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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57화 (57/301)

57화

스팸들이 암석 기둥에서 나와 차츰 이쪽으로 접근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반대쪽 능선 위에 대기하고 있는 라이노의 사선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각이 좀 애매하다.

라이노-스팸-지상팀. 이렇게 일직선이 돼버린 것이다. 평상시라면 몰라도 강풍이 심한 이곳에선 원형공산오차가 워낙에 커져, 이대로 쐈다간 아군 라이노의 포격에 지상팀이 맞을 수도 있다. 재수 없으면.

-나 이렇게 제대로 못 박는 남자 별론데.

두뇌 통신으로 배치도를 본 파트리샤의 핀잔에 빈우도 투덜댄다.

-우리 인생이 원래 이렇지. 이제 빼도 박도 못 해.

아군의 화망 안에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더럽다.

라이노는 장갑 보병 네 명이 들어가는 강하 포드에 2대가 들어가는 화력 지원용 4각 보행 전차다. 등 뒤에 달린 2 연장 코일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거리 펀치력은 소총수 사양의 어벤져 4기보다 우세하다.

허나 아까 반려되었던 구축함의 궤도 포격이 장갑 보병 따윈 보자마자 국립묘지까지 퀵 배송으로 보내준다면, 라이노의 2 연장 코일건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정도까지는 너그럽게 봐준다. 하지만 지금같이 샤다이가 포위망을 펼친 상태라면 찬밥 더운밥 없다.

라이노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기상 상황과 피아간의 거리를 면밀히 계산한 다음, 지상팀이 포격의 위험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빈우는 그것을 무시하고 포격을 강행했다.

곧이어 강풍 속임을 감안한 중질량의 탄두가 날아와 스팸 무리 속으로 착탄 한다.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스팸들이 보이지만, 이 새끼들은 직격이 아닌 파편과 폭풍에는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는다. 허나 방어막이 무뎌졌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방어막의 푸른색 섬광이 있는 놈은 저격대상에서 제외. 장갑에서 노랗고 붉은 스파크가 튀는 놈들이 대상이다.

-사격 개시.

빈우가 설정해 준 표적에 지상팀의 대전차 사격이 날아가 꽂힌다. 거의 동시에 3명의 저격을 받은 스팸 하나가 산산조각이나 강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이어지는 라이노의 포격에 재수 없이 직격당한 놈은 푸른색 팝콘이 된다.

-가만, 저들 혹시 샤다이가 아닌가?

음성 통신 회선으로 경악에 찬 이케가미 의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강화 시술을 받지 않은 일반인에다 전투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니 알아채는 게 늦은 것이다.

-안돼! 지금은 샤다이와 싸울 때가 아니야. 멈추게.

연방의 상원의원 중엔 머릿속이 꽃밭인 사람들이 제법 있어, 저런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긴 했지만 이케가미 소이치로는 주전파의 선두였다. 더군다나 의장 시절엔 울토르 프로젝트의 시동을 건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렇게까지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면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니 의문스럽다.

-부팀장. 의원님이 언제부터 평화주의자가 되셨죠?

아룹은 이케가미 의원의 경호원을 했던 경력이 있는 만큼 그의 변화를 곁에서 봤을지도 모르기에 한 빈우의 질문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스팸의 뒤통수에 코일건을 쏴 고꾸라뜨린다. 그리고 재수 없는 방어막의 반응을 보고 혀를 찬다.

-시발, 존나 안 죽네.

-그럼 제가 마무리를…. 저도 저런 모습은 지금 처음 봅니다.

빈우가 넘어뜨린 녀석의 마무리는 아룹이 했다. 넘어져 바둥대는 놈의 뒤통수에 또다시 명중탄을 날리다니 대단한 실력이다.

허나 그런 아룹에게도 이케가미의 이런 모습은 금시초문인듯했다.

-저, 혹시 말인데요.

파트리샤는 머뭇거리면서도 라이노의 포격이 비는 사이사이에 레일건으로 저격을 했다. 샤다이가 함부로 못 움직이게 발을 묶는 것이다. 그래도 쪽수가 워낙에 많아 슬슬 저쪽으로부터의 반격이 시작된다.

시즐러에서 뿜어진 고온의 플라스마가 이쪽의 지상팀과 저쪽의 능선으로 발사된다. 명중된 자리를 녹이고 증발시키기에 엄폐가 딱히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지상팀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숨는다.

-파트리샤, 뭐가?

-아, 뭐랄까. 말해도 돼요?

그녀가 차마 말하지 못할 것이라면 꽤 민감한 얘기일 것이다. 빈우도 그게 뭔지 대강은 짐작이 갔다.

바로 샤다이의 정신공격. 이케가미 의원의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이 혹시 샤다이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거라고 보기엔 정신이 워낙 말짱하신데.

빈우는 자신에게 매달린 이케가미 의원을 흘깃 돌아보았다. 그는 빈우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흥분해서 소리친다.

-멈춰! 어서 전투를 멈추라고.

헬멧 너머로 전투 중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정신공격에 당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의원님. 지금 전투를 멈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시 시선을 악마의 똥구멍으로 향한 빈우는 암석군을 넘어 돌격하던 스팸의 다리에 코일건을 쏴 넘어뜨렸다. 그 뒤로 기다렸다는 듯 라이노의 포격이 꽂힌다. 팝콘 하나 또 완성.

-자, 전투 중지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말로는 농을 던지고 있으나 빈우는 각종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로 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라이노의 포격과 지상팀의 사격으로 발생한 진동으로 주변의 지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발 가르단 하스는 고밀도의 중금속 구름 위에 발포 암석이 떠 있는 지형이다. 너무 사격전이 과열되면 자칫 지반이 붕괴할지도 모른다.

대강 주변의 상황을 파악한 빈우가 자기 팔에 매달린 이케가미 의원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이케가미 상원의원님. 전투 중에는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부팀장!

-넵. 의원님, 제 뒤에 계십시오. 절대 앞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아룹 부팀장이 다가와 이케가미 의원을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지만 그게 무의미할 정도로 샤다이의 반격은 점차 과열되어 갔다. 그쯤 해서 2기의 라이노는 능선 너머로 들락날락하며 얄밉게도 장거리 포격을 날렸다. 지상팀은 서서히 후퇴 준비를 했다. 궤도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블랙 랜스와 샤다이와의 함대전은 승산이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이 발 가르단 하스에서 도망쳐야 한다.

빈우가 시선을 위로 향하자 화력과 숫자에서 압도적인 샤다이 함대를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는 블랙 랜스가 들어온다.

‘아나스타샤.’

가슴이 먹먹하다. 주인을 잘못 만난 그녀는 위험 속에서 무력하게 있을 것이고 겁에 질려있을 것이다. 블랙 랜스가 격침되면 그녀도 우주 공간의 먼지가 되겠지.

허나 우주 공간의 함대전에 아무런 힘도 되지 않는 빈우는 지금 눈앞의 일에 집중할 뿐이다.

-일단 리퍼 함선으로 후퇴해서 위르겐 팀과 합류한다. 라이노의 동시 탄착 사격 이후 파트리샤가 선두, 부팀장이 의원님을 모시고 가운데. 후위는 내가 맡는다.

이어서 두 대의 라이노가 능선 너머에서 뒷다리를 숙인 고각으로 2 연사, 다음 고각으로 2 연사, 마지막으로 일어나 직사로 2 연사를 쐈다. 조금 있으면 12발의 포격이 스팸 무리 위를 동시에 덮칠 것이다.

-저기서 못 나오게 해. 포격 범위 안으로 밀어 넣어.

지상팀이 두뇌 통신으로 작전 회의를 하면서 열심히 사격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케가미 의원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다.

하필이면 이럴 때 말이다.

-멈춰! 멈춰어!

그는 두 팔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씨발, 의원님!

빈우가 육성으로 외쳤으나 당연히 소용이 없었다. 라이노가 쏜 탄환이 강풍에 밀려 엉뚱하게 이쪽까지 날아와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착탄해 파편이 휘날린다. 장갑 보병이라면 그냥저냥 한 수준. 그러나 이케가미 의원이 입은 것은 고 레벨이긴 해도 일반인용 우주복이다. 이케가미의 허리 쪽에 파편이 날아와 박혔다. 그는 그 반동으로 다시 이쪽으로 튕겨왔다.

-부팀장, 내가 갑니다.

빈우가 뛰쳐나가려는 아룹을 제지하고 달려가 그를 수습한다. 다행히 스팸들이 텅스텐 쑥밭에 파묻혀 혼비백산하는 중이라 어렵지 않게 이케가미 의원을 데려올 수 있었다.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헬멧 속의 이케가미 의원은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허리의 부상 때문은 아니다. 다 큰 어른이 이렇게 넋 놓고 우는 경우는 몇 가지 없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그러나 그의 흐느낌은 지상팀원들에게 하는 사과 같아 보이진 않는다. 마치 자신의 과오를 세상에 알리고 사죄하려는 통곡 같다. 그런 사과를 해본 빈우는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엄마

죽어가는 엄마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못 한 빈우 자신의 얼굴이 헬멧의 음영에 겹쳐져 보인다. 그 울음소리 너머로 살려달라는 엄마의 비명이 들려온다.

-어이. 소이치로! 정신 차려, 얀마 소이치로. 안 일어나면 네 마누라 내 꺼다.

큰 바위 그늘 뒤로 이케가미 의원을 끌고 온 빈우는 응급처리를 한다. 허리의 파편을 빼고 치료용 마이크로 머신을 주사하고 마무리로 외피복구용 젤을 떡칠하면 일단 안심이다. 그리고 의원의 뺨을 헬멧 위로 철썩철썩 때리며 정신을 차리라 고함을 지른다.

-그 정도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요.

-그런가? 파트리샤, 너 이거 찍었지?

-상원의원 귀싸대기 날리는 거요? 아뇨, 아무리 저라도 그렇게까진 막 나가진 않죠.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겠다는 듯이 파트리샤는 조준경에 얼굴을 박고 모른 체하며 위협 사격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의원님은 사별하셨습니다.

다가온 아룹이 응급처치를 마친 이케가미 의원을 아까처럼 등 뒤에 들쳐멨다.

-어이쿠야.

뜻하지 않은 실례에 탄성을 지른 빈우는 도주로를 팀원들에게 두뇌 통신으로 알렸다. 방금의 포격 반향음으로 주변 지형과 동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모인 것이다.

적의 사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루트를 확보한 지상팀은 그 길을 따라 리퍼 함선 쪽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부팀장. 의원님 잘 챙기세요.

앞뒤로 동시에 강도 높은 포격을 받은 스팸들이 우왕좌왕할 때 빈우가 명령을 내렸다.

-리퍼 함선까지 달려!

아까 말한 대로 선두는 파트리샤, 후위는 빈우. 가운데에는 이케가미 의원을 업은 아룹이다. 지상팀이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뒤에서 샤다이들의 공격이 날아온다. 전차포에 비견될 위력의 플라스마 사격이라 현재 연방의 기술로 만들어진 장갑복에는 한방이라도 치명적이다.

-저 끈질긴 새끼들이!

지금까지 샤다이의 스팸 부대는 라이노와 지상팀의 공격을 앞뒤로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쪽의 방어력은 이토록 압도적이다. 연방의 장갑 보병이라면 이 정도의 공격을 얻어맞았으면 궤멸적인 피해를 보았을 텐데-물론 저놈들처럼 병신같이 대놓고 처맞지는 않지만-샤다이들은 별다른 대응도 없이, 우물쭈물 앞뒤로 두들겨 까이면서도 꾸역꾸역 버텼다.

-모니카, 상황이 바뀌었다. 위르겐과 마중 나올 수 있냐?

물론 모니카보고 전투에 나오라는 의미는 아니다. 위르겐이 와야 하니 세트로 움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자료작업이 어찌 될까가 관건이다.

-팀장님. 잠시만요.

모니카의 급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무리하지 마.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한다.

-아뇨. 이제 제가 손을 떼도 복사작업은 진행됩니다. 위르겐이랑 같이 마중 나가겠습니다.

모니카의 그 말 뒤로 한껏 힘을 주는 위르겐의 기합이 느껴진다.

-서두르진 마. 함선 내부에 샤다이가 은신했을지도 모른다.

-네. 군데군데 수류탄을 압력감지 식으로 해서 깔아놨습니다. 샤다이가 얼씬거리다간 알람이 울리겠죠.

위르겐의 저 위험한 발언을 듣고 있는 빈우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미 지상팀의 안중엔 발 가르단 하스인들은 없다.

-먼저 가.

빈우는 지금 실험형 플라스마 병기인 XPS와 코일건을 동시에 들고나온 상태로, XPS를 방패 상태로 해서 후위를 맡고 있었다.

후위는 팀원들의 안전한 퇴각을 위해 버티는 자리. 빈우가 방패를 놓고 거치를 해서 사격을 퍼붓자 스팸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 이어 플라스마가 날아온다.

적이 쏜 플라스마는 날아오다가 XPS의 방패가 형성한 자기장에 튕겨 주변을 마구 녹인다. 그리고 컨커러의 동력도 마구 잡아 먹히고 있었다. 사격이 집중되는 만큼 소모량도 빠르게 올라간다.

헤비급의 동력을 가진 컨커러가 아니었으면 애저녁에 퍼졌을 거다.

-팀장님, 엄호하겠습니다.

먼저 달려가 도중에 자리를 잡은 아룹과 파트리샤가 엄호사격을 하자, 빈우도 잽싸게 방패를 접고 도망친다. 실력은 이쪽이 확실히 우위지만, 화력과 방어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니 이렇게 치고 빠지는 수밖에 없었다.

-아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잡것들이.

저격을 받으면서도 밀고 들어오는 스팸들에 파트리샤가 진저리를 친다.

그녀의 말대로 원래 연방 장갑 보병들의 대 샤다이 지상 전술은 사격으로 견제하다가, 우회한 팀이 접근전을 벌여 머리는 머리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예쁘게 모아주는 건데. 지금처럼 VIP를 모시고 있는 데다 수적으로 크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불리한 사격전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위르겐. 이쪽에 VIP 있다. 조심해.

리퍼 함선으로 다가가던 빈우가 두뇌 통신으로 현재 추적하고 있는 리퍼들의 위치를 위르겐에게 보냈다.

다만 이케가미 소이치로 상원의원의 정체는 좀 민감해서 모니카 쪽에는 딱히 알리지 않았었다. 이제 곧 알게 되겠지.

-VIP요? 발 가르단 하스인이라도 잡았답니까?

이어 리퍼 함선의 부서진 면에서 위르겐의 어벤져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상시와는 달리 육중한 모습이다.

바로 뱅가드 연대의 돌격포병 사양이다. 그것도 발 가르단 하스의 상황에 맞춰 중질량 병기로 세팅된 무장이다. 지상팀원들은 모두 다 연방에서 내로라하는 재원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위르겐은 중거리 개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뱅가드 연대의 에이스다.

-춤춰라! 춤춰! 이 새끼들아!

그리고 어벤져의 오른쪽 어깨의 고출력 레일건이,

왼쪽 어깨에서 대 샤다이 미사일이,

양 허리의 중구경 코일건이,

위르겐의 아가리에서 욕설이 불을 뿜는다.

선두의 재수 없는 스팸 하나가 레일건을 맞고 땅바닥에 구른다. 그리고 자비 없이 이어지는 사격에 핑글핑글 춤을 추며 사지가 분해된다.

저쪽 능선 위의 라이노, 앞쪽의 돌격포병 사양 어벤져가 쉴 새 없이 포격을 가하니 스팸들도 주춤한다. 그 틈을 타 지상팀원들이 리퍼 함선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우리 들어간다.

빈우는 리퍼 함선의 구멍 중 하나를 돌입구로 선택했고 미리 안에 있는 팀원들에게 알렸다. 피아식별은 하고 있지만, 재수 없게 아군의 탄환에 맞는 것은 사양이다.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배 안으로 팀원이 전부 들어간 다음 빈우는 블랙 랜스에 통신을 넣었다. 지금 지상전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고전하는 게 보이니, 빈우의 요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른다.

-오르 함장님. 제가 지정한 좌표로 포격 가능하겠습니까?

-다행히 가능합니다.

-좌표 보냅니다.

빈우가 지정한 좌표는 리퍼 함선 바로 바깥이다.

-전원 안으로 들어가. 함포사격이다.

빈우의 말에 팀원들은 부서진 외벽에서 물러나 내부로 들어가며 충격에 대비했다.

-발사.

오르의 사격명령과 함께 아까 남겨놓은 2문의 부유 포대에서 지상으로 포격이 발사되었다.

궤도에서 구축함의 포격이 쏟아졌다. 스팸들은 압도적인 에너지에 짓이겨져 파편도 남기지 못한 채 소멸한다. 물론 착탄 당한 곳의 지반도 같이 쓸려나갔다. 문제는 그게 빈우의 예상보다 꽤 많이 쓸려나갔다는 점이다.

“어, 어어, 니미.”

빈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계산했건만. 야속하게도 지상팀원들이 숨어들어 간 리퍼 함선이 지표 아래로 서서히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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