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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46화 (244/301)

246화

빈우는 싱글싱글 웃으며 덱스터의 얼굴에서 이목구비를 하나씩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핫하하! 꼼짝도 못 하는 찐따 새끼, 다구리 깔 때 기분 어떻디? 응? 어때?”

먼저 덱스터의 콧구멍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턱이 가슴까지 닿는다. 피와 침과 비명이 흩날리며 덱스터가 발버둥 치지만, 압도적인 힘과 폭력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떻긴! 존나 좋네!”

빈우가 환호성을 지르며 덱스터의 귀를 뚫어주었다.

“뭐야, 뭐야! 저 사람 누구야!”

“악! 그놈이다, 그 사, 살인자다. 하다 지구의 살인자다!”

비명도 잠시, 그들 앞에서 펼쳐지는 인간 해체 사건에 개척민들이 기겁했다. 너무나도 잔인한 광경에 선뜻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놔, 놓으라고! 덱스터를 놔!”

누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지만, 빈우는 아랑곳 않고 자기 일을 계속했다. 오히려 머리를 때린 파이프가 휘고 그 반동으로 때린 사람이 저린 손을 부여잡는다.

“아이쿠 이런, 괜찮으십니까? 흠, 다행히도 부상은 없어 보이는군요. 조심하십시오.”

오히려 맞은 빈우가 정중한 얼굴로 자신을 때린 사람을 돌아보며 걱정했다. 허나 그 얼굴이 자신의 사냥감을 향했을 때는 잔인한 미소로 일그러진다.

“어때? 고통스럽지? 괴롭지? 덱스터라고 했나? 그 사람 정신을 헤집고 계단 내려올 때는 기분 존나 째졌겠다? 어디 한번 좆돼 봐라.”

빈우의 목적은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과 공포로 대상의 정신을 아예 붕괴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덱스터의 입에서 게워지는 토사물에 핏물이 올라온다. 바닥에 떨어진 피에 똥오줌이 번진다. 인간이 조각나서 바닥으로 흩어진다.

“돌려내, 네가 짓밟은 그 사람을 돌려내란 말이다! 그러면 고통 없이 바로 죽여주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이방인의 주변으로 개척민들이 달려들었다. 이웃을 구하기 위해 무의미한 발버둥을 친다.

“말려! 말려!”

“붙잡아! 당겨! 이 새끼 왜 이렇게 힘이 세!”

뒤늦게 개척민들이 달려들어 동료를 구하려고 한다. 때리고 잡아당겨도 소용이 없다. 그저 계속해서 덱스터의 육체가 흩어지고, 그의 정신도 같이 흩어질 뿐이다. 결국 찢어지는 비명도 점차 잦아들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바뀐다. 인간이 고깃덩이로 변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다음 차례가 누가 될지를 상상한 것이다.

“도망쳐! 도망쳐!”

동료를 구하려고 했건만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에 사람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때리고 차고 말려도 결코 빈우를 막을 수 없었고, 그들의 정신으론 더 이상 사람이 산채로 해체되는 광경을 마주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흩어지는 사람들의 물결을 거슬러 나아가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빈우의 팔을 잡았다.

“멈춰.”

간신히 정신을 차린 찰리 하나팔이 다가와 빈우의 팔을 붙잡은 것이다. 빈우는 자신의 팔을 잡은 찰리 하나팔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너 뭐 하냐, 이 새끼 샤다이라고.”

그 말에 찰리 하나팔이 흠칫한다. 샤다이라면 인류의 적이자 자신이 추적해서 말살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찰리 하나팔은 그 와중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죄 없는 피해자이자 인간을 죽이고 말았고, 그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무너지게 되었다.

“…인간이야.”

“아하아, 하긴 넌 이 눈이 없지.”

뭔가 깨달은 듯 납득하는 표정의 빈우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손에든 고깃덩이를- 한때 인간이었던 것을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선글라스 안의 빛이 사라졌다.

“이 눈 너한테는 이식이 안 될까? 뭐 안 되겠지. 나도 지금 몸이 변이 중이니까 샤다이 육체를 받아들인 거거든. 말하자면 인간과 샤다이 가운데에 있다고 할까. 육체강화는 많이 해봤지만 이건 또 색다른 기분일세.”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던 빈우가 찰리 하나팔을 보더니 싱긋 웃었다.

“두뇌 통신이 안되니 괴롭군. 들어가서 지금까지 못다 한 얘기나 할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찰리 하나팔의 다리에 겁먹은 개 찰리가 다가와 몸을 비빈다. 방금의 살인 장면은 개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래.”

찰리 하나팔이 개를 안아 들고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일한 외모의 둘은 식탁을 두고 마주 앉았고, 잠시의 침묵 후 찰리 하나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날 찾았지?”

“응?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선글라스를 벗은 빈우는 집안을 이리저리 신기한 듯 둘러보며 대답했다. 그래서 찰리 하나팔은 금빛으로 빛나던 눈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샤다이의 안구였다. 빈우는 샤다이의 눈을 구해서 자신의 눈에 대신 박아 넣은 것이다. 그리고 그 눈이 자신의 클론을 바라본다.

“군사정보국장인 이노우에 고토에게서 간접적으로 연락이 왔었어. 정확히는 내가 속한 부대가 조금 개판이 나서 손 털고 빠져나왔는데, 그때 잠시 오다 의원의 자료를 뽑았단 말이야. 솔직히 자료보다는 내 흔적을 남기는 게 목적이기도 했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찰리 하나팔은 연결이 끊기기 전 빈우와 공유했던 기록을 통해 대략의 상황을 유추하려 했다. 회선이 끊긴 지 오래되어 새로운 정보는 없었지만, 상황이 돌아가는 방향을 어떻게든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고토 국장이 자료를 갖다 바쳤더구만. 살기 위해 아등바등 끌어모아서 상원 조사위원회에 진상했는데, 중요한 건 거기에 군사정보국 요원이면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가공해서 보내주었단 거야. 행여 내가 살펴보기를 바라면서 말이지. 그중에서 걸작인 건 각지의 피자 타이거들이 모은 정보 목록들인데, 그 목록 자체가 암호였어. 고토 그 양반. 너 바로 끝까지 추적했었더라.”

그 말에 찰리 하나팔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흔적을 적극적으로 감추지도 않았고, 방비 또한 철저히 하지 않았다. 들키는 것은 순식간이었을 것이다. 이어서 빈우의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온다.

“너, 피자 타이거로 불리더라. 난 스파게티 드래곤이고 말이야.”

피자 타이거는 군사정보국의 위장회사, 스파게티 드래곤은 보안국의 위장회사다. 찰리 하나팔은 빈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그럼 넌 보안국으로부터 추적당했나?”

“그래, 그래서 손 털었어. 걔들하고 장단 맞추다간 일이 안 돼. 차라리 나 혼자 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빈우가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할 때, 찰리 하나팔은 그 말투와 몸짓에서 그의 진의를 알 수 있었다.

“동료들을 버린 건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하하, 두뇌 통신이 안 돼도 나름 정확하군. 그래,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단 말씀. 난 이제부터 고압선으로 줄넘기할 건데 애먼 사람을 전기구이로 만들 순 없지.”

찰리 하나팔은 그 말이 못내 불안했다. 빈우는 자신의 앞에 올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또 각오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뭐란 말인가. 그는 스스로가 만든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빠져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엔 빈우가 찰리 하나팔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았다.

“아무튼 거기 자료를 해독해보니까, 너 이 새끼 완전 자포자기했더구만. 몸통을 잡아야 하는데 깃털 좀 뽑았다고 징징 짜다가 이런 촌구석에 처박히다니. 뭐 이해해. 나라도 그랬을 거야. 아주 잠깐.”

아주 잠깐. 그 말에 발끈한 찰리 하나팔이 빈우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원본을, 그리고 자신을 만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사람을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빈우는 찰리 하나팔의 그 시선을 마주 보며 태연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고토는 그 자료를 내가 정말 찾기 쉽도록 만들어 놨어. 마치 내가 너를 찾아내서 만나도록 말이야. 자신이 직접 찾지 않고 나를 시킨 이유가 뭘까?”

그 질문의 반은 아마 빈우 자신을 향한 것인지 대답도 스스로 했다.

“놈이 원하는 것은 트리니티겠지. 그리고 그 열쇠가 나와 너의 만남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나 역시도 그렇고.”

찰리 하나팔은 잠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빈우가 말한 트리니티란 군사정보국 특유의 보안 방법인 트리니티 패턴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게 클론인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트리니티 패턴에는 동일한 뇌와 동일한 두뇌칩이 필요하다. 아무리 클론이라도 거기까진 안 된다.

‘클론인 자신.’

갑자기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찰리 하나팔은 빈우의 말을 끊고 질문을 했다. 응우옌 가에서 도망친 다음 매일같이 자문했던 질문이었다.

“기다려, 내가 만들어진 이유가 뭐지? 대답해.”

응우옌 중령은 찰리 하나팔이 아주 특별히 만들어진 클론이라고 했다. 태아를 성장촉진제로 급속성장시켜 만든 다른 울토르 클론과는 다르게, 물질생성기로 원본과 극도로 동일하게 만들어진 클론. 게다가 원본이 가진 유전적 결함까지 치유한 클론이었다. 찰리 하나팔은 자신이 추리한 사실을 두려워하며, 동시에 역겨워하며 말했다.

“네가 나를 만든 이유는… 만약을 위한 예비용 육체가 아닌가? 죽음을 넘어서 살기 위해서? 연방의 기술로도 기억을 옮기는 것은 힘들어. 하지만 기록은 얼마든지 옮길 수 있지. 게다가 너는 군사정보국 요원이야. 기억을 못 하는 대신 모든 것을 기록하지. 그래서 만약 자신이 죽게 되면 그 기록을 나에게 모조리 옮겨서 부활하려는 속셈 아니야? 똑같은 신체가 아니라 더 나은 신체로 다시 태어나려는 거 아니냔 말이다.”

찰리 하나팔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빈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흐음.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마치 억울한 오해를 받은 것 같은 표정이다.

“사실 내가 널 만든 목적은 나도 잊어먹고 있었어. 당연하지. 네 존재 자체가 트리니티 패턴으로 잠겨버렸으니 말이야. 근데 이것 봐라.”

빈우는 식탁 위에 있던 나무작대기 하나를 들어 보였다.

“보다시피 이건 그냥 나무작대기지. 하지만 이렇게 짝을 맞추면.”

그는 옆에 있던 같은 크기의 나무작대기 하나를 들어 둘을 가지런히 식탁 위에 놓았다.

“이렇게 한 쌍이 되어 식탁에 오르면 젓가락이라고 불리지.”

찰리 하나팔은 빈우가 말한 의미를 알았다. 그는 자신이 모은 증거로부터 답을 유추해낸 것이다.

“일 더하기 일은 이, 이 곱하기 이는 사. 문제에 수식을 곁들이면 답이 나오지. 그 답이 뭔지 알아? 내가 널 만든 이유를?”

긴장한 찰리 하나팔이 침을 꿀꺽 삼킬 때, 빈우의 입에서 그 답이 나왔다.

“내가 널 만든 것은 나보다 더 뛰어난 나. 보다 더 나은 빈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답에 찰리 하나팔이 얼떨떨해하자, 이해한다는 듯 빈우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금 연방에는 말이다. 나 같은 쓰레기보다는, 어릴 적의 트라우마에 잡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런 쓰레기보다는 훨씬 더 뛰어난 빈우가 필요하다.”

빈우는 쓰레기라고 말하며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보다 뛰어난 존재라고 말할 때는 찰리 하나팔을 가리켰다.

“어머니의 죽음에 오줌이나 지리며 우는 애새끼, 갓난아기인 동생에게 독약을 먹여 죽이고는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쓰레기, 자신을 키워준 누나에게 욕정 하는 등신. 그딴 게 과연 이런 중책을 맡아서 해낼 수 있을까? 응?”

찰리 하나팔은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하나둘씩 알아가며 차츰 이해할 수 있었다. 빈우는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지금까지 그는 가슴속 깊숙이 심어둔 트라우마를 자신의 의무감으로 억지로 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죄책감의 싹은 그가 나아가는 길마다 피어올랐고, 빈우는 자신이 이뤄야 할 사명감으로 이를 짓밟고 지나갔다. 물론 그 한계는 자신이 알고 있었다. 다른 이는 눈치채지 못할 미미한 실수지만, 닉스레벨3인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방이 처한 위기 또한 누구보다 더 자세히 알고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 더 훌륭한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너를 만든 거야. 더 뛰어난 빈우를. 그래, 네가 바로 진짜 김 빈우다. 내가 바랐던 이상이야.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난 철혈의 수호자.”

찰리 하나팔을 바라보는 빈우의 눈은 마치 실패한 삶을 산 부모가 자식에게 그것만은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자의 눈 같았다. 그 죄책감에 가득한 눈이 바라는 것은 희망이었다. 그런 샤다이의 눈을 마주 보고 있자 찰리 하나팔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왜….”

“너라면 내가 구축한 군사정보국의 파이프라인과 인프라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었으니까. 과거의 기억? 추억? 좆 까라지. 군사정보국에서부터 쌓아온 기록이면 닉스레벨 3의 김 빈우를 만들기엔 충분해. 그것을 실행하지 않은 건, 아마 네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그날, 난 너를 가동시켰다. 그건-.”

이젠 귀까지 이상하다. 찰리 하나팔이 느끼는 어지러움은 단지 정신적인 충격만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원인도 있었다.

“…흠, 너도 느꼈나?”

빈우 또한 뭔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는지 관자놀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예상한 것처럼 보였다.

“이제 알겠어? 이노우에 고토가 왜 나와 너를 이렇게 직접 만나게 했는지를? 아, 내가 말했었지?”

그러고 보니 이노우에 국장은 찰리 하나팔을 다 잡아놓고 내버려 두었다고 했다. 오히려 감춰놓고 원본인 빈우에게 주려고 했다고 한다. 트리니티 패턴을 위해. 원본 빈우가 찰리 하나팔의 앞에서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 영감. 내 머리 위에서 춤판을 벌였군. 나도 예상했지만, 고토 이 새끼는 설계를 다 마친 상태야.”

자리에 일어선 빈우가 찰리 하나팔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피부 접촉으로 서로 간의 두뇌통신이 접합되자 증상이 더더욱 심해진다.

“잘 들어. 이제 트리니티 패턴이 풀린다. 잠수 전의 나는 트리니티 패턴을 만들고 그것을 네 머릿속에 집어넣었어. 내 두뇌칩에 든 것은 더미일 거야. 네 쪽이 진짜지.”

찰리 하나팔은 이것을 자신이 듣는지 아니면 자신이 말하고 있는지 헷갈리고 있었다. 이것은 클론 두뇌끼리의 감정혼합을 넘어선 상태다. 피아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트리니티 패턴은 동일한 뇌와, 동일….”

그렇게 말하던 찰리 하나팔은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분명히 자신이 말하고 있을 텐데, 눈은 그 말을 하는 자신을 보며 듣고 있는 것이다.

“그래, 설마하니 트리니티 패턴을 이렇게 풀 줄 누가 알았겠어? 이제까지 인간 클론은 불법이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난 클론으로 얼마든지 실험을 할 수 있었지.”

말을 하는 것이 빈우인지 찰리 하나팔인지 점점 헷갈린다.

“내가 열쇠를 만들고, 너에게 자물쇠를 단다. 그리고 둘이 만나서 연다. 이제 된 거야.”

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두뇌와 두뇌칩이 서로 섞인다. 빈우와 찰리 하나팔이 직접 공진한 신경 신호로 트리니티 패턴의 해독키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빈우의 두뇌칩에는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그 키는 그대로 찰리 하나팔의 동일한 두뇌칩에 공유되어 물질생성기로 만들어진 동일한 뇌를 확인한 다음, 자물쇠에 꽂혔다.

그리고 그 순간, 2216년 6월 8일 03시 30분, 포말하우트 점프 게이트 안에서 일어났던 일이 마침내 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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