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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43화 (141/301)

143화

빈우는 영상 속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정체불명의 침략자를 구성한 재료들. 얼기설기 모여 함선을 빚어낸 생물들. 적어도 인간은 아니다. 허나 그 불규칙하게 일그러진 모습은 마치 워프 비스트를 연상케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과 눈앞의 적이 조합되자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설마 저것은 어떤 외계종족이 워프 비스트로 변한 것일까?’

그러나 빈우는 더 이상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현재 게이트에서 나온 적의 함대 수는 스물 정도에서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점프 포인터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무인 호위함대가 게이트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외계종족 함대에 경고를 했다. 그러나 놈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점프 포인터를 향해 다가왔고, 호위함대는 즉시 공격함과 동시에 현재의 함대 사령부에 상황을 알려 지원군을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게이트 통신이 안 되는 지금으로선 소용이 없었다.

-제길 12척으로는 간당간당한 데.

애가 탄 우지의 말대로 뉴 소노라의 호위함대는 고작 열두 척의 구형 탄호이저급 구축함들로 이뤄져 있었다. 같은 탄호이저 급이라 해도 블랙 랜스는 롱훅 프로젝트로 전면 개장을 한 최신 함인 반면, 호위함대는 과거 그대로의 2선급 구축함들이다.

연결된 곳이 많은 뉴 소노라 게이트의 중요도 치곤 터무니없이 빈약한 병력이다. 그러나 녹색연맹 측은 자신들의 행성과 게이트를 방어하기 위해 주둔한 연방 함대를 대단히 적대적으로 대했고, 몰아내기 위해 온갖 수를 썼다. 그 결과 연방은 무인으로 구성된 방어함대를 최저한도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선급 구축함들만으로 구성된 방어함대가 정체불명의 적에 맞서 싸우게 되었다. 이들이 뚫리면 다음은 녹색연맹의 차례가 될 것이다.

어찌 되었건, 방어함대는 게이트를 튀어나온 적들을 공격했다. 함축 코일건과 주포 플라스마 포다. 그러나.

-이런 씨발.

셔틀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던 빈우가 욕설을 내뱉었다. 코일건에서 발사된 텅스텐 탄자는 적에게 적중해 일격에 함선 한 척-혹은 한 마리-을 파괴했다. 그러나 놈들에게 날아가던 플라스마 포는 갑자기 흡수당해 사라졌다. 익숙한 광경이다.

이어서 아무런 징조 없이 생성된 플라스마 포격이 아군 함대로 향한다.

-샤다이?

오르 함장조차 굳은 목소리로 의문을 표한다. 플라스마 공격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종족은 현재 샤다이 밖에 없다.

-아니면 샤다이와 동맹 종족이거나 신병기일 수도 있겠죠. 그보다 함장님, 점프 포인터를 파괴하십시오.

셔틀 속의 빈우가 명령을 내렸다.

점프 포인터는 연방의 게이트에 대한 좌표자료들이 들어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기밀자료다. 그래서 언제나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춰야 하며, 절대 적에게 나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시에라 줄루 델타, 즉 자폭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적들은 뉴 소노라로 향하고 있고, 개중 일부는 포인터를 노리고 있다. 게다가 적들이 샤다이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무인 호위함대에 시에라 줄루 델타를 요청하고 실행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지원군이 오기 힘들어집니다.

오르 함장은 이미 조준을 하면서 반문했다. 점프 포인터가 없으면 지원군은 통상항해로 오거나, 순양함으로 게이트를 만들어 오는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엔 최소 6개월이, 후자의 경우 48시간이 걸린다. 합류하기로 한 42 전단의 병력은 원래 9시간 후면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게이트가 사라지면 이들 역시 빨라야 48시간 후에 도착한다.

게이트에서 나온 적들에게서 공격이 연이어 날아온다. 플라스마 포격이 점차 거칠어진다. 벌써 두 척의 아군 구축함이 격침당했다. 대열을 짜 함수의 중력 충각으로 방어를 했음에도 이렇다.

빈우가 다시 외쳤다.

-게이트 통신이 안 된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렇다면 이미 게이트의 주도권이 저놈들에게 넘어갔다는 얘깁니다. 포인터의 좌표는 절대 넘길 수 없습니다.

곧바로 블랙 랜스의 함축 코일건이 발사되어 점프 포인터를 공격했다. 무인 호위함대는 아군 구축함의 공격에 놀랐지만, 즉시 납득했다. 현재 상황으로선 최고 기밀인 점프 포인터가 적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파괴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사 되는 블랙 랜스의 포격에 점프 포인터는 파괴되었다. 이제 뉴 소노라의 이상 상황을 눈치챈 사령부에서 비상 지원함대를 보낼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아야 한다.

-함장님. 적의 규모와 정체에 대해 아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적의 종족에 대해선 아군의 데이터에 일치하는 자료가 없습니다. 현재로선 불명입니다. 수는 가장 작은 전투기 급에서 전함 급까지 합해 약 마흔. 구성은 생물체들의 집합체로 보입니다. 그리고 샤다이와 비슷한 플라스마 사용능력을- 팀장님. 적이 아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점프 포인터가 사라지면 게이트는 불안정해진다. 그러나 뉴 소노라의 점프 게이트는 아직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긴커녕 계속해서 적이 게이트를 통해 나오고 있다.

샤다이처럼 플라스마를 다루는 적이 이렇게 끝없이 늘어나면 위험하다.

-아무래도 적 측에 순양함처럼 게이트를 관리하는 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르 함장은 위험도가 높아 보이는 대형 적을 몇 개 마킹했지만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다.

호위함대와 블랙 랜스는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어 적을 격침시켰지만, 그보다 증원되는 놈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적의 공격에 다시 아군 구축함 세 척이 격침되었다. 이제 아군은 호위함대의 구축함 일곱 척과 블랙 랜스 한 척뿐이다.

다행히 적들이 제대로 된 대형을 갖추지 않고, 마구잡이로 공격해 와서 이렇게나마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들이 점프해 들어오면 전멸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억지로 닫아야겠지요.

빈우는 점프 게이트를 닫을 방법을 알고 있다. 하나는 포인터를 통해서 게이트를 조절해 닫는 방법. 일반적이고 안전한 방법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른 하나는 점프 게이트에 엄청난 에너지와 물체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과부하로 닫아버리는 방법이다.

-팀장님 생각은 왠지 무식할 것 같습니다만.

오르 함장이 다가오는 플라스마 포격을 어뢰로 요격하는 묘기를 보이며 말했다.

-물론 블랙 랜스의 공격이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그동안 화력에 구멍이 생기고, 아군 구축함들이 엄호해 주어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 블랙 랜스의 화력이라면 단독으로 게이트를 에너지 포화상태로 만들어 닫을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블랙 랜스가 게이트에 집중 포격을 가해야 하고, 그동안 적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

-일단은 함장님이 순양함으로 추정되는 놈들부터 잡아보십시오. 그리고 안 되면 제가 방법을 강구하죠. 함장님, 화력 팀과 제 장갑복, 그리고 무인 어벤져 전부를 글라디우스에 태워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었는지, 빈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블랙 랜스에서 그라디우스가 발진해 빈우가 탄 셔틀로 날아왔다. 그걸 본 빈우는 고개를 돌려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아나스타샤, 넌 블랙 랜스로 가서 오다 의원님을 지켜. 그리고 만약에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면….”

빈우가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 말은 아나스타샤도 알고 있다. 청소다. 사태가 최악으로 흘러가면 아나스타샤는 히토미와 함께 탈출하거나, 구획 채로 자폭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아나스타샤는 빈우의 개인 메이드임과 동시에 군사정보국의 안드로이드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빈우의 명령을 받았다.

-좋아, 그라디우스와 셔틀은 T 턴으로 랑데부한다.

T 턴은 마주 오던 두 비행체가 방향을 틀어 한쪽으로 등속 비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비행을 하면서도 둘 사이의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라디우스 쪽에서 회답이 없다. 블랙 랜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 적들의 전파 방해가 더욱 극심해진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그라디우스와 셔틀은 레이저 신호로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지 않아 가까이 다가온 두 비행체는 거리와 속도를 맞추어 수평으로 날아갔고, 빈우는 셔틀 바깥으로 나갔다.

“주인님, 조심하세요.”

빈우가 셔틀에서 나갈 때, 아나스타샤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샤, 너야말로 조심해.”

지금 블랙 랜스 주변으론 적들의 공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무장이나 방어가 빈약한 셔틀을 보내고 싶진 않다.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셔틀을 나간 빈우는 그대로 그라디우스의 옆으로 날아갔고, 회수용 케이블을 잡은 다음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님.

아룹의 그라인더가 빈우를 잡아 부축했다. 옆에는 파트리샤의 인필트레이터와 위르겐의 어벤져도 있다. 심지어 모니카의 부머까지도.

-모니카 넌 왜 왔어.

-제가 없으면 팀장님 장갑복도 못 입잖아요.

놀란 빈우의 말에 모니카가 혀를 날름하며 받아친다. 빈우의 장비인 컨커러부터 개인 무장인 스핑크스는 전부 프로토타입이다. 외부에서 관리자의 도움 없이는 단독으로 입기 힘들다. 하지만 빈우 정도의 기술 지식이 있으면 혼자서도 입고 벗는 것이 가능하다.

-너 무슨 말을 하….

순간 빈우는 할 말을 잃었다. 컨커러의 등에 입자 가속 포가 달려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 미친년. 진짜 실전에 이걸 달았어.

물론 입자 가속 포를 컨커러에 달자고 한 건 빈우의 생각이다. 그러나 달자마자 실전에 투입할 생각은 없었다.

-에헤헤. 그게 떼려고 하니까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달고 나왔어요.

빈우는 도대체 어떻게 달면 그렇게 되냐,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기술 장교인 모니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는 서둘러 컨커러를 입기 시작했다.

-좋아, 다들 잘 들어. 함대전으로 간 이상 저 전투에 우리들이 나설 기회는 없다.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태스크 포스 373이 연방 최정예 팀이라고는 해도 장갑 보병이다. 빈우의 말대로 함대전에선 나갈 기회가 많이 없다.

-그라디우스로 적함에 돌입하지는 않습니까?

위르겐이 말한 방법은 뱅가드의 18번 장기다. 함대전으로 개싸움이 나는 와중에 장갑 보병 부대를 적함으로 돌입시켜 안에서부터 따먹는 방법이다.

-일단 우리 숫자가 너무 적잖아. 그리고 적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는 이상 그 방법은 위험해.

태스크 포스 373의 화력 팀은 모두 4명, 모니카를 합쳐도 다섯 명. 고작해야 일개 분대다. 게다가 무인 어벤져를 포함한다 해도 오늘 처음 만난 적함에-내부 구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함선 내부에-이 고급 인력을 쑤셔 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번 라출노그에선 상대가 잘 알려진 아귀 급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블랙 랜스와 통신부터 하자.

블랙 랜스마저 뚫을 수 없는 강력한 전파 방해라 레이저 통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음성만 연결이 되었고, 회선이 열리자마자 빈우가 외쳤다.

-함장님! 일단 게이트를 관리하거나, 통신을 방해하는 고위험군부터 먼저 처리하십시오.

게이트를 열고 있는 놈이라면 최악의 경우 아군 지원함대가 점프해 오려고 할 때, 그것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군요.

오르 함장의 푸념대로 현재 전황은 매우 불리했다. 현재 아군은 블랙 랜스 포함 구축함 다섯 척인 반면, 적은 크고 작은 함선으로 42척. 이것도 전투기 크기의 소형을 빼고 구축함 크기 이상만 세었을 경우다. 그나마 이 적들의 무장체계가 샤다이와 유사하고, 전투 방식이 그저 짐승처럼 단순해 어떻게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러면 화력 팀은 어쩌시겠습니까?

-궤도 엘리베이터로 가서 게이트를 닫는 방법을 써보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제가 순양함 급을 잡아야겠군요. 건투를 빕니다.

통신이 끊기고, 화력 팀을 태운 그라디우스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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