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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핑크빛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인생의 시작(1) (7/148)



〈 7화 〉핑크빛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인생의 시작(1)

어머니가 들어와 본 내 방 안의 광경은, 체육복 차림으로 침대 옆에 서 있는 나와 침대 위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알몸으로 앉아 있는 붉은 머리 미녀였다.

내가 놀란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놀란 듯 나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 미천한 것들이 어디 감히 내 침실에 침입하느냐!“

그녀의 손에 마력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꿈 속에서나 존재했던 마법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려고 했다.

"멈춰!"
외침과 함께 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에 의해 그녀의 마력이 흩어졌다.

"어떻게 된 거지? 내 마력이... 그보다 이 손을 놔라! 어디서 천한 것이 내 손을..."

그녀는 손을 흔들어 내 손을 뿌리치는 것도 모자라 날 방구석에 던져버렸다. 던져져 벽에 몸이 부딪히니 아픈 것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힘이 쎄다는 것은 인정해도, 내 방에 함부로 들어와 방주인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몰지각한 인간이었다.
이런 인간들에게 예의란 필요 없는 것이다.

나를 던져버리고, 그녀는 어머니를 향해 공격 마법을 쓰려했다.

"멈추지 못해! 남의 방에서 무슨 짓이지?"

내 외침에 그녀의 마법이 실현되지 못하고 마력이 흩어졌다.

"당장 마력을 풀고 무릎 꿇어!"

나도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왜 무릎 꿇으라는 말이 나온 거지? 내 방에 침입한 괴력의 강도가 내 말을 들을 리 없잖아?

그런데 이게 웬 일? 정말로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무릎 꿇은 미녀를 보고 난 눈을 돌렸다. 알몸인 그녀는 큰 가슴을 자랑했다.

"거기 꼼짝 말고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여 버리겠어."

날 던져버릴 괴력을 가진 강도가 죽인다는 협박에 겁을 먹고 가만히 있을 리 없지만... 신기하게 내 말대로 그녀는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난 침대 위의 담요를 가지고 그녀에게 건내 주었다. "우선 이걸로 네 몸을 가려!"

"내가 왜 네 명령에 따라야 하지! 감히 마왕에게 명령하다니 간이 부었군."
그녀는 꿈 속의 언어로 말했다.

나는 그에 맞춰 그쪽 언어로 말했다.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해!"

내 말을 듣고 그녀는 말없이 담요를 받아들어, 내 의도대로 담요로 몸을 가렸다.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 아버지, 재영이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너... 너...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는 뭐야? 왜 그런 모습으로"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나도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침대에 있었어요."

"너 혹시 이 여자와..."

"진정하세요. 내가 피해자에요. 이 여자는 불법 침입했다고요."

"지금 네 말을 믿을 수 있냐? 벌거 벗은 여자가 네 침대에서 나왔는데, 네 말을 믿으라고?"
아버지가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침대 위에 이 여자가 있었다니까요."

"그럼 이 사람에게 물어보자. 이봐요 아가씨. 아가씨는 왜 여기에 있죠?"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이 없어요?"

그녀는 말 하고 싶은 눈빛이지만, 아무 말 없었다.

"혹시 외국인인가? 그러면..."

아버지는 그녀에게 다가가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래도 아무 말 없었다. 눈빛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영어를 모른다면, 어느 나라 사람이지? 넌 아는 게 있어?"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오늘 처음 보는 것이라니까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네 침대 위에 있었는데. 네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돼?"
어머니는 흥분했다.

"엄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요. 저런 미녀가 내 침대에 들어올 일이 가능해요?"

그 말에 내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만큼 그녀는 TV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비현실적인 미녀였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는 답답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봐요. 당신은 누구죠? 왜 여기 있죠?"

"난 마왕. 마족의 정점이며, 모든 마족 위에 군림하는 자. 마족의 적들을 모두 격멸하고, 마족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 존재하는 자. 천지 창조 이후 16번째 마왕으로 선택된 자."

나는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만! 그런 정신 나간 소리는 그만하고 당신의 이름이 뭐냐 구요?"

"내 이름은 위대한 마족의 나라의 지배자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

길게 이어지고 글자로 적기 힘든 그녀의 이름이 계속되자 난 화가 났다.

"그만! 그만! 입 다물고 그대로 있어요."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

"그럼 마왕께서는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나도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이 곳이었다."

"잠깐! 너는 저 말을 알아듣는 거야?" 아버지가 물어왔다.

"네! 지금 자기가 마왕이라고 하는 데요? 완전히 미친 여자네요."

동생인 재영이가 물어왔다. "그 것보다 형! 형은 한국어로 말하는데 이 여자는 어떻게 알아듣지?"

"무슨 소리야? 저 사람도 한국어로 말하고 있잖아."

어머니도 이상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저 사람, 한국어를 못해.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어야. 그런데 넌 어떻게 알아들어?"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봐요.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죠?"

"마왕은 당연히 마족의 왕이다. 내가 바로 마족의 국가이다."

이건 뭐... 루이 14세야?

"이봐요. 그러니까 당신 나라의 국가명이 뭐냐구요?"

"마족의 나라의 이름은 마왕의 나라이다. 그 외의 이름은 없다"

"그러니까 당신은 마족의 나라에서 오신 외국인이라는 거네요."

어머니가 내 팔을 잡았다. "재신아. 너 저 말을 알아듣는 거니? 어떻게? 저 사람이 하는 말이 이해 돼?"

"무슨 소리죠? 지금 한국어로 말했잖아요."

"..........."

그녀의 목소리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재영이는 스마트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폰의 동영상에서 방금 나와 그녀의 대화가 보여 졌다.

그런데 난 한국어로 말했다 생각했는데, 나의 말도 그녀의 말도 한국어가 아니었다. 난 금방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꿈속에서 쓰던 언어였다.
"이거, 형이 작년에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쓰던 말 같은데?"

재영의 말이 맞았다. 첫 번째 꿈에서 12년 간 사용하던 언어였다. 꿈에서 깨어나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던 이런 말들 때문에, 난 미친 놈 취급 받았었다.

"이 말을 이해하나요? 당신은 누구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난 마왕이다."

"그 마왕님이 여기에 무슨 일이죠?"

"그건 내가 묻고 싶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내가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물어왔다.
"너 이 사람과 대화가 되는 거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 그럼 이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는 거지?"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꿈속에서 존재하던 나라가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여자는 내 꿈속에서 사용하던 언어를 사용하는 거지? 혹시 그녀는...

꿈속의 세상에서 살던 사람이라 생각하니 높임말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공손할 이유가 없어졌다.

"내 이름은 다쓰 베이더. 마왕을 토벌한 영웅이다."

"웃기지마라! 마왕인 내가 여기 있는데 네가 어떻게 마왕을 토벌하지?"

잠깐!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방금 전 마왕과 많이 닮았다. 혹시...

"네가 아리안 평원에서 붉은 머리의 마왕이냐?"

이 여자가 그 마왕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었다.

나도 그녀도 알아버렸다. 그녀는 내가 안고 자폭한 그 마왕이었다. 그런데 그 마왕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봐! 마왕! 왜 여기 있는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다."

난 그 때 무책임한 놈의 말이 생각났다.

"마족은 이긴 자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나의 노예인 너는 나를 따라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왜 너의 노예라는 거지? 그리고 너와 나의 싸움에서 난 지지 않았다."

그럼 시험해 볼까?

"오른 손을 들어 네 왼쪽 귀를 만져라."

내 한국어 명령대로 그녀는 오른 손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만졌다.

"입을 열고 혀를 내밀어봐."

그녀는 그대로 했다.

"무슨 짓이지? 내가 왜..."

"난 네가 말하라고 명령하지 않았어. 입 다물고 내 명령에 따라."

그녀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 자리에서 일어서."

내 명령에 따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담요가 떨어지고 4명의 눈 앞에 그녀의 모든 것이 보여 졌다.

그 모습에 재영이와 아버지는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슈퍼모델이 울고 갈 몸매를 감상하며.

어머니는 화가 나서 아버지와 재영이의 귀를 잡고 끌어 당겼다.
"뭘 보는 거야? 그리고 아가씨. 빨리 옷을 입어요."

난 우선 옷장에서 그녀가 입을 만한 옷을 꺼냈다. 키가 나보다 10cm 정도 큰 그녀에게 맞을 옷이 없겠지만, 우선 내가 헐렁하게 입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내 마왕에게 내밀었다.

"우선 이 것을 입고 저 침대 위에 가만히 있어. 절대 침대 위에서 내려오면 안돼.."

내 명령에 따라 그녀는 옷을 입고 침대에 앉았다.

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내 명령에 그대로 따라 행동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정말로 이 여자가 내 노예가 된 건가?

......................

잠시 후, 나는 그녀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거실 안에 3명이 방에서 나온 우리를 쳐다보았다.

"엄마, 아빠 저는 학교에 갈래요." 재영이 나섰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오늘 일이 많아서. 난 오늘 야근이야. 늦게 들어올 거야."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학교에 가야지." 나도 등교 준비를 하려 등을 방으로 돌렸다.

"넌 이 상황을 수습해야지." 어머니가 소리 질렀다.

"그럼 오늘 결석하라는 거예요?"

"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건 너 뿐이야. 그런데 네가 가면 나 혼자 어떻게 하지?"

"그건 걱정 마세요. 내가 이 사람에게 단단히 주의를 줄게요."

난 내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봐 마왕. 오늘 난 학교에 다녀와야 하니 넌 조용히 여기 있어."

"네가 올 동안 날 뭘 해야 하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이 방 안에 있어. 먹을 것은 엄마에게 부탁드릴 테니, 엄마가 주는 밥을 먹고 조용히 이 방 안에 있어. 이 방을 절대 나가서는 안 돼. 내 말 알았지?"

"이 좁은 방 안에서 있으라는 거야?"

"명령이야!"

마왕은 내 명령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노예라면 내 명령에 복종할 테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볼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화장실이라고 말해."

"화장실?"

"볼 일을 보는 장소야."

"무슨 볼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생리현상... 먹으면 나오는 거 말야. 배설...이라던가?"

"알았다. 그런 일이 필요하면 저기 밖에 있는 여자에게 부탁하면 되는 건가?"

"그래. 화.장.실. 이라고 말하면 돼."

"알겠다. 화장실."

나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왔다. 방 밖에서 어머니가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저 사람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어. 웬만한 일이 없으면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부탁인데 저 사람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세요. 외국인이니 젓가락을 사용 못하니까 빵과 음료수면 될 거예요.
그리고 화장실 문제인데. 저 사람은 화장실 사용법을 잘 몰라요. 그러니 엄마가 알려주세요."

"화장실 사용법을 몰라?"

"저 사람, 알고 보니 굉장히 높은 사람이에요. 자기가 살던 나라에서는 최고 귀족이었나 봐요. 그런 나라 출신이라 우리와 많이 달라요. 그러니 잘 봐주세요."

"높은 사람? 부자야?"

"잘은 몰라도 상당히 부자인 것 같아요."

어머니의 표정이 달라졌다. 돈의 힘이 크다.

어머니는 불안한 시선을 내 방에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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