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95화 (193/301)

195화

“대단하군.”

태스크 포스 373의 작전을 보는 42전단의 장갑보병 전대장 데이먼 중령의 입에서 솔직한 감상이 나왔다. 태스크 포스 373의 모함인 블랙 랜스는 궤도 포격을 했다가 지상의 방어막에 막히자 즉시 함축포로 전환했다. 그러면서도 함은 등속도로 측면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옆으로 이동하면서 쏘는 함축 코일건의 포격들은 정확히 목표물로 빨려 들어가 방어막과 적 시설을 무력화했다. 그사이 사각으로 빠져 들어간 그라디우스와 롱소드는 적 기지의 취약 부분으로 진입해서 지상팀을 강하시켰고, 이어서 롱소드가 상대적으로 추력이 약한 그라디우스를 뒤에서 밀어붙이며 고속으로 빠져나갔다.

마치 최고의 요리사들이 모여 하나의 풀코스 요리를 낸 것 같은, 멋진 흐름이었다.

“롱소드 솜씨도 보통이 아닌데요? 전단장님이 욕심내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부전대장인 요한 비트겐슈타인 소령이 다가와 말을 건다.

“아룹 라마누잔 원사에 위르겐 그 자식까지 있다면서요?”

아룹 라마누잔이라면 단검뿔 토끼뿐만이 아니더라도 특수전 사령부 내에선 꽤나 유명인사고, 위르겐 도른베르거는 뱅가드에서도 아주 모범적인 대원이었다. 물론 그 모범이란 뱅가드에서의 기준이다.

“또 373팀엔 파트리샤 피아프 중위도 있다.”

“그 인필트레이터 말입니까?”

부전대장이 대답은 했지만, 자세한 것까지는 잘 모르는 눈치라 전대장이 말을 덧붙였다.

“그 왜 있잖아. 행성 총독 똥구멍에 수류탄을 박은-.”

“아이고, 그 미친년이 걔였습니까?”

내막을 들은 부전대장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파트리샤는 적대 종족과 내통하여 개척민과 연방의 영토를 팔아먹으려는 총독을 ‘개인적으로’ 응징했던 적이 있었다. 그 절차의 문제 때문에 특수전 사령부 전체에 군기 및 민간인 폭행에 관한 공문이 내려와서 분위기가 조금 흉흉해졌다. 물론 전임 사령관인 시슬 사령관이 관계자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뒤집어엎고, 현 사령관인 조지 레드우드가 균형에 맞게끔 총독 놈의 입에도 수류탄을 먹여주는 덕분에 일은 부드럽게 처리되었다.

“그런데, 전대장님께선 저쪽 팀장님과 아는 눈치입디다?”

“닉스 3레벨 과정에서 만난 적이 있어.”

“오호.”

닉스 3레벨은 지원이나 선발이 아니라 실제 작전 도중에 평가된다. 그렇게 뽑힌 최고의 요원들은 다시 여러 실전을 거치며 교육받고 단련된다. 눈앞의 데이먼 중령은 비록 닉스 3레벨에서 탈락했지만,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3레벨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의 출중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전대장은 자신의 상관이 했던 작전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딥니까, 목타하? 아니면… 혹시 위은쓸납학?”

“위은쓸납학.”

전대장의 짧은 대답에 부전대장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전대장이 말을 했다.

“그 친구, 위험해.”

다시 돌아온 부전대장의 시선은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고, 전대장은 그에 응했다.

“김 소령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려는 버릇이 있어.”

“선구자는 괴롭지요.”

그 말에 데이먼 중령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얼핏 듣기론 강한 자엔 강하고, 약한 자엔 약하다면서요?”

부전대장의 말은 딱히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데이먼 전대장은 자세히 정정해 주었다.

“적에겐 강하고, 아군에겐 약하다, 겠지. 흥, 그래봤자 주변의 강한 놈은 다 적으로 만드는 놈이니까.”

왠지 전대장의 심기가 불편해지려 하자 부전대장 클림트 소령이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우리 기회는 없어 보이는군요.”

지금 373의 지상팀이 하는 작전은 솔직히 뱅가드에겐 무리인 작전이다. 기동 강습이 장기인 뱅가드가 이런 작전을 못 한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할 필요는 없다. 뱅가드는 전선에 가장 일찍 투입되지만, 동시에 가장 늦게 철수하는 부대기 때문이다. 부대 특성상 후퇴란 개념이 희박하고, 신속한 철수나 뒤쪽으로 전진이란 단어도 생소하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궤도 포격이 시작될 거다.”

전대장의 말에 답하듯 42전단은 샤다이의 잔당처리를 하며 시에라 1로 나아가고 있었다. 롱소드들은 생존자와 남은 샤다이 기체를 처리하고 있었으며 순양함들은 행성 공격용 폭탄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42전단이 폭격 위치로 갈 때까지 373 지상팀은 목표를 회수해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 뱅가드 무리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오, 저놈들 지상팀과 회선을 연결해서 보고 있군요.”

무리 지은 대원들 위로 위르겐의 어벤져가 촬영하는 영상이 나온다. 373 지상팀이 사격을 하며 돌진하자 스팸 셋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신형 입자포로 무장한 함대와는 달리 태스크 포스 373의 지상팀은 코일건을 쓰고 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스팸 셋을, 아니, 이젠 벌써 다섯을 쓰러트리는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세 명이 번갈아 가며 한 목표를 집중 사격해 방어막과 장갑을 순식간에 깎아 먹고 마무리로 대가리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샤다이의 지상부대 한 무리는 제대로 저항해보지 못하고 전멸했다. 거대한 다리를 제트팩으로 뛰어넘어 착지한 373팀은 거기로 달려오는 또 다른 스팸들을 맞이했다. 위르겐의 중화기 사양 어벤져가 화력을 쏟아 스팸들의 발을 묶어놓자, 그때 신형 장갑복이 하나 튀어 나갔다.

“저거 컨커러 아닙니까, 우리 애들이 시험 상대 해준 거.”

장갑복의 정체를 알아본 부전대장이 혀를 찼다. 그는 컨커러의 기동 실험에 차출되었다가 개고생한 부대원들의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참가했던 인원들은 상대하는 컨커러들이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추는 이상 작동을 보였다고 했다.

“움직이는 관짝이라던데요.”

“과학기술국이 바보도 아니니까 그사이 개량을 했겠지.”

데이먼 중령의 말에 비트겐슈타인 소령은 문득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과학기술국은 위은쓸납학에서 지상으로 강하한 뱅가드의 두 전함을 합쳐 원더풀 뷰티풀이란 기상천외한 쌍동 전함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바로 지금 뱅가드 대원들이 타고 있는 배다.

“방어막이다!”

대원들의 소리에 비트겐슈타인 부전대장의 시선이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거기엔 373 팀원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샤다이 방어막이 보였다. 지상팀원은 가진 화력을 쏟아 부었지만, 어지간히도 단단한 방어막인지 개인화기를 모아서는 답이 없어 보였다.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군. 하긴 방어막이 있다면 중요시설이란 의미일 테니까.”

데이먼 전대장의 말마따나 373 팀원은 막힌 방어막을 뚫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공의 롱소드나 궤도상의 블랙 랜스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신형입자포로 뚫어줄 것이다.

그때 컨커러가 등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길쭉한 포신이 세 개로 분리되어 접혀있던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 완성되고 컨커러의 어깨에 걸쳐진 그게 뭔지 알아본 비트겐슈타인 부전대장은 나지막히 비명을 질렀다.

“…씨발.”

포신을 전개한 컨커러는 그것을 어깨에 견착하고 바로 발사했다. 함포나 롱소드에 달 신형입자빔포가 장갑복에서 발사되는 진귀한 광경에 뱅가드 대원들은 잠시 넋을 잃었고, 곧이어 환성을 질렀다.

“조오오오올라 멋져!”

대번에 대원들 무리에서 환호성과 함께 꽤 큰 소란, 난동이 일었지만, 장교들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라 딱히 제재를 하진 않았다.

“발사 섬광이 너무 큰데, 소형화의 부작용일까요?”

부전대장이 걱정스러운 감상을 말했다. 보통 입자빔포는 발사 때 저런 반응이 나질 않는다.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기 대기 중의 입자와 반응해서 터진 거잖아?”

“네에?”

전대장의 설명에 놀란 비트겐슈타인 소령이 다시 화면을 살폈다. 저쪽 샤다이 건물이 붕괴되어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발사한 컨커러도 스파크를 뿜어내며 뒤로 자빠져 있었다. 포구 앞에서 터진 폭발에 휩쓸린 것이다. 전차나 전투기라면 어찌저찌 버틸 수 있는 부작용이지만, 장갑복에겐 꽤나 치명적이다.

“회선 연결해봐.”

데이먼 전대장은 한때 전우였던 빈우의 안위가 걱정돼 통신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때,

-개애애애애애애애애씨이이이이이이이바아아아아아아아알!

빈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뱅가드의 머리 위에서 터져 나온다.

-내가 씨발! 내가, 이럴 줄 씨발! 모니카 이 씨발. 알았어! 알고 단 내가 씨발이지!

“……회선 꺼.”

화면 속에서 조용해진 컨커러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날아갔다. 그리고 넘어진 샤다이를 짓이기고 그 등에 진동나이프를 천천히 박아 넣었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에 방어막은 작동하지 않았고, 느리지만 강한 힘으로 짓이긴 나이프는 척추부터 시작해서 골반까지 서서히 발골했다. 그리고 죽은 스팸을 그대로 들고 방패 삼아 약진한다. 날아오는 플라스마를 스팸의 시신으로 막으며 나아가는 컨커러의 위로 그라인더가 날아서 뛰어넘었다.

이어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전차를 썰어버리는 플라스마 대검이 날아오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라인더와 컨커러는 스팸들에게 몰려 뒤로 빠지나 싶더니 잔해 모퉁이 뒤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어벤져의 중포 사격이 쏟아져 스팸들의 뒤통수를 갈겼고, 방어막이 소실되고 넘어진 스팸들은 돌아온 두 장갑보병의 마무리에 숨통이 끊어졌다.

* * *

-너무 많습니다.

아룹의 말대로 샤다이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리퍼가 한둘만 섞여 있어도 위험해진다.

-중요한 시설이란 반증이죠.

현재 지상팀이 강하한 곳은 샤다이의 전함이 생산되고 있는 공장이다. 이 생산 시설의 기술력이나 자료, 정보들을 뽑아갈 수 있다면 엄청난 수확이다.

-또 방어막입니다.

위르겐이 말했다. 녀석이 날린 포격이 저쪽에서 노란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모두 비켜. 입자포 쏜다.

-괜찮겠습니까?

나서는 빈우를 아룹이 만류한다. 방금 전의 포구 반응에 빈우의 컨커러가 휩쓸린 것이다.

-이번에는 스핑크스를 방패로 하고 쓸 겁니다. 아까는 동력이 모자라서 방어막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랬지, 이젠 괜찮을 겁니다.

그러면서 빈우는 다시 입자포를 조립해서 어깨에 걸쳤다. 스핑크스도 방패 형태가 되어 방어막을 전개한다. 다른 두 팀원이 엄폐물 뒤로 숨은 것을 확인한 빈우는 다시 입자포를 발사했다. 이번에는 여러 대비가 무색하게 아무런 부작용 없이 포가 발사되었다. 원래 방어막의 노란 섬광이 있어야 할 곳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 뒤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주변이 날아가며 방어막도 사라지는 게 보였다.

-화력 한번 끝내주네.

위르겐이 휘파람을 불면서 걸어 나왔다. 지금 컨커러에 쓰는 입자가속빔포는 원래 함선의 부포로 쓰이는 놈이니만큼 위력 또한 발군이다. 다만 컨커러 정도의 동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니미, 포를 쐈는데 장갑복 캐패시터가 터지는 건 무슨 경우야.

빈우의 투덜거림에 어벤져가 달려와 컨커러를 일으켜 세운다.

-팀장님,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보다시피 여차저차 되는데, 포는 더 이상 못 쏘겠다.

373팀은 다시 주변의 적들을 소탕하며 앞으로 나갔다.

-이거 잘하면 앞으로 전차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뜬금없이 나온 빈우의 말에 아룹이 뒤돌아봤다.

-교리가 바뀐다는 말씀입니까?

-적어도 샤다이에 한해서는요. 이 입자빔포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지금도 연방에 전차는 있다. 다만 쓰임새가 애매해서 나설 기회가 적을 뿐이다. 현재 연방은 적이 있으면 먼저 전함들이 나서서 공격하고, 지상의 적과 고위험군은 궤도 포격으로 박살 낸다. 다음은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내려가 정밀타격을 한다. 최후의 섬세한 작업은 장갑보병들이 내려가 마무리 짓는다. 물론 여기엔 지상의 정복자인 전차도 있다.

다만 전차는 외계 종족을 상대할 때 수지가 맞질 않았다. 위은쓸납학 상대로는 제법 재미를 봤지만 스퀵테르 상대로는 고전을 했고, 샤다이 상대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놈들의 개인장갑복인 스팸이 연방의 주력전차를 상대로 비등하거나 우수한 공방 능력을 가진 것이다.

-저쪽에 먼지구름!

아룹이 발견한 표적이 두뇌 통신을 통해 팀원들에게 공유된다. 투명상태로 접근하던 놈이 주변에 날리는 먼지를 신경 쓰지 못하는 바람에 들통 난 것이다. 곧바로 날아간 팀원들의 사격에 스팸 하나가 데굴데굴 구르더니 파랗게 터졌다.

이렇듯 전차급의 능력을 가지고 모습까지 감추는 샤다이를 상대로 연방이 내민 카드는 장갑보병이었다. 유인기와 무인기를 섞어서 투입된 장갑보병들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전장에 잘 적응했고, 훌륭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상대에게 특효약이 있다면 바로바로 처방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놈들의 방어막을 무력화할 입자가속빔포가 있으니 다음에 필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할 지상 플랫폼이다. 바로 넉넉한 전력을 지닌 전차다.

-여기가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위르겐의 말대로 373 지상팀원 앞에는 거대한 함선이 있었다. 그 거체의 크기에 어울리는 독에 올려진 샤다이 전열함은 지금 만드는 중이었다.

-이렇게 만든다고?

생산과정을 본 빈우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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