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마왕성의 평범한 일상(1)
눈이 떠지고 모든 사물들이 지표면과 직각인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 얼굴을 돌린 채 불편한 자세로 낮잠을 자다 깬 것이다.
이 곳 시간으로 3초의 시간 차로 귀환했지만, 난 분명히 긴 시간을 보내고 여기 다시 왔다.
"서방님. 잠이 깨셨습니까?"
내 귀를 간지럽게 하는 소프라노톤의 목소리와 함께 뺨을 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엘리자가 내 잠을 깨워준다.
기지개를 키며 책상에서 몸을 떼어 놓은 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응... 지금 몇 시지?"
"점심 시간이 지나고, 15분 후에 오후 수업이 시작됩니다. 식사 후에 식곤증 때문에 주무신 겁니까?"
"너무해요... 졸리시면 내 무릎 위에서 주무셔야지... 책상을 안고 주무시다니... 저보다 차가운 책상이 좋으신가요?"
하품하는 나에게 등에 가슴을 대며 리나가 불평을 한다.
"잘 때 체온이 낮아지는데, 그러다 감기 걸리면..."
"아무리 그래도 네 몸을 난로로 삼을 생각은 없어."
"앙~ 서방님은 너무 차가워..."
갑자기 제니스가 나에게 다가온다.
"피곤하시면 회복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내 몸에 손을 대려는 제니스의 손을 잡는다.
"그만! 성 밖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건 금지라 했잖아!"
"하지만 피곤하신 서방님을 이대로 두면 마야님에게 야단 맞습니다. 제 입장도 생각해 주세요."
나를 탓하는 제니스의 눈길에 한숨을 내쉰다.
"알았어. 그럼.."
제니스의 손을 놓고 눈을 감자, 내 이마에 여자 손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따뜻한 느낌이 몰려온다.
초급마법 힐링. 피로 회복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좋다. 순간 몸에 있던 피로감과 긴 여행에 있었던 마음 속 스트레스가 모두 씻겨 나간다.
눈을 떠보니 아직 제니스의 손이 빛나고 있다.
"마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서방님의 마음에 번민이 많은 것 같군요."
힐링의 빛이 어두워지자, 내 주위로 리나와 엘리자가 달려온다.
"서방님~ 무슨 근심이 있으세요? 제니스의 힐링이 이렇게 길게 걸리니, 혹시 어디 아픈 것은 아니죠?"
"서방님... 혹시 어제 제가 무슨 잘못한 것은 아니죠? 그렇다면..."
"아니야, 엘리자. 네가 무슨 잘못할 일이 없잖아?"
"그럼 왜..."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날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엘리자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치 주인의 손길을 즐기는 강아지처럼, 엘리자는 눈을 감고 웃고 있다.
갑자기 교실 구석에서 노려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날 노려보는 한 여성과 그녀 곁에서 아무 일 없는 듯 바라보는 한 여성. 둘 다 내 눈빛에 고개를 돌린다. 한명은 질렸다는 듯, 한명은 죄책감에 가득한 듯.
"어이, 현정씨. 그렇게 서방님을 보지 말라고 했잖아!"
질렸다는 듯 고개를 돌린 그녀가 다시 날 노려본다. 아니 내 손의 감촉을 즐기고 있는 엘리자에게.
"교실 내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고도 그런 소리를. 아무리 절조가 없어도 이렇게 막나가지?"
"뭐?"
엘리자가 현정에게 달려들려 하기에 난 손에 힘을 주어 말린다.
"그만! 교실 안에서 싸우지 말라 했지?"
"아아~! 또 시작이네. 현정이의 츤이. 어이 현정아. 너도 서방님께 사랑 받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하면 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질투하지 말고 말야."
리나의 말에 현정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누구에게 사랑 받고 싶어한다는 거지?"
갑자기 리나가 나에게 안겨와 자기의 입술을 내 입술에 가져간다. 그리고 키스를...
현정을 제외한 교실 내의 모든 여자들이 그냥 보고만 있다. 사실 그 이상 진행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하지만 현정은 얼굴이 벌개져 더 화를 내려한다.
그 때 옆에 있던 파르노가 그녀를 말린다.
"그만해. 리나가 이러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 그리고 우리도 같은 입장이니까..."
현정은 고개를 돌려 파르노와 눈을 마주친다. 파르노는 현정의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끌고 간다.
나도 화장실을 핑계로 교실을 나선다. 그 보다 급한 일이 있다.
................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내 뒤에 8명의 여성들이 따라온다.
향하는 곳은 학교 건물의 옥상.
오늘 내 양 옆을 차지할 사람은 리나와 엘리자. 그 뒤로 제니스, 티리스, 린, 페트리아가 차례로 따라오고, 현정과 파르노는 조금 떨어져 따라온다.
점심시간의 일이 있어 현정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 분위기를 느껴 뒤를 돌아보니 현정이 날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다.
옆의 파르노는 내 눈길을 피한다.
"서방님. 오늘은 리나와 엘리자를 위한 날입니다. 이 두 사람에게 집중해 주세요."
제니스의 지적을 듣고 왼쪽의 엘리자를 보자 불만이 낀 표정이다. 오른쪽의 리나는 별 상관 없다는 표정.
제니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제니스는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 일행 외에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올리고 마력을 주입한다.
순간 내 주위의 광경이 바뀐다. 건물 옥상의 콘크리트 벽면이 아니라, 각종 나무들로 둘러싸인 정원의 한가운데이다.
"오셨습니까, 서방님."
나에게 임신한 몸을 이끌고 마야가 다가온다. 뒤에 미야가 따라오고 있다.
난 다가온 마야를 안고 키스한다. 교실에서 리나와 다르게 꽤 오래 깊은 키스를 나눈다.
역시 현정은 고개를 돌리고, 다른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아앙! 너무해요. 오늘은 나와 리나의 날인데. 전 아직 서방님과 포옹도 못했어요. 그런데 마야님은 그런 키스를..."
나에게 입을 떼고 마야가 내 품에서 떨어진다. "그렇구나. 미안하다."
그런 마야를 난 품에 다시 안는다.
"난 네가 떨어지라고 허락하지 않았어."
내 말에 마야는 놀란듯하며 내 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난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마야는 너희들과 틀려. 나의 본처(本妻)이다. 그러니 모든 일의 우선권은 마야에게 있어."
그리고 다시 마야와 입을 맞춘다. 일부로 찐하게 키스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오늘도 대단하시네요. 서방님~ 그리고 오늘 저녁밥 메뉴는 뭐지?"
유리 깨는 목소리에 달달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선생님도 오신 건가요? 아직 퇴근 시간이 안 되었잖아?"
난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태도로 그녀를 바라본다.
조민지. 명성고교 우리의 담임선생. 올해 40세 노처녀, 아니 이혼녀. 나이를 숨기려 발악하는 떡칠화장과 옷차림이 눈에 거슬린다. 조금만 얼굴을 찡그려도 보이는 주름들이 그녀의 나이를 말해준다.
"그럼 이런 모습으로 있으라고? 내 본 모습을 빨리 찾고 싶어 온 거야. 마야님, 빨리 마법을..."
아무리 우리들의 선생님이지만, 여기 성 안에서 그녀는 부인들 서열의 7번째이다. 나는 몰라도 마야 앞에서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냥 넘기기 힘들다.
내 기분을 느꼈는지 제니스가 나선다.
"민지. 넌 이 안에서 무슨 무례한 행동이지?"
제니스가 민지의 손을 잡고 말린다.
실제로 마야가 민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아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서방님." 민지는 바로 나와 마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다. 하지만 목소리에 진실성이 적다.
솔직히 나도 민지의 저런 행동이 눈에 거슬린다.
"마야!"
내 화난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민지의 저런 행동,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러니..."
"그러니 어떻게..." 내 표정을 보고 마야가 긴장한다.
"벌로 다음 차례까지 마법을 걸지 마!"
내 말에 민지의 얼굴이 새파래진다.
"그건 너무해요. 어떻게 그런..."
"민지. 아직 네 잘못을 모르겠어? 네 퇴근 시간은 6시인데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지?"
"수업도 끝났고, 할 일도 없는데..."
"또 네 할 일을 옆 선생님께 떠넘기고 온 거잖아. 아니야?"
"전 서방님의 아내에요. 제가 그런 일까지 해야 해요?"
"정확히 7번째 아내지. 지금 네 행동은 마야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그래서 용서 못해."
마야와 민지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마야는 명성고교 이사장이야. 안 그래도 내 문제로 특혜다 뭐다 해서 뒷말이 많아. 그런데 너까지 이럴 거야?"
다시 숨을 들이쉬고 말을 잇는다.
"넌 학교에서 우리들의 선생님이야. 그건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의미야. 지금 보니 네가 그렇게 못하니 네 순서를 바꿔야 겠어."
그리고 시선을 파르노에게 향한다. 파르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피한다.
"더욱이 넌 여기서 어린 쪽에 속하는 사람이야.. 그럼 넌 어떻게 해야지?"
민지가 날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난 민지를 바라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마야!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 민지를 이대로 둬."
"그 말씀은 마법을 걸지 말라는..."
난 마야에게 고개를 돌려 머리를 상하로 움직인다.
"너무해요. 어떻게 그런.." 민지는 울 것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럼 아예 전처럼 할머니로 만들어 줄까?"
내 말에 민지는 아예 눈물을 흘린다.
"이제 너에 대한 처분은 이대로 끝낸다. 당장 돌아가 네 일을 끝내고 와!"
민지는 화 난 듯 몸을 돌려 정원 중앙의 탑으로 향한다. 탑에 가까이 가니 빛과 함께 민지가 사라진다.
"저어..."
파르노의 목소리에 난 시선을 그녀에게 향한다. 항상 말이 없던 그녀가 입을 열은 것이다.
"이번엔 서방님이 너무하신 것 같아요."
난 그녀 앞으로 다가간다. "뭐가 너무하다는 거지?"
"선생님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시잖아요. 게다가 선생님은..."
"민지가 뭐?"
"다른 사람들은 서방님과 같은 교실에서 있을 수 있지만, 선생님은 서방님과 같이 있기 힘들고... 성 밖에서 서방님과 사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게다가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계속 있는데 선생님은 성 안에서만 그럴 수 있잖아요?"
그 말에 난 충격이 온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서방님의 사랑을 제일 적게 받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난 한숨을 쉬며 마야에게 고개를 돌린다.
"마야. 이번에 내가 민지에게 심했던 것 같아. 그러니 민지가 돌아오면 마법을 걸어줘."
마야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난 마야의 배에 손을 댄다. 이 안에 내 2세가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100세가 넘고, 300명이 넘은 여자에게서 10,000명이 넘는 아이를 낳아 보았다.
그래도 현실 세계에서 보는 나의 첫 아이이다. 몇 달 후 이 세상에 나올 거라는 생각에 벅찬 감정이 몰려온다.
마야는 자신의 배에 있는 내 손을 잡고 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보실 수 있어요. 서방님과 나의 아이를..."
"그런데 이름은 정해두었어?"
마야는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어찌 되었든 아이가 건강한 것이 최고 문제야. 그래서 더욱 민지를 용서할 수 없어."
내 말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이 새겨진다.
"마야의 몸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런데 민지는 마야를 우습게 봤어. 그건 내 아이까지 우습게 본 거야. 그래서 민지에게 화 낸 거야."
모든 여성들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난 다시 마야를 품에 안는다.
"누가 뭐래도 내 본처는 마야야. 누구도 이 자리를 넘보면 안 돼."
마야의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식사하셔야죠." 제니스의 말에 분위기가 바뀐다.
제니스가 티리스에게 묻는다. "티리스, 저녁 식사 준비는 다 된 거야?"
"아직 식사 시간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민지씨도 오셔야 하구요."
"하긴. 그럼 난 방으로 돌아가 있을게."
제니스가 먼저 정원을 가로질러 성 내에 있는 저택 안으로 향한다.
"서방님. 밥 먹을 때까지 시간이 있는데, 그럼 우리는..." 리나가 나의 오른팔에 팔짱을 끼고 나를 잡아끈다.
엘리자가 내 왼팔에 팔짱을 낀다. "그래요. 저도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는데요."
"그래야 하네. 나도 3년 만에 돌아오는 거니까."
그 곳에서는 그 정도 시간은 아니지만, 지구 시간으로는 2년이 조금 넘었으니...
"3년? 서방님! 오늘 소환에서 돌아오신 겁니까?"
마야의 말에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소환이 있었다는 것을 마야가 알면 안 되는데, 내가 말 실수를 했다.
"아니 그게... 오늘 소환이 있어서... 그냥 바로 끝내고..."
내 더듬는 말에 마야가 다가와 내 양 옆의 리나와 엘리자를 떼어 놓는다.
"서방님. 오늘 소환이 있었던 겁니까? 그리고 3년? 어떻게?"
바로 리나와 엘리자를 노려본다. 두 사람은 마야의 시선에 겁을 먹은 듯 벌벌 떤다.
"리나, 엘리자. 어떻게 된 거지? 서방님께서 왜 혼자 소환에 다녀오신 거지?"
마야는 화를 내며 마력을 분출시킨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겁이 나서 마야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마야의 마력이 리나와 엘리자에게 향한다. 리나와 엘리자는 겁을 먹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인다.
"어떻게 된 건지 묻지 않느냐? 네 년들은 뭘 한 거냐? 왜 서방님께서 혼자 가도록 한 것이냐? 서방님께서 3년간 고생하시는 동안 네 년들은 뭘 한 거냐?"
"죄송합니다. 우리도 모르고... 용서해 주세요."
두 사람은 겁에 질려 울 듯 한 목소리로 마야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난 화를 내는 마야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내가 혼자 있고 싶어 그랬던 거야. 그러니 두 사람에게 아무 잘못이 없어."
"하지만 서방님께서 혼자 가도록 놔둔 것은 이 년들 책임입니다. 왜 두 사람의 순번을 두어 서방님 곁에 있게 한 건지요. 그건 서방님께서 혼자 하시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년들은 자기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됐어. 나도 혼자 해보고 싶었던 것 뿐이야."
나는 마야에게 그만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마야는 물러서는 모습이다. 마야는 즉시 두 사람에게 향한 마력을 거둔다.
마력이 없어지자 리나와 엘리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무서운지 마야의 시선을 피한다.
"서방님께서 관대히 너희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다. 하지만 난 너희를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 네 년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두 사람은 놀라서 마야를 바라본다.
"오늘 네 년들이 서방님을 혼자 두었으니, 오늘 너희들은 서방님을 모실 자격이 없다."
"네... 그건 안돼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무 심해요. 마야님..."
리나와 엘리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솔직히 이번 일은 내 잘못이다. 아내들 중 두 사람이 교대로 내 옆에 있는 것은, 내가 이세계로 소환 당할 때 같이 소환되어 모험을 함께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날의 두 사람은 나와 계속 같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소환에서 나는 혼자 이세계로 가서 할 일을 했다. 3년 간 여행 끝에 원하는 것을 얻고 현실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나 혼자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리나와 엘리자를 데리고 가지 않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마야는 미야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야는 저택 안으로 향한다.
"그런데 소환에서 혼자 오신 겁니까? 왜 아무도 없지요?"
"그럼 갈 때마다 여자를 데려와야 해?"
"물론입니다. 적어도 3명은 데려 오셨어야 하지요. 그런데 혼자 오시니 너무 섭섭합니다."
"지금 내 옆에 11명이나 있어. 그런데 더 늘리라고?"
"11명밖에 없습니다. 백명이 넘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30명은 되어야 합니다."
마야는 이런 식이다. 소환에 가면 반드시 부인이 몇 명씩 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왕을 아내로 맞이한 남자에게 부인은 백 명 이상, 첩은 천명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10명도 많아."
"그래도 이건 제 명예가 달린 문제입니다. 제 서방님의 부인이 이렇게 적다면, 저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 10명에게 백명분의 사랑을 주면 되잖아."
내 말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현정을 빼고. 현정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