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74화 (74/301)

74화

집에 가까워질수록 리처드 허드슨의 걸음은 점차 빨라졌다. 허리춤에 들린 인형이 그 이유다. ‘평화를 지키는 마법 공주 피스케이커’의 주인공인 피스메이커 인형이 예쁘게 포장되어 그의 옆구리에 들려있는 것이다.

물질생성기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제품인데 깜빡 잊고 뒤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딸의 생일에 맞춰 제때 올 수 있을지 몰라 마음을 졸였건만. 오늘에야 간신히 회사로 도착한 것이다.

덕분에 시름이 깊던 출근과 달리 달리 퇴근길의 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리고 아까 메시지로는 집에 출장요리사가 도착해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는 퇴원 후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딸 엘리자베스에게 오늘의 6살 생일잔치로 기분전환을 시켜줄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 너머로 보이는 부엌에선 요리사가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제가 조금 늦었군요.”

리처드가 코트를 벗고 식당으로 들어가자 칸막이 너머의 부엌에서 요리사가 인사를 한다.

“허드슨 씨, 오셨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요리사는 바쁜지 등을 보인 채 부엌의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본 리처드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훤칠한 키에 옷 위로도 보이는 탄탄한 몸은 요리사보다는 마치….

“김빈우 소령.”

돌아선 요리사의 얼굴을 본 리처드의 입에선 힘 빠진 경악성이 들려온다.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서히 식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빈우의 모습에 리처드는 얼어붙었지만, 머리는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 년 반 전 포말하우트 게이트에서 실종되었던 그가 어째서 여기에? 어째서 나도 모르게 여기에?’

울토르 중대가 샤다이의 기습을 받고 프로젝트 자체가 공중에 떴을 때 리처드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프로젝트를 지시했던 이케가미 소이치로 의장조차 자신이 지휘했던 프로젝트를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했으니, 리처드는 적당한 때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장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던 것도 있고 울토르에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했으니 리처드가 그에 대한 소식을 받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주,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리처드가 말을 더듬는 것도 당연하다. 연락도 없이 출장요리사로 위장해 자신의 집에 불쑥 나타난 빈우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리처드가 주변에 연락을 하거나 집 안의 보안 시설을 작동시키려는 시도는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바로 눈앞의 남자가 집에 미리 손을 쓴 것이리라.

“메뉴를 보시죠.”

빈우는 대답 없이 리처드의 앞에 메뉴판을 내밀었다. 고풍스럽게도 직접 종이로 만든 메뉴다. 선택권을 잃어버린 리처드가 떨리는 손으로 메뉴를 펼치자 섬유제 사진들이 몇 장 붙여져 있었다. 그의 눈에 가장 처음 들어온 것은 워프 비스트의 사진이었다.

울토르 중대가 기습을 받았을 때쯤 해서 나타나기 시작한 인간의 변이현상. 높은 등급의 기밀이기도 하거니와 일에서 멀어진 리처드에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넘겨 들은 것만으로 파악해도 인류에게 중대한 위험임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실례, 빠진 것이 있군요.”

그러면서 빈우는 사진 하나를 더 리처드의 앞에 내려놓았다.

처참하게 죽은 마리 라캉의 시체다.

지금 리처드의 심정은 그의 손에 들린 메뉴판이 대변하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메뉴판을 요리사가 대신 접어 치웠다.

“이 여자는 누… 누구….”

현장에서 오래 떨어진 탓도 있지만, 두뇌 칩에 업무용 프로그램이 없는 탓인지 말조차 떨려 나온다. 벌벌 떨고 있는 리처드를 무심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빈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배가 비면 말하기 힘들죠.”

빈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의 냄비로 다가가 내용물을 그릇에 퍼 담기 시작했다. 리처드가 재빨리 가방에 손을 가져갔을 때-총을 꺼내려 했을 때-빈우는 그보다 더 빨리 식탁으로 돌아와 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이 반응속도, 틀림없는 강화군인 이다. 무지막지한 악력에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리처드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기 전 빈우는 손을 놓고 식탁에 접시를 올려놓았다.

“드시죠.”

리처드의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튜가 놓였다. 분위기에 짓눌려 차마 수저를 들지 못하는 리처드에게 요리사가 친절히 부연설명을 해준다.

“요리에 쓰인 고기는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6살 암컷 앵글로색슨입니다.”

이해하는 데 아주 잠깐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리처드의 격노에는 서글픈 대가가 치러졌다. 무엇인지 모를 폭력에 휩싸여 의식이 잠깐 날아간 리처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처참하게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비명도 오열도 짓밟힌 목에서 더는 올라오지 못한다.

“진정하고 이걸 보시죠.”

빈우는 눈물로 일렁이는 리처드의 눈앞에 집 안의 보안 카메라 화면을 보여주었다. 빈 침실, 요리가 준비된 식당, 한참 준비 중인 부엌, 그리고 식당에 널브러진 리처드와 자기 방의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엘리자베스가 보였다.

“허억, 컥.”

목을 짓밟힌 리처드는 필사적으로 화면 속의 엘리자베스에게 손을 뻗으며 버둥거리자 빈우가 발을 치워 주었다.

“쿨럭, 컥, 컥. 제발, 제발 딸아이만은, 딸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게나. 제발 부탁일세.”

바닥에 엎드려 애원하는 리처드에게 빈우는 차갑게 말한다.

“그건 당신이 노력하셔야죠.”

그러면서 빈우는 리처드의 선물을 들어 포장을 뜯었다.

“따, 딸의 생일 선물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빈우는 장난감 상자를 열어 안의 인형을 꺼냈다.

“모두의 희망을 모아 화성을 지키자.”

당찬 기합 소리를 내는 피스메이커가 쟁반 위에 올라간다.

“따님껜 제가 직접 전해드리죠.”

빈우의 말을 들은 리처드는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왜지, 김빈우는 왜 마리 라캉을 죽인 거지? 그녀는 이케가미 의장이 의원일 시절 비서를 했었고 보안국에 들어간 다음에 그 인연으로 울토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데 김 소령이 왜? 그도 울토르 프로젝트의 관계자일 텐데?’

리처드의 생각은 빈우의 질문에 멈췄다.

“왜 그들을 부추겼소.”

알 수 없는 질문에 리처드는 반문했다.

“누, 누구를 말이오?”

빈우는 말없이 식칼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칼날을 쓰다듬었다.

“왜 글림에서 마카로니로 스콜피온을 옮겼소?”

리처드의 회사는 정보분석국의 자회사로 물류유통회사다. 일반업무도 하지만 정보 사령본부 쪽의 일도 맡는다.

“김 소령, 자네도 알잖아. 난 지금 현장에서 잠시 떨어졌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아. 게다가 머릿속엔 보안프로그램이 있다고. 제대로 대답 못 해.”

허나 리처드도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창이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보안프로그램이 열 개의 정보를 통제한다면 질문자는 하나씩 모아서 답을 추리면 된다.

“대답은?”

지그시 내려오는 빈우의 시선을 간신히 맞받으며 리처드는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몰라.”

필사적으로 나온 리처드의 대답에 빈우는 쟁반 위의 인형 옆에 식칼을 내려놓았다. 엘리자베스에게 전해준다던 피스메이커 옆에 놓인 칼, 눈앞의 스튜. 그 불길한 의미를 알아챈 리처드는 허둥지둥 다시 대답했다.

“녹색 연맹의 요청이야.”

쟁반에 놓였던 칼이 다시 빈우의 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리처드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칼을 만지작거리는 빈우의 질문이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또 누가 요청한 거죠?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 둠 치킨.”

익숙한 코드 네임에 리처드는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자책한다.

‘바보 같으니, 방금 질문은 김 소령이 알면서도 나를 떠보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대답을 덧붙였다.

“둠 치킨.”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빈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칼을 식탁 저편에 내려놓았다.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의 말에 리처드는 한 줄기 희망을 본듯했다.

“왜 마카로니에 레일건을 팔았소?”

이어진 빈우의 질문에 리처드는 빠르고 적당히 성실하게 대답했다.

“단지 화물의 궤도 사출용이야, 사격 통제 프로그램은 없어서 무기는 안돼.”

“왜 마카로니에 뱅가드 연대가 아닌 울토르 중대가 가야 했죠?”

“그,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리처드는 혼란스러웠다.

‘뭔가 잘못되었다. 왜 울토르 중대의 현장 지휘관인 빈우가 이런 질문을 하지? 그도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건가? 그렇다면 김빈우는 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걸까? 혹시 보복? 아니면 김 소령이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고 보안을 위해 이전 참가자들을 제거하는 건가?’

일단 살기 위해 리처드는 아는 사실을 그대로 내뱉었다.

“김 소령, 그건 나도 몰라. 정말 몰라. 왜 외계인을 상대로 하는 울토르 중대가 개척 행성에 간 거야?”

리처드의 대답을 곱씹으며 빈우는 생각했다. 자신이 마카로니에서 마리 라캉을 만난 지 불과 이틀 뒤에 울토르 중대가 마카로니를 급습했다. 그들은 왜 온 것일까? 마리 라캉을 잡기 위해? 아니면 빈우 자신을 잡기 위해?

“왜 마리 라캉이 마카로니로 갔지요.”

다음 이어진 빈우의 질문에 리처드의 머릿속에서 정보의 고리가 연결된다. 메뉴판에 있던 워프 비스트의 그림, 죽은 마리 라캉, 과거 이케가미 의장의 비서, 현재 보안국 소속, 또한 피에르 라캉의 아내, 아들은 자크 라캉. 자크 라캉은 지금-

리처드는 도달한 사실 중 하나에 발작적으로 반응했다. 빈우가 워프 비스트의 사진을 보여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냐! 아냐! 엘리자베스는 치료가 되었어. 자크도 치료가 될 거야. 정말이야. 치료될 수 있어.”

대답 없이 내려다보는 빈우에게 리처드는 애걸복걸한다.

“마리는 치료를 못 믿고 도망갔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 난 충성하고 있어. 믿고 있단 말이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때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작동했다.

“흐브읍!”

리처드의 두뇌 칩에서 보안프로그램이 발동한 것이다. 빈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단지 리처드가 서둘렀을 뿐이다. 빈우는 리처드의 두뇌 칩과 외부와의 연결은 미리 막아놓았지만, 내부에 접근 기록이 남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기록이 새로 생기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한 진동 나이프의 움직임이 리처드의 발작을 멈춰주었다.

나이프를 다시 집어넣은 빈우는 쓸모없어진 고기들을 잘게 해체해 음식물 분쇄기에 넣었다. 잘 갈려진 동물의 사체는 정원의 거름이 될 것이다.

* * *

뒷정리를 하던 빈우는 오븐의 알람 소리를 듣고 부엌으로 돌아가 오븐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 대신 맛있게 구워진 초코 쿠키가 들어있었다. 빈우는 쿠키를 그릇에 올린 다음 부엌과 식당을 마저 정리했다.

쿠키가 알맞게 식자 빈우는 그 위에 특제 토핑을 솔솔 뿌린 다음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간 2층 계단의 끝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대장님.”

빈우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내가 빈우를 막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하지만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빈우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빈우는 그걸 일부러 무시했다.

“네가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온 거다. 비켜.”

차갑지만 날카로운 말에 사내는 움찔하면서도 비키지 않았다.

“저, 저는 클론입니다. 인간을 해칠 수 없어요.”

“비켜.”

계단을 올라가는 빈우의 뒤로 빈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 마세요. 제발!”

목소리를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간 빈우는 엘리자베스의 방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네.”

“엘리자베스, 쿠키를 좀 구웠는데 먹어보겠니?”

“네, 좋아요. 들어오세요.”

허락을 받은 빈우는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고 갓 구운 초코 쿠키를 본 엘리자베스 역시 미소를 지었다.

“와, 맛있겠다.”

빈우가 침대 옆의 탁자에 쿠키를 내려놓자 엘리자베스는 얼른 들어 한입 베어 물더니, 조심스레 질문한다.

“아저씨, 아빠는요?”

“정원에 잠깐 나가셨어. 곧 만나게 될 거야.”

엘리자베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니?”

“네!”

“곧 있으면 아빠와 저녁을 먹어야 하니 너무 먹지는 마.”

“네에.”

장난기 어린 대답을 하는 엘리자베스의 얼굴 한쪽은 뒤틀려 있다. 회색의 각질, 나오다 만 뿔. 워프 비스트의 흔적이다.

빈우의 시선을 눈치챈 엘리자베스가 황급히 손을 들어 얼굴 한편을 가린다.

“이상하죠?”

“아니, 아저씨는 그런 걸 치료하러 다니는 사람이란다.”

“진짜요? 그럼 저도 치료해 줄 수 있어요? 아빠랑 치료를 받았는데 다 낫지 않았어요.”

바짝 다가앉는 엘리바베스를 멍하니 보던 빈우가 떠듬떠듬 대답한다.

“그래, 그래… 치료해 주마.”

“약속이에요.”

“어, 약속.”

둘의 새끼손가락 걸기가 끝났다. 달콤한 쿠키는 어린 엘리자베스의 식욕 앞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무… 졸려요.”

쿠키를 다 먹은 엘리자베트는 졸린 지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배가 불러서 그런 거야. 좀 자는 게 좋겠네.”

“안 되는데. 나중에 아빠랑 생일파티 해야 하는데.”

하품을 하며 졸려서 휘청거리는 엘리자베스를 빈우가 조심스레 침대에 뉘어주었다.

“걱정 마. 자고 일어나면 아빠가 와 계실 거야.”

많이 졸렸는지 베개에 머리를 파묻은 엘리자베스는 금세 잠이 들었다. 수면제가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빈우는 침대 옆에 서서 특제 토핑의 다음 효과를 기다렸다.

엘리자베스의 호흡이 서서히 작고 약해져 간다. 그리고 그 간격이 점차 길어지고 가늘어지더니 마침내 조용히 멈췄다. 소녀의 목을 만져서 맥을 확인한 빈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료는 끝났다.

죽은 워프 비스트를 뒤로하고 문을 닫을 때만 해도 조용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는 빈우의 발걸음은 조금씩 거칠어져 갔다. 거실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자 저쪽 식탁에 오븐에서 꺼낸 초코 쿠키가 남아있는 게 보인다.

빈우는 발작적으로 덤벼들어 초코 쿠키를 한 움큼 집더니 입안으로 마구 쑤셔 넣었다. 적은 열량, 적은 영양. 무효한 수면제. 두뇌 칩에 뜬 정보는 그게 고작이다.

맛도 느낄 수 없고 추억을 되새길 수도 없다.

입안의 초코 쿠키를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킨 빈우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빈우는 허드슨 가의 집에 강도가 든 것으로 위장한 다음 조용히 혼자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빈우는 정처 없이 떠돌았다. 주거지역을 한 블럭 건너자 노점상이 드문드문 늘어서 있다.

“맛있다!”

들려오는 환성에 고개를 돌리자 빈우의 시선에 콘도그를 먹으며 미소 짓는 아이가 보인다. 쿠키를 먹던 엘리자베스도 저런 미소를 띄웠었더랬지.

“꼬마야, 그거 맛있니?”

빈우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네.”

대답하는 꼬마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다시 콘도그를 한입 베어 물며 신나서 달려가는 꼬마의 뒷모습을 본 빈우는 자기도 그 노점상으로 가 콘도그를 하나 사서 입에 넣었다.

-낮은 영양, 낮은 열량, 무의미한 식사

예상했던 결과다. 아까의 개구쟁이는 정말 해맑게 웃으며 진짜 행복한 표정으로 콘도그를 먹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나는 어떻게 해야 저런 표정을 지울 수 있을까.’

포기한 빈우는 휘청이며 다음 목적지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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