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05화 (105/301)

105화

오다 상원의원과의 이야기를 마친 빈우는 다시 마커스를 불렀다. 이노우에 국장의 회선으로.

-마커스.

-이야, 김 팀장 오랜만이야. 그간 잘 지냈는감?

-시발, 내 이럴 줄 알았어.

하지만 본인이 받아버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보안국 일은 부드럽게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응, 아니? 진짜?

회선 너머로 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안건이 안건이니만큼 그쪽도 큰 기대는 안 했던 모양이다.

-대단하군, 역시 김 팀장이야. 비결이 뭔가? 어떻게 오다 의원을 구워삶았나?

-별거 있습니까? 그쪽에서 협조 좀 하랍니다.

-으음, 뭐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드려야지. 참 나 지금 특수전 사령부에 도착했다네. 레드우드 사령관에게 안 들키게 쿠사키나 국장을 빼내 가고 싶네만, 자네 지금 어딘가?

얼마 전엔 위은쓸납학 성계에 있다가 이제는 특수전 사령부란다. 군사정보국의 국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참 잘 돌아다닌다 싶다.

-제 팀 모함 블랙 랜스에 있습니다. 와서 데려가시죠.

-…자네 배에서 먹고 자나? 왜 멀쩡한 숙소를 놔두고….

-팀을 노리는 것들이 좀 많아야죠. 댁 포함해서 말이죠.

-으음, 내 곧 감세.

이노우에 국장과 마커스는 정말로 곧 왔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둘은 블랙 랜스에 타서 오르 함장으로부터 수속을 받은 다음 바로 쿠사키나 국장에게로 향했다.

“김 팀장. 나 쿠사키나 국장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리 좀 마련해 주겠나?”

이 상황에서 보안국장과 군사정보국장이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뻔하다. 정보 교환, 거래, 협상 등등. 허나 지금은 저 둘에게 목줄은 아니더라도 방울은 달아놓은 상황이라 빈우는 선선히 허락했다.

“얘기 다 끝나면 불러주시죠.”

“고맙네, 이참에 자네도 타이 차장과 회포 좀 풀게나.”

이노우에 국장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점검했다. 도청이나 감시의 기척은 없다. 그제야 군사정보국장은 보안국장의 앞에 마주 앉았다.

“다샤, 왜 이런 일을 저질렀어?”

다짜고짜 본론부터 찌른 말에 보안국장은 묵묵부답이다. 다만 돌아오는 시선은 ‘판 짜놓은 놈’을 향한 의심의 눈빛이다.

“아니 아니, 나도 거기에 오다 의원이 계신 것은 꿈에도 몰랐어. 조사하러 왔다면 당연히 기지에 계시지, 설마 작전까지 따라 나가실 거라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면서 이노우에 국장은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바짝 다가앉았다.

“그리고 아무리 급하다 한들 특수전 사령부의 팀을 작전 도중에 구금, 거기다 그 팀장을 긴급체포하려 하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쿠사키나 국장의 대답은 그저 콧방귀였다.

“물론 내가 떡밥을 뿌린 게 있지. 아무렴, 그래서 내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여기까지 와서 너를 풀어주려고 하잖아?”

“나를… 풀어준다고?”

그제서야 쿠사키나 국장이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무슨 수를 쓴 거지?”

“내 충실하고 우수한 부하, 김빈우 소령에게 명령했어. 오다 의원께 부디 보안국이 범한 이번 무례를 너그러이 용서해주도록 부탁하라고 말이야.”

“헛소리. 김 소령이 조사받는 입장에서 그럴….”

허나 쿠사키나 국장은 자신이 체포되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노한 오다 히토미 상원의원의 모습. 그녀는 자해 공갈로 피범벅이 된 빈우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지혈을 해주려고 했다. 그건 단순한 조사 관계가 아니다. 둘 사이엔 뭔가 다른 관계가 있었다.

“진정해. 아무튼 나도 이번 일에 대해선 좀 알아야겠어. 저번 오스카 스테이션에선 그렇다 쳐도 이번은 너무 대형 사고를 쳤어. 도대체 그 이유가 뭐야? 어차피 연방을 위해 일하는 우리끼리는 비밀이 있을 순 없잖아?”

보안국과 군사정보국은 영역이 달라도, 앙숙처럼 치고받아도, 연방을 위해선 언제나 협력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거래를 하는 입장이다. 만약 여기서 쿠사키나 국장이 협조를 거부하면 군사정보국은 입을 닦을 수도 있다.

쿠사키나 국장은 고개를 돌려 이노우에 고토의 눈을 마주 노려보았다.

“고토. 넌 정말 연방을 위해서 일하나?”

“그야 물론.”

“정말 우리 둘 사이엔 비밀이 없나?”

그 말에 이노우에 국장은 대답 없이 웃고만 있었다.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대답할 필요 없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그의 미소를 본 쿠사키나 국장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피에르 라캉 중령이 우리 쪽의 기밀자료를 들고 태스크 포스 373으로 가려고 하던 중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샤다이의 기습에 사망했어. 하지만 사망한 그의 자료를 조사 중에 알게 된 건데 그에겐 민간용 허수아비가 있었더군. 라캉 중령은 거기에 보안국의 기밀자료를 넣고 오스카 스테이션에서 김 팀장에게 보냈지. 원래는 그걸 회수하려는 거였어.”

그녀의 말대로라면 라캉 중령은 자신의 조직인 보안국에서 정보를 빼돌려 빈우에게 넘겼고, 보안국은 그것을 회수하려 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보안국은 특수전 사령부나 군사정보국에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았다. 꽤나 민감한 정보임이 틀림없다.

“그만큼 중요한 자료인가? 그게 뭐기에?”

“워프 비스트.”

“음!”

군사정보국에서도 얼마 가지고 있지 못한 정보다. 인간을 괴물로 변이시키는 샤다이의 신형 공격 수법. 아직 발생 건수도 적고 정보 또한 적다. 다만 요근래 놈들은 오스카 스테이션과 이곳 특수전 사령부까지 침범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게 네가 직접 솔리드 시리즈를 이끌고 나가 덤빌만한 일이었나?”

보안국이 그 정보를 원했다면 군사정보국이라던가 다른 루트를 통해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막 나갈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대상이 김빈우 소령이란 것 때문이야.”

자신의 부하가 문제란 말을 들은 이노우에 국장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마카로니의 사건 이후, 우리 보안국에서 수사를 나갔지.”

군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수사는 보안국이 하는 일이니 당연하다. 정확히는 수사 겸 은폐를 위해서 나간 것이지만. 마카로니의 자치 정부민들이 제아무리 샤다이와 협력했다손 쳐도 민간인 학살이란 사건을 날 것 그대로 세간에 알리기엔 무리가 있다.

“당시 마카로니의 파병은 연방 국세청과 영토 관리부의 요청이었어. 하지만 중앙정보국에서도 샤다이의 준동을 미리 알아차렸기 때문에, 지상 진압부대로 울토르 중대를 선택한 거지. 샤다이와 싸울 수 있고 아깝지 않은 전력. 거기다 클론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니 안성맞춤으로 보였겠지. 흥, 클론들이 샤다이만 잡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하다니.”

그 치들은 클론들이 인간을 쏙 빼놓고 샤다이만 잡을 것이라 상상했겠지만 그 결과는 두뇌 칩이 없는 인간들의 학살이었다.

“원인은 클론들의 전투용 OS의 논리적 오류지만, 정확히 어디의 누가 손대었는지는 조사중이야. 하지만 우린 마카로니에서 좀 특이한 것을 보았지.”

쿠사키나 국장이 보여주는 것은 심각하게 구타당한 뒤 목이 부러져 죽은 여자와, 산산이 해체된 가사도우미 로봇이었다.

“마리 라캉일세.”

“마리 라캉이라면 라캉 중령의 아내 아닌가?”

이노우에 국장이 앓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마리 라캉이라면 과거 울토르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이케가미 소이치로 전 상원의장의 비서였다. 그리고 빈우와 잠시 협력했던, 그리고 태스크 포스 373으로 가기 직전 전사한 피에르 라캉 중령의 아내이자 보안국 요원이기도 하다. 그녀가 왜 마카로니에서 죽었단 말인가.

“그녀는 두뇌 칩을 제거하면서까지 탈주를 했어. 덕분에 추적에 애를 먹었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았지.”

“이건… 울토르 중대의 짓이 아닌 것 같은데?”

이노우에 국장의 지적대로 척 봐도 마리 라캉은 다른 시체들과는 사인이 다르다. 쓰였던 무장이 가볍다.

“그래. 게다가 사망 시기는 작년 12월 24, 5일경으로 추정. 울토르의 작전이 시작되기 전이야. 우리 쪽의 수사론 군사정보국 쪽 솜씨 같다더라.”

“확실히 말하지만, 우리 쪽에선 한 일이 아니야.”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건가? 확실해?”

“탈주한 보안국 요원에 대한 추적 명령은 없어. 게다가 도주자 처리는 그쪽 관할이잖아? 으음… 잠수하고 있던 요원의 짓일 수도 있지만, 이쪽과는 관련이 없어. 확실해. 하지만….”

자료를 보던 이노우에 국장이 침음성을 낸다.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 우리 쪽 솜씨 같군.”

마치 인간이 아닌 외계인을 다룬 듯한 솜씨다. 그리고 정보를 알아내기보단 고통을 주기 위한 고문이다. 이미 중요한 정보는 알아냈고 부차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죽이기 전에 덤으로 정보를 알아내고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노우에 고토는 이런 짓을 특히 잘하는 인물을 하나 안다. 외계인에 대해서 피도 눈물도 없었던 인물.

“다음은 글림에서의 사건이야. 마리 라캉을 발견한 우리는 그녀의 뒤를 역추적했지. 마카로니로 오기 전에 글림에 있었더군. 그리고 거기서 재밌는 것을 봤네.”

다시 화면엔 자치정부 글림의 거리가 보인다. 바닥에 널브러진 것은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셋 다 시체다.

“1월 1일. 현지시각 오전 2시 25분. 남자 둘은 마약을 놓고 서로 싸우다 사망, 그리고 여자는 마약과다 흡입으로 인한 쇼크사…로 보이겠지만 말이야, 저 약은 사이버네틱스 신체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신경계 약물이기도 해. 아는 사람들은 절대 과다복용을 하지 않는단 말이야. 현지 경찰에서도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어.”

검시 화면에는 그들의 신체가 분석되어 있다. 남자 둘 다 제법 전투적인 사이버 신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얼핏 보면 마약을 놓고 다투다 죽은 것 같다.

“서로 싸우다 죽게 만들었군. 음? 지문은 없는데….”

이노우에 국장은 흉기와 상처만으로 사인을 파악해 냈다. 이렇게 사이버네틱스 부품으로 강화한 갱들을 어린이 다루듯 가지고 논 범인은 누구일까? 이들이 아무리 사이보그라 해도 자치정부의 기술력이다. 연방의 군인에게 걸리면 문자 그대로 어린이 손목 비틀기다. 반대로 말하자면 연방의 군인이 아닌 평범한 민간인이 이들을 건드리는 건 어렵단 소리였다.

“설마, 마리 라캉을 죽인 자가 이들도 죽였단 말이야?”

“아직은 증거가 적어. 또 이게 끝은 아냐. 동일범의 것으로 추측되는 사건이 더 있는데 약 2주 후 1월 16일. 정보분석국 소속의 리처드 허드슨이 강도를 당해 딸과 함께 사망한 일이 있어. 나름 군인인데도 강도를 당했단 말이지.”

확실히 이상하다. 전투 강화를 하지 않았어도 군인이라면 그 신체 능력은 결코 일반인은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리처드 허드슨? 정보분석국이 이번 일과 무슨 연관이 있지?”

“그가 있던 회사가 글림의 물건을 마카로니로 옮겼지.”

“흐흠. 마리 라캉에서 글림으로, 그리고 글림의 무역책. 설마, 마카로니의 독립이 우리 쪽 설계란 말인가?”

“연방 중앙정보국과 국세청의 합작품이야. 마카로니에서 독립의 징조가 보이자 아예 일을 키워 꼬투리를 잡으려 한 거지. 근데 샤다이가 꼬이며 일이 틀어진 거야. 하지만 여기엔 뭔가 꿍꿍이가 있어.”

이노우에 고토는 마카로니의 현장과 글림의 현장을 다시금 살펴봤다.

“어때? 고토. 군사정보국장이 보기엔 현장의 상황이 어떤 것 같아?”

군사정보국장은 눈앞의 자료를 샅샅이 훑어봤다. 자연스러운 침입, 일방적인 폭력. 마지막으로 현장을 위장한 수법. 마카로니와 같다.

“분명해. 연방의 군인이야. 그것도 우리 정보 사령본부의 사람이, 아니 우리 군사정보국의 방법이야. 이건 확실해.”

“역시 고토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군.”

뜻하지 않은 문제에 마주친 고토는 눈앞에 보이는 정보와 자신이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들을 조합해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왜 김 소령과 관련이 있다는 거지? 그리고 워프 비스트와는?”

“바로 이거야.”

쿠사키나 국장이 보여준 것은 허드슨 가에서 조금 떨어진 콘도그 트럭이다.

“여기 이걸 봐.”

그녀가 가리킨 콘도그 트럭의 메뉴판 옆에는 이달의 손님란이 있었고 거기에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었다.

‘정말 맛있게 드신 손님.’ 그 옆에 한입 가득 콘도그를 베어 문 어린아이의 사진이 붙어 있다.

‘정말 맛없게 드신 손님.’ 그 옆에 허무한 표정으로 콘도그를 먹는 김빈우의 사진이 붙어 있다.

쿠사키나 국장은 뭐라고 말하려던 이노우에 국장을 막았다.

“그래, 알아. 시간대가 안 맞아. 허드슨 가의 사고는 1월 16일이야. 그때 김 팀장은 발 가르단 하스 방면으로 나갔다더군.”

국장 두 사람은 여기에 나올 의문을 한 가지 알고 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쿠사키나 국장이었다.

“헌데, 태스크 포스 373의 김 팀장은 본인이 맞나?”

“거의.”

다샤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거의?”

“두뇌 칩과 사망 시 판별을 위한 신체 곳곳의 조회 칩 등으로 본인 확인은 되었어. 기억과 성격에 이상이 있지만 이건 잠수의 후유증으로 추정돼.”

잠시 말을 멈춘 고토는 나직이 질문했다.

“설마 이게 클론이란 말인가? 클론의 범죄라고? 누가 시킨 거지?”

울토르 클론은 주로 입력된 AI와 전투 OS에 의해 유도되는 행동을 하며 정해진 범위 밖에선 자유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인간을 해칠 수 없다. 즉 클론의 움직임에는 이것을 계획한 명령자가 있다.

“배후가 누구든 울토르 클론인 이상 김 팀장과는 관계가 있겠지. 그래서 내가 이런 위험한 방법까지 쓴 거야.”

현재 보안국의 워프 비스트 자료를 가지고 있는 김빈우. 그리고 그의 클론이 우주를 돌아다니며 정보 사령본부의 요원들을 암살하고 있다. 이 정도면 보안국이 문 부수고 쳐들어올 만한 사건이 되기에 충분하다.

“고토. 너도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둘은 이래저래 다퉈온 사이다. 다샤 쿠사키나는 자신의 말을 들은 이노우에 고토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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