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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타이거 스파게티 드래곤-278화 (276/301)

278화

수도방위함대의 궤도호위함 엄브렐러의 전투지휘실에서 함장 안토니오 피아프 대령이 지휘봉을 내던졌다.

“도대체 지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무슨 일이라고 하시면… 샤다이의 점프로 나타난 위은쓸납학들에게 의사당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부장인 인공지능 제임스가 심드렁하게 이죽댔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피아프 함장은 그저 끙끙거릴 뿐이다.

“지상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나?”

함장의 질문에 부장이 즉시 통신 내용을 띄웠다.

“수도방위사령부의 명령입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데, 요약하면 적이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모르니 맡은 구역이나 철저히 경계하랍니다. 수도방위사령관 음바 로모 대장께서 직접 못 박으시길, 허튼수작 말고 시킨 일이나 잘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저 밑은 어쩌고?”

피아프 함장이 가리킨 곳은 학살의 현장이다. 중무장한 위은쓸납학 보병들이 화성을 자기네들 앞마당처럼 쏘다니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물론 지상의 경비를 맡은 경찰들이 나름 중무장하고선 놈들을 막아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화력이 너무 차이 난다. 위은쓸납학 놈들은 경찰들의 공격은 아예 무시하곤 사냥감을 찾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 애들만 내려보내도 바로 정리되잖아.”

엄브렐러를 비롯한 궤도호위함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지상 병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만 내려가도 지상은 간단히 정리될 것이다.

“안 됩니다.”

하지만 제임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황이 상황이잖아.”

“명령은 명령입니다.”

제임스의 말에 피아프 함장이 끙하는 앓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입을 다물었다,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직접 명령이 내려왔으니 더 이상 뭘 어쩔 노릇이 없다. 그래서 화성의 궤도호위함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무시하고 행성 바깥을 노려보고 있었다.

“함장님.”

“왜 이 새꺄.”

약간 긴장한 제임스의 말에 피아프 함장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뭔데 그래?”

부장이 보여주는 자료를 곁눈질로 흘깃 본 함장의 고개가 바로 돌아가고, 그 내용을 보자 얼굴 전체가 자료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탄식했다.

“이게 뭐야.”

“뭐긴 뭡니까, 워프 비스트 아닙니까. 갑자기 워프 비스트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새끼야. 그걸 누가 몰라?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냐는 거지.”

제임스가 보여주는 화면 속에선 워프 비스트들이 날뛰고 있었다. 화성의 시가지에서 사람들이 워프 비스트로 변한다. 그리고 위은쓸납학들이 워프 비스트를 썰어버린다.

“설마, 위은쓸납학들의 고문 때문에 변한 것인가?”

“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제임스의 반문에 피아프 함장이 아차 하며 혼잣말을 한 입을 닫았다. 인간이 워프 비스트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극비사항이다. 제임스 정도 되는 인공지능도 모른다. 그들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식할 수 없는 지식인 것이다.

“저 자식들 무장을 살펴봐.”

피아프 함장은 지상을 공격한 위은쓸납학들의 무장을 살펴봤다. 대 샤다이 전용의 신형입자가속포와 근접 무장, 그리고 장갑은 주로 내열 방어 쪽으로 치중되어 있다. 즉 놈들은 처음부터 샤다이를 잡기 위한 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처음부터 이게 목적인가?’

안토니오 피아프 함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샤다이의 방식으로 나타난 위은쓸납학들이 샤다이를 잡는 무장으로 인간을 학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문의 여파로 인간이 샤다이로 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인간을 공격하진 않는군.”

“네, 뭔가 규칙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다만?”

“죄송합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합니다.”

제임스는 그 규칙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답을 구하진 못했다. 공격받는 자들의 공통점이라곤 연방정부의 정부 인사라는 것 외엔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위은쓸납학들은 상원의원이 눈앞에 있음에도 저 뒤의 사무관을 노렸고, 반격하는 경찰은 무시하고 워프 비스트를 잡아 죽였다.

지상의 침략자들은 무엇인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 * *

“이런 미친 새끼들이!”

수도방위사령관인 음바 로모 대장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다시 명령해!”

로모 대장의 명령이 연달아 화성 궤도에 있는 궤도 호위함대로 향한다. 내용은 즉시 장갑 보병을 강하시켜서 지상의 적군을 막으라는 것이다. 화성은 그 특수성 때문에 지상병력이 빈약하다. 때문에 지금 위은쓸납학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호위함대에서 장갑 보병들이 강하한다면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다.

“안 됩니다. 거부합니다.”

참모의 말에 로모 대장의 허리가 뒤로 꺾일 지경이다.

“크아악! 이 새끼들이 단체로!”

로모 사령관은 아까부터 장갑 보병을 강하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궤도 방어함대 쪽에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함부로 병력을 이동시킬 순 없단 이유로 계속해서 명령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 되겠다. 직접 바꿔. 그래, 안토니오를, 엄브렐러의 안토니오 함장을 연결해라.”

안토니오라면 수도방위함대의 기함 엄브렐러의 함장이고 수도방위사령관인 자신의 직속 부하다. 그라면 말이 통할 것이다. 로모의 명령에 참모들의 대답이 폭발한다.

“점프 반응! 샤다이의 점프 반응입니다. 바로 여깁니다!”

그러나 안토니오와 채 연결이 되기도 전에 이곳 지휘실로 샤다이들의 점프 반응이 생겼다. 그리고 중무장한 위은쓸납학들이 난입해 들어왔다.

“이런 썅!”

로모 사령관의 욕설과 함께 경비 로봇들이 응사하지만 먹히지도 않는다. 로봇들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거구의 위은쓸납학들이 지휘실의 기기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곳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데다 엄중한 경비태세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부의 경우고, 이렇게 지휘실이 직접 뚫려버리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다. 그놈의 빌어먹을 규정 때문에 이곳의 방어 병력이라고 해봐야 경비 로봇이 고작이고, 그 흔한 어벤져 한 기 없다. 덕분에 지휘실은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있다.

“각하! 이리로!”

부관이 격노한 로모 사령관을 이끌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어벤져 한기가 그들을 앞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벤져는 아군이 아니었다.

“자, 피차 일 크게 벌이지 맙시다.”

로모 사령관을 코일건으로 겨누고 있는 어벤져가 말했다. 부관이 로모 사령관을 지키려고 앞으로 나섰지만, 놈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어이, 저기 저놈.”

어벤져가 가리키자 위은쓸납학이 달려 나가 대상을 죽죽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로모 사령관은 그대로 지나쳐 달려갔다. 뒤에서 들린 비명은 잠깐이었고, 그 뒤로는 고기 뜯어지는 소리만 계속 들릴 뿐이다. 잠시 후, 참모 하나가 고깃덩이로 변했다.

“예상보다 적네?”

그런 고깃덩이가 두세 개 더 생겨나자 어벤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놈과 위은쓸납학들은 지휘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겐 일체의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놈들에겐 어떤 규칙에 따른 목표가 있는 듯했다.

“자, 나머지 처리하자.”

어벤져의 말에 위은쓸납학들이 칼날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에 지휘실의 사람들이 움찔했다. 그러나 놈들은 인간에겐 관심이 없었고, 지휘실의 기기들만 철저하게 부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실은 그 능력을 잃어버린다. 화성에서 일어나는 침공을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통로들도 전부 파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휘실의 이전은커녕, 탈출이나 구조대의 접근도 여의치 않다.

“다 됐으면 빠져나가자. 할 일이 아직 많아.”

어벤져의 손짓에 위은쓸납학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로모 사령관은 저 어벤져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게 저것은 음바 로모가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을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었던 우수한 장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닉스 레벨 3의 엘리트 요원,

“김 빈우? 설마 김 소령인가?”

로모 사령관의 말에 어벤져의 헬멧이 서서히 돌아갔다. 그리고 전면부가 열렸다. 드러난 얼굴은 역시나 로모 사령관이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샤다이의 안구가 박혀있었다.

“…당신 같은 눈치 빠른 꼰대는 싫은데.”

빈우의 저 말은 분명 무슨 의미가 있었다. 군사정보국에서 쓰던 피아판별법. 특별히 정해진 암호가 아니라 서로가 가진 문화적 프로토콜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로모 사령관은 그것에 어울리는 대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김 소령, 자네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어째서?”

그러나 빈우는 대답 없이 헬멧을 내리고는 주변에 모인 위은쓸납학들과 함께 사라졌다. 마치 샤다이가 하는 것처럼 게이트를 쓰지 않는 점프다.

침입자들은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들의 볼일만 치른 다음 갑작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여기에 남은 것이라곤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진들 뿐이었다.

* * *

“안 되겠어, 제임스. 내가 로모 사령관님께 직접 말해야겠어.”

보다 못한 피아프 함장이 통신화면을 열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조작을 하려고 할 때, 화면에 뜨는 심상치 않은 수치들을 보았다. 우선 중력장의 수치가 이상하다. 그리고 방사선 수치 또한 급격하게 치솟았다. 알고는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조합이다.

“함장님! 샤다이의 점프입니다!”

제임스의 말과 함께 샤다이 전투함들이 화성 궤도로 점프해 들어왔다. 모니터함이나 전열함이 아니다. 리퍼라 불리는 고성능 전투함도 아니다. 기존에 보이던 샤다이들의 전투함들보다 크고 훨씬 정교하게 짜여진 신형 전투함들이었다.

“이런 씨바랄.”

피아프 함장이 욕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화성에 나타난 신형 샤다이 전투함들은 한눈에 봐도 효율적인 설계와 무장 구성을 하고 있었다. 즉 지금까지의 샤다이에 비해 훨씬 강하고 위험한 놈들이란 뜻이다.

“공격 개시!”

함장이나 인간의 명령이 있기도 전에 인공지능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반응했다. 궤도호위함들에서 공격들이 뿜어져 나와 침입자들을 강타한다.

“…센데.”

피아프 함장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 이하의 피해다.

“세군요.”

지금 엄브렐러는 제임스가 화성의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직접 전력을 받아 전투상태로 기동시키는 중이다. 이 궤도호위함들은 장거리 항행 능력은 없는 대신에 화성 궤도에 있는 한 무적의 창이자 방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신형 샤다이들을 상대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중앙 함대가 옵니다.”

제임스가 중앙 함대의 위치를 보여준다. 궤도 저 멀리에 있던 중앙함대가 샤다이의 출현에 급히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궤도 방어병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제국시절에 설치된 화성궤도 방어시설의 작동에 대해 보고한다.

“뭐가 어째?”

아까부터 계속 엇나가는 상황에 안토니오 함장은 돌아버릴 지경이다.

“궤도 방어병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태양계의 각 행성에 설치된 궤도 방어병기는 지구제국의 물건으로 인류연방의 손에서 벗어난 물건이다. 다만 그 위력은 출중해서 궤도 방어병기가 연방군 중앙 함대보다 월등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저 신형 샤다이 함대라 할지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도대체 왜 작동하지 않는 거지?”

안토니오 함장의 고함에 제임스가 즉시 대답했다.

“방어병기들이 저 샤다이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태가 급박한지 제임스의 목소리에선 감정이 사라지고 차가운 목소리가 되었다. 그것이 안토니오의 등골을 더욱 서늘하게 만들었다.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궤도 방어병기는 인류외 우주선을 상대로 자동으로 작동하지만, 그 목표설정은 연방이 할 수 있다. 그래서 동맹종족의 우주선이 태양계로 진입할 경우엔 이를 설정해 공격하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누가 이 설정을 건드렸을까? 어떻게 이 설정을 건드렸을까?

“점프반응입니다. 비홀더 1전대가 화성 궤도상에 출현했습니다.”

제임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안토니오의 생각을 잘라버렸다.

“씨바랄.”

욕을 하는 안토니오의 눈앞에 그리폰을 비롯한 비홀더 1전대의 순양함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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