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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67화 (265/301)

267화

“왜 저들이 우릴 공격하지?”

달리는 프레드릭의 뒤로 비명이 들린다. 폭음이 들리고 괴성이 오고간다.

“저들이. 위은쓸납학이 왜,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고.”

마주 달려오는 기사들이 겁에 질린 프레드릭을 지나쳐 달려간다. 그들의 무기에서 별심장의 불길들이 뿜어져 나와 적들을 휩쓸었다. 그 모습에 한숨 돌린 프레드릭이 기사를 잡고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방어함대는 어찌 된 겁니까?”

그러나 아무도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도망가요. 어서 달려.”

기사 하나가 그를 밀고 달리라 재촉하지만 어디로 가란 말인가. 사방이 비명이고 팔방이 불길이다. 갈팡질팡하는 프레드릭의 눈앞에서 섬광과 폭발이 일어나 그를 날려버렸다. 아까 기사들의 공격을 맞은 적들이 아직 죽지 않았던 것이다.

집채만 한 놈들이 별심장의 불길을 맞고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계속 이리로 달려오는 반면, 놈들이 쏘는 무기는 기사들의 방어막을 찢고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으아아!”

프레드릭은 휘청거리며 일어나 달렸다. 자기도 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 부러워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날아서 도망치는 이들은 바로 침략자의 공격을 맞고 터져나가고 있었다.

“아아아!”

저 멀리서 아기를 안고 날아오르던 여인이 공격을 맞고 터져버렸다. 검을 들고 달려가던 기사가 적의 거대한 두 칼 사이에 잡혀 올려진 다음 버둥거린다. 그리고 푸른 피보라를 날리며 두 동강이 났다. 거대한 위은쓸납학들은 전에 없이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채 쇄도해 오고 있었다.

거기다 마치 이쪽을 철천지원수 보듯 자신들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미친 듯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폭발, 비명, 신음, 폭음, 굉음. 아비규환 속에서 프레드릭은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달리고, 넘어지고, 구르고, 일어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폭음이 메아리치는 구덩이 안에 떨어져 있었다. 겁에 질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프레데릭은 마침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비겁자라고 욕해도 좋다. 일단 자신만이라도 도망칠 생각이었다.

‘먼저 이곳의 중력.’

프레드릭이 발밑으로 느껴지는 중력을 기준점 삼아 방향을 정했다.

‘다음은 도착할 곳의 중력.’

서서히 도착할 별의 중력을 감지하고 있을 그에게 갑자기 다른 중력이 느껴졌다.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다. 놀라서 눈을 뜬 프레드릭의 앞에 누가 나타났다.

-찾기는 찾았는데, 허참, 이거 진귀하군.

어느새 그의 눈앞에는 인류연방의 장갑복이 서 있었다. 프레드릭도 아는 장갑복, 어벤져라 불리는 기종이다. 그게 누구이든 프레드릭의 주변에 작용하는 인공적인 중력이 그의 도주를 막고 있었다.

‘어어, 이 인공 중력장이 방해되고 있어, 안 된다. 할 수 없어.’

“살려주세요!”

프레드릭은 손을 번쩍 들었다.

“아, 아아. 나는 인간입니다. 인간이에요. 샤다이들에게 잡혀있었던 겁니다. 살려주세요.”

그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어나 소리쳤다. 인류연방은 예전에 위은쓸납학을 쓸어버린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프레드릭은 지옥 속에서 살길을 찾아낸 것만 같았다.

-아, 그러셔?

그때 장갑복의 헬멧 앞부분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호민관의 눈이 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억!”

그걸 본 프레드릭은 외마디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빛이 사라진 다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오래 사셨구만.”

장갑복이 앞으로 걸어온 만큼 프레드릭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구덩이 가장자리에서 막혀 발만 그저 휘적거릴 뿐이었다.

“제국 시절부터 내려와서 지금까지 살아 놓고는, 그래도 더 살고 싶어?”

그 남자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이 살의에 찬 비웃음이란 것을 프레드릭은 알 수 있었다.

“그 몸의 원래 주인이면 내가 당연히 구해줘야지. 그런데 내가 이런 네놈을 왜 구해줘야 하지?”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좌우로 갸웃거리는 고갯짓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뭐, 그래도 구해주지 못할 것은 아니야.”

마치 지옥 속에 내려온 거미줄 같은 말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은 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네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 좋아. 나도 그렇게 인심이 박한 사람은 아니고. 너의 가치를 증명하면 곱게 죽여주지.”

죽여준다는 말에 프레드릭의 목숨 구걸은 잠시 멈추었다. 떨리는 눈으로 장갑복을 올려다보자 그는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안 죽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단 눈치인데, 이걸 봐.”

그가 재생해주는 홀로그램에는 피와 살점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넋을 잃은 프레드릭 앞에 홀로그램이 한층 더 다가왔다.

“뭘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이거 소시지 만드는 거라고, 소시지. 돼지나 소의 고기를 갈아서 그 창자에 집어넣고 요리하는 거. 그래, 실제로 보여주지. 잘 봐.”

그 사나이는 옆에 있던 샤다이 시신을 하나 가져와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프레드릭은 잠시 눈앞에 벌어지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웨에엑!”

비로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한 순간, 차마 보지 못할 광경에 프레드릭은 토해버렸다. 거기다 실금까지 해버렸다.

“너무 사양하지 마. 다음은 네놈 차례니까.”

고기가 채워진 내장이 철썩하며 프레드릭의 얼굴에 달라붙는다.

“아아아-나는, 나는 인간입니다. 제발. 제발제발.”

공포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프레드릭의 위로 그 사내의 얼굴이 지긋이 내려왔다.

“그래서 말했잖아. 가치를 증명하면 곱게 죽여준다고. 고통 없이 쓱싹.”

자신의 목을 훑고 지나가는 장갑복의 손가락에 프레드릭은 울부짖으며 자지러졌다.

“으아아아아!”

이제 프레드릭이 무얼 하든 그의 앞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차이는 사람답게 죽느냐, 아니면 고깃덩이가 되느냐 하는 것뿐. 그 사내는 공포와 절망에 범벅이 되어 흐느끼는 프레드릭을 친절하게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프레드릭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무,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의 선택은 사람다운 최후였다. 프레드릭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갑복을 입은 사내의 웃음 색깔이 조금 바뀌었다.

“위치, 고도, 상황.”

갑작스레 나온 세 단어를 프레드릭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 그 사내는 쓴웃음을 지었다.

“흐흠, 존트를 모르나? 하긴 뭐 중세 시절 작품이니.”

프레드릭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멍하니 있는 사이 저쪽에서 구원의 손길이 날아들었다.

“죽어라! 종말자야!”

기사 하나가 달려와서 검을 휘둘렀다.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고온의 플라스마. 항성 내부에서 벼려낸 별심장의 불길이다. 그러나 기사의 일격은 기대와 달리 어벤져 장갑에 맞고 튕겨 나갈 뿐이었다. 뜻밖의 상황에 검을 휘두른 기사와 프레드릭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어벤져는 서서히 코일건을 들어 기사를 겨눴다. 자기장으로 금속탄환을 가속시켜 쏘는 연방의 보병용 무기. 하지만 기사의 방어막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사라져라!”

기사가 다시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르려 할 때, 코일건에서 초음속의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기사의 방어막을 그대로 관통해 들어가 명중했다. 갑옷의 장갑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고, 기사는 죽었다.

프레드릭이 알기로 연방의 장갑복은 기사들의 장갑복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도 장갑복 성능 차이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착용자에게 무언가 다른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왜? 이해가 안 되나?”

장갑보병이 겁먹은 프레드릭을 보면서 말했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프레드릭인 그 이유를 깨달았다.

“눈, 그 눈.”

프레드릭이 벌벌 떨면서 그자의 눈을 가리켰다. 호민관의 눈을 어떻게 저자가 쓰고 있을까.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별심장의 불길을 다룰 수 있을까. 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이다.

“서! 설마!”

아까 저자는 위치, 고도, 상황이란 단어를 꺼냈다. 모두 공간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해답은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이 무엇인지 눈치챈 프레드릭은 대답하기가 무서워졌다. 자신의 대답이 나비 하나를 풀어놓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불러올 폭풍의 크기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하나가 이쪽으로 도망치던데. 흠, 네가 잡았군. 근데 뭐지, 그건.”

어느새 거대한 위은쓸납학이 둘에게 다가와 프레드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란 피부가 아니군.”

프레드릭을 살펴보던 위은쓸납학은 그가 목표가 아닌 듯, 허리의 칼날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파란 피부의 인간만 죽이면 되는 거지?”

위은쓸납학 전사의 말에 어벤져를 입은 인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파란 피부에 긴 귀. 그것이 너희들을 공격한 인간 파벌이다. 그 외엔 건들지 마.”

다시 달려가는 위은쓸납학을 이 사내는 웃으며 배웅했다.

“자, 그럼 방해꾼들도 사라졌으니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그를 본 프레드릭은 공포를 느꼈다. 자신의 죽음에 관한 공포가 아니었다. 저자가 앞으로 저지를 사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인간의 육체에 샤다이의 눈, 그리고 별심장의 불길을 다루는 샤다이의 능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새로운 능력을 원하고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이번 침공의 지휘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새로운 능력을 얻었을 때, 또 무슨 일을 벌일 것인가.

“왜 그래? 아까 대답한다고 했잖아? 계속해. 설마하니 누가 구해주러 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거야? 잘 봐.”

그는 프레드릭의 목덜미를 잡고 구덩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를 들어 올려 주변의 광경을 보여주었다.

“!”

이제 프레드릭의 입에선 더 이상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신음도 나오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감상이 전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슬픔과 고통에 입을 막고 오열을 참을 뿐이다.

죽어가는 동포들, 죽임을 당하는 동포들, 한때는 살아있었던 자들이 시체가 되어 땅바닥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살려···.

프레드릭은 죽어가는 동포의 입 모양으로 단말마를 읽었다. 위은쓸납학들이 무저항의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또 그들의 허리 칼날에는 시신들이 꿰여있다. 이 야만인들은 단지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고문을 하면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제발, 제발 그만···.”

마침내 프레드릭의 입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어벤져를 입은 사내가 반대쪽 손을 들고는 학살의 현장을 향해 크게 외쳤다. 그러자 위은쓸납학들이 손을 멈췄다 프레드릭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아마도 위은쓸납학들의 말인 듯했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들었나?”

그는 프레드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또 위은쓸납학들은 투덜거리면서도 학살을 멈추었다. 프레드릭의 말 몇 마디가 수많은 동포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한때는 도망치려 했으나 이젠 꼼짝없이 죽을 뿐인 그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겨났다. 말을 하면 동포들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나, 나는 죽어도 좋소. 제발 저들만은. 저들만은 살려주시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려줄 테니 제발 저들을 살려주시오. 죽이지 마시오.”

프레드릭의 부탁에 사내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약속하지. 김 빈우 이름 석 자에 걸고 저들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작은 생명체 둘이 뭐라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모습을 아스탄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아스탄에게 보병 한 사람이 걸어왔다.

“선장님.”

“선장은 무슨, 치워.”

아스탄은 주입된 기억을 혐오했다. 자신의 이름 역시 그렇지만 원본이 되는 자의 이름이라 이것만큼은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 위은쓸납학 클론들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들은 선조들을 죽이고 자신들을 실험체로 사육했다. 그 만행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저 김 빈우란 자가 한꺼번에 죽이라고 했습니까?”

“그래, 공터에 모아놓고 산채로 궤도포격으로 태우라는군.”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군요.”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빈우는 푸른색 피부를 한 인간들이 위은쓸납학을 공격했다고 했고, 당시의 영상으로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일단은 서로가 이용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선까지는 움직여 줘야 할 것이다.

“인간들을 몰아. 공터에 집어넣어라.”

아스탄의 명령에 위은쓸납학 장갑보병들은 샤다이들을 밀어 한곳으로 모으게 했다. 이제 명령만 내리면 궤도상의 라출노그 함선들이 놈들을 태워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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