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아리안회전(3) (6/148)



〈 6화 〉아리안회전(3)

난 즉시 내 발에 마력을 주입해 오른쪽 발로 장벽을 걷어찼다. 벽을 차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팡이에 왼손도 함께 쥐고 마력을 주입했다. 점점 내 마력과 장벽 사이에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가 느껴졌다.

"베이더 경 비켜 주십시오."
그 때 주머니를 가득 가진 한 명이 외치며 말을 타고 달려왔다.

난 그 의도를 알고 장벽을 박차고 뒤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다른 기사들을 위해 장벽을 만들었다.

말을 타고 장벽으로 달려오던 그는 그대로 말과 함께 장벽과 충돌했다. 그 찰나에 난 기사들을 마법으로 보호하려 했다.

쾅!
큰 굉음과 함께 주변이 흔들리는 충격이 몰려왔다. 내가 마력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기사들도 모두 죽었을 것이다.

20명의 기사들이 가지고 있던 주머니에는 마력을 주입하면 폭발하는 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20명 정도의 분량이라면 여기 마왕군의 태반을 길동무로 삼을 만큼의 위력이었다. 이 것을 폭발 시키려면 마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머니를 든 기사들은 모두 마법사였다.
남은 사람들은 이들을 안전하게 마왕 가까이게 갈 수 있도록 호위하는 역할이었다.

폭발로 인한 먼지가 걷히기 전에 난 마력의 흐름을 느끼며 마왕을 향해 달려갔다. 폭발로 인한 구멍을 생각하며, 난 땅을 박차 올라 마력 장벽을 향해 점프했다.

바로 앞에 마력 장벽이 느껴졌다. 난 즉시 검은 라이트 세이버를 휘둘러 장벽을 가격했다.

캉!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장벽이 없어진 것이 느껴졌다.

난 기사들을 향해 가벼운 바람 마법을 전개했다. 바람으로 먼지가 걷혀지자, 기사들은 마왕을 볼 수 있었다. 내 장벽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사는 1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폭탄을 가진 기사들이 15명 이상은 있었다.

나는 땅에 선 채로 마왕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 자가 마왕이다. 모두 돌격!"

내 외침을 듣고 모든 기사들이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 역시 땅을 박차서 마왕에게 달려갔다.

마왕과 그 주위에 마법사들이 새로운 장벽을 만들려는 것을 보고, 난 붉은 색 라이트 세이버를 전개해 휘둘렀다. 마왕은 급히 방어마법으로 라이트 세이버의 칼날을 방어했지만, 주위 마법사들의 대부분이 빛의 칼날에 몸이 둘로 갈라졌다.

주위 마법사들을 죽이며 마왕의 10m 앞까지 다가가자 마왕이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그 마법을 보자 난 경악했다. 그 정도의 마법이라면 우리가 가진 폭탄도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중상에 그칠 것이고, 회복마법이라면 바로 회복될 수 있었다.

난 즉시 라이트 세이버를 검은 색으로 바꾸고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왕은 왼손으로 방어마법을 사용하며 오른손으로 마법을 전개했다. 난 그 마법이 불 계통의 화염마법으로 생각했는데, 나를 덮친 마법은 바람계통의 장벽마법이었다. 동시에 두 방어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인간이거나, 마왕과 동격의 마족이라면 두 방어마법이 유효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어도 나의 검은색 칼날을 막지 못했다.

방어를 뚫었다는 생각도 잠시, 나에게 파이어볼과 아이스 애로우의 두가지의 공격이 날아 왔다. 두 번의 방어마법과 두 번의 공격 마법. 4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었다.

나는 순간 방어를 포기하고 두 공격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라이트 세이버로 둘 다 방어할 수 있지만, 그 찰나에 마왕은 다른 방어 마법을 사용하거나 도망칠 가능성이 있었다. 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힘을 공격에 돌렸다.

순간 내 오른쪽 어깨에 뜨거운 고통이 몰려오고, 왼쪽 옆구리에 무언가 찔린 고통이 몰려왔다. 두 마법의 공격이 나에게 직격한 것이었다.

마왕을 공격하려 했지만,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파이어볼 직격의 효과였다. 고통을 참으며 마왕 바로 앞까지 다다른 후, 움직이는 왼팔로 마왕을 잡고 내 품에 안았다.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무슨 속셈이냐, 비천한 것."
마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대로 왼손을 마왕 옆구리를 안았다. 마왕의 몸이 나와 밀착되었다.

173cm였던 나는 180cm가 넘는 마왕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마왕은 미녀였다. 붉은 머리칼에 붉은 색의 큰 눈, 오똑한 코, 붉고 윤기 있는 입술, 가지런한 치아, 갸름한 턱선.

왼팔에 느껴지는 잘록한 허리와 D컵이 넘는 가슴. 내 눈 앞의 하얀 피부와 쇄골 라인과 함께 그녀 목에서 흐르는 땀과 긴장되어 내뿜는 숨소리가 더욱 나를 흥분 시켰다.

정말 미디어에서도 보기 힘든 절세 미녀였다.

하지만 마왕은 쓰러뜨려야 할 적. 난 날 따라오는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이 자가 마왕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내 외침에 주머니를 가진 기사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다. 호위하던 기사들은 우리 주위에 방어진을 형성했다.

동시에 난 마력을 마왕의 몸에 주입했다. 그녀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더욱 세게 그녀를 안고 왼손으로 그녀의 몸에 마력을 주입했다.

"우으으응~ "
내 마력이 몸 안에 들어오자 마왕이 신음을 냈다. 18금 동영상에서나 듣던 비음 섞인 섹시한 목소리로.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 나와 함께 죽을 생각이었냐?"
얼굴이 붉어진 채, 마왕이 물어왔다.

이봐요 아가씨! 흥분이 가득한 그런 목소리는 남자를 흥분시키는 걸 아시나요?

"방금 전 폭발로 눈치 챈 모양이군."

"과연 네 생각대로 될까?"

난 마왕의 말을 들으며 주위로 마력을 전개시켜 폭발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마력이 전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가 보군."
마왕의 목소리는 절정에 이르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럼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 볼까?"

난 더욱 힘을 내어 마력을 전개 시키려 했다. 동시에 마왕의 몸에 마력을 더욱 주입했다. 마왕도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오는 나의 마력을 견디며, 내 마력 전개를 막으려 했다.

이렇게 우리 둘이 실랑이하는 동안 마왕군이 우리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없었다. 마왕은 부하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승리를 예감한 듯 웃고 있었다.

순간 난 내 얼굴을 그녀의 가슴 사이에 집어넣었다.

무책임한 놈의 말을 듣고 요즈음 나의 마력에 대해 연구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할수록 내 마법 위력이 높아졌다.

난 그럼 느낌을 크게 하기 위해 마왕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머리를 돌려 얼굴 피부에 느껴지는 마왕 가슴의 감촉을 느끼려 했다. 부드러운 감촉이 강해질수록 나의 마력이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부족하다 생각해 난 혀를 내밀어 혀 끝으로 그녀 가슴의 감촉을 느끼려 했다.
더욱 내 마력 방출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악. 이럴 수가. 내가 인간에게..." 마력에서 마왕이 밀리기 시작했다.

순간 마왕의 마력을 이기고 내 몸 밖으로 마력이 내뿜어졌다. 마력을 받아들인 폭발석들이 폭발을 시작하면서 굉음이 울려나갔다.

난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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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새하얀 공간이었다. 또다시 무책임한 놈의 공간이었다.

"와아... 3년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6개월이라니, 너 정말 대단하네?"

- 감탄은 그만하라고. 빨리 사라져야 꿈에서 깨어날 거잖아.

"꿈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지? 넌 정말로 그 세계에 소환되어 마왕을 토벌한 거야."

- 꿈에서 실제라는 말을 듣다니, 뭐 이런 개꿈이...

"그래서 말이지. 꿈이라고 믿고 있는 너에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싶어."

- 증명? 혹시 현실 세계에서도 꿈속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마법을?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넌 분명히 마왕을 이겼어. 네가 죽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넌 마왕을 이긴 거야. 그리고 그 쪽 세계에서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룰이 있어. 마족, 특히 왕족인 마족들은 자신을 이긴 자의 노예가 된다는."

-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인지...

"마족들은 이 룰을 반드시 지켜야 해. 마족이라면 자신의 이긴 자를 주인으로 모시고 죽을 때까지 충성해야 하는 거야. 이건 태어날 때부터 짊어지는 짐이라 할까?"

- 내가 죽었으니 그런 건 의미 없잖아?

"그런데 말야. 넌 죽지 않았어. 그러니 네가 이긴 마왕은 널 주인으로 모셔야 해."

- 네 말이 맞다... 라고 치더라도, 나와 마왕은 사는 세계가 틀리잖아.

"내가 데려오면 가능한 일이지."

- 네가 어떻게?

"말했듯이 난 신이야. 네가 그 세계에서 처음 소환된 곳은 나의 신전이었어. 내 신전을 파괴하려는 마족들을 용서할 수 없었거든."

- 뭐? 날 고생시킨 이유가 단지 그 것?

"내 신전은 나의 신체. 내 몸을 다치게 하려는 것들은 용서 못하지. 그리고 그 늙은 왕은 진심으로 내 신전을 돌봐주었거든. 그 신앙심에 대한 보답이랄까? 널 그 곳에 보낸 거지."

- 너와 입씨름하기 힘들다. 그냥 이대로 꿈에서 깨어나길 바래.

"또 꿈이라 말하네. 네 착각을 없애려 난 마왕을 너에게 보낼 거야. 네가 이긴 마왕을 말야."

- 무슨 소리야? 그 예쁜 사람이 나에게로 온다고? 내 현실에서 나타나서 나와 만나는 거야?

"예쁘다고? 남자를? 뭐... 너를 주인으로 모시며 살아야 하지만..."

- 꿈 속에서라도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

"그럼 마왕과 재미있게 살아. 이 것이 너에게 주는 내 축복이니까."

무책임한 놈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아무래도 꿈이 끝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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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떠졌다. 익숙한 천장. 내 방이었다.

아무리 내 방이라도 꿈속에서 보낸 시간은 현실 적응에 애를 먹게 만든다. 6개월을 여행 갔다 돌아온 기분. 분명 어제 밤에 이 침대에 누웠지만, 나는 6개월 만에 돌아온 것 같다.

어색한 기분을 뒤로 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오른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무거운 물체가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이런 느낌은 꿈속에서 많이 겪었다. 여성과 동침한 후 맞이하는 아침의 느낌...은 아니고, 일은 없었지만 내 품 안에 누군가 안겨있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 꿈에서 파르노와 같이 살 때 많이 경험했었다. 피로에 지쳐 전날에 일은 못했지만, 잠에서 깨어난 내 품에 파르노가 안겨 있었다. 그 느낌이 몰려왔다.

설마... 헬조선 고딩에게 여자라니...

그럼 재영이인가? 설마... 그 녀석이 형 침대에 몰래 들어와 안겨 있다? 그런 상상은 사양!

그럼 엄마는 아닐테고...

난 눈을 떠 오른 팔을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칼이 보였다. 놀란 마음에 몸을 돌려 왼팔로 붉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붉은 것이 움직이며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 몸에 느껴지는 감촉. 틀림없었다. 꿈속에서 수천번 느꼈던 이성을 안은 느낌이었다.

떨리는 왼손으로 머리칼을 쓰다듬자 귀가 보였다. 더 쓰다듬으니 볼이 보여졌다.

놀라서 이불 속에 손을 넣고, 그녀의 몸을 만졌다. 매끈한 여성의 몸이 느껴졌다.

“우응... 지금은 싫어요.” 품 안의 여성이 머리를 도리질 했다.

아앗! 이 소리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소리는 분명 한국어가 아니었다. 꿈속에서 사용하던 그 쪽 세계의 언어였다.

"아악! 뭐야! 뭐야!"
난 놀라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 비명에 놀라서 내 방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재신아! 뭐야 무슨 일이야."

어머니가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니가 본 광경은 침대 옆에서 놀라며 침대를 바라보는 나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붉은 머리의 여자였다.

“우응... 여기가 어디냐?”
한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어를 말하며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나와 어머니에게 그녀의 가슴이 보여졌다. 그녀는 침대 위, 이불 속에서 알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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