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늘어나는 부인들(2)
워프로 중앙 회랑에 들어가니 세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날 왜 부른 거지?"
"먹지 않으면 컨디션을 되찾을 수 없잖아? 안심하고 푹 쉬어. 네 컨디션이 정상이 되면 상대해 줄 테니."
그는 나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마야와 함께 식탁의 한쪽 끝으로 향하며 마물들에게 명령했다.
"마야 옆에 앉아야겠다. 두 자리를 준비하라."
내 명령에 몇 개의 마물들이 큰 의자를 가지고 와 마야의 의자 옆에 놓았다. 긴 식탁의 짧은 한 쪽 면이 우리 둘의 의자가 놓여졌다.
우리 둘이 나란히 앉으니, 세쓰는 다른 쪽 끝에 앉으려 했고, 나의 눈짓으로 마물들이 그를 위한 의자를 세팅했다.
마물들이 식사를 가져오는 동안 나는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왜 마야를 찾아온 거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지?"
"20년 동안 찾을 수 없었던 마야의 마력이 느껴졌다. 인족과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그 곳에서. 내가 워프로 도착했을 때, 마야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가려니 차원의 벽이 방해했지만 내 힘으로 부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와 마야의 결투가 아리안 전투의 20년 후였다는 것이었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 헤메다, 마왕성을 발견했다."
"마왕성은 결계로 방어되는데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지?"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들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이 것은 마왕의 징표. 내가 마왕이라는 증거이다. 아리안 폐허를 뒤져 찾아냈다. 구덩이의 진흙 속을 헤메다 찾을 수 있었다."
"구덩이라면... 내가 만들어낸 그 구멍?"
"그래. 마야가 죽은 그 곳에 이것이 있었지."
아아... 폭발로 만들어진 큰 구덩이가 있었는데, 그 속에 보물이 있었다는 것이네... 그런데 그 안에 물이 많았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찾았지? 설마 수영과 잠수로?
"주인 잃은 마왕의 표식이 나를 마왕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마왕성이 없는 나는 마왕이 될 수 없었다."
세쓰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야를 가리켰다.
"널 죽이고 마왕성을 차지하겠다."
이봐! 마왕성의 주인은 나인데 날 지목해야 하잖아?
마야와 세쓰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교환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세쓰의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는데, 마야는 그 걸 피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마야와 나의 결투로 너는 마야를 발견했고, 우리 세계로 왔다. 마왕성을 빼앗으려 마야를 죽이려 한다. 이런 거냐?"
"빼앗다니? 원래 마왕성은 내 것이다. 내 것을 되찾는 것이다. 빼앗긴 내 것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오는 것 뿐이다."
"마왕성이 뭐가 중요해서 이러는 거지? 이런 돌덩이..."
"마왕성은 6대 마왕님이 당시 최강의 정령을 굴복시키고 만든 성입니다. 대대로 마왕이 마왕성의 주인이었습니다. 마왕성 안에 있는 보물도..."
마야의 설명에 정신에 번쩍했다.
마왕성 뿐만 아니라 보물까지 빼앗기는 거야? 그럼 난 빈털터리로 아내를 부양하는 남편이 되어야 하는 거야?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왔다. 절대 빼앗길 수 없었다.
"그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마왕성의 주인은 나다. 나보다 강하지 못한 자는 마왕성을 가질 수 없어."
"그건 내가 아직 덜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 힘을 내면 너 따위는..."
어라? 내 말을 믿고 있네? 그런 건 회복 마법이면 한번에 해결되는 것 아냐?
혹시 이 녀석 마법에 재능이 없는 건...
나는 마야에게 우리 둘 만의 대화로 물어봤다.
‘마야. 이 녀석은 마법에 재능이 없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세쓰는 칼을 쓰는 싸움에 능하지만 마법으로 공격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최강이 되었지?’
‘어중간한 마법으로는 상처도 입히지 못합니다.’
방어가 강하다 이 말이네.
‘그럼 스피드는?’
‘세상에 있는 어떤 동물도 그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합니다. 서방님과 비교한다면, 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결국 힘과 스피드로 상대를 이기는 스타일, 한마디로 무식한 주먹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이겼지?’
‘그의 접근을 막기 위해 6개 이상의 방어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4개의 공격 마법으로 조금씩 상처 입혔지요.’
나에게 사용한 전술인가?
‘그리고 기책에 약했습니다. 내가 시간을 끌며 진창으로 유도했고, 진흙에 발이 느려진 틈을 타서 공격했지만, 방어력에 상처 입히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의 발밑을 마법으로 수렁이 되게 만들어 움직임을 봉쇄하고...’
‘접근하여 고급 마법으로 공격했군.’ 뻔한 스토리였다.
그런데 마야의 눈빛이 흐트러졌다.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접근해 그의 몸에 손을 대고 몸속의 피가 끓어오르는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저도 말려들었지만, 저 쪽의 데미지가 더 커서 제가 이긴 겁니다.’
어라? 내가 아는 ‘끓는 피’와 비슷한 마법이네? 그 마법은 인간들만 쓸 수 있고 마족은 쓸 수 없을 텐데?
‘어떻게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인간들이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라 저도 사용하면서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마법 발동 후 바로 사용한 왼팔을 잘라냈죠.’
마야는 오른팔로 자신의 왼팔 팔꿈치 아래를 문질렀다.
‘내 왼팔이 잘리며 마법이 그의 몸 속을 파고들었고, 난 팔 하나로 그쳤지만, 그의 온 몸이 몸속에서부터 타올랐습니다. 그렇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살아 있잖아?’
‘마족의 율법에서 결투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으면, 자신도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죽기 직전의 그에게 회복마법을 걸었습니다.’
전투의 대강을 들으니, 둘 사이의 치열했던 전투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마야의 동시 10마법 조합을 깨트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능했지만. 결국 나는 이 녀석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야도 그 것을 알고 있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둘이서 무슨 말을 주고받는 것이냐?"
나를 향해 외치는 세쓰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어떤 타입의 사람, 아니 마족인지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접근전에 특화된 뇌근육 바보로, 뒤에 힐러가 없다면 쓸모가 적은 캐릭터였다.
나는 눈을 감아 다음 수를 생각했다. 이 녀석과는 조만간 결투를 해야 했다. 피할 수 없었다. 다음 전투를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이 녀석과의 모의전을 구상했다.
모의전으로 전술의 대강이 나왔다.
나는 눈을 뜨고 그 녀석에게 말했다.
"네 말을 잘 알겠다. 그럼 결투를 언제하면 좋겠지?"
"피하지 않는군. 마왕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는 네가 마음에 들지만, 너는 죽여야만 하는 적. 너를 죽이고 이 마왕성을 되찾겠다."
"그러니까 언제 싸우면 좋겠냐구?"
"그러니까... 내가 체력을 회복해야 하고... 화장도 해야하고... 검과 갑옷을 손질하고..."
그런 준비도 없이 결투를 신청 하냐? 역시 이 녀석은 뇌근육 바보였다.
"내일 오후다. 장소는..."
"마왕성 안에 결투에 적합한 장소가 있습니다." 마야가 끼어들었다.
"좋다. 그 곳에서 결투다. 시간은 내일 해가 뜨면 시작한다."
"난 분명 오후라고 했다."
세쓰는 칼을 뽑았다. "네 이놈. 살아 있을 시간을 늘리려 꼼수를 쓰는 구나."
이봐! 해 뜨는 시간이나 오후나 무슨 차이지?
"너는 우리의 율법을 모른다. 우리 세계에서는 오전에 결투하지 않는다. 네가 우리 세계에 온 이상 우리 법에 따라라."
"그... 그런가? 좋다. 내일 오후다."
그런 율법이 어디 있냐? 너 정말 바보다.
"좋다. 내일 오후에 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마야의 손을 잡았다. 마야의 인도로 우리는 우리의 침실로 왔다.
"서방님. 정말로 세쓰와 결투를..."
"물론. 잘못 된 것 있어?"
"그래도 불안합니다. 세쓰의 힘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솔직히 너와의 싸움에서 난 내 힘의 반도 사용하지 않았어."
마야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널 죽이고 싶지 않아 적당히 싸웠지. 하지만 남자라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 더구나 널 죽이려 하는 자를 용서할 수 없어."
"정말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
"물론."
나는 불안해하는 마야를 안았다.
"그럼 결투 전까지 너의 봉사를 받아볼까?"
........................
마야와 일을 마치고, 내가 무기가 될 만한 도구를 찾자 마야는 창고로 워프했다.
마야와 함께 간 창고는 놀라웠다.
먼저 며칠 전 부모의 집에서 본 금덩어리들이 20m 이상의 높이로 쌓여 있었다. 스마우그의 것들과 비슷한 양이었다.
금 뿐만 아니라 주위에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쌓여 있었다.
마야를 따라 다른 방으로 이동하니 폭 100m, 높이 30m 정도의 사각형 방 안에 바위 같은 큰 돌들이 가득했다. 색은 보석들과 같이 제각각이었다.
"이 것들은 다듬지 않은 보석들의 원석들입니다."
사람보다 큰 바위들이 모두 보석들이라고?
원석들의 방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무기와 갑옷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보물들을 어떻게 관리하지?"
"마물들이 관리합니다."
"식사 시중을 들던 마물들? 마왕성 안에 그런 마물들이 많은 건가?"
"라노크의 마력이라면 5천 정도입니다."
"5천명의 하인이라는 거야?"
"마왕성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마력으로 5만 정도 더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군대 수준이잖아?"
"마왕성을 침입하는 적들과 싸울 때는 마물들이 공격합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 녀석이 이 것을 가지려 하는 군."
"여기서 골라보세요."
마야의 마력으로 방 안이 밝아지자, 끝을 알 수 없는 방 안에 무기와 방어구들이 가득했다.
나는 눈을 감고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보통의 무기들보다 마력이 주입된 것들의 성능이 훨씬 우수했다.
모두 우수한 것들이지만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원석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그 안에 여러 돌들이 가득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마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는 돌이었다.
"찾으시는 것이 있습니까?"
"마력을 저장할 수 있는 돌이 필요해."
마야는 따라온 마물에게 눈짓을 했다. 잠시 후 마물이 10kg 정도의 파란색 돌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 돌을 만지며 마력을 주입했다. 돌이 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돌 속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돌이 다시 파란색으로 변했다.
"마음에 드는 군."
"얼마나 필요하시죠?"
"칼자루 정도의 크기면 된다."
"그럼 이 정도." 마야는 팔꿈치 주위를 만지며 길이를 생각했다.
"손에 쥐고 흔들어야 하니까. 넓이는 이 정도면 좋겠어." 나는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었다.
"내 몸 안에서 날 흔들던 서방님의 것보다 작네요."
"남편이 목숨을 건 결투를 앞두고 있는데 농담이라니..."
"서방님은 절대 지지 않을 거예요."
마야는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내 품에 안긴 후, 내 뺨에 키스를 했다.
마야는 내 품에 안긴 채 마물들을 보며 명령했다.
"서방님의 말대로 이 돌들을 잘라내라. 손에 쥐기 편하도록 가죽으로 감싸고, 개수는..."
"그 돌로 만들 수 있는대로 만들어라." 내가 덧붙였다.
나는 품 안의 마야를 안고 물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내일 아침까지는 될 거예요."
"그럼 그 때까지 뭘 하지?"
마야는 웃으며 내 품에서 떨어져 근처 원석 바위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서방님. 어서요."
그 말에 내 이성이 날아갔다.
이 후 우리는 침대로 들어가 몇 번이고 서로에게 취해 들었다.
................................
다음날 오후. 나는 마야의 인도로 마왕성 안의 넓은 공터로 인도되었다.
그 곳에 세쓰가 미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세쓰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공터를 약한 빛이 나는 구체가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 곳 결투장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입니다. 이 곳 안에서 발생되는 마법이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결계를 완성하고 마야는 워프로 밖으로 나갔다.
눈앞에 있는 그 녀석은 어제 잠을 못잔 듯 피곤해 보였다. 게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초조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힘으로 밀어 붙이는 뇌근육들은 긴장감을 조절하기 힘들고 기다리는 일에 약했다. 내가 일부러 결투 시간을 오후로 정한 것은 이 녀석이 잠을 설칠 것과 결투장에서 먼저 나와 우리를 기다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을 설친 피로와 오랜 기다림으로 초조해진 마음이 벌써부터 자신의 힘을 깎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차원의 문을 뚫는 것은 엄청난 마력 소비였다. 마력을 회복시키려면 일주일 이상 휴식 해야 하는데, 이 녀석은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을 결투날로 잡았다.
자신의 상태를 냉정히 파악 못하는 자제력이 부족한 타입이었다.
세쓰는 칼을 뽑았다. "덤벼라. 네 놈이 먼저 공격하도록 해주지."
나는 길이 30cm 정도의 막대기를 쥐고 마력을 주입했다. 그 것은 마법석을 농축해 만든 라이트세이버 전용 마법 지팡이였다. 나의 마력에 막대기에서 붉은 빛의 빛의 칼날이 생겨났다. 평소 마법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 보다 소비 마력이 1/3도 되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자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휘잉’의 바람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된 빛의 칼날이 내는 소리였다.
이렇게 제대로 된 라이트 세이버의 소리를 50년 넘게 듣지 못했다. 두 번째 세계에서 마왕을 격파한 이후 전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왔고, 세 번째 세계에서는 마법 지팡이를 사용해 제 위력을 나타낼 수 없었다. 이렇게 제대로 전개된 라이트세이버는 오랜만이었다.
세쓰의 말대로 난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내 휘두르는 칼날을 그는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겨우 이 정도냐? 실망이군. 마야를 쓰러트렸다고 기대했는데 말야."
방어한 칼을 힘으로 밀어내어 나를 떨어뜨린 후, 그는 자신의 칼을 위로 올려 내려쳤다.
이렇게 위에서 공격해 오는 것은 중력과 합쳐져 방어가 힘들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 칼을 피하려 했지만, 칼에서 마력이 전개되어 공격범위가 길어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나는 마력 장벽을 전개해 공격을 막아냈다. 그의 공격은 내가 만든 10개의 방어벽들 중 7개를 부수고 막혔다.
마야가 그와의 결투에서 6개의 마력 장벽을 전개했다는 것은 정말이었다. 마야와 동급의 위력을 내는 마력장벽을 7개나 부수었다. 그의 말대로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쌓은 것이었다.
나는 다음 공격을 우려해 빨리 그와의 거리를 두었다.
"도망치는 것이 장점인가 보군.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한다."
내 눈 앞에서 그가 사라졌다. 마력흐름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내 등 뒤에서 칼날이 날아왔다. 다시 난 장벽을 전개해 그의 공격을 막았다.
그는 역습을 우려해 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마야의 남편이라더니 쓰는 수법이 똑같군. 하지만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맞는 말이었다. 어떻게든 공격을 해야 했다.
다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번엔 바로 공격이 오지 않았다.
마력 흐름이 공중에서 느껴졌다. 마력 방어 장벽의 약점은 구형으로 내 주위 360도 모두를 방어할 수 없고, 길이 2m 폭 3m 정도의 큰 방패가 생기는 정도였다. 내가 전에 마야를 공중에서 공격하려 했던 이유였다. 그런 약점을 파고들어 그는 공중 위에서 나를 공격하려 했다.
다른 점은 내가 허공을 걷어차 방향을 바꾼 것과 달리 그는 도약 후 바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공중에서 내려오는 공격은 강력해도 패턴을 읽기 쉬웠지만, 그는 스피드로 커버하려 했다. 빠른 그의 공격을 피하기 힘들었다.
나는 방어보다 공격을 선택했다. 그의 낙하 선으로 나는 라이트 세이버의 칼날을 길게 전개 시켰다. 그는 빛의 칼날을 자신의 팔로 방어하며 낙하를 계속하려 했지만,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빛의 칼날에 자신의 칼을 방어에 돌렸다. 두 칼날이 부딪히는 충격에 그는 낙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서로 나눈 공격이 모두 장군멍군이었다. 나와 그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 정도면 접근전 실력은 호각이었다. 지금까지는.
나에게 두 번째 세계에서의 마왕 이후, 이런 싸움은 60년 만이었다. 내 봉인을 푸는 일도.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그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그 순간 내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어이! 세쓰라고 했나? 이제 그만 하는 게 좋지 않아?"
"패배를 인정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거냐?"
"아니! 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너를 죽이면... 마야가 슬퍼할 테니. 난 아내의 오빠를 죽이고 싶지 않거든."
"하하... 겁이 나니까 미친 소리를 하는군. 그럼 보답으로 고통 없이 죽여주지."
난 즉시 그의 뒤를 잡고 목에 지팡이를 대었다.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에 그는 대응하지 못했다.
"이렇게 내가 마음 먹으면 너를 한방에 죽일 수 있어."
그는 칼을 휘둘러 내 지팡이를 쳐내고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착지 지점에 내가 먼저 와 있었다.
다시 나는 그의 목에 겨누었다.
"이대로 항복해. 더 이상 마야의 오빠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네 몸에도 자존심에도."
다시 그는 내 칼을 쳐내고 거리를 벌렸다. 나는 쫓아가지 않았다. 변해버린 내 움직임에 그는 당황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말했듯이 이제 장난은 끝이야. 마지막 경고야. 이대로 그만 두겠다면 결투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어. 무승부로 해주겠어. 그러니 이제 그만 둬."
"이 자식! 나를 놀렸던 거냐? 이런 실력을 가지고 날 희롱하고 기만했던 거냐?"
나는 그의 뒤로 이동해 발로 무릎을 찼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널 기만할 생각은 없었어. 단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반칙이라서."
나는 발을 들어 올려 뒤꿈치로 그의 오른쪽 어깨를 가격했다.
그는 땅을 굴러 나와 거리를 두려 했지만, 몸을 일으킨 그 자리 바로 뒤에 내가 서 있었다.
"이 자식. 어떻게..."
다시 난 발로 그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쓰러진 그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별거 아냐. 기술과 경험의 차이일 뿐."
"뭐?"
"넌 강해. 나와 필적할 만큼.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순수 전사나 마법사와 싸운 적이 많지만, 둘 다 달인인 사람과 싸운 경험이 없어. 나 같이 접근전과 마술 공격방어 모두가 능통한 사람하고는."
나는 발로 땅에 엎어진 그의 배를 걷어찼다. 그는 신음을 내며 고통에 배를 움켜 잡았다.
나는 그의 전투 의지를 꺾기 위해 반복적으로 그의 배를 가격했다.
5번 쯤 맞던 그는 내 발을 잡았다.
"알았어. 너의 비밀을."
그는 온 힘으로 내 발을 비틀었다. 고통에 쓰러진 나를 두고 그는 몸을 일으켰다.
"넌 모든 마력을 스피드에 돌렸던 거야."
쓰러진 나에게 그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검은 땅을 공격했다.
"도망치는 것은 빠르군. 하지만 그렇게 빠르다 해서 날 공격하지 못할 걸? 네가 마력을 모두 스피드에 할여해 넌 검을 휘두를 수 없었어. 검이 아닌 발로 공격한 것이 증거지. 아무래도 네 팔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을 걸?"
그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고 뒤로 검을 휘둘렀다. 그의 바람의 칼날이 결투장 결계에 부딪혔다.
나는 20m 정도 떨어진 그의 앞에 서있었다.
"맞았어. 하지만 단순해 겨우 그 정도 일까?"
"내가 네 발을 부러뜨렸으니 빠른 스피드는 쓰지 못할 걸?"
나는 웃으며 회복 마법을 내 오른 발에 사용했다. 반대 방향으로 꺾어진 내 발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넌 이런 것도 못하잖아? 네가 피로 회복을 위해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 알았지. 넌 기초적인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는 바보라는 것을. 그런 녀석이 날 이길 수 없어."
난 좀 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해 그의 눈앞에 선 후,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의 말대로 난 마력을 고속 이동에 활용하여 라이트세이버를 쓸 수 없었다.
두 번째 세계에서 난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전술을 고안했다. 빠르게 마왕에게 접근한 후, 모든 마력을 라이트세이버에 집중하여 한방에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우선 빠른 이동을 위해 마력을 총동원한 후, 이동 마법이 끝난 후 바로 마력을 빛의 칼날에 집중하는 것. 이 것을 위해 수개월 동안 빠른 이동 이후 빠른 칼날 전개를 연습했다.
지금도 빠른 이동으로 그를 공격했는데, 죽이지 않기 위해 손발로 공격하고 있었다. 마음 먹으면 죽일 수 있지만.
내 빠르기에 대체하지 못하고, 그는 내 공격을 받으며 만신창이로 변했다. 내가 그의 발을 로우킥으로 공격하자 땅에 쓰러졌고, 나는 그 위에 올라가 마운트로 그의 팔을 구속했다.
계속된 공격에 그는 내 마운트를 풀지 못했고, 나는 자유로운 팔로 그의 얼굴을 계속해서 때렸다. 그의 눈코입에서 피가 흘렀다. 피가 흘러 내 몸에 튀었지만 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항복하기를 바라며.
어느 정도 공격당하자 나는 그의 멱살을 잡고 잡아 당겼다.
"이제 이만큼이면 되었어. 항복하시지."
"절...대 못해... 차라리... 날... 죽여..."
나는 그의 목을 손으로 잡고 마력드레인 마법을 진행했다. 상대의 몸에 손을 대고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이었다. 육체적 데미지에 이어 마력을 빼앗겨 그는 전투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숨을 쉴 만큼의 마력만 남겨두고 그의 마력을 모두 뺏었다.
내가 손을 떼자, 그는 땅에 쓰러졌다. 나에게 심하게 당한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오르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내가 일어서서 바라보자, 마야는 결계를 풀고 나에게 달려왔다.
"이기신 건가요, 서방님?"
"보면 알잖아? 별 거 아니었어."
"어떻게... 접근전이라면 최강인 세쓰를..."
"배운 전투 기술은 뛰어나도 활용을 못했어. 실전 경험 부족이었어."
"그리고 방금 서방님의 움직임. 세쓰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신 거죠?"
"그건 비밀."
비밀은 두 가지 바람 마법에 있었다.
우선 한손으로 내 몸 위를 향하는 바람마법을 사용하여 내 몸을 약간 띄워준다. 바람으로 가벼워진 내 몸을 이동방향에 맞춰 다른 손으로 또 바람마법을 쓰게 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거기에 땅을 박차는 내 발 힘을 더하면, 평소보다 스피드가 2배 이상 높아진다.
이 경우 2가지 바람 마법으로 라이트세이버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위를 향하는 바람마법을 빨리 종료시키고 빛의 칼날 마법을 실행해야 했다. 이 타임갭을 줄이려고 피나는 연습을 했다.
우선 위를 향하는 바람 마법을 실행하여 내 몸을 띄우고 다른 바람으로 고속 이동을 전개한 다음, 적 앞에 나타나 라이트세이버 마법을 전개했다. 이 모든 것이 타임갭 없이 실행되도록 했다.
이 기술을 습득한 나는 그 세계 최강에 올랐다. 또 이 기술로 나는 마왕에게 이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세계의 마왕과 세 번째 세계의 전 마왕을.
"그런데 이 사람을 어떻게 하지?"
"이제 서방님의 부인이 늘겠군요. 결투에서 졌으니 서방님의 아내가 되어야 합니다."
"뭐? 이 사람은 남자잖아."
"결투에서 지면 이긴자가 원한다면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마야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럼 이 남자가 여자가 된다는 말이야?"
"서방님께서 원하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