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아리안 대회전(1) (3/148)



〈 3화 〉아리안 대회전(1)

나의 이런 비상식적인 일상의 이야기. 그 시작은 중3때부터 였다. 그 때는 이 것이 현실인지도 몰랐고, 몰라도 상관 없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내 일상이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한다면 작년 고교 1학년 때의 꿈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3번째 꿈에 들어선지 몇 개월 후, 나는 전쟁터에 서 있다.

회색빛의 땅과 푸른 하늘이 맞닿은 곳. 아리안 대평원. 어제까지 보이던 사람 키 높이의 갈대들을 모두 잘라내니 지평선이 보인다.

난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서 주위의 지평선을 모두 둘러본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며칠 전까지 갈대숲과 논밭이었던 평원이 지금은 아무 장애물 없는 평원이다. 5일 전 먼저 도착해 전투를 위한 준비로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들을 잘라내게 했다. 4만의 군사들이 밤낮 없이 작업해 사방 몇 킬로미터가 아무 것도 없는 평원이 되어 있다. 이러면 전투 준비는 끝이라 할 수 있다. 남은 건 병사들의 포진과 전투 시작의 신호 뿐.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나에게 한 병사가 달려온다.
"전령이 왔습니다. 여기서 3일 거리입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3일 후면 이 지겨운 꿈도 끝이다.

그런 나에게 수십 명의 사람들이 3개의 무리를 지어 다가온다. 이 평원에 모인 인간 3개국 연합. 10년 전의 100개가 넘던 나라들이 모두 멸망해 지금 남은 인류의 남은 나라들이 겨우 이 정도이다. 게다가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만 명도 안되고, 여성, 노인, 아이들까지 끌어 모은 것에 고작 4만 정도. 이런 군대로 10만이 넘는 마왕의 정예와 대결하겠다는 것이 도박과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류는 이대로 앉아서 마족에게 죽거나 노예가 될 것이다. 여기서 죽거나 몇 년 후 노예로 고통스럽게 죽거나, 두 가지 선택에서 많은 인간들이 전자를 선택했다.

그들의 뜻을 모아 난 여기서 3번째 꿈을 끝내려 한다.

내가 서 있는 언덕으로 3명의 사람들이 올라온다. 인족 최후의 3국 연합, 3명의 왕들이다.

그들 중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가 먼저 말을 건낸다. "베이더경. 준비는 끝냈는가?"

"죽을 준비는 끝냈죠. 6개월 전에. 그보다 제가 말한 것들은 어떻게 되었죠?"

따라온 소년 왕이 대답한다. "당신 말대로 하고 있습니다만, 재료가 충분치 않아 시간이 걸립니다."

"어느 정도..."

"2백의 기사에 필요한 말과 갑옷, 그리고 당신이 말해준 그 것까지... 열흘은 더 필요합니다."

"열흘... 3일 거리에 저들이 와 있는데... 그럼 수를 줄여야 하겠네요."

"당신 말대로라면 2백도 적은 수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더 줄인다는 거죠?"

"적으면 적은대로 해야죠. 문제는 수가 아니라 위력입니다. 한번에 끝을 내야 합니다."

"한번에... 정말 가능할까요?"

"패배는 죽음입니다. 내가 실패하면 여러분들도 죽는 겁니다. 뭐가 무섭죠?"

내가 웃으며 말하자 3명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어쨋든 3일 후까지 준비가 된 것들로 해야 합니다. 10명이든 100명이든 온전한 장비를 가진 사람들이 몇 명이냐가 중요합니다. 나머지는 맨몸으로 가야죠."

"그럼 200명이 전부 나서야 하는가?"

"저도 5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50명을 지원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자네는 살아올 생각이 없는 것이군."

"물론입니다. 저와 함께 가는 200명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마왕에게 다가가 스스로 죽던가, 가까이 가기 전에 마족의 손에 죽던가 그 차이 뿐입니다."

내 말에 늙은 왕이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죽음을 앞둔 이가 이렇게 유쾌하다니... 내 반도 살지 못한 젊은이의 머리에서 이런 멋진 계획이 나올 줄은 몰랐어. 다쓰 베이더! 자네는 정말 대단해."

다쓰 베이더. 이 것이 내가 꿈속에서 사용하는 이름이다. 솔직히 송 재신으로 살아온 16년 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다쓰 베이더로 살아온 기간이 더 길다. 물론 꿈속에서.

"베이더경. 묻고 싶은 것이 있네." 중년의 왕이 물어온다.

"자네는 왜 이렇게 우리를 돕는 거지? 자네와 우리는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야. 그런데 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다는 건가?"

"궁금하신가요?" 나는 웃으며 그에게 시선을 보낸다.

"별 것 아닙니다. 저도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싶으니까요."

"단지 그 것 뿐인가?"

"제가 아는 어떤 현자가 이렇게 말했죠. 평화는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다 라고. 저는 이 전투 이후로 찾아올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가 이기던 지던 어떤 식으로든 평화가 찾아올 겁니다. 이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의미가 있겠죠."

3명의 왕들은 그렇게 웃는 나를 두고 자신들의 진영으로 향한다. 난 언덕 위에 서서 홀로 마왕군이 다가올 방향을 바라본다.

솔직히 난 이 전투에서 죽어도 정말 죽는 것이 아니다. 단지 꿈이 깰 뿐. 꿈이 빨리 깨고 싶어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다.

꿈이 아름답다고? 헛소리다. 난 지금까지 3번이나 꿈속의 여행을 했다.

처음 꿈속 세계에서 눈을 떳을 때 RPG 게임과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되어 기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치트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고, 경험치를 늘리기 위한 사냥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몇 번을 죽을 뻔, 아니 10번 이상 죽었고, 몇 백번 상처 입었다. 그 때마다 동료의 회복 마법으로 살아났지만, 아픈 건 아픈 것이었다. 죽을 만큼의 상처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 고통이다. 꿈에서 깨어나도...

다행히 내가 속한 인족의 연합군이 마왕군과 전쟁에서 승리해 마왕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난 그 곳에서 연합군의 병사들 중 하나였다. 5년의 복무 기간 동안의 많은 전투로 계급과 경험치가 늘어난 상태로 제대하여, 전부터 알던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현실 세계에서 알고 있던 지식을 이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며, 상인으로서 크게 성공했고, 2세도 태어나 행복했다. 그런데 행복한 그 순간에 난 꿈에서 깨어났다.

첫 번째 꿈에서 깨어난 후, 꿈속에서 보낸 12년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내가 꿈속의 십수년 간 사용하던 언어는 한국어가 아니었다.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 1년 넘게 고생했는데, 꿈에서 깨어나니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현실 생활에 지장이 많았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꿈 속 언어로 미친 놈 취급 당한 적이 많았다.

두 번째 꿈에서는 정말 행복하려다 이상해졌다.

신, 아니 무책임한 놈의 배려(?)로 나는 첫 번째 꿈에서 쌓아놓은 내 능력을 두 번째 꿈에서 그대로 이어받았다. 16세에 30대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난 두 번째 세상에서 빠르게 성장해 최강의 칭호를 받았다.

나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5년 만에 마왕을 토벌하는데 성공했고, 전쟁 영웅으로 그 세계 모든 나라들의 칭송을 받았다. 전우였던 마법사 여성과 결혼해 부와 명성을 모두 누리는 행복한 삶이 펼쳐진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그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치트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크게 이상해졌다. 아들은 보통 사람들의 100배의 힘과 스피드, 딸들은 1000배의 마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자 나라에서는 나에게 많은 여자들을 소개시켜줬다. 아이를 많이 만들라고...

당시에 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거절했고, 나라를 탈출해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에게 종마 역할을 강요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화가 난 나는 왕과 전처에게 황당한 제안을 했다. 그 나라 국교였던 대지모여신의 여사제들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대지모여신교는 미모가 뛰어난 300명의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나라의 국교였다. 그 곳 여신관들은 정절을 요구 받았고, 국법과 국민들의 거국적인 지지 아래 그들의 순결이 지켜져 왔다.
그런 그들 모두를 내 아이를 낳는 대상으로 한다면, 그 것은 신성모독이었다.

당연히 난 나라 전체가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지모여신 최고 신관이 가장 먼저 찬성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여신관들 중 가장 예쁜 10명을 내 방에 들어왔다. 이후의 일은 상상에 맡긴다.

다음날 왕과 귀족, 전 국민들의 환호 속에 대지모신의 300명 여신관들의 남자가 되었다.

대지모신전으로 들어간 나는 죽을 때까지 아이를 만드는 일에 열중했다. 수시로 바뀌는 300명의 여성들 사이에서 셀 수 없는 아이를 만들었다. 하루에 20명을 상대해 10명 이상을 임신 시킨 날도 있었다. 그들은 힘이 떨어진 나에게 자신들의 특기인 힐링 마법을 걸며 아이 만들기에 열중하도록 했다.

그렇게 그 일에 열중하다 난 80세를 넘어 꿈에서 깨어났다.

두 번째 꿈은 후유증이 더 컷다. 언어 문제 외에 너무 많은 여성들과 일을 벌이던 나는 현실 세계에서 여성들에 대한 흥미가 적어졌다. 이미 할 것을 다해본 나에게 그런 쪽은 재미가 없어졌다. 단 며칠 동안만...

그렇게 많이 해보니 여자에 대해 알 건 다 알아버려서 현실의 여자들의 행동이 유치해 보였다. 아니 모든 세상 일들에 흥미를 잃었다.

그런 일을 두 번 경험해보니, 이번 3번째 꿈에서는 빨리 깨어나고 싶다. 후유증 없이 빨리 끝내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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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님. 마왕군이 보입니다."

해가 올라오는 새벽녘에 내 단잠을 깨우며 전령이 보고를 한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려하지만, 내 팔 위에 놓인 무게에 잠깐 움찔한다.

내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으려 하지만, 전령의 소리에 그녀도 잠에서 깨어난다.

"베이더경, 이제 시작인가요?" 그녀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지금 도착한 것은 선발대겠지. 본대가 오려면 3일은 더 필요할 거야. 그동안 준비를 마쳐야 할 텐데."

"3일이라... 그럼 당신은 3일 후에..."

"뭐 그런 거지..."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보인다.

"울 필요 없어. 그렇게 하기로 정해진 일이니."

"하지만 당신이 떠나면 난..."

"내가 죽는 것이 무서워? 이미 아버지와 남편의 죽음을 본 네가?"

"당신은 내 곁에 오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럼 부탁해요. 가시기 전에 남겨주세요."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가린 담요를 옆으로 치우며 자신의 몸을 보여준다. 남겨달라는 말... 아마도 2세라는 의미일 것이다.

난 웃으며 입던 옷을 다시 벗고 그녀의 침대로 뛰어든다.

한참을 그녀와 즐기다 밖에 나오니 주변이 분주하다. 마왕군 도착 소식에 전투 준비로 바빠졌다. 천막을 나온 나를 몇 명의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찾아온 기사들 중 어린 기사가 두려움이 가득 찬 목소리를 낸다.
"베이더경. 마왕군이 도착했습니다."

"알고 있어. 전투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소란스럽지?"

"베이더경은 아무렇지 않습니까? 저런 대군을 앞에 두고..."

꿈 속이라지만, 이런 전투를 열 번 이상 경험한 나에게 이 정도의 긴장은 활력소다.


열흘 전, 지금 침대 위의 여성과 난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전투를 구상하면서도 난 긴장을 풀기위해 주변 병사들과 장난치며 농담을 나누었다.

그런 나에게 한 여기사가 달려들었다. "전투를 앞에 두고 장난질이라니. 생각이 있으십니까?"

난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전투가 시작되면 어차피 우리는 죽을 거야. 살 생각이 없어. 그럼 그 동안 즐겨두자는 거야. 잘 못됐어?"

"하지만..."

"며칠 후에 떠날 세상, 될 수 있는 대로 즐겨두고 싶어. 당신이라면 좋겠는데, 생각 있어?"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만약 생각 있다면, 지금 당장 어때? 그럼 이번 일에서 빠질 수도 있거든?"

"이번 전투보다 그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까?"

"하하...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실패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다음 싸움을 계속해야해. 그 때엔 강한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냐?"

난 그녀의 갑옷 속에 손을 넣고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댔다.
"네가 내 아이를 만들게 된다면, 여기서 죽는 것은 좋지 않아."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내 손을 뿌리치고 칼을 뽑아 나에게 겨누었다.
"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적들을 죽이는 것만을 생각합니다."

"장담하지. 네가 이번 싸움에서 죽일 마족의 수보다 너와 나의 아이가 죽일 마족의 수가 천배는 넘을 걸?"

"하하하... 여전하시네요. 베이더경. 하지만 내 누이를 그만 놀리시죠."
뒤에서 소년 왕이 웃으며 다가왔다.

"농담이 아닙니다. 전 이 분을 싸움에서 빼내고 싶어서 한 겁니다. 내 아이를 낳을 여성이 여기서 죽으면 안되죠. 아닙니까?"

내가 웃고 있지만,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소년 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일어서요 누님. 이미 망한 나라의 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이번 전투에 승리하시면 전하께서는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하 그렇지요. 승리한다면..."

난 소년 왕에게 눈짓을 하고 우리 둘은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둘 만의 대화를 나누었다.

"전하. 이번 결사대에 저 분이 함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나도 말렸습니다. 하지만 누이가... 눈앞에서 아바마마와 매형이 죽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던 자책이 너무나 깊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내가 저 분을 결사대에 넣지 않은 것은 저 분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전하와 전하의 왕국을 위해서입니다."

"네?" 소년 왕은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다른 두 분이 당신에게 나라를 되찾게 할 지 의문입니다. 마왕군이 물러간 후, 서로 전하의 영지를 차지하려 할 겁니다. 그 때 힘이 없는 당신이 어떻게 할 겁니까?"

소년 왕은 놀라서 날 보고만 있었다.

"방금 저 분에게 한 말, 모두들 농담으로 알고 있지만, 전 진심입니다. 당신과 당신 왕국을 위해서도 저 분이 저와 동침했었다는 사실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아이를 가진다면 더 좋죠."

"무슨 말씀이시죠?"

"전투가 끝난 후, 다쓰 베이더의 여인이 당신의 누이라면, 이후 두 분의 왕들 앞에서 당신 왕국의 권리를 주장하기 쉬워집니다."

내 눈을 소년 왕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만일 그녀가 나의 아이를 낳는다면, 더욱 일이 편해지겠지요."

소년 왕은 나를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그 날 밤, 그녀는 왕의 명령으로 내 천막에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까지 나와 그녀는 그 일에 집중했다.

솔직히 그 어린애의 왕국이 어떻게 되던 알 바 아니다. 단지 싸움 전에 즐기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무리 꿈속이라도 피와 살이 튀며, 내 몸을 찌르는 고통은 느껴진다. 그런 끔찍한 일을 앞에 두고 이런 식으로 긴장을 풀어두고 싶다.

그녀는 나이 18세의 미망인으로, 전 왕의 서녀이다. 정식 공주가 아니었지만 그녀 남편이 죽을 때까지 전 왕을 호위한 공로로, 그녀는 소년 왕으로부터 정식 공주로 승격되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전쟁의 공포와 가족이 죽는 끔찍한 광경에서 오는 충격, 마왕군에 대한 적개심과 동생에 대한 마음 등이 합쳐져 묘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그 느낌과 함께 여성에 대한 수컷의 본능이 합쳐져 소년 왕에게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제시했다.

지금 궁지에 몰린 어린애는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1시간도 안되어 그녀가 내 천막에 찾아왔으니...
들리는 말로는 ‘누나 도와줘’라며 울며불며 사정했다고 한다.

동생의 애원을 무시하지 못한 그녀는 지금까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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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마왕의 본진이 도착해서 포진을 마친 상태다.

난 3명의 왕들과 함께 언덕에서 마왕군을 내려다본다.

"이제 모두 도착한 모양이군. 10만일까?"

"포로를 심문해보니, 기병 2만, 마법사 3만, 보병 6만의 11만이라고 하네."

"준비는 어떻게 되었지요?" 소년 왕에게 묻는다.

"내일 새벽까지 작업한다면 40명분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40명... 200명을 생각했는데 반도..."

늙은 왕의 혼잣말에 난 웃어준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왕에 가까이 가는 가입니다. 나를 포함해 10명 정도가 마왕에게서 열발자국 이내로 접근한다면 성공입니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중년 왕이 신음을 터트린다.

"나를 포함해 10명이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죠. 먼저 저들의 손에 죽던지, 폭발에 말려들어 죽던지, 200명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정말 가능한 겁니까?" 소년 왕이 불안한 듯 물어온다.

"말했듯이 이번 전투의 목적은 단하나, 마왕을 죽이는 겁니다. 제가 뛰어들어 같이 죽는 거죠. 그럼 새 마왕이 나타나기까지 몇 십 년은 걸릴테고, 그 동안 인간들이 힘을 길러두는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네의 생각은 단순 명료해. 마음에 들었어." 늙은 왕이 크게 웃어준다.

"자아... 오늘은 편히 쉬시죠. 전투는 내일이니까. 내일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겁니다. 내일 멸망할지, 몇 십 년 뒤에 멸망할지, 영원히 계속될지...
분명한 말해두지만, 저는 인류의 멸망 날짜를 내일 이후로 미루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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