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늘어나는 부인들(5) (17/148)



〈 17화 〉늘어나는 부인들(5)

"라노크! 너에게 자유를 주겠다. 전력으로 나와 싸울 수 있는 자유를. 하지만 맹세해라. 나에게 진다면 나의 정령이 되겠다고."

"좋다. 나의 주인은 나를 이기는 자. 나를 이기면 너의 것이 되겠다. 대신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

"조건?"

"나에게 육체를 다오."

"어떻게 너의 육체를 준다는 거지?"

"네 부인 중의 한사람이 나의 화신이 되어준다면 가능하다."

"마야 말인가?"

"아니! 네 본처는 불가능하다. 마왕과의 맹약에서 마족은 나의 화신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마법을 쓸 수 없는 존재만이 가능하다."

"왜 그런 계약을 맺었지?"

"마왕은 나의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이 마왕성에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주인과 대화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 그러니 네 부인들 중 하나가 나의 화신이 되도록 하라."

이 녀석도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나? 외로운 것을 못 견디는 놈이었던가?

"여기에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데?"

"저기 있는 네 다른 부인이 가능하다."

다른 부인? 현정이 말야?

현정이 소리를 질렀다. "에? 나? 난 재신이의 부인이 아니야."

"이봐! 저 여자는 나의 부인이 아니야. 우연히 말려든 피해자야."

"난 저 여자가 마음에 든다. 난 주인과 대화할 수 있는 육체를 원한다. 저 여자는 마법을 쓸 수 없다."

"잠깐! 네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육체를 가진 존재잖아? 그럼 내 부인일 필요가 없잖아."

"네 본처 옆에 있는데 네 부인이 아닌가?"

마야가 말했다. "그럼 이 여자가 서방님의 부인이 되면 되는 거네요."

"마야! 그건..."

"저도 빨리 서방님의 부인을 늘리려 했는데, 잘된 일입니다. 그러면 되겠네요."

현정이 발끈했다.
"잠깐! 내 일에 내 의견이 왜 없는 거지? 내가 언제 결혼한다고 했어? 게다가 서방님이라고 했지? 그럼 이미 넌 결혼한 유부남이라는 거야? 그런데 또 결혼? 나보고 첩이 되라는 거야?"

"서방님의 부인이 되는 것은 영광이다. 게다가 아직 부인이 없는 상태에서 넌 첫 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부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당신이 첩이야?"

"나는 본처다. 부인들과는 다르다. 너도 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인이 되는 것이다."

"진정해 둘 다!
현정아. 보다시피 마야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야. 그 쪽에서는 일부다처제였어. 부인이 적으면 남자와 본처가 된 여자의 지위가 낮은 거야. 그래서 마야는 내 부인을 늘리고 싶어 해."

"뭐어? 도대체 무슨 개소리야?"

"그런 거야. 그런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야."

"그런 세계? 그 건 또 무슨 소리지?"

나는 한숨을 쉬고 순간 이동으로 현정의 옆으로 가 그녀의 손을 잡고 워프 마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마왕성 꼭대기 테라스로 이동했다. 서울 상공에 부유한 마왕성의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의 북쪽에서 바라보니 서울 시내가 아래에 내려다 보였다.

"뭐지 여긴?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보다시피 여기는 하늘 위야. 하늘 위에 떠 있는 성이야."

"갑자기 여기에 어떻게 온 거지?"

"나의 워프 마법이야."

나는 현정의 손을 잡고 정원 가운데로 워프했다. 현정은 주위를 둘러보며 놀랐다.

나는 등 뒤의 성을 가리켰다. "저기가 우리가 있던 장소야."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워프했다. 성벽 위였다. 높은 성벽 밖으로 숲이 펼쳐졌다.

"여기는 하늘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곳이야."

"이럴 수가... 넌 이 성의 주인?"

"원래 주인은 마야였지만, 내가 그녀와 결혼해서 내 것이라 할 수 있어."

현정은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나는 현정과 함께 투기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저기 마야씨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고, 넌 저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이고, 마야씨는 일부다처제 사람이라 네 첩을 구하고 있는데 나보고 첫 번째 첩이 되라는 거야?"

"첩이 아니라 부인이다. 부인들 중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마야씨는 가만히 계세요. 부인 외에 다른 여자들은 모두 첩입니다."

"아직 서방님은 100명의 여자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니 넌 부인이 되는 것이다."

"100명? 첩을 100명을 얻을 생각인가요?"

"부인을 아직 못 채웠는데 첩을 얻을 수 없다."

"그럼 100명의 부인을 채운 다음에 첩을 얻는 건가요? 몇 명이나 얻을 생각이시죠?"

"서방님 정도의 남자라면 오천명은 필요하다."

말이 안통한다는 표정으로 현정이 마야를 바라보았다.

현정은 비틀 거리며 등을 돌렸다.
"나...난 이런 일은 사양입니다.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당신들대로 사세요. 그럼 전..."

"이봐라, 계집! 내려갈 방법을 아느냐?"

현정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지금 날 계집이라고 부른 거냐?"

"서방님의 부인이 될 영광을 몰라보는 어리석은 계집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지 않나?"

현정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마야 앞으로 걸어갔다. 160cm 정도인 그녀는 마야 앞에 서서 얼굴을 올려다보며 손을 올렸다.

짝 소리가 날 줄 알았는데, 현정의 손이 마야의 방어벽에 막혀 멈추었다.

"아직 주제를 모르는 구나. 마법을 쓰지도 못하는 천한 것이 내 몸에 손대려 하다니."
마야의 마력에 의해 현정의 몸이 날아가 땅에 뒹굴었다.

나는 현정의 몸을 일으키며 귀 속에 말했다.
"마야를 이기고 싶으면 라노크의 화신이 되기를 부탁해. 라노크의 힘이면 마야와 싸울 수 있어."

화를 참지 못하고 있던 현정은 불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몸을 일으켜 라노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이! 불덩어리. 당장 나하고 계약해! 네 화신이 되겠어."

말의 끝나자마자 현정의 몸이 불로 뒤덮였다. 아무래도 둘이 계약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마야에게 다가갔다.
"이제 저 녀석의 처리가 문제네."

우리 둘은 세쓰를 바라보았다. 그는 두려움에 떨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말씀 드렸던 것과 같습니다. 세쓰를 부인으로 삼으세요."

남자를 부인으로 삼으라고? 아무리 여자로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남자였던 사람을?

내가 망설이자 마야가 단호하게 말했다. "마왕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난 마왕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왕의 남편은 마왕이 되어야 했다. 백성이 없는 왕이지만.

"세쓰를 부인으로 삼지 않으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내가 아닌 자기가 마왕이라는 건가? 그럼 다행이군. 난 마왕이 되기 싫으니.

마야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일족이 노에가 되는 것은 저의 불명예입니다. 제발 세쓰를 두 번째 부인으로 삼아주세요."

본처를 빼고 두 번째라면, 현정의 밑이라는 말인가?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마야의 소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의 소원이고, 그녀의 혈육을 구하는 방법이니까.

"알았어. 그렇게 할게."

마야는 몸을 일으켜 기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당장 진행하겠습니다."

마야가 다가오자 세쓰는 거부하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세쓰! 내 결정이라. 따라라!"

내 명령에 그는 멈추고 눈을 감았다. 체념한 듯.

마야는 자신의 왼쪽 새끼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고, 세쓰의 입에 가져갔다. 그는 체념한 얼굴로 그 손가락을 입에 물고 그녀의 피를 마셨다. 그러자 마법의 불꽃이 세쓰의 몸 전체를 덮었다.

그리고 마야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세쓰의 목을 잡고 등이 보이게 옷을 내렸다. 세쓰의 목 밑에 마야는 피로 마법진을 그리고 마력을 주입했다.

잠시 둘 사이에 마력의 흐름이 보였다.

세쓰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의 남편이시여. 내 몸과 마음은 모두 제 남편이신 당신의 것입니다. 저를 잘 사용해 주십시오."

어라? 목소리가 바뀌었는데? 남자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그 것도 소녀의 목소리였다.
그, 아니 그녀가 몸을 일으키니 완전히 소녀였다. 16세 정도의 나이에 키가 170cm, 얼굴은 마야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A컵의 아담한 가슴에 분홍색 머리칼과 노란색 눈이었다.

"이제 서방님의 새로운 부인이 생겼습니다. 저는 정말 기쁩니다."

"세쓰! 아니... 남자가 되었으니 이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부인이 되면 남편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줍니다."

"그럼... 마야의 오빠, 아니 언니니까. 미야! 미야가 좋겠어."

"좋은 이름이네요.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미야이다. 앞으로 서방님을 모시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마야님."
세쓰, 아니 미야가 마야를 향해 몸을 굽혀 인사했다.

방금 전 남자였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여자가 될 수 있다니, 신기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미야는 미녀였다. 마야가 성숙한 과일의 이미지라면, 미야는 바다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생선과 같았다. 펄떡거리며 튀어 다니는 생선. 요리하고 싶은 날 것의 이미지였다.

"이제 계약이 끝났어. 이제 너를 손봐줄 수 있겠어."

현정이 주먹을 쥐고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계약을 끝낸 현정의 몸에서 마력이 넘쳐났다. 그녀 주위에 마법의 불길이 타올랐다.

나는 라이트 세이버를 전개 시키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제 너를 제압해야 하는가?"

"이제 난 내 힘을 모두 되찾았다. 너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현정은 라노크의 말투로 말했다.

"그 것보다 빨리 끝내지. 나는 마왕성에도 현정이 몸에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좋다. 덤벼라"

현정, 아니 라노크는 엄청난 마력을 내뿜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붉은색 라이트세이버를 검은색으로 바꾸어 현정의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우리 둘의 마력이 부딪혀 주변에 마력 폭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라노크가 밀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전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무책임한 놈의 저주로 내가 최대 마력을 분출하면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뼈가 갈라지거나 피가 흘렀다. 마야를 죽인 세 번째 소환에서 생겨난 문제였다.

해결책으로 먼저 마력으로 공격하고 즉시 회복마법으로 고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 했다. 마야와 미야의 싸움에서도.

여기 라노크는 그런 여유가 없는 상대였다.

내가 최대 마력을 방출하자, 라이트세이버를 쥔 오른팔의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어나왔다. 즉시 난 왼손으로 회복마법을 사용해 오른팔을 고치며, 라이트세이버에 마력을 더욱 공급했다.

내가 최고 마력으로 공격하자, 라노크의 마력이 밀리기 시작했다. 나는 검은 칼날을 라노크, 아니 현정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그녀의 마력 장벽을 돌파하자 그녀 등 뒤로 검은 칼날이 관통했다. 그녀는 그대로 쓰러져 내 품에 안기었다.

"내가 졌군. 대단한 마력이었어. 인간이 어떻게..."

"네가 진 마왕과 비교하면?"

"2배는 강하다. 넌 내가 본 인간과 마족을 통틀어 최강이다."

"그럼 나의 정령이 되는 것인가?"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현정 주위의 마력 불꽃에 손을 가져가 나의 마력을 주입했다. 앞으로 정령 라노크는 전에 던 마왕과의 맹약이 아니라, 나에게 복종할 것이었다.

나는 기절한 현정을 안고 마야와 미야에게 돌아왔다.
"마야. 현정이를 부탁해. 그리고 미야는..."

마야는 현정을 받아 안았다. "이 여자는 걱정 마세요. 서방님의 첫 번째 부인입니다."

그리고 미야를 바라보았다. "미야! 넌 이 여자 뒤의 두 번째이다. 알겠느냐?"

미야가 마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넌 지금부터 서방님을 모셔야 한다. 최선을 다해 서방님을 기쁘시게 해라."

마야는 현정을 안고 워프로 사라졌다. 투기장에 나와 미야만 남았다.

미야는 고개를 숙여 내 시선을 피했다. 이미 엎지른 물이라 답은 나와 있었다.

나는 미야의 손을 잡고 목욕탕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돌침대에 그녀를 던져 넣었다. 방금 전까지 날 죽이려 달려들던 놈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몇 번이고 정신이 나간 미야에게 회복마법을 쓰며 즐겼다.

.............................

다음 날 아침. 난 침실에서 잠이 깨었다. 내 옆에 미야가 누워있었다.

나는 어제 5번 이상 미야에게 회복마법을 걸며 즐겼다. 그녀는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5번이나 경험했을 것이었다.

회복마법을 쓰면 마법을 걸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미야는 처음의 고통을 계속해서 느꼈을 것이었다. 처녀의 느낌을 같은 사람에게서 5번 연속해서 느끼니 신기했다. 회복마법에 이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몇 번이고 고통을 겪는 그녀를 위해 회복마법을 중단했다. 점차 그녀의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져 그대로 3번을 더했다. 할수록 그녀도 강한 자극에 더욱 강하게 나에게 달라붙었다.

어제 격렬한 일들에 지쳐 미야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미야를 두고 중앙 회랑으로 이동했다.

내가 회랑으로 나오자 마야와 현정이 같이 워프했다.

"어제 즐거우셨습니까?"

나는 마야의 시선을 피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여자를 안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옆에 있는 현정이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미야의 봉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아니야. 정말 좋았어. 대단했어."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많은 여인을 취해야 합니다. 빨리 100명을 채워야 저의 명예도 높아집니다."

현정이 항의 했다. "마야씨. 부인이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에요."

"너는 모르겠지만, 본처로서 부인이 적은 것은 수치다. 부인이 적은 본처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빨리 서방님께서는 여러 여인을 맞이해야 한다."

현정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현정의 차례입니다. 두 번째 부인으로 현정이를 사랑해주세요."

"나는 여기 송재신의 부인이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할 거냐? 넌 라노크의 화신이 아니냐? 그럼 서방님의 부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라노크도 서방님의 부인을 화신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그건 내 몸에 기생하는 정령의 생각이고 난 그럴 생각이 없어."

마야는 놀라서 현정을 바라보았다.

나는 현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테라스로 워프했다.

"아무래도 너와 둘이서 대화해야 겠어. 원하는 것이 뭐지?"

"아무 것도. 그냥 너희들과 상관없이 살고 싶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새로운 화신이 올 때까지만 부탁해. 라노크는 나와 마야에게 중요한 존재니까."

"언제까지."

"빨리 구하도록 할게. 대신에 라노크가 네 몸에 있는 동안은 나와 마야의 지시에 따라줘."

"나는 너희와 엮이고 싶지 않아."

나는 주머니 창고 마법으로 금덩어리 몇 개를 꺼내어 현정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지?"

"금덩어리. 금은방에 가져가면 팔 수 있어."
현정은 금을 받아 자기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못해도 오만원은 될 거야. 매일 이 정도면 되겠어?"
현정은 나를 바라보았다.

"알바라고 생각해. 우리 비밀을 지켜주고 라노크의 화신으로 활동해줘. 그 정도면 돼."

"조건은 뭐지?"

"알아보니 너는 자취하고 있잖아? 그럼 알바 기간 동안 이 곳 마왕성에서 살아주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마왕성 밖에서는 나에게 맞춰줬으면 해."

"너에게 맞춘다?"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고."

"난 학원에 가야 해."

"너 정도의 실력이면 학원이 필요 없잖아? 알아보니 학원에서 돈 받고 다닌다고 들었어. 알바로 학원에 나가는 것 아니야?"

현정이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인터넷도 가능해. 원한다면 인강을 마음대로 들어. 특별히 듣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나는 허공에 화면을 만들었다. 화면에 우리 교실 칠판이 보였다.

"내가 여기서 보고 듣게 만들 수 있어."

"그럼 이 정도로는 힘들어."

현정의 의도를 알고 나는 웃어주었다.
"숙식 제공에 이 정도면 되잖아? 집세와 식비 만큼 절약 되는 거야. 그리고 네게 제공할 방은 30평이 넘을 거야. 게다가 시중을 드는 사람까지 있어."

"재미있네. 하지만 이 정도는 적어."

"그렇게 나와야지. 2덩이에 5만원 정도니까. 3덩이로 하지. 너무 과한 요구는 곤란해. 어린 애가 돈만 밝히면 안되니까."

"너도 어린 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군."

"솔직히 난 100살이 넘었어."

"농담이 심하군."

"그럼 100명의 여성을 취해야 할 남자가 정상인 것 같아? 나는 100년 이상을 모험을 하며 경험을 쌓은 사람이야. 지금까지 날 거쳐 간 부인들이 300명이 넘고 만명 가까운 아이를 낳아봤어. 이 정도로 놀라면 우스워."

"망상은 정도 것 하시지."

나는 허공을 향해 손칼을 휘둘렀다. 내가 휘두른 곳으로 구름이 없어졌다. 그리고 번개를 만들어 한강 한가운데로 떨어지게 했다. 굉음과 밝은 빛에 현정은 바닥에 엎드렸다.

"내가 마음 먹으면 명성고교 정도는 반나절에 전멸시킬 수 있어. 그러니 날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아. 난 네 몸 안의 라노크를 이긴 사람이야. 라노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나를 무시 못할 거야."

현정은 벌벌 떨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내 뱉은 말은 확실하게 책임져. 네가 부인이 되지 않겠다면, 다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나의 부인은 아니지만 부인으로서 받는 대우를 주겠어. 알바비도.
그러니 아무 말 말고 날 따르는 것이 좋아. 난 마음만 먹으면 너 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현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정은 떨리는 손으로 나와 악수했다.


나와 현정은 중앙회랑으로 워프 했다. 벌써 마야와 미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상석에 만들어진 마야 옆에 앉았고, 미야는 긴 세로 방향의 의자들 중에 마야 옆에 앉아 있었다. 마물들은 현정을 인도해 내 옆으로 인도했다. 나와 마야가 나란히 앉고, 현정과 미야가 마주보며 우리와 90도 방향에 있었다.

현정이 마야를 보며 물어왔다. "이 자리 배치가 무슨 의미죠?"

"부인들의 서열대로 앉는 것이다. 난 본처이기에 서방님과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서방님의 옆에 첫 번째 부인이 앉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 옆에 앉는다."

"그럼 내 옆에 세 번째, 그 옆에 다섯 번째. 그리고 마야씨 옆에 두 번째 그 옆에 네 번째. 그런 순서이군요."

"그렇다."

"그럼 저 분과 자리를 바꾸겠어요."

현정은 일어서 우리 뒤를 돌아가 미야에게로 걸어갔다.
"제 자리에 앉으세요. 전 여기에 앉겠습니다."

마야가 현정에게 말했다. "그럴 수 없다. 넌 첫 번째 부인으로 미야의 위이다."

"아닙니다. 전 아직 부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분이 첫 번째입니다."

나는 마야의 손을 잡고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미야를 바라보았다.

마야도 미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빛에 미야는 현정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고, 현정이 미야의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전 마지막 자리에 있으려 합니다. 저는 송 재신씨의 부인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해"

"서방님." 내 허락에 마야는 나를 노려보았다.

"마야. 우리 나라 법에 20세 이하의 청소년은 결혼할 수 없어. 현정이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법을 준수하려는 거야. 그녀도 우리와 달리 순수한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인이 되는 것을 언제 일까요?"

"우리가 법적으로 20세가 되는 3년 후 일거야."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현정이의 자리가 없습니다. 그럼 부인이 아닌 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난 현정의 자리를 남겨둘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마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현정이 정식으로 부인이 되기까지 한자리를 비워두겠습니다. 대신 그녀는 첫 번째 부인이 되었으니 정식은 아니지만 그렇게 대우하지요."

"난 마지막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현정의 말에 마야는 고개를 돌렸다.
"안된다. 부인의 서열 문제는 가정의 최대 중요 사안이다. 넌 서방님이 얻은 첫 번째 부인이다. 비록 계약이 늦어 부인이 아니지만 첫 번째 부인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복잡한 일을 내가 정리했다.
"그렇다면 현정이가 정식 부인이 되면 첫 번째가 되는 것으로 하고, 그 동안 마지막으로 생각해. 현정이가 편한대로 해주자고. 현정아. 그럼 괜찮겠어?"

"좋아. 그렇다면."

마야의 말이 머리 속에 들려왔다.
‘라노크의 화신이 서방님의 부인이 아니라면 문제가 생깁니다.’

‘뭐지?’

'마왕성은 라노크의 마력으로 움직입니다. 라노크가 서방님의 부인이 아니라면, 마력 공급에 문제가 생깁니다.'

마야의 설명에 나는 놀랐다.

‘그럼 마력이 필요한 건데, 내 마력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마법진을 수정하면 됩니다. 정말 그렇게 하실 겁니까?’

‘임시적으로 그렇게 하지. 그리고 마왕성을 라노크가 아닌 내 마력으로 움직이고 싶어.’

마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는 현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방님 결정이시니 그렇게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매우 거슬립니다. 현정의 지금 태도는 그냥 넘어가기 힘듭니다."

"그렇군요. 여기 와서는 송재신씨에게 예의를 다하겠습니다."

"서방님이라고 불러라!"

"알겠습니다. 서방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현정이 나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나는 두 명의 부인을 새로 맞이했다. 처음 결혼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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