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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79화 (177/301)

179화

-록산느라, 거기 마약 만드는 곳 아닌가?

우지가 코일건을 조준하면서 팀의 다음 목적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 옆에서 위르겐이 다가와 조준을 보정해준다.

-마약은 마약인데, 그게 조금 애매해. 록산느에서 파는 문제성 약물들이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긴 한데, 그래봤자 두뇌칩이 있는 연방 시민들에겐 안 통하거든. 또 유통은 자치 행성 내부에서만 하니까 이쪽에서 건드릴 명분이 없지. 쏴봐.

어벤져에서 발사된 텅스텐 탄자가 날아가 목표의 약간 옆에 명중한다. 사람 몸통만 한 바위가 박살이 났다.

-우지, 이제 잘 쏘잖아. 여태 왜 그런 거야?

-전투기 몰면서 쏘니까 상대 속도를 재는 습관이 있었거든. 어쨌든, 그래서 연방이 자치정부인 록산느를 못 건드리는 건 그렇다 쳐도 그쪽 관할 자치정부 경찰은 뭐 하나?

지금 둘은 록산느로 가는 점프 게이트 근처의 위성 지대에서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게이트에는 블랙 랜스와 42전단 소속의 순양함들이 다른 함선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록산느의 지방경찰은 이미 각 범죄 세력들하고 결탁해서 얼굴마담을 하고 있어. 이쯤 되면 연방중앙수사국이 나설 법도 한데 손을 안 대더라.

-그런가, 하긴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겠지.

조준을 보정한 우지가 다시 발사했고, 이번에는 목표에 정확히 명중했다. 신난 두 어벤져가 낄낄대며 주먹을 마주쳤다.

-참. 너 42전단에 갔던 일은 어땠어?

다음 목표를 조준하며 우지가 질문했다. 태스크 포스 373의 부팀장 아룹과 위르겐은 지금까지 쌓아온 전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42전단으로 잠시 갔다가 지금 다시 합류한 상황이다.

-하이고, 숫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더라. 고작 일개 분대로 어떻게 그런 전과를 올렸냐고 신기해하던데.

너스레를 떠는 위르겐과 총을 쏘는 우지. 이번에도 명중이다.

-오호. 그렇다고?

우지는 전투기 파일럿이어서 샤다이와 직접 마주하며 싸운 적은 없기에, 지상팀이 실제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지상팀 전부 특수부대원이잖아. 그 정도는 하지 않나?

-실력보다는 쪽수지. 네 명이면 일개 분대다. 샤다이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나오면 작전이고 뭐고 할 게 없어. 근데 우리 팀장님은 그걸 두 명씩 나눠서 요리조리 살살 돌려가며 껍질을 까다가 이때다 싶으면 바로 박살을 내버린단 말씀이야. 정말 대단한 거지. 우리도 끝나고 나면 귀신에 홀린 기분이라고.

-그런가?

-그런가는 이 새끼가, 문제는 우리 지상팀보다 너야.

우지의 헬멧을 쥐어박은 위르겐이 때린 손으로 바로 삿대질을 한다.

-네 전투기록 보고 42전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왜 그 정도 실력자가 이런 소규모 팀에 있냐고. 42전단으로 소속 옮기라고 성화더라.

-그런가?

-하이고, 누가 자치 촌놈 아니랄까 봐 세상 돌아가는 꼴 모르네. 42전단장이 너 일병이라고 길길이 뛰던데? 바로 소위로 전시 임관해서 징하게 돌린 다음에 경험이 쌓이면 진급시키고 편대장 맡길 계획이더라.

따지고 보면 전과는 우지 쪽이 더 화려하다. 태스크 포스 373의 지상팀은 같은 샤다이 지상 병력을 상대로 했지만, 우지는 롱소드 전투기 한 대 몰고 구축함 블랙 랜스와 함께 수많은 샤다이 전투함을 상대했던 것이다. 지상팀 전부 모여봤자 우지가 손가락 한 번 까닥하면 팝콘이 될 신세긴 하다.

-어, 근데 나 지휘 같은 건 안 배워서. 할아버지도 대가리는 하지 말래. 나도 딱히 그런 건 관심 없다.

그런 우지의 대답에 위르겐이 어깨를 으쓱한다.

-하긴 그런 사람들이 있지. 당장 우리 레드우드 사령관님만 해도 진급 안 하겠다고 버팅기다가 어쩔 수 없이 사령관 되셨으니까.

둘은 다시 잡담을 하면서 무기를 교체했다. 그런데 그때, 이들의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야야. 우지, 봐라. 소규모 운석군이다. 저걸 쏴볼까?

위르겐의 말에 우지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한 무리의 유성우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제법 큰 무리의 접근이라 우지도 탄성을 질렀다.

-이야, 유성이잖아? 역시 대기가 없으니 선명하게 보이네. 옳지, 소원을 빌어볼까?

-소원? 아, 떨어지는 운석을 상대로 소원 비는 거 말이지. 흐음, 소원이라….

연방 직할령에선 근처에 깔짝대는 소행성들을 사전에 박살 내놓기 때문에 유성을 볼 수 없었다.

-하유, 역시 직할령 촌놈은 유성을 모르시는구나. 근데… 운치가 없네.

일어서는 우지는 아쉬운 듯 그렇게 말했다.

원래 행성으로 떨어지는 유성들은 대기권에서 마찰하며 예쁜 꼬리를 만든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눈앞에 떨어지는 유성우는 대기가 없는 위성으로 낙하하는 거라 그냥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흉악한 살상병기 어벤져가 일어나더니 떨어지는 유성을 향해 단정하게 묵념했다.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 애인이 생기게- 아깝! 떨어졌네.

실망하는 우지를 보고 위르겐이 낄낄댄다.

-아이고, 인마. 빈다는 소원이 겨우 그거냐.

-자식아, 남이 뭘 빌든.

연방의 주력장갑복들이 서로 멱살 잡고 엎치락뒤치락한다.

-자, 잘 봐라. 형님이 소원을 비는 모습을.

위르겐이 낙하하는 유성 중에서 그럴듯한 놈을 하나 골라잡고 소원을 빌 준비를 했다.

-애인이생기게해주세요애인이생기- 아썅.

유성이 벌써 떨어지는 바람에 투덜대는 위르겐의 뒤로 우지의 발차기가 작렬했다.

-새끼야! 너도 똑같잖아!

-얌마, 난 너하고 다르다고! 다르단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이 둘은 이미 한솥밥을 먹은 지 꽤 된다. 위르겐이 어떤 애인을 원하는지 잘 아는 우지가 실실 비꼬기 시작했다.

-로봇박이 새끼 본심 나오죠.

핵심을 꿰뚫는 말에 위르겐이 뜨겁게 벌컥한다.

-얼씨구, 취향 존중 안 하지? 함 뜨자 이거지?

다시 싸움이 붙으려는 둘의 머리 위로 한 무리의 유성우가 지나가자 사태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놔봐. 위르겐! 너야말로 잘 봐라. 내가 제대로 된 시범을 보이겠다.

그러면서 우지가 어벤져의 사격통제장치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유성 중에서 낙하 시간이 넉넉해 보이는 놈 하나를 잡아서 타겟 지정했다. 그러자 유성의 속도와 입사각도, 지상 충돌 예상 시간까지 정확하게 뜬다. 우지는 이런 방법으로 될법한 놈들만 고른 다음 위르겐에게 공유했다.

-오, 이런 방법이! 각도 좋고. 근데 시간이 빠듯한데.

-시간? 차고 넘친다. 섹스-섹스-

혈기왕성한 남아가 미사여구 다 떼고 본심을 토해낸다. 그걸 본 위르겐은 잠시 뭔가 싶어 멍하게 있더니 그 역시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즉시 기도에 참여했다.

-섹스-세-

하지만 그 기도가 끝을 맺는 일은 없었다. 놀랍고 슬프게도 떨어지던 유성이 낙하 도중 박살 나고 만 것이다. 두 청년은 자신들의 애틋한 염원이 향하던 돌덩이가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자 망연히 서 있었다.

-…뭐여시벌!

황당함과 분노는 우지의 것이다. 놈은 소원을 빌던 유성이 사라지자 즉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떤 씹쌔가 중간에 요격했다. 기다려. 바로 역추적한다.

차분함과 격노는 위르겐의 것이다. 녀석은 방금 유성을 쏜 물체가 연방의 코일건임을 확인하고 그 탄도를 즉시 역산했다.

-잡았다 이 새끼. 저쪽 능선에 있다.

위르겐이 가리킨 곳에는 아군 반응이 하나 떴다. 소속이나 세부 정보는 가려놓은 채 그냥 연방군임을 알리고만 있다. 이 말인즉슨 나 여기 있는데, 뭔가를 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란 뜻이다. 그러나 저쪽이 먼저 사격을 했고 그 여파로 눈이 뒤집어진 두 청년은 전후 사정을 따질 틈도 없이 득달같이 몰려갔다.

-42전단이다! 42전단에 있는 우리 뱅가드 새끼들이 분명해!

현재 42전단의 지상 병력은 뱅가드 연대에 파견 나가 있다. 그 덕에 위르겐은 교육할 때 본가 식구들의 덕을 톡톡히 봤었다.

-뱅가드? 니네 본가잖아. 건드려도 되냐?

우지가 제트팩을 써서 날아가며 질문했다. 뱅가드라면 연방 3대 특수부대 중 하나다.

-그래, 조져! 안되면 여기 말뚝 박지 시발.

역시나 뒤끝 없는 뱅가드다운 대답이 위르겐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금 꼭지가 돌아버린 둘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도 저쪽의 유성 파괴자는 계속 유성을 박살 내는 중이었고, 날아가는 어벤져 둘의 혈압은 한계를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동작 그만! 씨발놈아. 손가락 접수다.

위르겐이 먼저 착지하며 으르렁거렸다. 우지도 뒤따라 도착하며 엄포를 놓는다.

-너이새끼 오늘 잘 걸렸다. 안그래도-

-미친놈들이 돌았나.

나직한 목소리에 우지와 위르겐의 피가 얼어붙었다. 지금 둘의 눈앞에는 컨커러가 있었다. 현재 연방에서 저 사람 모양 관짝을 입고 싸돌아댕기는 미친놈은 한 사람뿐이다. 아니, 그보다 이놈들이 저 목소리를 모를 수가 없다.

어벤져 둘이 놀라서 도망가려다가 서로 부딪혀 바닥에 고꾸라진다.

-티, 티, 팀장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위르겐이 어떻게든 살 궁리를 찾으려 발악했지만, 사람 모양의 관짝은 천천히 걸어와 둘을 짓밟았다.

-부하한테 욕 처먹고 있다.

이후, 373 어벤져 두 기의 사격 연습은 졸지에 격투 훈련으로 변하고 말았다.

* * *

“이게 누구야. 김 빈우 팀장, 드디어 우지를 우리에게 줄 마음이 들었나?”

빈우는 혈기 넘치는 두 부하들을 짓밟은 다음, 현재 42전단의 기함 이그젝틀리의 전투지휘실에 와 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42전단의 최고 지휘관인 전단장 스베틀라나 스크로도프스카 중장이 싱긋 웃고 있었다.

“전단장님이 우지를 애타게 원하신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대신할 사람을 주신다면야 얼마든지 드리죠.”

“으하하, 좋아. 내 비행전단 하나를 통째로 주지.”

빈우의 말에 이 여걸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인즉슨 우지 한 명이 비행전단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단 의미다. 하지만 빈우는 그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했다.

“그렇게 많으면 블랙 랜스가 운용 못 합니다. 롱소드 한기로 맞바꿔주십시오.”

“끄응.”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온 연방에서 닥닥 긁어모은 에이스를 거느린 그녀지만, 아무래도 우지에 필적할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전단장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빈우와 태스크포스 373이 수사를 위해 록산느로 간다고 하자,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은 호위를 붙여주겠다고 했다. 태스크 포스 373은 현재 42전단과 합동작전을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작전 또한 딱히 기밀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빈우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점프해온 42전단의 선발대를 통해 아룹과 위르겐이 373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빈우가 점프 게이트 근처에서 훈련 삼아 위르겐과 우지를 신나게 밟고 있을 때 드디어 후발대가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후발대에 42전단의 기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빈우는 산송장 둘을 업고 부랴부랴 인사하러 올라온 것이다.

“자네가 찾을 것이 이번 작전에 있어서 중요한 키이니, 내가 직접 올 수밖에 없지 않나?”

저번 회의 때는 이런 수사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녀였다. 게다가 42전단은 뻐꾸기 작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샤다이 거점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함대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 보였다.

“중요한 키라니. 42전단이 저희 작전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일단 전단 순양함 몇 척에 신병기를 탑재하고 시험하느라 시간이 조금 났어. 이럴 땐 시야도 넓혀주는 게 좋겠지.”

빈우가 비홀더 전대로부터 얻은 무기-입자빔포-는 실로 놀라웠다. 특수한 파장을 띈 이 입자빔포는 기존의 입자가속포에 비해 화력은 조금 위에 불과했지만, 샤다이의 방어막을 아예 무시하는 놀라운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아예 대 샤다이 전용 무기인 것이다.

아직 소형화가 힘들어 함포 크기밖에 제작이 안 되지만 샤다이를 상대하기 위한 42전단은 서둘러 신병기 탑재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전단을 재편성하는 중이었다.

“놀면 뭐 하나. 해서 겸사겸사 따라나선 거라네.”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은 히죽 웃으며 빈우의 눈을 마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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