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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199화 (197/301)

199화

42전단의 출격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보급이 완료된 상태에 작전 목표도 명확하고 대원들의 사기 또한 폭발하니 거리낄 게 없었다.

정작 문제는 이를 펌프질한 태스크 포스 373쪽에 있었다. 전단의 여론을 출격 쪽으로 돌린 빈우가 오히려 여러 가지 트러블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거 빨리 넘겨야 하는데….”

빈우는 지금 블랙 랜스의 격납고에서 이번 전리품의 영상을 보며 보고서를 쓰는 중이다. 블랙 랜스는 샤다이 공장을 지반 째로 들어 올려 견인해 왔다. 덤으로 포로들도. 이것들의 중요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때문에 함부로 아무에게나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줄려면 정보사령본부 산하 과학기술국에 직접 전해줘야 한다.

“그래서. 니네 국장이 뭐라고 하디?”

빈우가 모니카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어째 대답할 사람이 안 보인다. 졸지에 격납고의 허공에 대고 질문한 빈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얘 어디 갔어?”

그러자 옆에 있던 위르겐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다.

“저기요.”

손가락이 향한 곳은 블랙 랜스 뒤쪽에 견인된 샤다이 공장이다. 대답해야 할 모니카는 아까 부머를 입고 할딱거리며 돌아다니더니 결국엔 지 혼자 날아간 모양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빈우는 한숨과 함께 쓰던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징조는 있었다. 모니카는 아까 지상팀이 귀환했을 때 빈우가 열변을 토했던 입자빔포의 부작용에 대해 건성으로 들었다. 평상시라면 빈우의 부상에 대해 걱정하며, 자신의 실수를 탓한 다음에, 장비의 보완에 매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샤다이 공장이라는 보물섬의 등장이 그녀로 하여금 아예 정신줄을 놓게 만들었다. 이어서 이번 작전의 수확을 과학기술국에 넘겨야겠다는 빈우의 말을 듣고선 그전에 목록표와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면서 공장으로 가겠다고 방방 뛰었다. 하지만 빈우는 흥분한 그녀를 말렸고, 웬일인지 모니카는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그것은 눈속임이었다. 보다시피 결국 장갑복을 입고 자기 스스로 날아가고야 만 것이다.

“위르겐 이 새끼야. 너 왜 뻔히 보고만 있었냐.”

팀장의 지목을 받은 뱅가드의 모범생은 서둘러 변명을 시작했다.

“에엑,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팀장님도 아시잖습니까. 대위님 눈 한번 돌아가면 못 말린다는 거. 처음에 어리바리했던 거 다 내숭이었다니까요.”

“그게 아니라 인마, 넌 걔 안 따라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지금 제정신이냐.”

“아까 우리가 그렇게 싹싹 훑었는데 위험한 게 어디 있습니까.”

태스크 포스 373은 시에라 1의 지상에서 공장 주변을 샅샅이 긁어가며 싸웠고, 견인한 다음에도 이중삼중으로 검사했었다.

“야이! 거기서 제일 위험한 게 모니카라고!”

그제야 폭발물 속으로 핀 떨어진 뇌관 하나가 날아갔음을 깨달은 위르겐이 서둘러 장갑복을 입었다.

“빨리 가서 허튼짓 못하게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뜯어! 말리란 말이다.”

샤다이 물건을 봤다 하면 머릿속에 꽃피는 처녀가 샤다이 공장으로 들어갔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통신 날려봤자 소귀에 경 읽기니까 누가 한 사람 직접 가서 말려야 한다.

-말려요? 출력은 제가 딸리는데요. 뒤지고 오란 겁니까.

어벤져를 입은 위르겐이 투덜거리며 격납고를 나가 공장 쪽으로 향했다.

“주인님.”

아나스타샤가 커피를 내온다. 군용이 아니라 빈우의 방에 있는 기계로 직접 내린 커피다.

“응, 고마워.”

빈우는 커피를 마시며 마카롱을 삼켰다. 그 모습이 마치 입으로 연료를 주입하는 것 같다. 피부에 붙여놓은 영양팩들은 이미 쪽쪽 빨려 바닥에 떨어져 있다. 아나스타샤는 그것들을 치우며 주인을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상처는 좀 어떠세요?”

“다 재생되었어. 알탄훼아나는 어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빈우의 시선은 아나스타샤가 아닌 보고서에 가 있다. 원래 이런 줄은 알지만, 그리고 지금이 중요한 시기란 것도 알지만 안드로이드는 조금 서운했다.

“약물치료는 힘들어서 주로 정신상담 쪽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식 쪽으로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습니다.”

PTSD는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 충격이 너무나 심해 그 영향으로 신경계가 물리적인 손상을 입은 것이다. 신경계가 이미 손상을 입은 이상 정신력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잘린 팔다리가 정신력으로 붙지 않듯이, 이런 상처에는 직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연방의 군인들은 이런 상태에 대비해서 신경계를 보강해 놓고, 두뇌칩과 전투용 OS가 신경 전달 물질과 감정에 관련된 호르몬에 손을 쓴다. 설령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런 증상에 특효약인 약물 칵테일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

문제는 알탄훼아나가 샤다이라 이런 치료법들을 쓰기 힘들다는 거다. 비홀더 전대에서 고문당했던 상처도 외과 수리만 했을 뿐, 나머지는 자연 치유에 맡겼다. 하지만 이번 PTSD도 상담과 자연 치유를 하기엔 그녀가 가진 능력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경과는?”

“···느립니다.”

태스크 포스 373의 팀장은 비서의 말에 보고서를 쓰던 손을 잠시 멈췄다.

“다른 방법은 없나?”

“아직 샤다이에 대해선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차라리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가며 치료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물론 주인님께서 안 된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

보고서를 다 쓴 빈우는 마른세수를 했다. 아나스타샤는 이것이 갑갑할 때 하는 주인의 버릇임을 안다.

“좋아, 계속해서 맡길게. 아나스타샤.”

그 말에 안드로이드 메이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주인이 자신을 봐주길 바라며.

“네, 주인님. 그런데 보고서가 다 끝나···.”

-지금부터 본함은 점프에 들어갑니다.

아나스타샤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오르 함장의 함내 방송이 들려온다. 빈우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오르 함장에게 통신을 걸었다. 이어서 점프를 잠시 미루겠다는 방송이 나왔고, 빈우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롱소드 쪽으로 걸어갔다.

“주인님···.”

아나스타샤는 불길한 기시감에 자신의 치마를 꽉 쥐었다. 그러나 걸어가는 주인의 등을 향해 소곤거리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으음, 전투 후 하루도 휴식하지 않고 바로 재출격이라니요.”

우지가 자신의 롱소드에서 투덜댄다. 그러자 빈우가 대답했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리는 법 아니냐.

두들기는 게 샤다이 쪽인지, 아군 쪽인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뜨겁다는 것에는 우지도 동의했다. 그는 잠시 말이 없는 빈우가 자신의 롱소드의 계기판을 보면서도 동시에 블랙 랜스 쪽과 통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에라 7 공격을 앞둔 지금 빈우는 지상팀을 편성하고, 오르 함장과 작전 회의를 하고, 42전단과 전술에 관한 조율을 하면서도 우지 자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시다니까.”

-뭐가?

“아뇨, 모니카 대위님은 아직 거기 계신다면서요?”

-아니, 위르겐이 잡아갔어.

계속 조사하겠다고 버팅기는 부머는 자기보다 작은 어벤져에 제압당해 바둥거리면서 블랙 랜스로 끌려갔다. 샤다이 공장과 포로들은 방금 전 도착한 과학기술국 함선이 견인해 갔고, 모니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배웅했다.

“대단합니다. 미들급 장갑복으로 헤비급을 잡아가다니.”

우지도 어벤져를 입고 여러 가지 훈련을 했었고, 모니카와도 대련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의 자신이 출력 차이에 아무것도 못 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위르겐이 명색이 그래도 뱅가드인데, 그 정도도 못 하면 안 되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도 블랙 랜스는 다시금 순양함의 연동 게이트로 다가갔다. 그리고 순서대로 점프했다.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도착했습니다. 시에라 7입니다.

오르 함장의 통신을 들으며 우지는 롱소드의 HUD를 살폈다. 현재 좌표는 연방의 일반적인 항법 자료에는 없는 곳이다. 방금 42전단이 있었던 아퀼라 게이트도 위치가 기밀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료는 있었다. 하지만 이곳 시에라 7은 말 그대로 미답보의 지역이었다. 연방의 영역 바깥, 즉 샤다이의 영역인 것이다.

-적 행성과 함대의 정보입니다.

오르 함장의 통신 다음으로, 먼저 도착했던 구축함들이 정찰했던 정보가 속속 입력된다. 시에라 7의 행성 정보는 시에라 1과 비슷하다. 원래부터 이랬는지, 아니면 샤다이가 개조를 했는지는 몰라도 저 녹색과 청색이 뒤얽힌 행성은 인류가 살기에도 대단히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행성 위에는 작은, 그리고 위험한 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점들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샤다이 함선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전열함 열일곱에 모니터함 여덟, 리퍼 함선이 넷!

빈우의 말에 우지도 긴장했다. 시에라 1에선 전열함 네 척에 모니터함 한 척이었다. 그때에 비교하면 거의 여섯 배에 달하는 숫자다. 문제는 리퍼 함선이 네 척이나 있다는 것이다. 저놈들의 성능은 전열함과 모니터함을 합친 다음 평균을 낸 정도다. 물론 함선의 성능 자체는 뛰어난 편이긴 해도 그게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준은 아니다. 정작 놈들이 위험한 것은 전술이다. 리퍼들은 제대로 싸울 줄 아는 놈인 것이다.

“정석적으로 나가는군.”

42전단의 움직임을 본 빈우의 감상이다. 점프를 마친 42전단은 진형을 정비하는가 싶더니, 바로 기동 사격 대형으로 재편성했다. 그리고 예비대로 편성된 순양함들은 후방으로 물러서서 게이트를 만들 준비를 한다. 오른쪽이 큰 비대칭 V자를 짠 함대 진형은 후방의 예비대가 제 역할을 한다면 학익진으로 볼 수 있다.

-포격 개시!

통신으로 전단장의 명령이 들린다. 포격은 오른쪽의 순양함들이 먼저 시작했다. 아까처럼 어뢰를 먼저 쏘지도 않았다. 아광속의 입자빔이 날아가 전열함에 명중했고, 이를 시작으로 포격 제원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어 공격은 점차 정확해져 간다.

쏟아지는 입자빔 공격으로 전열함 한 척을 순식간에 격침시켰지만, 그 이후로 시에라 1에서처럼 쾌진격을 하진 못했다. 바로 리퍼함들이 앞으로 나서서 방패막이를 자처한 것이다. 리퍼함들의 방어막도 입자빔포에 꿰뚫리긴 마찬가지였지만 함체를 회전하며 장갑의 피해를 줄이려 했다. 그와 동시에 리퍼들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리퍼들이 쏜 정확한 포격에 순양함들의 방어막이 일시에 날아갔고, 전열과 후열이 자리를 바꾼다. 그사이에 입자빔포의 사격이 늦춰졌지만, 기동은 멈추지 않았다. 우익의 순양함들은 샤다이 함선의 좌측으로 들어가며 포격을 계속했다.

그때 좌익에 위치했던 항모들은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시에라 7의 샤다이 함선 쪽으로 우회해 접근했다. 그쪽에 위치한 소행성대를 방패 삼아 접근하려는 것이다. 이를 눈치챘는지 모니터함에서 강력한 포격이 날아온다. 이 엄청난 플라스마는 암석군 따위는 통째로 지워버리며 뻗어 나와 항모들을 위협했다.

-김 팀장님, 태스크 포스 373은 좌익의 항모 쪽에 가세해 주십시오.

전단장 부관인 발렌티나로부터 협력 요청이 들어온다. 지금 당장은 태스크 포스 373의 지상팀이 활약할 일은 없으니 따르기로 했다.

블랙 랜스는 급히 가속해 우회하는 항모들에 다가갔지만, 안타깝게도 블랙 랜스는 이 거리에선 유효한 공격 수단이 없다. 코일건은 사거리 바깥이고, 신형 입자빔포는 블랙 랜스의 특성상 장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르 함장은 방어 드론을 살포하며 항모의 호위에 나섰다.

물론 모니터함의 공격은 일격에 연방의 전함을 소멸시킬 정도다. 방어 드론 따위론 답이 안 나오는 위력이지만 오르 함장은 이 드론들을 거리를 두고 몇 겹씩 겹쳐 운용했고, 주변에 암석군이 많은 덕에 모니터함의 포격 위력을 상당히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42전단 쪽 함재기들이 출격합니다.

좌익의 호위 항모에서 롱소드와 할버드들이 발진한다. 저마다 사이클론 어뢰를 장비한 것이, 폭격을 쏟아내는 것이 목표인 듯싶다.

“항모를 미끼삼아 모니터함의 포격을 이쪽으로 돌린 건가?”

빈우는 아군의 진형을 다시금 살폈다. 공격은 우익의 순양함들이 먼저 했지만, 순양함들은 포격대형으로 거리를 둔 채 이동할 뿐, 샤다이 쪽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격도 모니터함보다는 전열함과 리퍼함에게 가했다. 반면 좌익은 약간의 순양함, 구축함, 그리고 호위항모 두 척으로 이뤄져 있다. 호위항모들은 소행성대를 방패 삼아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모니터함의 시선을 끌었고, 모니터함의 거포가 이쪽으로 쏟아지자 재빨리 함재기를사출한 다음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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