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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35화 (133/301)

135화

“야, 차라리 저 입자 가속 포를 컨커러에 다는 건 어때?”

파트리샤와 모니카는 빈우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블랙 랜스에서 부포로 쓰이는 입자 가속 포가 있었다. 약간 조정만 하면 롱소드에도 달 수 있는 작은 것이라, 격납고에도 한 문 준비되어있다.

“스핑크스 둘이면 저거 하나 쓸 만한 동력이 확보되잖아.”

확실히 플라스마 포인 스핑크스가 잡아먹는 동력은 어마무시하다. 거의 전차포 급으로 동력을 잡아먹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갑복은 운용이 불가능하고, 헤비급이나 컨커러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빈우 말대로 이 장갑 보병용 플라스마 포 스핑크스 두 정이면 블랙 랜스의 부포를 쏠 수 있을 정도다.

“야, 이거 아이디어 괜찮지 않냐? 커패시터만 좀 확보하면 되겠는데?”

하지만 신나서 들뜬 빈우를 보는 파트리샤의 시선은 미친놈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함포를요? 장갑 보병이?”

“왜 안 돼? 안될 것도 없잖아. 동력도 충분한데.”

빈우 말마따나 현재 컨커러의 동력이면 입자 가속 포의 출력을 조정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트리샤는 저런 눈빛을 가졌던 동료들이 어떤 사고를 쳤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기억한다. 그래서 그녀는 빈우의 몽상을 기술적, 이론적으로 박살 내줄 모니카를 돌아보았다.

“멋져요, 팀장님. 그런 발상의 전환이라니.”

그런데 얘도 제정신이 아니다. 하긴 컨커러에 스핑크스 두 개 달고 하하 호호하는 애가 제정신이겠느냐만서도.

“얘가 왜 이래. 가속 터널은 어떻게 확보하게?”

“걱정 마요, 언니. 그거 원형으로 해서 컨커러 동체에 두르면 돼요.”

모니카는 이미 홀로그램 시뮬레이션을 띄워서 컨커러의 몸에 둥그런 가속기를 씌우고 있다.

“오오, 뽀대가 사는데?”

철없는 팀장은 좋다고 손뼉을 치고, 파트리샤는 필사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포신은요? 포신이 너무 길잖아요. 컨커러 두 배가 넘는데.”

“그러면 세 번 접어서 등에 달자.”

빈우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모니카가 데이터 패드를 만진다. 그러자 입자 가속 포의 홀로그램이 삼단분리되어 컨커러의 등에 실린다. 이어 모니카가 척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이게 멋지단 의미인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단 뜻인지 모를 지경이다.

“아니, 발사 시의 방사선을 어쩔 건데요? 재수 없으면 포구에서 입자 충돌 일어나는데 그럼 쏘자마자 방사선 샤워 확정이라고.”

하지만 빈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컨커러에 방어막 있잖아. 모니카, 이거 발사 시에 방어막 작동하도록 해.”

“네, 팀장님. 사격 관제프로그램 손볼게요. 아아, 머릿속이 영감으로 가득해. 지금 바로 개조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황홀한 표정의 모니카가 헥헥대며 사라지자 모니카는 불안해졌다. 처음에는 농담이나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아닌 것이다.

“정말 하실 거예요?”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거 개량하는 데 뭐가 문제냐.”

팀장이 하겠다는데 누가 밀리랴. 그래서 파트리샤는 말릴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파트리샤의 보고를 묵묵히 듣던 부팀장 아룹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존나 멋지군.”

이 사람도 틀렸다 싶은 파트리샤가 부랴부랴 다른 사람을 찾았다. 뱅가드 연대에서 중화기를 맡았던 위르겐이다.

“함포를요? 장갑 보병이? 푸하하하, 어떤 또라이가 그걸 만들어요.”

듣자마자 한참을 자지러지던 위르겐이 간신히 웃음을 그치며 말했다.

“제 것도 만들어 주세요.”

냅다 화면을 꺼버린 파트리샤는 실제로 입자 가속 포를 쓰는 사람을 호출했다. 그리고 우지는 파트리샤의 말을 잠자코 듣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니까 누님이 말하는 게 이거잖아요?”

우지는 정확히 부포로 쓰이는 입자 가속 포의 자료를 띄워 보였다. 자신도 여러 번 써봐서 잘 아는 무기다.

“그래, 그걸 장갑 보병이 쓴단다. 말이 되니?”

지친 파트리샤가 지푸라기 잡듯이 우지를 닦달한다.

“어, 그거 규정상 문제는 딱히 없지 않습니까? 혹시 무슨 조약이나 그런 거에 걸려요?”

어딜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미친년이라고 자부했던 파트리샤였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뭐 발사 시에 재수 없게 미립자 충돌 일어나면 장갑 보병 따윈 반 토막 나겠지만, 팀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 텐데요. 그냥 구경만 하죠.”

여기까지 오면 다른 사람이 다 정상이고 파트리샤 자신만 비정상인 것 같다. 그녀는 다시 빈우를 붙잡고 늘어졌다.

“아 진짜. 아무리 동력이 확보되어도 그렇지 함포를 쏘는 게 말이 돼요? 커패시터 존나게 처바르면 뭐해. 한두 발 쏘고 동력 고자 돼서 빌빌댈 건데.”

파트리샤 말대로 컨커러는 입자 가속 포를 쏠 수는 있다. 쏠 수는. 그러나 이것을 실제 주 무기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사용할 만한 동력을 뽑아내도 그것을 원활하게 공급할 정도는 안 되는 것이다. 그녀의 지적대로 한 발 쏘고 다음 발 쏘려면 한세월 기다려야 할 지경이다. 이래서야 장갑 보병의 의미가 없다.

하지만 빈우는 태연했다.

“그래서 스핑크스 쓰잖아.”

이번에는 빈우가 홀로그램으로 컨커러의 사용예시를 만들어서 보여준다.

“봐라, 스핑크스는 공방이 다 되는 가변형 병기야. 하지만 너도 잘 아는 단점이 있어서 주력으로 쓰기는 무리지. 그리고 입자 가속 포는 막강한 화력이 있지만, 네 말대로 사격 간의 딜레이가 너무 커.”

홀로그램 속의 컨커러가 등에는 입자 가속 포를, 손에는 스핑크스 하나를 들고 서 있다.

“예전의 컨커러와 스핑크스였다면 연속사격은 불가능했을 거야. 그러나 지금 이렇게 동력이 올라가고, 에너지 효율이 나아진 스핑크스라면 이 정도는 가능해.”

파트리샤의 눈앞에 컨커러가 여기저기로 플라스마 포를 쏘는 장면이 보인다. 인간 형태의 플랫폼에서 전차포 위력의 포가 발사되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마치 샤다이처럼.

“그러면서 입자 가속 포용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야. 그리고 발사할 때는-”

영상 속의 컨커러가 충전이 다 된 입자 가속 포를 발사할 준비를 한다. 분리된 포신을 연결해 어깨에 견착하고 스핑크스를 방패 모드로 바꾼다. 그리고 발사.

“혹시 있을지 모르는 포구 충돌도 스핑크스라면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스핑크스의 단점이 사라지지. 이도 저도 안 되는 결함병기이긴 하지만 입자 가속 포란 주력 무장이 있으면 그 빈틈만 메꿔주는 보조 무장으로서는 충분히 훌륭해.”

“…그럴싸한데?”

설명을 듣다 보니 파트리샤도 솔깃해진다. 컨커러에 입자 가속 포와 스핑크스 하나씩 본다면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하다. 심지어 단점이 장점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전함의 부포는 위력이 걸출하긴 하지만 사격 간의 지연시간이 너무 크고, 스핑크스는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둘을 합치니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각자의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부 무장이 이것저것 다해서 제대로 된 게 없다 해도 주 무장이 이렇게 뛰어나다면 화력 면에서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리고 주 무장의 빈틈은 공방이 다재다능한 부 무장이 채운다.

“그런데 이런 것은 탁상공론이잖아요. 실제로 사용….”

거기까지 말한 파트리샤는 입을 다물었다. 얼마 안 있으면 눈앞의 팀장이 실제로 입자 가속 포를 들고 튀어 나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그럼 우리 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오케이 한 겁니까?”

“그럴 리가. 그냥 멋져 보이니까 그랬겠지.”

파트리샤가 아랫입술을 질겅질겅 깨물 때 빈우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근데 너 예전에 무슨 일 있었냐? 입자 가속 포 얘기가 나오니까 애가 얼굴이 바뀌네.”

“푸하, 그거요.”

한숨을 쉰 그녀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예전에 입자 가속 포를 써본 적이 있어요. 스퀵테르에서요.”

“궤도 상에서?”

“아뇨, 지상에서요. 궤도 상의 정찰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가까이 있던 우리가 구출하러 갔었죠. 지상에서 작전 중이었거든요.”

빈우도 들은 적이 있다. 스퀵테르는 군사동맹인 인류연방에게 반란군을 진압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을 했었고, 연방은 당연히 응했었다. 그리고 먼저 실리콘 나이트를 선발대로 보내 정보를 수집했었다.

“근데 우리가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데 냄새를 맡은 반란군이 들이닥치더라구요.”

당시 실리콘 나이트는 잠입작전 중이어서 중화기가 없었다. 그리고 암석종족인 스퀵테르는 부드러운 위은쓸납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터프한 놈들이다. 하나하나가 생체 전차라 불릴 정도의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쓸만한 무기를 찾다 보니 상륙정의 입자 가속 포가 손에 잡히데요. 동력은 살아있으니 우리가 직접 조준해서 쏘기로 했죠.”

어지간하면 대기권 안에서 입자 병기는 안 쓰는 게 좋다. 왜냐하면 입자 가속 포는 작은 미립자를 아광속으로 가속시켜 쏘는 무기라, 탄에 해당하는 입자가 대기 중의 분자들과 충돌하게 되면 산란이나 회전이 일어난다. 그리고 정말 재수 없다면, 극악한 확률로 흉악한 폭발이 일어난다.

“처음엔 재미 좀 봤는데. 중간쯤에서 뻥, 하더라고요.”

코일건이나 레일건 같은 자기 가속 병기 경우는 대기의 영향을 받지만 질량이 워낙에 커서 그냥 날아가고, 레이저 같은 광학병기 또한 산란이나 굴절 등의 방해를 받지만 심각하진 않다.

하지만 입자 병기는 재수 없으면 입자 충돌의 영향을 발사자가 고스란히 겪어야 하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무기들은 대부분 대기권 바깥에서 쓰거나 발사자가 대비를 하고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흑흑, 불쌍한 우리 파트리샤. 그때부터 쫄아서 입자 가속 포라면 학을 떼는구나.”

빈우가 가짜울음을 터트리며 파트리샤를 껴안으려 다가오자 그녀는 질겁을 하며 빈우를 밀어냈다.

“아니, 위로하려면 저 말고 모니카나 좀 신경 써주세요.”

“응? 모니카한테 무슨 일 있냐?”

“쟤 저번에 팀장님 쏜 다음부터 코일건이라면 아예 질색하던데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부머의 성능시험을 했던 날이 기억난다. 파트리샤가 쏜 탄환을 모니카가 부머의 역장으로 막을 수 있느냐는 테스트였다. 하지만 그 날의 일은 전투 훈련은 처음이었던 모니카에겐 너무나도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빈우는 훈련이 끝난 다음 모니카와 상담을 했었고, 별다른 이상 징후도 없었기에 곧 있으면 극복해낼 충격 정도로 보았다. 마치 자신들처럼.

“아, 그날 일 말이군.”

떠올려보면 전조는 또 있었다. 모니카는 위르겐과 코일건 조립 훈련을 할 때 오발 사고를 낸 적이 있다. 명색이 과학기술국의 기술 장교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있는 두뇌 칩의 정신감정에도 이상은 없어서 빈우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이건 내 실수다. 알려줘서 고마워 파트리샤. 모니카와 이야기 한번 해봐야겠어.”

“고마워요, 팀장님. 저도 제 나름대로 상담을 해주긴 했는데 팀장님이 나서면 다르죠.”

그때 조정실에서 모니카가 불쑥 튀어나왔다.

“자 팀장님. 어서 컨커러 입으세요. 이거 바로 달아봐요.”

마치 첫사랑을 앞에 둔 소녀의 홍조 띤 얼굴이다. 빈우와 파트리샤는 그런 모니카를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상담. 지금 할까?”

“왜요? 사고 날까 봐서요?”

“응, 좀 쫄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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