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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더 잃을 것이 있는가? (21/148)



〈 21화 〉더 잃을 것이 있는가?

정오가 지나자, 아랑왕국 군대 중 일부가 도착했다. 우리가 죽인 적병들을 보며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해가 질 즈음에 프랑크 왕이 직접 나타났다.
"이럴 수가... 보고를 듣고도 믿지 않았었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세 분이서 이런 일을..."

"우리는 에브람님의 사도. 에브람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큰 힘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랑크는 나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프랑크의 어머니가 다가왔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군요. 정말 세 분이서 하신 일입니까?"

"그건 당신의 부하들이 더 잘 알 텐데?"
미야는 뒤 따라 오는 한 병사를 가리켰다.

그 병사는 우리의 길 안내를 위해 따라온 사람이었다.

왕의 어머니가 쳐다보니 병사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실입니다. 저 세분이 마왕군을 모두..."

"전멸을 아니었습니다. 도망 친 적들도 많았습니다."

"그럼 왜 추격하지 않으셨지요?"

"우리도 휴식은 필요합니다. 마력도 무한대가 아닙니다."

왕이 나섰다. "어머니. 신의 사도들에게 너무 무례합니다."

"프랑크는 가만히 계세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우리가 만난 것은 3일 전입니다. 너무 짧은 시기에 신뢰를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증거를 가져온 겁니다. 저기 보이는 마왕군의 시체들이 그 것입니다."

"장담대로 2만은 아니군요."

"백명이면 된다고 하신 분은 누구죠?"

마야와 그녀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만하세요 어머니. 어째든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분들입니다.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도 왕의 위엄을 강조해 오신 어머니이십니다. 이들을 이렇게 대우하시면 왕의 위엄에 흠이 됩니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상 주는 것이 왕의 위엄에 중요한 일이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분들은 전하의 신하들이 아닙니다."

"다른 왕의 신하일지라도 상을 하사한 전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전하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더 중요한 일로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따라오시지요."

프랑크는 어머니를 따라 갔다.

전투는 전투보다 준비와 뒤처리 시간이 더 길고 힘들다.
지금 우리가 죽인 적들에 대한 처리로 아랑 왕국 병사들은 분주했다. 시체에서 갑옷과 무기, 마법 지팡이와 마도구 등을 우리가 재사용할 수 있도록 수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체들을 한 데 모아 불로 처리하였다.

우리는 멀리서 처리 작업을 지켜보았다.

......................

프랑크 왕은 진영의 외부에 따로 천막을 배치하여 우리들에게 제공했다. 다른 막사들에 비해 크고 호화로웠고 제공한 음식들도 병사들의 것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미야가 투덜 거렸다. "우리를 푸대접하는 군요. 진영 한 구석에 우리를 밀어 넣다니."

"하지만 이대로도 좋아. 우리가 만드는 소리를 견디기 힘들 거야."

마야와 미야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전쟁으로 강제 금욕하고 있는 저 사람들이 우리 셋의 소리를 듣고 견딜 수 있겠어?"

마야와 미야는 서로를 보며 웃어주었다.

"아나킨공. 안에 계십니까?" 천막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에. 무슨 일이시죠?"

"찾아오신 분이 계십니다."

나는 천막을 가리는 천을 젖혀 밖을 보았다. 프랑크 왕이 몇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있었다.

"전하! 무슨 일시지요?"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나킨공."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지요."

프랑크는 1명의 수행원과 함께 천막에 들어왔다. 그는 천막에 마련된 탁자에 앉았고, 우리 세 명도 탁자에 앉았다. 1명의 수행원은 프랑크 뒤에 서 있었다.

"제가 온 것은 방금 전 일을 사과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어머님께서 무례를 범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 분 입장에서 우리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의 어머니. 제니스 카스티야노 헥소트리스 아랑께서는 의심이 많으십니다."

"그 만큼 전하에 대한 사랑이 깊으십니다."

내 말에 프랑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의 어머니는 저를 너무나 사랑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 덕분에 아랑 왕국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신의 사도의 힘을 빌렸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3일 전의 전투는 전적으로 아랑왕국군의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없어도 전하는 두 번째 승리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겸손하시군요."

"이제 전략적 요충지를 얻으셨으니, 이번 전쟁은 아랑 왕국이 승리한 겁니다."

프랑크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근처의 지형을 알 수 있었다.
3일 전의 전장은 큰 두 산 사이의 길목이었다. 전략적 의미가 큰 요충지였다.

어제 우리가 적을 패퇴시킨 곳은 평원이었다. 2일간 산을 몇 개 넘었는데, 평원에서 진격해오는 적을 막아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평지가 끝나고 산지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이 산에 요새를 쌓고 주둔한다면 평원에서 진격해 오는 적을 쉽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왕의 어머니, 제니스의 전략을 알 수 있었다. 산지가 시작되는 이 지점까지 적을 몰아내고, 산을 자연 방어선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승리로 아랑 왕국은 중요한 방어거점을 선점하였고, 배후지의 안정을 얻었다. 이대로 전선을 안정 시켜 교착 상태로 끌고가면, 휴전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큰 희생을 감수할만한 작전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저 쪽도 함부로 우리를 공격할 수 없겠죠. 평원에서 달려온 저들이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아나킨공의 식견은 놀랍군요. 거기까지 알고 계시다니."

"이제 마왕군의 진격은 당군간 여기서 멈출 겁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우리는 이 곳 사정을 잘 모릅니다. 내일부터 이 곳 사정을 알려주십시오. 지형, 종족 배치, 언어, 현재까지 싸움들.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정보를 듣다보면 돌파구가 생길 겁니다."

"돌파구?"

"우리의 목적은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전쟁의 승리입니다. 마왕을 죽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한 번 승리로 잠시간 안정을 얻었지만, 저들은 언젠가 다시 공격해 올 겁니다."

프랑크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는 마왕 토벌과 전쟁의 승리를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많은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하지만 강대한 저들을 이긴다는 것은... 이번 승리도 몇년 만에 얻은 첫승리입니다."

"그 것을 위해 우리가 여기 있는 겁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에브람님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프랑크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크가 나가고 우리끼리의 대화를 나누었다.

"저 겁쟁이 왕은 미덥지 않네요."

"그래도 우리가 의지해야 할 아군이야. 저쪽도 우리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어야 해."

미야가 자신의 칼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그런 것보다 우리가 쳐들어가면 되지요. 저런 것들 쯤은."

"물론 그 것도 가능해. 하지만 우리 힘이 아무리 강해도 3만이 넘으면 힘들어.
게다가 적지 한가운데에서 마력과 식량이 떨어지는 일은 피하고 싶어. 아무리 약한 아군이라도 보급은 해줄 테니, 아군이 많을수록 좋아.
그리고 우리끼리 할 수도 있지만, 빨리 끝내려면 같이 하는 게 좋지."

"같이요?"

"우리 셋이라면 2,3년이면 가능할 거야. 하지만 난 6개월 내에 끝내고 싶어. 저쪽 도움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아."

.........................

그후 한달 간 이 곳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마족과의 전쟁이 격해진 것은 1년 전이었다. 이 곳 아랑 왕국은 백년 가까이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마족의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뒤에 몇 개 나라들도 있었다.

수백년 간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인간과 마족에 균열이 생긴 것은 국경에 있는 한 나라에서 왕위 계승 전쟁이 일어나고 부터 였다. 왕위계승에 밀린 왕자가 마족에 도움을 요청했고, 마왕의 군대의 공격으로 그 왕국이 점령당했다.

그 후 인간들의 연합전선이 붕괴되어 뒤에 있는 나라들까지 점령 되었다.

정보를 들은 아랑 왕국은 신속히 전쟁에 대비했다. 제니스의 뛰어난 수완으로 내정을 안정 시키고, 군대를 조직했다.

하지만 군대를 훈련 시키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프랑크는 이를 위해 멸망한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그 유민들을 받아들였다. 마족 최전선에 있었던 그들은 훈련이 잘된 병사들이 많았다. 빠른 시간에 유능한 병사들로 만들어진 군대는 아랑 왕국을 최강으로 만들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는 수시로 프랑크와 제니스를 만나 회의를 했다.

그런데 제니스는 우리에게 협조적이지 않았다. 몇 번의 대화로 알게 된 제니스의 생각은 휴전이었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여 적의 진격을 막은 후, 교착상태를 유도하여 휴전을 제의한다. 참으로 유용한 전략이었다.

프랑크는 마족 공격에 적극적이었다.

그보다 그의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마족에게 점령당한 나라의 공주였던 그녀는 자신의 나라를 되찾고 싶어 했다.

특히 아랑 왕국 군대로 싸우고 있는 그 나라 출신들이 더욱 그랬다. 더욱이 실력 있는 병사들은 대부분 그 나라 출신들이었다. 지금 아랑왕국 군부의 실세이며 그들을 이끌고 있는 코르티즈은 공주의 숙부이고 전왕의 차남이었다.

즉 대부분의 아랑 왕국 군인들은 공격을 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자주 접촉했다.

프랑크의 천막에서 회의를 가지고 있는데, 휴전의 분위기에 프랑크 왕과 그의 아내의 세력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여기에 요새를 만들자고? 여기에 눌러 앉겠다는 말이야?"

"진정하세요. 숙부님. 어머님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러시는 겁니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고통 받는 백성들을 이대로 두자는 거야?"

프랑크 왕 앞에서 그들은 제니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고, 그와 그의 아내는 그들을 진정 시키려 애 쓰고 있었다.

"잠깐! 여기서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 말에 주위가 조용해 졌다.

나는 천막 한쪽 끝에 걸린 큰 지도를 향해 걸어갔다.
"지금 우리가 여기. 서쪽에서 마족들이 몰려오고 있고, 동쪽에 있는 나라들은 도움이 안되고, 남쪽으로 가면 바다. 그리고 북쪽에 마족의 나라가 있고..."

마족 세력이 붉은색, 아랑 왕국이 파란색, 그 외 인간들의 왕국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둘을 하얀 선이 마족과 인족의 경계선으로 양쪽을 나누며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아랑왕국과 마족 사이에 있는 하얀 선을 중 한 부분을 손으로 대었다. 그 선의 위아래가 평원 지역이고 강이 흐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여기는 뭐죠?"

"그 곳은 용의 놀이터입니다."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입니까?"

"들어가면 천용의 먹이감이 되는 거죠."

"그 용은 얼마나 위험하죠?"

"크기가 인간들의 3배가 넘고,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마법을 씁니다."

"퇴치하거나 기피하게 만드는 방법이 없나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나킨님.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설명 드리면. 그 곳에 살고 있는 용이 몇 마리인지 잘 모릅니다.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 들어간 인간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은 천룡왕의 땅입니다."

"천룡왕?"

"전설에 의하면 용들의 왕입니다. 크기는 보통 용의 2배가 넘고 불을 뿜으면 인간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10m의 몸길이에 인간을 증발시킬 불을 만들어낸다는 말이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천룡왕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군요. 몰래 통과할 방법이 없나요?"

"지금까지 수차례 상인들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지형은 어떻다고 하죠?"

"혹시 이 곳을 통과하려는 겁니까?"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이 곳을 통과해 마족들을 공격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두 나를 미친 놈으로 바라보았다.

왕의 부인의 숙부인 코르티즈가 일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필요한 군사는?"

"빠른 공격이 중요하니 모두 기병이어야 합니다. 수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우리에게 5천의 기병이 있소. 정말로 용들의 놀이터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통과 후에 살아남을 사람은?"

"백에서 오백 정도는 희생될 수 있겠죠. 마족의 땅에 4천의 기병이 기습한다면, 적들은 허물어질 겁니다."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시죠?"

"용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럼 해 보죠."

주위가 웅성거렸다.

먼저 왕의 아내가 일어섰다.
"숙부님. 말도 안돼요. 용의 놀이터입니다. 그 곳을 기병으로. 그 것도 많은 수가 한꺼번에. 안됩니다."

"그렇습니다. 그 정도의 기병을 잃으면 우리의 전력은..."

프랑크왕 부부의 반대를 내가 중지 시켰다. "지금 잃을 것은 또 뭐죠?"

내 말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늙어 죽을 때까지 저기 마족들을 보다가 죽던가. 용의 먹이로 죽던가. 차이가 뭐죠? 더 늦게 죽는다는 것 뿐입니다."

"그래도 그 정도의 기병이 전멸 당한다면."

"여기 많은 분들은 집도 나라도 잃어버린 분들입니다. 아랑 왕국이 당신들에게 주는 것은 뭐죠? 여기 요새를 지키며 더위 추위를 견디다 죽으라는 겁니다. 아닙니까?"

나와 모두의 시선이 프랑크 왕에게 쏠렸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됩니다. 우리 아랑 왕국은 여러분들의 편의를 위해."

"전쟁 전 소국에 불과한 아랑 왕국이 여러분들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을 것 같나요?"

나의 질문에 프랑크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휴전이 완료되면, 여러분들은 여기 건설되는 요새 주둔군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산지를 영지로 주어 알아서 먹고 살라고 할 겁니다. 원래 아랑왕국의 능력은 그 정도입니다. 아랑 왕국이 운영할 수 있는 병력의 한계는 1만 정도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주위는 아무 말 없었다.

"능력 없는 아랑 왕국은 이 곳 요새에 여러분을 방치할 겁니다. 재정을 이유로 지원을 조금씩 줄일 테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이 곳을 영지로 발표할 겁니다. 망명한 몇 분을 귀족으로 삼으며 자신들은 줄 것은 다 준거라고 말할 테죠."

"그럴 리 없습니다. 왕인 내가 보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대우는..."

"프랑크님이 원하셔도 제니스님이 반대하시면 안되는 일입니다."

그 말에 천막 안의 모든 사람들이 결심한 모습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북쪽으로 갈 겁니다. 함께하실 분들은 따라오시지요."

"그렇게 빨리."

"지금 이 대화를 들은 아랑 왕국에서 우리를 방해할 겁니다. 그들이 손을 쓰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일어서 마야, 미야와 함께 천막을 나갔다.

미야가 물어왔다. "정말 우리만으로 가실 건가요, 서방님?"

"여기서 두 달이나 허비했어. 더 이상 못 참아."

"4천의 기병이 적 심장부를 공격한다면... 그 나라 내부에 남겨진 군대가 있지 않을까요?"

"정보를 들으니 마왕이 이 근처에 와 있다고 해. 저기 저 앞에"

나는 서쪽의 평원을 가리켰다.

"왕이 와 있다면 주력 병력이 와 있겠죠?"

"나라의 중심부가 공격받고 함락 당했다면 동요가 심하겠지. 한번에 마족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어."

프랑크가 우리들을 따라왔다. "아나킨님. 왜 이런 무모한 작전을..."

"무모하지 않습니다. 기병으로 신속히 이동해 적 수도를 점령한다면, 그들은 한번에 무너질 겁니다."

"수도가 무너졌다고 그렇게 쉽게 나라가 망할까요?"

"왕께서는 인간들의 나라를 생각하시는데, 마족들의 나라는 인간들과 틀립니다. 왕이 죽거나 수도가 함락당하면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겁니다."

"어떻게..."

"몇 년 전까지 국력이 약했던 그들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가 뭘까요?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은 인간과 마족들이 오랫동안 싸워왔는데, 쉽게 방어해왔던 이유가 뭐냐는 겁니다."

"그건 마왕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죠. 전에는 분열되어 서로 싸우고 있었죠."

"마왕이 분열된 마족들을 통합한 겁니다. 그럼 그 마왕이 죽는다면?"

"마왕을 중심으로 연합한 그들이 다시 분열되죠."

"비슷하게, 마왕이 그들을 통합했던 힘을 잃어버린다면?"

"마찬가지로 분열될 겁니다."

"마왕의 힘은 군사력 외에 군사를 유지할 재력일 겁니다. 그 재력을 제거하면 군대를 패배시킨 것과 같은 위력이 있지요. 군사력이 없는 마왕이 무슨 의미죠?"

"그럼 마왕의 재력이 수도에서 나오는 겁니까?"

"다른 부족들을 통합하려면 큰 재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나라 전체를 통합했다면 엄청난 재력이겠죠. 그 것들이 수도에 쌓여 있을 겁니다. 그 것을 뺏는다면 마왕을 무너뜨리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힘도 커지죠." 프랑크는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크는 등을 돌리는 나를 잡았다.
"저어.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전하는 아랑 왕국의 왕입니다. 왕께서 나라를 비우시면 어떻게 됩니까?"

"아랑 왕국의 실질적인 왕은 어머님이십니다."

우리 세 명은 프랑크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어머님은 나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모든 일을 결정하셨습니다. 이번 일은 제 결정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나는 프랑크를 보며 웃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나는 프랑크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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