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93화 (191/301)

193화

드디어 42전단의 출동 시간이 다가왔다. 순양함들은 조를 짜 연동게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불안한데요?”

게이트를 분석하던 모니카가 말했다.

“정규 게이트에 점프 포인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틈을 비틀어 열어 빠져들어 가는 거잖아요. 자칫 잘못하다간 게이트가 닫히면서 중력붕괴 여파를 뒤집어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순양함 급은 되어야죠.”

아룹의 말에 모니카가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인즉슨, 위험한 것은 아니까 그것을 때울만한 몸빵이 되는 놈들에게 시킨다는 이야기다. 옆에서 위르겐이 끼어들어 맞장구를 친다.

“하긴 순양함이 제격이긴 하죠. 전함은 덩치가 너무 크고, 구축함의 출력으론 게이트 생성이 힘든 데다 유사시에 버틸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위르겐은 42전단 소속 순양함들의 추진부를 보았다. 장거리 항행을 위한 이온 드라이브가 없고, 전부 핵추진 로켓들뿐이다. 척 봐도 게이트 열고 들어가 쑥을 심겠다는 심보다.

“부팀장님, 우리 지금 구축함 타고 있어요.”

모니카가 질린 듯한 목소리로 돌아보자 아룹이 어깨를 으쓱한다.

“괜찮습니다. 우리 배는 튼튼하니까요.”

그의 말대로 블랙 랜스는 짧은 시간 동안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어지간한 전함이라도 격침되었을 궁지에서 악착같이 기어올라온 배다.

“아니이, 공격을 버티는 거하고 중력붕괴에 날아가는 거 하곤 다르다니까요.”

모니카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그녀가 입고 있는 육중한 부머도 발을 쿵쿵 구른다.

“악, 진정하세요, 대위님.”

놀란 위르겐이 부머의 발을 잡고 말린다. 여기에 빈우가 있으면 뭐라고 한마디 하겠는데, 아쉽게도 그는 지금 우지와 함께 롱소드를 타고 격납고에서 출격 대기 중이었다. 태스크 포스 373은 42전단과 개별 행동을 하고 있지만,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었다.

그 외 나머지 지상팀들은 각자의 장갑복을 입고 격납고의 셔틀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파트리샤는 알탄훼아나의 감시, 아나스타샤는 히토미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중이다.

“지상팀이 좀 시끄러운데요?”

소란스러운 격납고 저편을 보며 우지가 말했다. 그는 꽉 죄어오는 롱소드의 조종석에 들어오면 고향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해졌지만, 오늘은 좀 틀렸다. 다른 부대와 함께 대규모 작전을 한다고 하니 나름 긴장이 되는 것이다.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냐. 신경 꺼라 체리보이.

빈우의 마지막 말에 우지가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개인적인 일 들추기 있습니까.”

-요즘 밤마다 악몽을 꿔. 아다 새끼들이 칼 들고 나에게 달려드는 꿈을.

슬슬 우지의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그만하십쇼.”

-오냐, 숫총각 새끼가 짜증은.

“아, 진짜 이거 확 당기는 수가 있습니다.”

지금 빈우의 롱소드는 앞 레일에 선 상태고, 우지의 롱소드는 뒤에서 발진 대기 중이다. 우지가 방아쇠를 당기면 빈우는 아무것도 못 하고 터져나갈 상황이다.

-좀 낫네.

빈우의 콧방귀에 우지는 팀장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출격 전부터 긴장해서 버벅이는 모습을 보이자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아, 저기….”

-어차피 우리는 별도의 명령체계로 움직인다. 저쪽에서 요청하면 내가 명령을 내릴 테니 너는 내 명령만 따르면 돼. 지금처럼 말이다. 알겠냐?

“네, 팀장님.”

긴장이 한차례 풀린 우지는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런데 팀장님, 우리가 가는 목적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아낸 거랍니까?”

42전단이 첫 출동해서 박살 낼 목적지는 시에라 1이라 이름 붙인 행성이다. 샤다이들이 살고 있는 행성이며 주둔하고 있는 병력도 작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제 브리핑으로 정보를 듣긴 했었지만, 설명하는 빈우도 목적지에 대해서 자세한 분석을 했다기보단 그냥 들은 것을 그대로 들려준다는 분위기였다. 애초에 행성으로 강하할 일도 없고, 태스크 포스 373이 맡은 임무는 적극적 전투 임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했었다.

-글쎄다. 이번엔 군사정보국의 정보를 토대도 함대 사령부 장거리 정찰부대가 알아낸 거라서 우리 쪽도 한 단계 건너 들은 거야.

지금까지 샤다이의 거주지에 대해선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떡하고 작전 목표가 떠오르니 우지는 이게 이상한 것이다.

-네가 뭔 생각하는지는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우리 연방이 열세였어. 기존의 무기로 함대전은 답이 없었거든. 그래서 함부로 쳐들어갔다가는 오히려 반격당할까 봐 몸 사리면서 차근차근 놈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지. 울토르 프로젝트나 롱훅 프로젝트가 그걸 위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워프 비스트의 정체가 밝혀진 이 마당에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어. 그래서 지금 42전단을 부랴부랴 꾸려 쳐들어가는 거야. 대략적인 위치정보는 군사정보국에도 있었고, 이번 것은 한 번 더 정밀 정찰을 한 거지.

“그렇군요.”

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롱소드에 달린 신병기, 입자 빔포를 보았다. 기존의 입자 가속포에 비해 화력이나 연비가 그다지 높아지진 않았지만, 샤다이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다는 점에선 대단히 매력적인 병기였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팀장님께서 이 무기를 가져오셨고요.”

빈우가 가져온 무기에 연방군 상층부는 환호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빈우는 시큰둥했다.

-글쎄다. 하필 그 타이밍에, 그리고 화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샤다이를 위한 무기를 주다니…. 하지만 덕분에 42전단의 대 샤다이 전투력은 엄청나게 올라갔지.

물론 이 신병기는 뉴 소노라에서 노획한 샤다이 배의 방어막을 작동시켜 거기에 쏴봤을 뿐이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해본 적은 없는 것이다.

그때 함장의 통신이 들어왔다.

-이제부터 본함 블랙 랜스는 시에라 1 게이트로 점프합니다.

오르 함장의 말과 함께 블랙 랜스가 게이트 쪽으로 다가갔다.

-점프.

순양함 사이로 들어간 블랙 랜스는 점프 게이트로 들어갔고, 바로 게이트로 나왔다. 저 멀리 샤다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행성, 시에라 1이 보인다. 몇 개의 게이트로 42전단의 순양함들이 점프해 나타난다.

-빠르군.

빈우는 솔직히 감탄했다. 다수의 게이트로 동시에 점프한 함대들이 순식간에 대형을 만들어 정렬한다. 그것도 기존의 함대가 아닌 이번에 신설된 42전단의 움직임임을 감안하면 전단장이 얼마나 훈련을 잘 시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별다른 요청은 없군요.

식객 노릇을 하게 될 블랙 랜스의 함장 오르 소령이 말했다.

-하긴, 그쪽에선 나름 우릴 아끼겠죠.

빈우는 어제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 데이먼 전대장과 했던 대화를 팀원들에게도 알려주었다. 물론 지금 블랙 랜스가 끼어들어 봤자 구축함 한 척이 뭘 하겠냐 싶지만, 이제부터 태스크 포스 373은 조금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 * *

“전 구축함 어뢰 발사.”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의 명령에 전단의 모든 구축함들이 사이클론 어뢰를 발사했다. 8척에서 4발씩 모두 32발, 질량 가속 병기인 이 어뢰들은 샤다이에게 비교적 효과적인 무기다. 그녀는 처음부터 신병기인 입자 빔포를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저편의 샤다이들은 전열함 4척에 모니터함 1척이다. 어뢰 명중까지는 1분 남짓, 놈들은 갑자기 나타난 42전단에 놀란 듯 허둥지둥 대형을 짜고 있다. 아예 한 전열함은 함체를 돌리는 과정에서 벌써 포격을 시작해버렸다. 연방 전함의 주포를 능가하는 플라스마 포격이 엉뚱한 곳으로 뿜어져 옆에 있는 모니터함에 맞았지만, 놈들은 플라스마 공격에는 면역이라 아쉽게도 별 탈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실력은 엉망진창이네요.”

부관 발렌티나가 말했다. 단순히 화력만 따진다면 저 샤다이들의 화력은 42전단을 압도한다. 방어력 또한 대단해서 연방은 샤다이 상대로는 기존의 주력 무기였던 플라스마 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실력 덕에 연방은 놈들과 싸울 수 있었다.

“그래, 실력이 말이지.”

대답하는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은 머릿속으로 리퍼를 떠올리고 있었다. 놈들은 저들과 같은 샤다이에 비슷한 무기를 쓰지만, 그것을 제대로 다룰 줄 안다. 만약 리퍼 위주의 적함이 나오면 전투는 상당히 위험해질 것이다.

공격받은 샤다이들은 날아오는 사이클론 어뢰를 보고 요격하기 시작했다. 전함 주포의 일격이 대공포마냥 퍼부어지지만 형편없는 실력 탓에 명중탄은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어뢰들도 각자 역장방어막과 대공포를 사용해 적의 요격 사격에 대응했다. 중구난방의 포격들은 어떤 것은 어뢰로, 어떤 것은 42전단 쪽으로 날아왔다.

어뢰가 가까이 갈수록 샤다이의 대공 포격은 더욱 치열해져서, 놈들에게 명중한 어뢰는 32발 중에 고작 2발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각 함의 포격 정보 갱신했습니다.”

기함 이그젝틀리의 함장인 리술 대령이 보고했다. 어뢰들이 수집한 정보를 함대의 링크로 갱신한 것이다. 애초에 방금 발사한 어뢰들에게 있어 공격은 부가적인 목표였고, 주목표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시에라 1과 샤다이 함선 주변의 중력장 및 기타 포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초의 어뢰 공격 다음으로 연계되는 미사일이나 코일건 포격이 없었다.

“목표 배정.”

전단장의 명령에 따라 선두에 나선 순양함들의 입자 빔포가 샤다이 함들을 조준한다. 조준이 완료되자 재차 명령이 내려졌다.

“입자 빔포 발사!”

발포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광속의 화선이 일제히 그어져 샤다이 함선에 명중한다. 그 광경에 연방의 승조원들은 어색함을 느꼈다. 샤다이 특유의 방어막 반응이, 그 지긋지긋한 푸른색 섬광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장갑에 직격한 입자 공격은 아광속의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를 흩뿌려 파괴를 일으켰다.

42전단의 연이은 사격에 벌써 전열함 한 척이 대파되었고, 모니터 함은 아예 함체와 포신이 분리되어 떠돌다가 폭발한다. 전투지휘실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롱소드를 출격시켜.”

명령을 내리는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의 시야에 이쪽으로 날아오는 플라스마 포격이 보인다. 그러나 중력 충각을 작동한 두 척의 구축함이 나서 포격을 튕겨냈다.

나머지 구축함들은 대형을 짜 샤다이를 향해 돌진했고, 그 뒤로 호위 항모들이 고속으로 가속해 나아간다. 이어서 모함의 가속력을 이어받은 롱소드들이 일제히 발사되어 날아오른다.

“373쪽에도 출격 요청을 할까요?”

발렌티나가 물어봤다. 태스크포스 373에도 롱소드는 있다. 그것도 연방 최고 실력을 가진 에이스가 둘이나 있는 것이다.

“아니, 373쪽에 통신 연결해. 팀장 쪽으로.”

전단장의 앞에 빈우의 통신 화면이 연결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전단장님.

“김 팀장, 태스크 포스 373은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빈우는 예상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전세에 생각했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42전단의 입자 빔 포격에 샤다이 함대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이런 상황에 블랙 랜스나 롱소드들이 끼어봤자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지원은 필요 없을 것 같고, 궤도 포격을 바로 하지 않는다면 시에라 1의 정찰을 하겠습니다.

“고맙네. 하지만 그런 것은 우리 전단 정찰기들에게 맡기면 돼. 굳이 자네 팀이 나설 필요 없어.”

시에라 1의 정찰은 샤다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장거리에서 행해졌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는 적은 편이다.

-아닙니다. 궤도 포격이 시작되기 전에 저희 팀이 강하해서 요인이나 중요 자료를 가져올 계획입니다.

“…응, 아니 뭐라고?”

의외의 말에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이 잠시 말을 잊었다.

-궤도상의 적함이 모두 제거된 것 같으니 태스크 포스 373의 지상팀이 내려가서 지상에 있는 중요 샤다이나 장비, 자료들을 가져오는 겁니다.

샤다이의 장비와 자료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궤도 포격은 조금 늦출 수도 있다.

“괜찮겠나, 김 소령?”

42전단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작전 목표의 황폐화다. 빈우가 말한 목표물은 가치가 높아도 부목적인 셈이다.

-저희 팀은 그걸 위해 생긴 겁니다.

빈우의 말마따나 애초에 태스크 포스 373은 이런 작전을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스크로도프스카 전단장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김 팀장. 포격 시간 전까지 작전을 완료하도록. 건투를 빌지.”

-감사합니다.

통신이 끊기고 블랙 랜스가 부스러져가는 샤다이 함대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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