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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81화 (179/301)

181화

태스크 포스 373의 모함 블랙랜스와 42전단의 기함 이그젝틀리, 그리고 순양함 8척이 자치 행성 록산느의 궤도에 정지해 있었다.

“정말 혼자 가실 거예요?”

의자 위에 앉은 파트리샤가 다리를 건들거리며 물어본다. 373 팀원들은 블랙 랜스의 회의실에 모여서 이번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솔트 파이크는 직할령이라 그렇다고 쳐도, 록산느는 치안이 그리 좋지 않은데요?”

그녀 다음으로 위르겐도 거든다. 팀원들의 걱정도 당연한 것이, 록산느엔 범죄조직이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약 조직들의 힘이 굉장히 강해 현지 경찰들은 이들의 영향력에 상당히 잡아먹힌 상태고, 자치 정부에게까지 놈들의 입김이 닿아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니 연방의 군인이 수사를 위해 들어간다고 하면 좋은 반응이 일어날 리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록산느로 가려는 이유가 뭔가요?”

갑자기 히토미가 질문했다. 팀원들도 궁금했는지 긍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여태 수사해왔던 마카로니, 뉴 소노라, 솔트 파이크까지는 정보국과 보안국에서 보내준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추적해왔다. 그런데 범인을 쫓던 중 빈우가 갑자기 록산느로 간다고 하니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 록산느는 빈우가 클론과의 동기화를 통해 알게 된 장소이기 때문에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가 좀 껄끄럽다.

“솔트 파이크 현지에서 정보를 조금 수집했습니다. 범인은 이곳으로 갔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정보를 수집한 게 어떤 루트인데요?”

질문하는 히토미의 얼굴을 보니 추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그게 떳떳한 방법으로 얻은 게 아니라서요. 나중에 수사가 완료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다행히 히토미는 이 정도로 둘러댄 것으로도 납득해 주었다. 이는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빈우의 평소 행실 덕이기도 하다. 그걸 증명하듯 주변의 팀원들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허면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들어가실 겁니까?”

아룹이 록산느의 지도를 띄우며 물었다. 빈우가 록산느로 내려가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 마카로니는 봉쇄된 곳이라 그냥 내려갔다. 뉴 소노라에선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위조된 신분을 가지고 잠입했었다. 솔트 파이크의 경우는 현지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한 다음 정식 수사를 했다.

하지만 이곳 록산느는 연방 상층부와 아무런 얘기가 안 되어 있는 상황 하에 내려가는 것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록산느는 다행히 친연방파죠.”

빈우가 록산느의 지도 위에 몇 가지 정보를 덧붙였다.

“비록 마약 만들고 다른 자치 행성에 팔긴 하지만, 자치 정부는 연방의 말을 잘 듣습니다. 세금도 제때 잘 내고, 대 외계인 정책에도 곧잘 찬성하죠.”

“하지만 그건 자신들이 켕기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기는 거잖습니까. 연방이 저 쓰레기들을 싹 쓸어버려도 과연 지금처럼 굽실거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지가 볼멘소리로 불평한다. 녀석도 자치 행성 출신이라 록산느의 사태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범죄조직에 핍박받고, 마약에 찌들어 사는데 정작 연방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으니 불만스러울 수밖에.

“라는 데요, 의원님?”

빈우가 뜬금없이 패스하자, 공을 꺼낸 우지나 패스받은 히토미나 화들짝 놀랐다.

“아아, 우지 일병의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연방이라 해도 자치 행성의 독립된 행정권에 대해선 간섭할 수 없습니다. 세금이나 외계인 정책 같은 이미 사전에 합의된 항목이 아니고선 연방은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고, 그 외의 경우엔 현지 정부의 요청이 없다면 나설 방법이 없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해했습니다.”

친절한 상원 의원의 설명에 시에 우지 일병이 굽실거리면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연방의 여러 조직들이 자치 행성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어 연방 국세청의 징수과라던가.”

빈우의 설명대로 연방의 정보조직들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치 행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돈, 세금 관련이다.

“과연, 마약 조직이라면 탈세를 할 테고, 그걸 빌미로 조사하는 거군요.”

우지는 방법을 찾았다는 듯이 화색을 띠었다.

“물론 연방은 행성 안에서 시민이나 조직이 탈세를 하건 말건, 행성 대표 정부가 제때 세금만 내면 관여 안 한다. 하지만 관여를 안 하는 거지, 조사를 안 하는 건 아니야. 사람 조사할 때 가장 효과 좋은 게 이성과 금전 관계거든.”

빈우가 데이터 패드를 조작하자 록산느 지도 위에 올라간 정보 중에서 몇 가지가 확대되었다. 자료의 소제목은 ‘부뉴엘’이라고 되어있다.

“이번 목표는 부뉴엘가다.”

가장 프란시스코 부뉴엘은 과거 자치 행성 록산느의 물류 유통 책임자였었다. 그러나 그가 부임 중일 때 록산느에 녹색연맹의 입김이 닿아 독립의 기운이 퍼져버렸다. 하지만 때를 기다리지 못한 극성 분리파의 성급한 행동과 연방의 발 빠른 대처가 어우러져 궤도 엘리베이터는 완공되지 못했고, 그 결과 록산느의 물류비는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당연히 프란시스코 부뉴엘은 일자리를 잃었고, 지금은 과거의 커넥션을 살려 마약 유통판매상으로 전업한 상태이다.

아내인 신디 부뉴엘은 개척 당시 화학 및 식물학자로 왔었다. 개척민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꿈에 부풀어 온 것은 좋았지만, 예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방향을 대폭 전환해야만 했다. 그녀는 식량 생산이 어느 정도 자급자족 궤도에 올라서자 록산느의 재정을 위해 환금성이 높은 작물 재배를 시도했지만, 현실을 그리 녹록지 않아 결국 마약 제조까지 가게 되었다.

장남 미겔 부뉴엘은 록산느가 다시 친연방파로 돌아설 때 연방으로 갔던 유학파였다. 하지만 지금은 살인청부업자로 일하고 있는 상태다.

장녀 레오노르 부뉴엘 역시 연방 유학파였고, 가문 내에서 해커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 차남 하비에르 부뉴엘의 항목에서 빈우는 자료를 껐다. 갑자기 자료가 꺼지자 사람들의 시선은 팀장에게로 향했고, 빈우는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범인은 부뉴엘가로 갔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놈이 보인 행동방식으로 볼 때, 부뉴엘가의 사람들이 살해당했을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팀원들은 빈우가 왜 자료를 중간에 닫았는지 이해가 갔다. 갓난아기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썩 좋은 경험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히토미나 모니카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이번 작전은 꽤 더러울 거다. 나 혼자 비밀리에 내려간다.”

태스크 포스 373은 애초에 비밀리에 행동하는 팀이다. 그 팀의 팀장이 비밀이란 단어를 썼다는 것은 비공식적이며 불법적인 작전을 행한다는 의미다. 상원 의원이 뻔히 눈을 뜨고 있는 자리에서. 팀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히토미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아, 물론 이런 승인 받지 않은 작전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다만 뻐꾸기 작전이 발동 중인 지금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373의 조사가 워프 비스트와 관계가 있는 만큼 사후 승인이 떨어질 겁니다. 물론 조사의 수확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죠.”

즉 패를 까서 끗발이 좋으면 따는 거고, 안 좋으면 종 친다는 얘기다.

“들었지? 아주 민감한 작전이 될 거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 말에 팀원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안되나요?”

히토미에게 커피를 따라주던 아나스타샤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전 이런 종류의 작전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있고, 저번에도···.”

아나스타샤는 가정용 안드로이드였지만, 군사정보국에 오면서 여러 가지 개조를 받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집어넣어 이런 비밀 작전의 보조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니, 의원님 모시면서 대기해. 나 혼자 간다.”

빈우는 어찌 보면 차갑고, 어찌 보면 딱딱한 대답을 하고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그는 이번 작전에서 보는 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게 설령 자신과 가장 가까운 아나스타샤라고 해도 데려가지 않는 것이다.

아니, 아나스타샤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었다. 앞으로 자기가 보게 될 진실을.

* * *

“심한데.”

현장 부근에 도착한 빈우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록산느의 개척화는 중간에 난관을 겪어서 행성 단위의 대규모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거지 부근을 돔으로 둘러싸는 방식으로 소규모 개척화를 해왔다.

부뉴엘가 역시 거대한 저택 주변으로 돔을 지어놨는데, 그중 한곳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정확히는 돔의 문이 열려있고, 그쪽으로 압력이 유지되지 않는 바람에 서서히 붕괴된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그 기간이 오래되어 내부의 저택들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사람이 오간 흔적 역시 없어 보였다. 이웃이나 경찰조차도.

-근처에 감시자가 있군요. 경찰은 아닙니다.

상공에서 감시하고 있는 우지의 보고다.

-나도 봤어. 완전 아마추어던데.

빈우는 우지의 롱소드를 타고 대기권을 강하한 다음 근처에 낙하해서 도보로 여기까지 왔다. 황량한 사막을 지나던 중에 자신을 감시하던 눈길을 눈치챘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고 부뉴엘가까지 왔다.

-내가 연락할 때까지는 손대지 마.

-넵, 팀장님.

373의 팀장은 자신이 침입할 법한 루트를 계산한 다음 그곳을 통해 저택으로 침입했다. 그리고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을 하나 찾았다. 바닥에 떨어진 에너지바의 흔적이다. 손가락에 찍어 살펴본 다음 입에 넣자 즉시 계란 맛이 확 퍼진다. 내용물을 인식하자 두뇌칩이 반응한 것이다. 틀림없는 군용 식량이다.

‘계란밥 맛 에너지 바라···.’

만들라면 만들겠지만 누가 굳이 먹지는 않을 것이다. 빈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이케가미 소이치로. 계란밥을 소재로 하여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밀을 빈우에게 알렸던 인물이다.

‘이런 곳에서 계란밥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지.’

클론의 사고가 빈우에게 동기화되었다면, 마찬가지로 빈우의 기록이 클론에게 동기화되었을 수도 있다. 마치 울토르 클론들의 수면 동기화처럼, 그리고 연방 하원의원들의 의정활동 갱신처럼.

아마도 발 가르단 하스에서 겪었던 빈우의 강렬한 기억이 클론에게 넘어가 그 당시의 녀석이 이것을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빈우는 얼마 전 이 동기화 회선을 찾았다. 정말 교묘하게 숨겨진 이 회선은 연방정보사령본부에서 쓰는 회선에 묻어가는 방식으로 수면동기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빈우는 이 회선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 회선이 살아있으면 다른 부서에서 발견하고 추적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끊지 않는 것은 이 동기화 회선이 범인을, 자신의 클론을 추적할 단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클론도 이쪽의 정보를 동기화 받고 도망칠 수 있기에 되도록 정상 수면이 아닌 가수면 모드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여기군.’

빈우는 범행 현장을 발견했다. 부뉴엘가의 식당에서 시신들을 발견한 것이다. 일교차가 심하고 건조한 기후 덕에 시신들은 부패하지 않고 미라화되어있었다.

아내 신디 부뉴엘, 장남 미겔 부뉴엘, 장녀 레오노르 부뉴엘은 모두 화살총을 맞고 죽어있었다. 현지에서 주로 쓰이는 무기다. 굳이 화살촉을 회수하지 않은 것은 아마 현지 조직의 범행으로 위장하려는 속셈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 화살총이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프란시스코 부뉴엘은 여기군.’

가장인 프란시스코 부뉴엘은 바로 죽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 애초에 왼쪽 어깨에 총을 쐈다는 것은 죽이지 않고 정보를 얻어내겠다는 뜻이다. 양쪽 어깨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말라 있었다.

“엄마아아아-----.”

빈우의 귀에 갓난아기의 앳된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비에르, 하비에르!”

이번에는 총을 맞은 아버지가 아들을 달래는 목소리다. 하지만 빈우는 무시하고 증거를 살폈다. 미라의 오른쪽 어깨의 상처는 총상이 아니다. 뭔가 둔탁한 것으로 억지로 꿰뚫은 자국이다.

‘손가락.’

빈우는 흉기가 무엇인지 대번에 파악했다. 클론은 프란시스코의 어깨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사람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다시 빈우의 귀에 아버지와 아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쯤에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왔는지 더 이상의 고문은 없었다. 프란시스코의 머리에도 화살촉이 박혀 머리를 박살 내놨다.

하비에르의 시신에는 아무런 총상이나 고문의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발버둥 친 흔적이 역력했다. 기저귀는 불어터졌다가 다시 말라 있고, 바싹 마른 얼굴에는 어렴풋이 침과 눈물의 얼룩이 보인다. 손가락의 상처들은 아기 의자를 긁다가 난 것으로 보인다.

하비에르 부뉴엘은 모든 가족이 죽은 이 자리에서 방치되어 굶어 죽은 게 분명하다.

‘왜?’

빈우는 아기의 미라를 면밀히 살폈다. 워프 비스트의 흔적은 없다. 이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조사하려 할 때 우지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팀장님, 놈들이 움직입니다.

빈우를 추적했던 놈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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