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73화 (73/301)

73화

“고맙습니다, 부팀장.”

빈우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한 다음 다시 말을 했다.

“이케가미 의원은 워프 비스트로 변하고서도 놈들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고 발 가르단 하스와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답을 얻었지요. 당시 의원의 질문과 부탁은 네 가지였습니다. 워프 비스트로부터 인류를 구할 방법, 워프 비스트의 정체, 샤다이에게도 대화의 기회를 줄 것, 마지막은 나, 김빈우가 이게카미 소이치로가 예전에 알던 정보국 요원이라면 죽일 것.”

뜬금없는 마지막 조항에 파트리샤가 놀라서 질문한다.

“어라아, 이케가미 의원이 왜 뜬금없이 팀장님을 죽이라고 한 거죠?”

“기다려, 순서대로 설명할게.”

파트리샤를 진정시킨 빈우의 시선은 아룹에게로 향했다.

“이케가미 의원은 워프 비스트에 침공에 대해 그저 방어책을 구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발 가르단 하스가 권해준 여러 방법 중에서 반격을 선택했죠. 그 방법은… 자신의 몸에 열린 게이트에 발 가르단 하스의 플라스마 신경계를 집어넣어 워프 비스트의 근본 게이트들을 부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인류는 워프 비스트의 침략에 유예기간은 벌었지만 정확한 기간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걸 위해 이케가미 의원은 발 가르단 하스의 플라스마에 자신의 몸을 던졌고, 죽어가며, 결국엔 성공했습니다.”

즉 이케가미 의원은 워프 비스트에 몸을 빼앗기는 와중에도 발 가르단 하스와 대화해 방법을 알아낸 다음 그것을 실행했다는 말이다. 고온의 플라스마에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방법을.

좌중은 그의 희생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저는 그때 이케가미 의원을 구하러 달려나갔다가 발 가르단 하스의 플라스마에 직접 접촉하게 되었고, 그 덕에 그와 대화가 가능케 되었습니다. 대화라고 해봐야 전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었기에 이케가미 의원과 나눴던 내용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면 워프 비스트의, 놈들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아룹의 곤란한 질문에 빈우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말하고 싶어도 핵심 정보를 모르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마지막 조건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팀장님을 죽이라고 한 거 말입니까?”

“네, 세 번째인 샤다이에게 대화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선 일단 넘어가기로 하죠. 워프 비스트의 정체와 이케가미 의원이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면, 얘기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빈우는 잠시 고심하는 듯했다. 그러나 파트리샤와 아룹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뜸을 들인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내용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케가미 의원이 상원 의장이던 시절, 전 그가 지휘했던 울토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한데 이 프로젝트가 아마도 워프 비스트와 모종의 연관이 있는 모양입니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이케가미 의원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연방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죄책감에 못 이겨 스스로를 몰아세운 듯 보이고요.”

워프 비스트는 지금도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상원 의장이었던 인물이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해결하려 했던 사건이라면 더욱 위험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빈우의 말을 들은 아룹이 턱을 매만지며 기억을 곱씹었다.

“울토르 프로젝트라면 예전에 의장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약주를 하시면서 기분 좋게 말씀하시더군요. 울토르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우리 같은 군인이 더는 희생될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럴 법도 하군요. 울토르 프로젝트는 클론 병사 계획이었습니다. 유전자 제공자와 롤모델은 바로 나 김빈우이고 해당 클론 부대의 지휘관도 제가 맡았지요.”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두 특수부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어, 자아를 가진 전신 클론? 그거 불법이잖아요? 가능해요, 그런 게?”

파트리샤가 놀랄 법도 하다. 결손난 신체나 장기를 보완하기 위한 인체의 부분 복제는 가능해도 스스로 인간처럼 행동하는 클론의 생성은 연방법상 엄중히 금지되어있다.

“그래, 연방의 영토 내에서 연방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법상 금지되어있지.”

“어머나아, 그거 설마.”

일그러지는 파트리샤의 얼굴를 본 빈우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정보 사령본부의 주도로 각 부처에서 각자만의 편법을 들고 와 얼기설기 엮어 만들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국은 연방법이 미치지 않는 동맹 종족의 영토에서 공장을 지어 만드는 식으로 말이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편법을 썼다지만 걸리는 순간 해당 관계자에겐 폭탄이 터진다고 봐야 한다.

“혹시 솔리드 베타입니까?”

“아십니까?”

날카로운 아룹의 질문에 의외인 듯 빈우가 반문했다.

“귀동냥입니다. 페가수스 급 강습함에 어벤져를 태우고 다니는 비밀부대에 대해선 들은 적이 있죠.”

아룹이 속한 단검뿔 토끼는 연방의 가장 어두운 그늘에서 암약하는 부대인 만큼 이것저것 들을 수 있는 게 많다.

“근데 클론 부대가 워프 비스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울토르 프로젝트는 닉스 레벨 2 정도 수준이 되는 병사들을 양산하고, 거기에 대규모 두뇌 통신이 가능한 정예 부대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목표 대상은 당연히 적성 외계종족이었고요. 만약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었으면 아마 워프 비스트와도 싸웠을 겁니다.”

거기서 파트리샤가 손을 들고 끼어든다.

“잠깐만, 계속이라뇨? 그럼 지금 울토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약 일 년 반 전, 나는 울토르 중대의 지휘관으로 솔리드 베타를 이끌고 포말하우트 게이트로 갔다. 그리고 게이트를 들어간 다음 리퍼에게 기습을 당했지.”

“우리가 지나왔던 그 점프 공간 안에서 샤다이와 만났다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놀란 것은 파트리샤만이 아니다. 아룹도 대강 습격을 받았다고만 알고 있기에 점프 공간 안에서 다른 두 물체가 만났다는 사실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질문했다.

“설마 팀장님이 겪었다는 리퍼와의 전투가 그거였습니까?”

“네, 제가 직접 당했지요. 습격을 받은 울토르 중대는 거의 궤멸까지 갔었고 그 당시의 저는 지금의 제가 기억 못 하는 방법으로 클론으로 위장해서 살아남았습니다. 발 가르단 하스와의 대화에 의하면 저는 이미 그때, 리퍼의 기습 때 워프 비스트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 클론으로 위장하면서 스스로의 두뇌 칩 정보와 기록을 조작했기에 지금으로선 워프 비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 수도, 검색할 수도 없습니다. 이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울토르 중대는 점프 공간 밖으로 나와 구조되었지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던 거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아룹에게 빈우는 폭탄 하나를 더 던졌다.

“아뇨. 제가 클론으로 위장하고 난 다음에도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일 년 반 동안이나. 그리고 작년 12월 27일 있었던 마카로니의 진압 작전에도 울토르 중대와 함께 투입되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스스로를 클론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참 힘들게 사셨네요.”

한숨 섞인 위로는 파트리샤의 것이고.

“마카로니? 거긴 샤다이에게 공격받은 곳 아닙니까?”

질문은 아룹의 것이었다.

“외부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진실은 그게 아닙니다. 당시 마카로니는 독립을 위해 분리파에 의한 무장 폭동이 일어났고, 투입된 클론 중대원들은 공격해오는 개척민들을 적으로 보고 모조리 학살했습니다. 심지어 투항하는 개척민들도 죽였지요.”

이젠 놀랄 기력도 없다. 아룹과 파트리샤 두 사람은 연방의 특수부대원으로서 못 볼 꼴 못 할 짓 다 겪어봤다고 자부했지만 빈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아니, 왜죠? 왜 클론들이 인간을 죽인 거예요?”

파트리샤가 바싹 다가앉으며 질문했다.

“물론 클론들은 인간을 해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 하지만 포말하우트에서 기습을 받은 다음 울토르 중대는 정보국 직속에서 빠져나와 각 부서의 요청에 불려 나가는 소방대 역할을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개조를 받다가, 프로그램에 뭔가의 충돌이 일어나 개척민들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격했다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큰 가설이야.”

“그러면… 마카로니에 샤다이는 없었나요?”

그렇게 묻는 파트리샤의 질문은 조심스러웠다. 군의 민간인 학살은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의 당사자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있었지. 실제로 샤다이들은 있었어. 마카로니의 개척민들이 이쪽을 먼저 공격하기도 했고. 또 하나, 개척민들이 시즐러를 운용하는 것을 내가 직접 보았다.”

“허허.”

아룹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러면 학살이라고 하기엔 조금 모호하다. 개척민들이 선제공격을 한 데다가 샤다이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어느 부대가 갔었더라도 무력으로 진압했을 것이다. 단지 그 주체가 클론이고 항복하는 자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그다음 울토르 중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번엔 아룹이 다가서며 물었다.

“작전 직후 정보국의 주도로 사건의 은폐에 들어갔고 저는 두뇌 칩에 정보 조작을 당한 다음 이렇게 방출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이었던 저조차도 울토르 프로젝트의 대략적 모습만 알 뿐, 진면목은 모르고 있지요.

결론짓자면 울토르 프로젝트는 정보국에 의해 보안이 걸려있고, 워프 비스트에 대해서는 제가 잠금을 걸어서 둘 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허나 지금까지의 정보로 보건대 워프 비스트와 울토르 프로젝트는 어떠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케가미 의원이 목숨을 걸만큼. 또한 샤다이와도 연결 고리가 있을 거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케가미 의원께서 팀장님을 죽이려고 한 것은….”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아룹의 말을 빈우가 마저 받아주었다.

“네, 이케가미 의원이 발 가르단 하스에게 내세운 조건은 제가 과거에 그가 알던 정보국 요원일 경우, 덧붙여 울토르 프로젝트에 찬성하고 있을 경우에는 바로 죽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그의 입장에서 눈앞의 김빈우가 과거 울토르 프로젝트의 본질을 알면서도 진행을 했던 인물이거나, 혹은 당시의 이케가미 의원에게 찬성하지 않을 인물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살아계시죠.”

“아마도 기억과 기록을 조작하면서 성격이 바뀐 것도 있고 정보 조작을 당해 다른 반응이 나와서 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케가미 의원은 자신이 시작했던 울토르 프로젝트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민감한 진실의 폭탄이 융단폭격한 자리에는 공황에 빠진 피폭자들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먼저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것은 파트리샤였다.

“울토르 프로젝트와 워프 비스트에 대해 어떻게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요? 팀장님 본가, 그러니 군사정보국에 물어볼 순 없습니까?”

“그쪽은 지금 고춧가루를 뒤집어쓰고 눈이 벌게진 마당이라 당장은 무리다. 만약 내가 발 가르단 하스에서 가져간 정보를 제공하면 자기 입맛대로 가공하려 들겠지. 아를르캥을 보면 알 텐데? 보안국의 피에르 라캉 중령은 워프 비스트의 정보를 가지고 우리 태스크 포스 373으로 도망치려던 참이었어.”

“아!”

탄성을 지른 파트리샤는 정보부처의 구역질 나고 복잡한 역학관계에 입술을 깨물었다.

“덧붙이자면 발 가르단 하스와의 대화로 미뤄볼 때 워프 비스트 중에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부류가 있고, 또 이전부터 연방에 워프 비스트들이 숨어들었을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즉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면 놈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우리 사회 속에 숨어들어와 있을 수 있어. 만약 그렇다면 이놈들이 피에르 라캉을 추적했고 태스크 포스 373을 방해했을지도 모르지.”

“그게 팀장님이 알아내신 것 전부입니까?”

질문하는 아룹의 시선은 자신이 모시는 팀장을 보고 있지만, 초점은 빈우의 뒤에 맺힌 듯하다.

“아뇨, 그중에서 믿을 만하고 나름 정리된 것만 골라서 말했습니다. 나머지는 차차 말씀드리죠.”

“와아, 진짜 나중에 있다가 말해주세요. 지금은 그만,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파트리샤는 머리를 벅벅 헝클어뜨리며 뒤로 쭈욱 드러누웠다. 그녀와 달리 아룹은 굳은 얼굴로 계속 질문했다.

“팀장님의 클론 부대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릅니다. 정보국에서 방출된 다음에는 아는 게 없습니다.”

“마카로니 사건을 알릴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클론이 했든 인간 군인이 했든 민간인 학살은 중죄다. 그러나 마카로니의 개척민들이 무장하고 있던 상태에다 선제공격을 했고, 샤다이의 출현과 개척민의 시즐러 사용 등을 보면 저쪽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글쎄요. 투입된 병력이 클론이었단 점이 가장 큰 문제지 그것만 넘기면 딱히 책잡기 힘든 일이라서요. 저쪽에서 법적 제도를 손봐버리면 답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팀장님은 발 가르단 하스에서 얻은 정보를 어떻게 보고하실 겁니까?”

아룹이 누구에게, 라고 하지 않은 것은 약간 부드러운 표현이었다.

“당연히 제 직속 상관인 조지 레드우드 사령관님께 보고해야죠.”

빈우는 자신의 직속 상관을 군사정보국의 이노우에 고토가 아닌 특수전 사령부의 조지 레드우드라고 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아룹은 그 말에서 빈우가 무언가의 결심을 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알다시피 울토르 프로젝트로 시끄러운 저쪽에 워프 비스트에 관한 정보를 던져주는 건 너무 위험해요. 그렇지만 특수전 사령부라면, 그 두 노장이라면 믿을 만 합니다.”

그 말에 파트리샤와 아룹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 레드우드와 캐서린 시슬은 모두 뼛속까지 순수 군인이며 연방의 안녕을 위해 몸 바친 자들이다. 아군의 등을 찌르는 더러운 암투나 보신을 위한 정치 싸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 것이다.

“더 궁금한 것 없습니까?”

빈우의 질문에 두 사람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럼 한 마디 덧붙이죠. 이케가미 의원은 전 상원 의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행동했습니다. 한때 경호를 맡았던 부팀장에게도 연락하지 않고서요. 아니, 못했을 수도 있죠. 아무튼. 우리 태스크 포스 373도 주변에 적이 많습니다. 발 가르단 하스에서 리퍼를 회수하는 중요한 임무를 띤 팀인데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믿을 만한 사람 아니면 정보공유는 피하세요.”

“그렇다면 왜 저희한테 이런 것을 알려주시는 겁니까?”

아룹의 질문대로 지금 빈우가 말해 준 것은 너무 규모가 큰일이다. 일개 하급장교들이 가지고 있기엔 무거운 사건이다.

“레드우드 사령관이 보내준 서류 잘 봤습니다. 두 사람의 기록들.”

그러면서 빈우는 싱긋 웃으며 두 사람을 둘러보았다.

“정말 믿을만한 사람들을 추려 보내주셨더군요.”

그러면서 빈우가 보여준 것은 아룹 라마누잔 원사와 파트리샤 피아프 중위가 이제까지 저지른 사고들이었다. 대부분 상관이나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들이다. 물론 보통의 경우에는 떳떳하게 맞서거나 당당하게 거부하지, 자고 있는 상관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거나 항문에 수류탄을 쑤셔 박는 짓은 하지 않는다.

“영감쟁이가 꼭 저 닮은 좆같은 놈들로만 뽑아놨어요.”

칭찬인지 험담인지 모를 빈우의 말에 아룹과 파트리샤의 얼굴 위로 작은 미소가 떴다. 하지만 그것도 다음 이어진 말에 싹 사라졌다.

“그래서 보험을 들어놓는 겁니다.”

자신들의 팀장이 싱긋 웃으며 가볍게 하는 말에 감춰진 의미를 팀원 두 사람은 바로 깨달았다.

빈우도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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