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32화 (130/301)

132화

빈우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자신이 마카로니 4에서 알아낸 것들을 정보국에 보내는 것이다. 물론 군사정보국장인 이노우에 고토에게 직통으로 발송했고,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한 것은 서로를 백업해주기로 한 친구 마커스에게 따로 보냈다.

군사정보국에서 조사를 의뢰한 곳은 모두 세 건이다.

첫 번째는 마카로니 4의 마리 라캉 살해 사건. 여기서 범인은 굳이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잠시 후 있을 울토르 중대의 강습과 학살을 예측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울토르 중대의 존재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클론들의 현재 상황마저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인물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하다.

두 번째는 자치 행성-본인들은 녹색연맹이라 칭하는 자치 행성의-도시 글림에서 일어난 세 청년 살해사건이다.

마리 라캉은 글림에서 잠시 체류하다 마카로니로 갔고, 범인도 글림을 거쳐 마카로니로 갔다. 그리고 범행을 저지른 다음 다시 글림으로 돌아갔다가 현지인 세 명을 죽였다. 이번에는 조작의 흔적이 보인다. 피해자들을 마약을 놓고 다투다 서로 죽인 것처럼 한 것은 좋았는데 이 중 한 사람이 투약 과다로 사망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보안국과 군사정보국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이다. 이들이 쓰는 약은 사이버 신체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품이고, 위험성도 널리 알려져 있기에 현지인들이 죽을 정도로 과다 투약하는 경우는 없었다.

‘왜 다시 돌아갔을까. 다른 일행이 있나? 아니면 현지 협조자와 접촉하려 한 것일까?’

안팎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빈우는 계속해서 자료를 살펴봤다.

세 번째는 연방 직할령인 솔트 파이크에서 리처드 허드슨과 딸 엘리자베트 허드슨이 강도 사건으로 위장되어 살해당한 사건이다.

‘엘리자베트 허드슨, 이 여자아이는 워프 비스트로 변하고 있었다.’

인간이 변한 괴물 워프 비스트. 현재 연방에는 그 발현 사례가 매우 적으며 극비사항이다. 그런데 정보분석국 요원의 딸이 변화 도중의 상태로 있었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다만 정보분석국에선 리처드 개인이 숨긴 사실이며 자신들은 모른다고 했다. 그거야 조사하면 될 일.

허나 또 다른 문제는 빈우 자신이 엘리자베트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빈우는 이제까지 엘리자베트 허드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꾼 꿈에서 엘리자베트가 나왔다. 심지어 부친인 리처드 허드슨의 이름과 그의 시신이 잘게 갈려 비료 포대에 들어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일이다.

군사정보국장이 가져온 자료는 저 세 가지뿐이다. 마카로니, 글림, 솔트 스파이크. 하지만 이것만으론 빈우가 왜 마카로니의 식료품 가게를 아는지, 왜 엘리자베트를 아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알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생겼다. 바로 마커스가 가져온 자료다.

‘마커스는 위은쓸납학에서의 일을 알려주었다.’

빈우의 사관학교 동기이자 군사정보국의 3차장인 마커스 타이 소령. 그는 빈우가 마카로니에서 부상한 다음 서로 협조하기로 했었고,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었다.

‘작년 11월 11일의 위은쓸납학이라.’

마커스가 보내준 자료에는 파괴된 탈출 포드가 보인다. 솔리드 베타에서 발사된 것이다. 당시 위은쓸납학의 잔당을 소탕하던 울토르 중대는, 병력투사 수단이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탈출 포드를 사용해 적을 공격했었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포드가 위은쓸납학에서 발견된 것이다.

‘클론 사체나 장갑복의 잔해는 없다. 대체 안에 뭐가 있었던 걸까.’

만약 안에 클론 중대원이 탔고 생존했다면 조난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정보국에선 인근을 샅샅이 뒤져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울토르 중대의 탈출 포드는 구조를 위한 장거리 통신 장비가 없으므로, 솔리드 베타의 범위 밖에서 통신했을 가능성도 없었다.

‘만약 그 안에 클론이 탔었다면?’

빈우는 자신의 손에 있는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췄다.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 일단은 억지로라도 끼워 맞춰 가상의 시나리오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탈출 포드에 탄 것이 클론이라면 누가 클론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클론들에게 자기 개인의 의지나 의사결정권은 거의 없다. 작전행동에 한해서는 놀라울 정도의 자유행동과 사고를 지니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다면 클론에게 명령을 내린 자가 있단 의미였다.

‘팬티 주인.’

빈우가 믿지 말란 메시지를 적은 팬티의 주인. 아나스타샤와 동일한 쿠델카 모델로 추정되며 그 때문에 빈우는 한 때 아나스타샤를 의심하고 조사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었다. 팬티에서 나온 세포조직에 적힌 일련번호는 아나스타샤의 것이 아니었을뿐더러, 빈우의 심문에도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마 울토르 중대가 타 부서에 지원 나가 있을 때 침입하고,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왜?’

이런 대규모 사건을 벌이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연방의 내부부서라면 짚이는 곳이 있다. 오다 의원이 쫓는 비밀세력. 태스크 포스 373을 방해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373의 창설을 처음부터 방해했었다. 그러다가 팀이 창설된 다음에는 아예 상원에서 감사를 보내어 팀을 공중분해 시키려고 했다. 다만 이들의 존재를 눈치챈 오다 의원의 파벌에서 먼저 선수를 쳐 감사가 나와 태스크 포스 373과 협력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비밀세력을 색출하기 위해서.

‘놈들이라면 이 정도는 가능할 법한데.’

샤다이를 상대로 하는 태스크 포스 373. 외계종족을 전문으로 공격하는 울토르 중대. 둘 다 놈들에겐 눈엣가시다. 이들은 연방의 곳곳에 잠입해 있으며, 상원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보안국을 비롯한 여러 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니, 이런 일을 할 능력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굳이 클론을 탈출 포드로 쏘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아쉽게도 아직은 증거와 자료가 적어서 더 이상 추리를 할 수 없다. 이 이상은 상상의 영역이다.

‘비밀 결사, 워프 비스트, 울토르 중대, 이 사건의 범인.’

먼저 이 비밀 결사는 워프 비스트와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게 빈우의 추측이다. 현재 연방은 워프 비스트와 샤다이 간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샤다이가 워프 비스트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는 아직 확실한 것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정황 증거는 충분했다.

그리고 빈우가 만났던 행성 생명체, 발 가르단 하스는 워프 비스트를 계단을 내려오는 자라고 칭했고, 인간의 몸을 빼앗는다고 했다. 다만 그 괴물 형태는 실패작인 듯하다. 발 가르단 하스는 만약 놈들이 제대로 내려왔다면 자신과 대화가 가능한 지성을 가진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케가미 소이치로의 희생.’

전 상원의장이던 이케가미 의원은 울토르 프로젝트의 입안자였다. 그러나 이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 발 가르단 하스까지 가서 자신을 희생했다. 워프 비스트를 막기 위해. 그리고 결국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워프 비스트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막았다.

‘그것을 보면 워프 비스트와 울토르 프로젝트는 무언가의 관계가 있다. 또한 샤다이와도 관계가 있다.’

샤다이에 의한 게이트를 통해 통상 우주로 내려온 워프 비스트들. 놈들이 연방 상층부에 침투해 자신들의 걸림돌이 될 울토르 프로젝트를 방해하거나 변질시키려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놈들이 왜 클론을 조종해 위은쓸납학에 보낸 것일까?’

빈우는 샤다이와 워프 비스트들이 연방에 잠입하고 있으며, 대 외계인 결전용 클론 부대인 울토르 중대를 위험하다고 판단해, 여러 방법으로 방해를 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만약 여기서 클론이 탈출했다면, 혹시 이 클론이 이번 사건의 범인은 아닐까?’

빈우는 자신의 클론들에게, 울토르 중대원들에게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가르쳤었다. 하지만 가르친 것은 장갑 보병으로서의 전투기술뿐이지, 지금처럼 군사정보국에 관련된 행동은 아니었다.

게다가 워프 비스트가 배후로 있는 비밀 결사 놈들이 탈출 포드로 클론을 빼낸 거라면, 왜 그 클론은 워프 비스트로 변하는 중인 엘리자베트 허드슨을 죽인 것일까.

‘아직은 자료가 너무 모자라.’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밝혀질 수 있다. 추측일 뿐이지만.

그것은 바로 범인이 보았던 마카로니의 풍경, 그리고 허드슨 가의 정보가 빈우의 악몽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다. 지금까지는 트리니티 프로그램이 풀리는 과정의 부작용으로만 알고 넘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두뇌 칩의 동기화. 이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연방의 시민들은 대부분이 의원이라 수면 중에 의정 활동에 관한 동기화를 받는다.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는 군인들은 이런 동기화를 하지 못하지만 울토르 중대는 다르다. 빈우는 이 동기화를 클론에게도 써보자고 제안했었다. 그래서 클론들은 작전이 끝나고 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 각자의 전투경험을 나누고 동기화를 해 전투경험을 높였다.

‘만약 그 클론이 범행을 저지르고 동기화를 해서 그 정보가 나에게 겹쳐진 것이라면 일단 아귀는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전용 장비도 없이 두뇌 칩의 동기화는 불가능하다. 보통 울토르 중대의 동기화는 수면 캡슐에 들어가 있을 때 유선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일반 연방의 의원들처럼 무선회선을 이용한 동기화일 수도 있다. 그래서 빈우는 자신이 부상한 이후의 전파기록들을 전부 살펴보았다. 솔리드 베타에서 오스카 스테이션, 다시 블랙 랜스와 오브리가도까지. 그러나 두뇌 칩 동기화에 쓰이는 주파수와 채널이 사용된 기록은 일절 없었다.

‘대체 무엇일까.’

밝혀진 게 없어도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수사는 이제 시작이니까.

“고토 이 개새끼가.”

하지만 절로 욕이 나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자신의 상관이자 군사정보국장인 이노우에 고토는, 범인이 클론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알고서도 그 원본인 빈우에게 수사를 맡긴 것이다.

‘나를 사냥개로 쓰겠다 작정한 게 보이는군.’

만약 진짜로 범인이 빈우의 클론이라면 현재 우주에서 그를 가장 잘 쫓을 수 있는 사람은 원본인 빈우다. 그라면 클론의 사고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행동의 근간이 되는 클론의 AI는 전문가인 빈우에게 걸리면 바로 무력화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노우에 국장은 왜 이런 사실을 빈우에게 굳이 숨기려고 했을까? 마커스가 보내준 탈출 포드에 대한 정보가 아니었으면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 추측해내는 게 상당히 늦었을 것이다.

“김 팀장님,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한참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찾아온 히토미가 문밖에서 빈우를 불렀다.

“네, 들어오십시오. 의원님.”

빈우는 아직 이 사실들을 히토미에게 알리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태스크 포스 373과 상원 감사는 협력관계이니 언젠가는 말해야 하겠지만, 아직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가설에 불과한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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