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늘어나는 부인들(6)
미야를 새 부인으로 취하고 나는 현정과 함께 등교하려 했다.
내가 워프 마법을 실행시키니 실패였다. 워프를 해야 할 장소에 방해물이 있으면 워프가 불가능하다. 내가 워프 포인트로 지정해둔 곳이 교내 엘리베이터 안이었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러지?"
"아무래도 우리가 가야할 곳에 다른 사람이 있나 봐."
"워프 장소가 어디지?"
"교직원용 엘리베이터."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잖아."
"아무래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을 포인트로 재지정해야 겠어."
"서방님 무슨 일이죠?"
"워프 포인트에 방해물이 있어서."
"그럼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학교에 가보고 싶습니다.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도 들어야 하니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물들이 나와 마야와 미야의 옷을 갈아입혔다.
비슷한 분위기의 정상을 입은 두 사람은 자매 같았다.
마야는 검은색 윗옷으로 속에 흰셔츠를 입고, 샤넬라인 검은 치마였다.
미야는 회색과 검은 파란색이었다.
둘을 비교해보면 180cm의 마야가 170cm인 미야보다 언니로 보였다.
"외부에 미야를 어떻게 알리지?"
"제 동생이라고 하겠습니다."
"원래 오빠였으니 언니라고 해야 잖아?"
"마족에서는 결혼하는 순간 본처의 아래로 바뀝니다. 몸을 비롯해 모든 것이. 미야는 지금 나보다 어려진 상태입니다."
정말 신기한 율법이네.
"미야는 저의 아래로 다시 태어난 겁니다. 그러니 외부에서도 미야를 내 동생으로 알려도 됩니다."
"그 문제는 본처의 권한이니 알아서 해.
그리고 미야. 오늘 너는 마야의 동생으로 외부에 알리는 거야. 다른 사람 앞에서 예의를 지켰으면 해. 그리고 학교에서는 나를 모르는 것으로 해줘. 만약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미야에게 존대말을 써야 할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마야님에게 설명을 들었습니다."
나는 현정의 손을 잡고 마야와 미야에게 다가갔다.
마야의 마법이 실행되자 주위가 변했다. 학교 안의 이사장실 안이었다.
현정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이사장실?"
"앞으로 내 사무실이 될 공간이다."
"그럼 마야씨가 우리 학교를 산 졸부야?"
"졸부가 무슨 의미지?"
"쓸데없이 돈자랑하는 벼락부자."
"그 정도를 돈자랑이라고 하다니. 너는 속이 좁구나. 이런 학교를 천 개 이상 사들여도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나는 현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야는 상상을 초월할 부자야. 이런 학교를 인수하는 돈은 용돈 수준이야. 그러니 우리 관점으로 판단하면 곤란해."
"알았어. 뭐... 그런 거라면."
똑 똑!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들어와라."
마야의 말을 듣고 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마야씨. 재신이? 그리고 이 분들은..."
"아...아빠! 여기 미야씨는 마야의 동생이고, 현정이는 우리 반 반장이야. 마야가 학교를 잘 모르니 몇가지 알려줄 것이 있어서."
마야는 미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기 미야는 내 동생이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미야는 아버지를 향해 몸을 굽히며 인사했다.
"그리고 현정이는 서방님 반의 반장이라 내가 불렀다. 여러 가지 물어볼 것이 있었다."
"뭘..."
"네가 알 바가 아니다!"
마야의 차가운 말에 아버지는 몸을 굽혔다. 돈이 사람을 이렇게 비굴하게 만들다니...
"그리고 나의 이사장 취임은 어떻게 됐지?"
"아직 준비 중입니다."
"빨리 해라. 기다리기 힘들구나."
아버지는 인사하고 방을 나가려했다. 순간 그의 마음이 읽혀졌다.
나는 마야와 미야를 이사장실에 놔두고, 현정과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이사장실을 나오는 순간, 많은 선생님들과 직원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
수업 도중 마야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들려왔다. 이사장실과 100m 이상 떨어져 있는데, 둘 만의 대화가 가능했다.
‘무슨 일이지?’
‘서방님도 아시지요? 그 사람의 속셈이.’
‘잘 알고 있어. 마음을 읽었으니.’
‘어떻게 하죠? 지금 그 자가 내 앞에 종이를 내밀고 사인해달라고 합니다.’
‘어떤 서류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어이해 마법으로도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머리 속에 아버지의 마음이 들려왔다.
- 넌 허수아비에 불과해. 내가 명성학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거야. 넌 참 좋은 물주야. 네가 아무리 잘났다고 날뛰어도 내 며느리에 불과해. 앞으로 네 재산을 날 위해 써야 겠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알고 있는 나는 놀랍지도 않았다. 전부터 학원 비리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그였다. 그의 월급으로 절대 꿈도 꾸지 못할 집과 차를 가지고 있었다. 뻔한 일이었다. 그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비리가 만연한 곳이니까.
하지만 아버지가 군침 흘리는 돈은 마야의 것, 나의 것이었다. 절대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우선 그 종이들을 받아들고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해.’
‘내 말을 듣고 종이들을 다시 챙기는 군요.’
‘변호사와 상의를 위해서 그 종이들이 필요하다고 해.’
‘종이를 줄 마음이 없네요.’
‘그럼 변호사와 함께 다시 오겠다고 해. 사인은 그 때 하겠다고.’
‘알겠다고 하며 종이를 챙기고 방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내민 종이들 중 하나에 인사 문제가 있었습니다. 서방님 아버지를 이사로 승진시킨다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마야를 위해 내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적임자를 생각하고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
옆을 보니 현정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어제 일로 피곤한가 보다.
........................
조 민지 선생의 생물 수업 시간 동안, 현정은 눈을 잠시 감았다. 눈을 감고 어제 있었던 라노크와의 대화를 생각했다.
현정은 홧김에 라노크의 화신이 되기로 결정했다.
"어이! 불덩어리. 당장 나하고 계약해! 네 화신이 되겠어."
라고 외치는 순간 불길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뜨거울 줄 알았지만, 부드럽고 따뜻했다.
라노크가 몸속에 들어오자 현정은 라노크와 대화할 수 있었다.
- 어이! 불덩어리. 왜 나지?
- 네가 나의 화신이 되겠다고 했으니까.
- 그 전에 넌 나를 지명했잖아? 왜 나를...
- 두 여자 중에 본처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너를 택한 거지.
- 결국 나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네.
- 그렇다.
- 알았어. 너의 화신이 되어줄게. 저 여자에게 한방 먹여야 겠어.
라노크와 한 몸이 된 후, 현정은 재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라노크는 강했고 그 힘이 자신의 힘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패했다.
패한 직후 현정은 라노크와 마지막 대화를 했다.
- 이제 난 너와 하나가 되어 사라진다. 너와 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이다.
-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생겼어. 왜 여자를 원한 거지? 남자도 있었잖아?
-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다.
- 송 재신이 남자라서? 무슨 의미지?
- 난 마왕에게 굴복당한 이후, 마왕들을 섬기어 왔다. 그 중 강한 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강했다. 나는 그들을 사랑했다.
- 사랑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지?
- 그 의미 그대로다. 나는 강함을 사랑했다. 세상 최강자를 사랑했다. 그들은 강함으로 나를 지배했다. 그 강함을 나는 사랑했다.
- 그럼 송 재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가 강해서?
- 물론이다. 그는 강하다. 날 굴복시켰던 마왕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그의 강함 만큼 그를 사랑한다.
- 그럼 이대로 정령의 형태로 있어도 되는 것 아니야? 왜 꼭 나와 하나가 되려는 거지?
- 나는 이 성 안에서 많은 강자들을 보았다. 그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여자들도 보았다. 그녀들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했다. 나는 그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나도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다.
- 결국 인간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
- 그렇다. 나도 정령이 아닌 인간으로 사랑받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
- 그래서 여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냐?
- 그렇다. 인간 여자가 되어 그의 사랑을 받고 싶다.
- 하지만 그 것을 나는 원치 않는데?
- 넌 그렇게 될 것이다. 그의 강함을 사랑하고, 강한 그에게 사랑받고 싶어질 것이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다. 넌 그를 사랑을 원하게 된다. 내가 원하니까.
- 그럼 나보고 그의 부인이 되라는 거야? 그 마야라는 여자의 말처럼?
- 부인이라는 제도를 난 모른다. 나는 사랑만 받으면 된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현정의 의식 속으로 라노크는 사라졌다.
"이현정! 너 자고 있냐?"
조 민지 선생의 유리 깨는 목소리에 현정은 눈이 떠졌다.
주위 학생들이 현정을 보고 의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진지하기로 유명한 그녀였다. 그녀가 수업 시간에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10년 간 한번도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에 있는 서서 수업을 듣는 곳으로 갔다.
서서 수업을 듣는 동안 현정은 고민에 빠졌다. 마야에게 당한 수모 때문에 열 받아 벌린 일이지만, 지금 그녀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상당히 짭잘한 알바까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우려 되는 것은 라노크의 마지막 말대로, 현정이 재신을 사랑하게 되면 발생할 것이었다. 자기 조절에 자신 있어도, 주위에서 알게 되면 학교생활에 영향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고교생 연애에 관대하지 않아서, 소문이 나면 불이익이 많을 것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현정은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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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전학 오기 전 학교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철승이냐? 나다. 형님이다."
- 재신이? 너 전학 가서 잘 다니고 있냐?
“내가 누구냐? 너나 걱정해라."
- 왜 전화했냐?
"친구한테 전화하면 안 되냐?"
- 특목고 학생이 일반고 학생과 친구가 되냐?
나는 아무 말 못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건 그렇고. 너의 아빠 말야. 정리해고 당했다며?”
전화기 목소리가 커졌다.
- 새끼야! 너 장난 하냐? 놀리는 거야?
"진정하고 들어봐. 다름 아니라 내가 직장 소개 시켜 드릴려고."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거니 철승은 신호를 열 번 이상 보내고 받았다.
- 장난 그만 해. 그런 건 장난 칠 일이 아니야.
"장난이 아니야. 사람을 구하는 곳이 있어. 너희 아빠가 적합일 것 같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 정말 장난이 아니냐?
"이 형이 친구 상대로 장난할 사람으로 보여?"
- 그래.
이 자식... 패주고 싶다.
"장난이 아니니까 잘 들어. 괜찮은 자리야. 판단은 너희 아버지가 하시라고 하면 돼. 그러니 만나만 보라구. 그럼 되잖아?"
- 하아... 그렇다면 좋겠지만.
"지금 명성고교로 오시라고 해. 내 전화번호 가르쳐 주고. 앗! 내가 수업 받아야 하니 수업 시간 이후로 오시라고 해. 나는 소개시켜드리면 되니까."
- 알았어. 그렇게 할게. 어째든 이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언제 한번 빅맥 쏴라."
- 난 와퍼가 좋은데?
"네 아빠 취직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사 줘야지. 난 킹보다 맥이 좋아."
- 알았어.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저어... 송재신씨이십니까?
"철수 아빠에요?"
- 네? 철수?
"앗! 죄송합니다. 전 철승이 친구인데, 철수라고 불러서요. 철승이 아빠 되시죠?"
- 그렇습니다. 전화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명성고교 앞입니다.
"그러세요. 제가 지금 나가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나는 교문 앞에서 그를 만났다. 겉모습을 보면 철승의 아버지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싱겁고 덩치 큰 철승에 비해 작고 야무진 몸에 꽉 막힌 멘탈을 가진 얼굴이었다.
인사하고 나는 그를 이사장실로 인도했다.
이사장실 안에서 마야가 이사장 자리에 앉아있고, 미야가 그 뒤에 서 있었다.
‘마야!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해!’
내 명령에 마야는 나와 그를 보며 목을 굽혔다 폈다.
"안녕하십니까. 오 정수입니다."
정수 아저씨는 마야를 보며 몸을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나는 소파를 바라보며 마야에게 둘 만의 대화를 보냈다.
‘마야. 이 자리에 앉아서, 이 분에게 앞에 앉으라고 해.’
마야는 내 지시에 따라 소파에 앉아서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정수는 그 자리에 앉아 마야를 바라보았다.
"저어. 미야씨. 이사장님이 대화를 나누셔야 하니 저는 나가 있죠."
미야는 내 옆으로 다가왔고, 우리 둘은 이사장실을 나갔다.
이사장실 앞에서 나는 마야에게 둘 만의 대화를 계속했다.
‘마야. 내가 말하는 대로 해. 아저씨 대화를 나에게 말해주고.’
‘지금 나에게 뭘 내미는 데요? 이력서라고 해요.‘
‘돌려드리며 아직 필요 없다고 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데요? 지금 왜 자기를 불렀냐고 물어옵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말해.
나는 몇 주 후에 이 명성학원의 이사장이 될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곳 사람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왔습니다.‘
‘아무 말 없이 절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곳 사정을 잘 모릅니다. 제가 투자한 이 곳 명성학원이 제 뜻에 맞게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이 곳 사정에 어두운 저는 불안한 점이 많습니다.’
‘뭐가 불안 하시죠 라 합니다.’
‘제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저도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귀와 눈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오 정수씨께서 그 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죠 라 합니다.’
‘제가 우려되는 일은 기존 직원들의 폭주입니다. 특히 송 오성 이사님을.’
‘송 오성 이사님이라면, 나를 소개시켜준 송 재신군의 아버님 말입니까?’
마야는 오 정수의 말을 그대로 나에게 전해주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한국 정착에 그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고, 명성학원에 투자한 것도 그 분 권유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을 매우 신뢰합니다.’
‘그런데 왜 감시하려는 거죠.’
‘인간적인 신뢰와 사무적 신뢰는 다른 문제입니다. 송 오성은 돈 문제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말해.
견제하는 세력 없이 송 오성씨에게 모든 것을 맡겨둘 수 없습니다. 그 쪽을 견제하며 감시할 저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수씨를 부른 겁니다.‘
‘지금 생각에 잠긴 것 같군요.’
‘그럼 거의 넘어갔어. 이렇게 말해. 송 오성씨가 승진하며 공석이 된 총무 과장이 됩니다. 명성학원 총무과장에 어울리는 대우를 주겠습니다.’
‘그러겠다고 하는 군요.’
‘내일 당장 출근하라고 말해 줘.’
잠시 후 철승의 아버지가 밝아진 얼굴로 이사장실을 나왔다. 그는 나를 보며 달려와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고마워."
"잘 되셨나요?"
"내일부터 출근하게 되었어. 철승이가 친구를 잘 뒀네. 정말 고마워."
"정말 잘 되었어요. 그런데 어떤 일을 하시는 거죠?"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혹시 경비나 노가다 쪽인가요? 힘든 일이에요? 그렇지 않다고 했는데..."
"아니야. 학원의 사무직이야. 힘든 일은 아니야."
"잘 됐네요. 앞으로 자주 보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아버님."
나는 그를 향해 몸을 굽혀 인사했다.
그는 억지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나와 악수하고 학교를 나섰다.
나와 미야는 이사장실에 들어갔다.
나는 탁자에 놓인 서류봉투를 들고 안을 살펴보았다. 그의 이력서가 있었다.
"아빠를 불러서 이 걸 주고, 내일 당장 총무 과장에 임명하라고 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적어도 아빠보다는."
"정직해 보이지만 융통성이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주변과 충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빠를 제어하려면 그런 사람이 좋아."
"제 생각에는 방금 그 사람은 서방님 아버님의 상대가 아닙니다."
"난 아빠와 싸우는 사람을 원치 않아. 우리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저런 사람은 능력이 떨어져도 우리에게 거짓말하지는 않을 거야."
"서방님께서는 아버님에게 명성학원을 맡기고 싶은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능력은 내가 잘 알아. 뛰어나지만 신용할 수 없어. 언제 우리 뒤통수칠지 몰라.
그래도 급한 건 네가 이사장이 되는 거야. 이후에 믿을 만한 사람을 더 구하도록 하고, 우선 아빠가 하는 일을 우리 시야 내에서 파악이 가능해야 해. 그에 적합한 사람이야. 당장 믿을 사람은 아빠니까."
"당장은 이라... 그 말씀은?"
"이 일이 끝난 후부터 목줄을 걸어야지. 사냥개의 목줄을 풀어둘 때는 사냥감을 쫓을 때야.
그 이 후에는 죽이거나 묶어둬야지. 지금은 사냥할 시간이야."
"그럼 목줄이 될 사람은..."
"앞으로 알아봐야지. 그러니 시급히 방금 전 그 사람을 명성학원 내부에 박아둬야 해."
마야는 아버지를 불러, 오 정수씨의 입사를 요구했다. 당연히 아버지는 반발했다.
반대 급부로 마야는 아버지의 이사 승진을 승인하는 서류에 사인했다. 나의 요구로.
사인 받은 서류를 받아들고, 아버지는 웃음과 걱정이 섞인 얼굴로 이사장실을 나갔다. 그의 생각을 읽어보니, 총무 과장에 자신의 측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말 고사가 끝나고 여름 방학이 가까워졌다. 지금 나와 명성고교 전교생은 학교 강당에 모여 있다. 새로운 이사장의 취임식이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다른 세상이었다. 무책임한 놈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