이지. 그리고 24함대에서 일어난 워프 비스트 사건을 본다면 지금으로선 리퍼 함선을 한시라도 바삐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이어 표정을 굳힌 빈우가 정식으로 작전 지시를 내린다.

“이번 작전은 지상팀과 상공의 롱소드, 행성 궤도의 블랙 랜스로 나뉘어 진행한다. 먼저 지상팀은 나와 부팀장, 위르겐, 파트리샤, 거기에 모니카가 합류한다.”

미리 언급해놓은 터라 모니카는 결연한 표정으로 다시금 마음을 다졌다. 그 모습을 본 빈우는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지상팀은 셔틀로 강하해서 목표물 남동쪽 협곡에 착륙한 다음 그늘을 따라 도보로 이동한다. 도착한 다음에는 리퍼 함선 내부로 들어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잔존 리퍼들을 제거하고, 원주민들을 퇴거시키며 샤다이 점프 장치를 정지시킨다. 이후 비컨을 설치해 중력 닻을 유도하고 블랙 랜스가 견인해 적함을 회수한다.”

침투 경로와 적함의 세부 위치를 설명하던 빈우가 오르를 돌아보며 질문한다.

“오르 함장님, 현재 블랙 랜스의 출력으로 리퍼 함선의 견인이 가능하겠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소요시간은 본 함의 동력과 적함의 중량, 그리고 발 가르단 하스의 상황을 고려할 때 3시간 정도로 예상됩니다.”

빈우는 강하해서 지상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견인하기에 걸리는 시간과 발하스 1과 6이 발 가르단 하스에 충돌할 시간을 어림짐작해 보았다. 빠듯하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다.

“함장님. 블랙 랜스가 적함을 견인한 다음, 다가온 두 항성과 행성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하게 탈출 가능합니까?”

“네 문제없습니다. 리퍼 함선을 견인하고도 정상적인 항해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위르겐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고 이는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샤다이 함선이 연방의 것에 비해 가볍다곤 해도 배 하나를 끌고 정상속도를 낼 수 있다니. 블랙 랜스와 롱훅 프로젝트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힘들 경우에는 주요 장비와 자료만 회수한 후 적함을 파괴한다. 모니카, 할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습니다.”

장비 회수는 그렇다고 쳐도 샤다이의 기기에 접속해 자료를 빼내는 것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현재 연방에서 샤다이 기술연구에 있어 손꼽히는 전문가인 모니카가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샤다이 기기의 조작은 너에게 맡긴다. 이후 지상팀은 다시 셔틀로 이동하여 귀환하거나, 상황에 따라 함선과 함께 블랙 랜스에 견인되기로 한다.”

빈우가 그렸던 작전도는 대략적일 뿐 세부 사항이 없었다. 자세한 정찰이 힘든 상황이라 일단 부딪힌 다음 임기응변으로 해결한다는 식이었다. 다행히도 373의 지상팀원들은 이런 일들의 전문가였다.

“그리고 지상팀은 작전 도중 원주민과의 마찰은 가능한 한 최소화한다. 허나 우선적으론 평화적인 방법으로 퇴거를 종용하되, 부득이 한 경우엔 각자 개인의 판단하에 무력 사용을 허가한다. 마지막으로.”

거기까지 말한 빈우는 팀원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필요하면 사살해도 좋다.”

실제로 팀장에게서 허가가 떨어지자 팀원들의 마음속에서도 스위치가 들어갔다. ‘죽일 수도 있다’와 ‘죽여도 된다’는 엄연히 다르다.

이어서 빈우가 지상팀 대원들의 무장 설정을 지정해 주었다. 당연히 대 샤다이 전투에 유효한 병기들로만 꽉꽉 채워졌다. 당연하게도 비살상, 진압용 장비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우지, 넌 롱소드로 셔틀과 지상팀의 호위를 맡는다. 그리고 지상팀이 작전 중에는 상공에서 대기하며 지상팀의 엄호와 지원을 한다.”

“네, 알겠습니다.”

우지 역시 빈우가 지정해 준 무장을 보고 긴장했다. 그가 탈 롱소드는 할아버지와 주로 연습하던 우주전이 아니라 공대지용 폭탄을 장비한 대지 공격 사양이었다. 병기나 사물이 아닌 생명체에 직접 공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절로 긴장되었다. 게다가 그 대상에는 샤다이 뿐만이 아니라 죄 없는 발 가르단 하스인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오르 함장님, 블랙 랜스는 궤도에서 견인 준비를 하면서도 적함을 조준하고 계십시오. 지상팀이 파괴하지 못 할 경우 블랙 랜스가 손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빈우는 팀원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작전 시작은 35분 뒤 연방 표준시 06시 정각이다. 질문?”

웃음기를 날려버리고 표정을 굳힌 팀원들에게서 질문은 없었다.

“해산.”

작전 회의는 격납고에서 이뤄졌기에 다들 행동이 빨랐다.

오르 함장은 지금의 육체를 수납하고 전투정보실로 이동했으며 우지는 추진기가 예열된 롱소드로 달려갔다. 그리고 지상팀들은 장갑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의 강화 육체 곳곳의 달린 접속 단자와 장갑복이 접촉한다. 인공 근육과 장갑판들이 착용자에게 들러붙자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파괴 병기들이 탄생했다.

빈우는 자신의 장갑복을 입기 전에 모니카에게 갔다. 그녀도 이번 작전에 참여하기에 자신의 장갑복인 부머를 입고 있었는데, 뻣뻣한 모습에서 현재 모니카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긴장되지?”

“네, 좀 떨립니다.”

그녀의 굳은 목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빈우는 모니카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처음엔 다들 겪는 일이야. 나도, 부팀장도, 파트리샤와 위르겐도 처음엔 다들 모니카 너와 같았어.”

따지고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모니카가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저 흉악한 전투 병기들도 날 때부터 군인은 아니었을 테니 처음은 다들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자신처럼. 그렇게 팀원들과 모종의 동질감을 느낀 모니카는 조금이나마 긴장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네 팀원들은 우주 최강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번개같이 달려올 테니 안심해.”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부머의 장갑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빈우가 돌아서서 자기 장갑복 쪽으로 걸어갈 때, 옆의 캐비닛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한 빈우는 빠르게 캐비닛을 열어젖혔다. 그냥 빠른 속도가 아니라 전투 반응 속도로.

“여기 너무 깜깜해… 무서워… 엄마아.”

그러나 그 안에 울음을 참는 여자아이는 없었다.

“팀장님?”

의아해하는 모니카의 말에 빈우가 씨익 웃으며 돌아본다.

“봤지? 바로 이렇게.”

“헤헤헤, 뭐에요 그게.”

빈우의 능청스러운 익살 덕분에 모니카는 웃을 수 있었다.

이제 빈우도 자신의 장갑복으로 걸어갔다. 컨커러가 열려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접속 단자를 연결하고 장갑복을 입자 온갖 경고창이 빈우를 어지럽게 한다.

>착용자 김빈우 소령 인증.

>동력계 요주의.

>구동계 정상.

>통신계 경고-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중-.

>화기 제어 시스템 오류-재부팅-정상.

>전투 OS 업데이트 점검.

>인증되지 않은 장비입니다. 지정된 실험 지역에서만 사용해 주십시오.

익숙한 붉은 메시지들이 빈우를 환영한다. 이제까지는 급박한 상황이나 훈련 중에만 봤었기에 그러려니 했었지만, 실전에 돌입하는 순간까지 이딴 걸 봐야 한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컨커러가 마지막으로 셔틀 안으로 들어가자 팀원들의 두뇌 통신이 연결된다.

>태스크 포스 373 두뇌 통신 회선 활성화.

>접속자 목록 갱신.

>팀원의 두뇌 칩 동기화.

-어, 저기 컨커러는 안정화되었어요. 경고창은 그냥 무시하세요.

두뇌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빈우의 불편함을 눈치챈 모니카가 이번엔 자신이 빈우를 안심시키려고 한다.

-아유 참, 모니카 이럴 땐 그게 아니지. 팀장님, 힘드시면 제 품에 안겨서 울어도 돼요, 이렇게.

-누구 대가리 터트릴 일 있냐. 사양한다.

빈우가 파트리샤가 던진 농담을 맞받아치자 이번엔 위르겐이 말을 걸어온다.

-우린 뭐, 전투 구호 같은 거 없습니까?

그러고 보니 뱅가드 연대는 중대별로 전투 구호가 있어서 강하할 때 그걸 외친다고 했다. 하긴 불지옥에 탭댄스 추려고 들어가는 놈들이니 그 정도는 해줘야 싸울 맘이 되겠지. 그러나 373은 안 그렇다.

-아가리 하고 내려가서 보이는 거 전부 아가리 시키고 올라오는 거다. 꼬라박을 때는 정숙히.

-이옙.

드디어 지상팀 전원이 탑승한 강하 셔틀이 발 가르단 하스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 옆으로 롱소드 한 대가 따라붙었다.

* * *

후코는 열심히 달렸다. 한시라도 빨리 이 좋은 소식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움직임을 재촉한다.

‘소이치로가 얼마나 기뻐할까?’

후코가 가져가는 소식은 친구인 소이치로가 그토록 갈망하던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려던 때 온 연락이니만큼 그가 얼마나 놀라고 또 얼마나 기뻐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만나고자 한 사람이 먼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그 허약한 몸으로 여기까지 나와 있다니, 후코는 걱정부터 되었다.

-소이치로, 여기까지 나오면 어떡해.

후코는 얼른 소이치로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이상하다. 평상시와는 다른 움직임이다.

-소이치로?

후코의 부름에도 소이치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후코가 다시 한번 부르려는 그때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옆에서 한 명의 소이치로가 더 나타났다.

그제야 후코는 과거에 소이치로가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만나면 도망쳐.’

친구의 경고를 떠올린 후코는 재빨리 뒤돌아 달렸다. 복잡한 모퉁이와 구멍들로 연결된 미로를 지나 한참을 달린 뒤에야 후코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따돌렸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따라오지 않았는지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심한 후코였지만 그래도 행여 눈에 띌까 싶어 원래 가던 길을 조금 빙 둘러서 목적지까지 갔다.

마침내 도착한 후코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안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소이치로, 안에 있어?

-후코구나, 들어와.

한 번, 두 번, 세 번. 세 개의 문이 각자 열리고 닫히며 방 안으로 들어간 후코는 소이치로를 빤히 보았다.

-왜 그래, 후코?

그런 후코를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소이치로의 말에 후코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평상시의 소이치로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가정에 질문을 던졌다.

-소이치로 맞지?

후코의 질문에 소이치로가 작은 머리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응, 나 여기 오다가 다른 소이치로들을 만났어.

후코의 말에 소이치로가 멈칫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따돌렸으니 안심하라고 말하려는 후코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소이치로의 감지 초점이 자신이 아니라 좀 더 뒤에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뒤를 돌아본 후코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소이치로가 둘이나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 둘이 아마 아까 만났던 소이치로일 것이다.

-후코, 이리와!

소이치로가 재빨리 일어나서 후코를 잡아 자신의 뒤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친구를 지키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서 후코는 알 수 있었다. 소이치로가 느낀 공포와 경악을.

* * *

-팀장님, 즉시 여기로 오셔야겠습니다.

부팀장 아룹의 통신이 심상치 않았다. 단련된 베테랑에게서 동요란 감정이 두뇌 통신을 타고 올 정도면 여간 일이 아니다.

-즉시 갑니다. 위르겐, 계속 가. 그리고 모니카 잘 지켜. 곧 돌아오마.

지상팀은 강하 후 정해진 루트로 이동하다가 팀을 다시 둘로 나누어, 함 내로 들어가기로 했었다. 함선 외부 여기저기에 파괴된 곳이 많아 바깥에서부터 나뉘어 들어가는 게 오히려 빠른 것이다.

동력로 방향으로 가던 빈우는 지시를 내린 뒤 즉시 아룹이 있는 쪽으로 내달렸다. 원래 아룹과 파트리샤 조는 추진기 쪽으로 가기로 했었는데, 도중에 수상한 원주민을 만났다는 말과 함께 방향을 바꾸더니 갑자기 이런 통신을 보낸 것이다.

-한데 부팀장, 무슨 일입니까?

보통 두뇌 통신을 할 때 팀원이 본 것은 다른 팀원에게 그대로 공유가 된다. 그러나 지금 아룹은 그걸 공유하고 있지 않았다. 현장지휘관인 빈우에게조차도.

-직접 보셔야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한 빈우는 서둘러 달렸다. 그가 도착한 곳엔 놀랍게도 연방제 임시거주지가 있었다. 추락한 리퍼 함선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동굴의 공동에서 이런 인간의 구조물을 만나리라곤 팀원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큰 것은 연구 의욕이 넘치는 연구원이 사고를 친 것이겠지만, 아룹의 반응으로 볼 때 안에 있는 인물은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문은 별다른 보안 장치가 없었고 간단한 조작으로 열렸다. 고위험환경용 거주지인지 문도 3중 에어록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인간이 맨몸으로 살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방이 나왔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그리고 빈우를 맞이하는 373 팀원들 앞쪽엔 한 명의 인간 남성이 발 가르단 하스인 하나를 자신의 뒤로 감춘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373 팀원으로부터 그것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 남자의 정체였다.

그는 바로 연방의 상원의원이자 전 상원의장이었던 이케가미 소이치로인 것이다.

그제야 빈우는 아룹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하긴 보통 인간도 아니고 상원의원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곳 보호 행성에, 그것도 리퍼 함선이 추락한 곳 근처에 있다는 민감한 사실을 아무에게나 알릴 수는 없던 것이다. 때문에 아룹은 이것을 팀장인 빈우에게만 먼저 알린 것이리라.

잔뜩 겁먹은 상원의원 앞으로 걸어간 빈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이케가미 의원의 호흡이 잠시 멈추는 것을 느꼈다.

“기… 김빈우 소령.”

“오래간만입니다. 이케가미 의원님. 여기서 이렇게 뵐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빈우와 겁에 질려 올려다보는 이케가미 의원의 모습은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저기 저 사람, 누구예요?

둘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파트리샤가 아룹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아룹도 저 이케가미 의원이란 사람을 알고 있는 듯했다.

-기본 상식은 개인 칩 안에 넣어 놔라. 이케가미 소이치로. 연방 상원의원이고 전 상원의장이시다.

-으엑! 진짜로? 상원의장이라… 저, 혹시 부팀장님이 모시던 분이셨어요?

-그래.

상원의장 경호대는 단검뿔 토끼에서 인원을 차출해 왔었다. 아룹 라마누잔 원사는 이케가미 소이치로가 상원의장일 때 그의 경호팀에 속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를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아룹이 보기엔 자신만이 아니라 팀장인 빈우도 이케가미 의원과 면식이 있어 보였다. 다만 좋은 관계는 아닌 듯했다.

그래도 언제나 당당하고 의연했던 정치계의 거물이 자신의 팀장에게 저렇게나 꼼짝하지 못하는 것을 본 아룹은 좀 의아해했지만,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은 빈우에게 자리를 맡기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듯싶었다.

“자리도 권하지 않으십니까?”

빈우는 마치 초대받은 양 손님의 곤란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아… 앉게.”

“감사합니다. 그럼.”

이케가미가 떨면서 가리킨 의자를 빈우가 잡고 앉으려고 하자 갑자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 죄송합니다. 장갑복을 입고 제가 실례를 할 뻔했군요.”

빈우는 너스레를 떨더니 다시 일어나 방안을 휘 둘러본다. 그는 이 방안에 들어와 이케가미 의원을 본 다음부터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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