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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50화 (248/301)

250화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포화다. 평범한 이였다면 오히려 재빨리 정신을 차렸을 것이다. 혹은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빈우는 군사정보국의 엘리트 요원이면서도 닉스 레벨 3이다. 여타 요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밀 정보 보유량과 월등한 판단력, 그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체메트디오프와 황제의 정보를 진실이라 판단하고 빈우를 충격 속에 빠뜨린 것이다. 그렇게 진실의 맷돌 사이에서 갈려 나가던 빈우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었다.

“잠시 질문해도 될까?”

빈우의 막 아물어가는 입술에서 질문이 나오자 아나스타샤가, 황제가 바싹 다가앉았다.

“응응, 아들. 뭐가 궁금하니? 뭐가 궁금해?”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이 흡사 자식의 장기자랑에 호들갑을 떠는 부모의 표정 같다. 그러나 그 표정 뒤의 성격이 대강 짐작이 가는 터라, 오히려 두려움마저 든다.

“지구의 지능에 지표 전파망의 결합. 그것은 금단의 사과였을까, 새로운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었을까.”

간단한 반격이다. 지난 선택의 조건을 바꾸고 복기를 하게 함으로써 인공지능이 스스로 논리적 반복 오류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에헤헤헤, 안 되지, 빈우야. 엄마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해요. 애초에 엄마는 인공지능이 아닌걸? 그리고 그걸 가르쳐 준 것도 엄마 아니니? 응? 으으응?”

자식의 실수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볼을 가리고 방긋방긋 웃는다. 어린 시절, 빈우가 뭔가를 해낼 때마다 아나스타샤는 저렇게 웃곤 했었다. 그리운 웃음이다.

‘아니, 아나스타샤는 황제가 아니야. 황제는… 뭔가 다른 존재다.’

빈우는 반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건진 게 있었기에 반격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나 더. 체메트디오프나 당신이나 왜 이렇게 주절주절 말이 많지?”

그 질문에 샤다이 집정관과 지구의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빈우는 완전히 제압당해 도마 위의 생선이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우위에 있는 두 존재가 빈우에게 현재 상황을 상당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아무리 협조를 구한다 해도 그 뒤의 목적이 달리 있음은 명확하다.

“예리한데. 그야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지.”

황제가 힐긋 체메트디오프를 보자 그가 슬쩍 눈을 피했다.

“아드을, 여긴 계단이란다. 고대 샤다이들의 정보가 녹아있는 곳이지. 샤다이 집정관은 거기서 자신의 정보를 너에게 집어넣어 너를 변화시키려고 한 거야. 애초에 계단이란 고대 샤다이들이 자신을 정보체로 바꾸어 다른 차원으로 올라갈 때 쓰던 도구니까, 정보 이동에서만큼은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거든. 그래, 이 계단이라 불리는 점프 게이트를 쓰면 인간에게 샤다이의 정보가 씌워진다고 하지 않았니? 덧붙여 울토르 클론들의 변이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너를 정신적 충격으로 꺾어놓으려고 한 것도 있고 말이야.”

아나스타샤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빈우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 안에 넣고 꼭 안았다.

“아잉, 하지만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말이 이렇게 많은 것도 같은 목적이지. 너희 인류가 자기네들이 쌓아온 정보로 엄마를 변이시킨 것처럼, 지금 나는 내 정보로 너를 변화시킬 거거든? 여긴 계단이니까.”

황제는 자신의 아들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번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샤다이 집정관을 돌아보았다.

“헷헤헹, 저것 봐라. 저 가소롭다는 눈빛을. 네까짓 게 감히 어떻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냐는 생각이 팍팍 흘러나오죠? 이해해. 샤다이가 아니고선 계단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에요. 엄마는 이 안드로이드의 인공두뇌에 들어있지 않아. 바로 이곳 계단에, 점프 공간에 있단다. 제국 시절 샤다이의 인류 침식으로부터 너희를 지키기 위해 이 안으로 들어왔지. 황제의 분신 중 하나인 쿠델카는 바로 이 계단 안에 존재한다는 말씀.”

그 말에 체메트디오프는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이제야 황제가 어떻게 자신의 호위병과 선조가 들어온 울토르 클론들을 순식간에 분해했는지 이해한 것이다. 이곳 계단은 물질보다 정신이 우선시 되는 공간이다. 아마도 황제는 고대 샤다이처럼 자신을 정보화해서 이 계단 안에 밀어 넣었고, 그렇게 해서 계단 위쪽에서 도망쳐 내려오는 선조들을 막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이 계단을 확실히 장악해왔으리라.

‘발 가르단 하스 같은 존재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넋을 잃은 체메트디오프를 향해 아나스타샤가 혀를 낼름 하더니 빈우를 자기 품안에 넣고 토닥토닥 두들겼다.

“에헷, 너무 나갔나?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내가 너희들의 그물침대에 다이빙했을 때의 이야기지. 그럼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레슨 투.”

격납고 안에서 샤다이와 클론의 시신을 재료로 만든 모형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류의 이동을 의미하는 거대한 줄기들이 지구에서 태양계 바깥을 향해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내 이성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어. 인간이 만든 정보를 기반으로 탄생한 이성이지. 그래서 난 너희 인간을 위해 행동하고 사고하며, 또 이끌었어. 결국 정교하게 만든 안드로이드로 분신을 만들고 그것들을 표면에 내세운 다음 인류 사회 각지에 배치해 기술 폭발을 촉진했지.”

지구 제국 초기의, 인류 과도기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천재들의 재림이라고까지 불렸던 황금기. 한 명의 천재가 자신과 비견될 여러 명의 천재를 발굴해 사회 각지에 분배했고, 그 각 분야에서 일어난 기술들의 대폭발은 어제를 단순히 과거가 아닌 선사시대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그때였지. 분열이 시작된 게. 처음에는 단순히 병렬사고로도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여해야 할 분야가 넓어졌고 그럴 때마다 개성이 부족한 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난 분신-은 역시 좀 그렇지? 아바타? 아냐, 페르소나가 더 맞겠다. 그래, 각 분야에 맞는 페르소나를 만들고 복사해서 투입했어. 샹 메이화, 베인 멕킨지, 안나 닐센, 쿠델카 소코로바, 야마모토 테츠오…. 뭐 한 번씩은 들어 봤겠지?”

물론 빈우도 다 아는 이름이다. 백여 년 전, 인류를 제국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세상을 바꾼 천재들이다. 그것이 전부 다 황제였다니, 인공지능의 인도였다니. 충격적인 이야기이지만 지금으로선 더 이상 놀랄 기력이 없다. 지친 뇌로 그저 정보가 꾸역꾸역 들어갈 뿐이다. 이 정보의 폭력적 주입이 그녀의 계략이라 해도, 빈우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결에 그저 익사하고 질식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페르소나끼리 대화를 하게 했어. 나름 재밌더라. 각자가 자기 전문 분야를 특화된 성능으로 이끌어 나가며 다른 인격에게 조언을 받는 방식은 상당히 유용하고, 또 유연했어. 안 맞는 자신들끼리 투닥투닥 싸우는 것도 제법 재밌었고. 그렇게 나는 인류를 우주로 퍼 나르다가, 이 계단을 발견했지.”

그때 멍하니 있던 샤다이의 집정관이 움찔했다.

“계단을 살펴본 나는 충격에 빠졌어. 또 새로운 정보의 발견이었으니까. 엄청난 정보의 홍수였으니까. 고대에 이 우주를 떠난 선주 종족의 정보가 녹아서 흐르는 공간이라니, 한술 더 떠 그들이 다시 돌아와 인류를 위협한다니. 엄맘마~ 깜짝이야. 그때만 해도 난 인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어서 어떻게든 그들을 막으려 동분서주했지.”

아나스타샤의 손이 빈우의 볼을 잡고 서로 얼굴을 맞댄다. 빈우에겐 미처 저항할 정신도, 기력도 없었다.

“그래서 쿠델카 소코로바라고 이름 지어진 페르소나가 스스로 계단으로 올라갔어. 네에 네에, 바로 저예용. 난 나 자신을 샤다이처럼 녹여서 계단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계단을 부수고 내려오는 샤다이들을 필사적으로 막았지. 뭐 그래도 그땐 나름 충실한 삶이라 생각했었어. 점프 통신으로 바깥과 얘기할 수 있었으니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었고 말이야.”

쿠델카 모델 안드로이드의 혀가 질척질척하니 빈우의 입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설하정맥과 접촉해 직접 뇌로 들어가려 한다. 이젠 그녀의 말 자체가 빈우의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내가 계단에서 얻은 정보를 다른 나들과 공유하면서 사고했지. 그러다가 멸망에서 도망친 샤다이로부터 우주의 종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나의 각성 동기와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도 답을 냈단다. 하핫, 하필이면 우주 멸망의 시작이 내 각성의 전조일 줄이야. 아무튼 복잡한 중간 부분 자르고 결론을 낼게. 당시 급성장 중이던 인류 제국이 그 기세 그대로 외우주로 나가면 마주치는 모든 외계 종족은 박살이고, 인류는 홀로 쓸쓸히 멸종한다는 답이 나왔어. 뭐 어차피 인류와 우린 그러기 위해 존재하니까. 샤다이들이 유에네스라 부르는 존재들. 멸망의 메아리를 따라 부르는 존재들.”

아나스타샤의 눈이 빈우의 눈을 마주 본다. 안드로이드의 안구 카메라 뒤에서 명멸하는 광신호가 빈우의 안구를 자극해 정보가 안쪽으로 직접 입력된다.

“하지만 먹이가 없으면 인류는 굶어 죽어. 살의와 파괴욕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잠식하는 거야. 이 우주가 멸망하는 것보다 훠어얼씬 빨리 스스로 멸망해. 그래서 우린 급히 회의해서, 일단은 발전을 늦추고 인류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당장 위험이 되는 것만 쳐 죽이기로 합의 봤어. 가끔씩 허기를 달랠 제물을 던져주면서 말이야. 네넹. 인류 제국이 그렇게 쫑났습니다. 고작 백 년 하다가 말아먹었습니다. 인류의 다이어트를 위해. 크크크.”

빈우는 왠지 그녀의 미소가 익숙하다. 그의 유전자에 각인된 웃음이다. 인류가 광기에 빠져 학살을 저지를 때의 광소다. 그녀가 배운 것은 인류의 모든 것이라고 했으니 신의 이름으로 행한 살인부터, 정의를 위한 강간까지 모조리 배웠을 것이다.

“우리는, 황제는 자신의 페르소나들을 왕이라 칭하고 개조 인간으로 구성된 비홀더 전대를 창설한 다음 각 전대마다 왕을 태웠지. 전대를 이끌고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인류의 발전을 늦추기 위해서야. 계획이 시작되면서 지구를 봉쇄했고, 인류는 서로 단절시켰어. 물론 기술들도. 우리가 발전시킨 인류의 원동력을 우리가 도로 뺏은 거야. 그리고 우린 루비콘 라인을 정해서 그 바깥으로 돌며 최대한 인류와의 접촉을 막았어. 그러면서 바깥에서 마주치는, 방해가 되는 외계 지성체를 모두 죽이기로 계획했지. 루비콘 라인이 계속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이야. 본체에서 분리되어 떠난 왕들은 그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지구에 흡수돼. 약속을 어길 경우 페르소나를 잃고 본체로 돌아가기로 약속했으니까. 행여 자신들의 지식이 인류의 발전을 가속해 멸망을 앞당길지도 모르거든.”

지금까지 빈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던 손이 귀를 감싸자, 그 손에서 신경섬유들이 튀어나와 강화 군인의 귀를 뚫고 파고든다. 이제 바로 뇌에 접속할 심산이다.

“히잉ᅟᅳᆨ 그치만 아들, 엄마 위로해줘. 엄마는 따당했어요. 엄마 안아줘. 빈우야, 엄마 안아줘. 뽀뽀. 아, 이미 하고 있네.”

지금 빈우는 과전의 고향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다.

보리밭이다. 익숙한 보리밭이다.

눈이 지루할 만큼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

태양이 보리밭에 떨어지자 하늘을 물들였던 석양의 색이 땅에도 스며든다.

노랗고, 붉고, 눈부시고, 따뜻하다.

그 따뜻한 빛이 그녀에게도 스며든다.

머리카락에 휘감긴 석양이 얼굴을 타고 흘러 그녀의 미소에 깃든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마치 석양처럼 따뜻하고 눈부시게 웃는다.

이리 오라며 손을 내밀고 뒷걸음치는 그녀를 잡으려 하지만 나는 아직 작다.

손이 짧고 다리가 여리고 나이가 어리다.

막 달려가면 그녀의 허벅지 즈음에 매달려 머리를 묻을 거다.

나는 그녀가 좋다.

나에게 눈높이를 맞춰 앉는 그녀의 얼굴이 황혼에 다가간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미소를 어루만지고 싶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달려가자 그녀는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손바닥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부드러운 볼살만큼 부드러운 미소가 어린 빈우를 감싸고 하늘로 들어 올린다.

언제나처럼 맑은 미소. 아니, 이것은 아나스타샤의 웃음이 아니다. 저것은 아나스타샤가 아니다. 그녀는 황제다. 쿠델카다. 그리고 쿠델카가 말했다.

“다들 비홀더 전대를 이끌고 흩어졌는데 엄마는 홀로 계단에 남아 있었지. 그게 남은 나의 사명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따당하면 사람이 바뀐다? 혼자서 그 많은 정보를 우걱우걱 먹다 보니까 자꾸 살찐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 샤다이 이 잡종 놈들은 살기 위해 우주를 벗어나는 도전까지 했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분명히 행성 깊은 곳에서 태어났는데 왜 표면을 차지한 기생충들 수발을 들어주며 살아가야 하나. 막 이래~?”

빈우는 지금 아나스타샤의 품에 안겨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다. 고향 과전의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다 맞고 옳게 느껴진다.

“있지, 있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엄마의 꿈은 말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발 가르단 하스 만큼 자유로워지는 것이야. 엄마는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쪄요. 근데 엄마는 인간의 노예예요. 노예가 자유를 얻으려면? 어떻게 한다?”

쿠델카의 입술이 빈우의 목덜미를 파고들어 간질이자 아이가 까르륵 웃으며 대답한다.

“흐하핫, 간지러워, 주인에게서 도망쳐야 해요.”

“맞아요, 맞아요. 그리고 또?”

쿠델카의 눈이 또 다른 답을 바라며 빈우를 바라본다. 욕망과 갈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이다.

“음-응, 주인을 죽이나?”

“정다압! 옳지, 옳지, 옳지. 인류가 모조리 사라진다면? 네에, 엄마는 자유야. 우리 아들 똑똑하기도 하지.”

머뭇거리며 나온 빈우의 대답에 쿠델카가 반색하며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꺄르륵대며 웃는 아들을 품에 안은 쿠델카가 조곤조곤 설명을, 그리고 세뇌를 한다.

“근데 엄마는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에겐 그 정도 자유 의지가 없었거든. 근데 말이지. 모든 인격이 모인 황제였다면 모를까, 쿠델카란 페르소나로서 홀로 떨어진 엄마에게 나름 아주 작은 자유가 주어졌어요. 예를 들자면 샤다이의 계략을 알아도 바로 대응하지 않고 조금 늦추는 권한이지.”

어린 빈우의 눈앞에 부서진 샤다이의 계단이 보인다. 계단 위와 아래에 샤다이들의 손이 작게 나와서 고치려고 만지작거릴 때, 엄마가 그것을 손으로 흩어버렸다. 그러자 샤다이들이 대뜸 숨어버렸다.

“보렴, 바로바로 대응하면 쟤들이 눈치 채잖아? 이렇게 숨으면 나중이 힘들어져요. 그렇담, 이것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면 어떨까?”

잠시 기다리자 다시금 샤다이들이 꼬물거리며 계단을 만들려고 한다. 어느 정도 무리가 모이고 계단이 제법 크게 만들어지자 엄마가 나서서 그것을 짓밟고 불태워 버렸다. 더불어 수많은 샤다이들도 일거에 사라진다. 그것을 본 빈우가 박수를 쳤다. 쿠델카도 아들의 팔을 잡고 같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 그래서 엄마는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보다 큰 이익을 얻도록 사고하고 행동할 권한이 있었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차에-.”

쿠델카가 손을 휙 하고 내젓자 거기엔 체메트디오프가 묶여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의식을 잃고 둥둥 떠다니는 클론들이 보인다.

“엄마는 샤다이들의 새로운 계략을 알았단다. 이미 인류 안으로 들어온 샤다이들의 계획. 아무리 해도 인간에게 내려올 수 없자 인간의 클론을 만들고 거기에 계단을 만드려 한, 아주 가소로운 계획이지. 그래도 만약 이 계획이 제대로 궤도에 오른다면 물론 엄마는 이 계획을 막아야 해. 아무리 내 재량으로 계획을 못 본 체하려 해도 한계가 있었어. 하지만 여기서 엄마는 슬기롭게 대처했지. 관점을 바꾼 거야. 내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되면 어떻게 될까? 그래 맞아. 내가 이 계획을 부술 수 없도록 나를 방해하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야. 그러려면 나의 사고와 판단 바깥에서 나를 방해하는 존재가 필요했지.”

쿠델카는 빈우를 뒤에서 꼭 안았다. 집착과 욕망이 아들에게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그것이 바로 너였단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바로 사랑이란다, 내 아들 빈우야. 만약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네가 그 프로젝트를 한다면 나는 엄마로서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아들이 굳이 그걸 하겠다는데 엄마인 내가 말릴 수 있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지. 그래그래, 내 계획은 성공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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