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기습 성공 (22/148)



〈 22화 〉기습 성공

다음날 날이 밝기 전에 우리 세명은 말을 타고 진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많은 기병들이 우리와 합류했다.

아랑 왕국 군의 방해를 우려해 빨리 달렸고, 평원에 다다르자 날이 밝아졌다.

나는 말을 멈추고 인원을 점검하려 했다.

내 옆에 코르티즈와 프랑크가 다가왔다.

"여기서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죠."

내가 말에서 내리자 많은 사람들이 말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려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3천 정도였다.

"각자에게 선택권을 주니 이 정도 모였소. 2천은 넘을 거요." 코르티즈가 말했다.

"저와 제 호위병들이 왔습니다." 프랑크는 5백정도의 군사를 데리고 왔다.

"여기서 용의 놀이터까지 얼마나 되죠?"

"말로 쉼 없이 달리면 오늘 저녁이면 도착할 것이요."

"그럼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랑 왕국에서 추격대를 보내면 곤란하니까요."

"추격대? 어머니가?"

"제니스님은 귀중한 전력인 기병들이 이탈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서둘러 용의 놀이터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러면 추격을 포기하겠죠."

잠시 휴식 후, 우리는 말을 달려 북쪽으로 향했다. 마법으로 주변을 탐지하니 2km 정도 뒤에서 우리를 추격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나는 휴식을 이유로 이동을 멈추었다.

"여기서 휴식하죠."

"뒤에서 우리를 쫓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멈추죠?"

"추격대가 2천 정도. 아랑 왕국 기병들의 전부일 겁니다. 그런 큰 전력을 놔두고 갈 수 없죠."

"네?"

"여기 왕께서 계시니 왕이 이끌고 가는 부대로 편성해야 합니다."

프랑크는 이해 안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쉬고 있으니 추격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양측이 모두 말에 타고 전투대형을 갖추었다.

추격대에서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우리 쪽으로 달려와 프랑크 앞으로 와서 말에서 내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제니스님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너를, 저들을 보낸 것이 어머님이시냐?"

"그렇습니다."

"왕의 명령이다. 당장 돌아가라. 나는 내 병사들을 이끌고 적의 심장을 치러 간다."

"안됩니다. 제니스님의 명령이."

"네 놈은 왕의 명령이 들리지 않느나?"

나는 프랑크의 팔을 잡았다. "전하. 저와 같이 저 쪽으로 가시지요."

프랑크는 나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령, 나, 프랑크 세 사람은 추격대를 향해 다가가 대장의 깃발이 있는 곳으로 갔다.

프랑크가 대장을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유먼 백작. 그대가 이들을 이끌고 온 것이냐?"

"그렇습니다 전하.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이런 전쟁의 시기에 병사들을 이끌고 사냥을 가시다니."

"사냥이 아니다. 나는 적을 공격하려 나서는 것이다. 나는 나의 충성스러운 병사들과 함께 적의 심장을 노리고 원정을 떠난 것이다."

"제니스님의 걱정이 큽니다. 어서 돌아가시지요."

"나는 결단을 내렸다. 너는 이들을 이끌고 돌아가라!"

"그건 안 되지요. 왕께서 전투에 나서는데 함께 나가지 않으면 신하라 할 수 없지요."

내가 끼어들자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 오신 병사들은 모두 아랑 왕국 왕의 군대 아닌가요? 그럼 왕께서 출전하셨는데 아무 일도 없이 돌아갈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전하. 이들의 수는 2천이 넘습니다. 이들이 합류하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프랑크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추격대를 향해 외쳤다. "왕으로서 명령한다. 유먼과 그 휘하의 병사들은 나를 따라 마왕의 심장을 공격하는 원정에 참가하라."

동요는 있었지만, 큰 움직임은 없었다. 아무리 왕의 명령이지만, 군대는 직속 지휘관의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다. 잘 훈련된 아랑 군대가 왕의 명령에 함부로 움직일 리 없었다. 모두 지휘관인 유먼의 눈치를 살폈다.

프랑크는 칼을 뽑았다. "왕으로서 명령한다. 당장 내 휘하로 들어와라!"

"그 명령은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명령은 전하를 무사히 모시고 오는 겁니다. 전하께서 이런 중차대한 시간에 사냥을 떠나시니 많은 사람들이 전하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즉시 돌아가십시오."

"사냥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원정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용의 놀이터로 들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원정입니까?"

유먼의 말에 프랑크가 움찔했다.

"전하의 철없는 행동으로 많은 병사들을 개죽음 시킬 수 없습니다. 당장 돌아오십시오."

그 때 해가 가려지고 큰 그림자가 우리를 덮었다. 그 큰 물체는 5천의 기병들 주위를 돌며 저공비행 하다가, 두 병력이 대치한 중간에 착지했다.

길이는 30m가 넘고 온 몸이 하늘색 비닐에 쌓인 용이었다. 이런 거대한 용은 하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천룡. 용들의 왕이었다.

평원에서 대치한 5천의 기병들은 모두 벌벌 떨며 천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용들의 놀이터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천룡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천룡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들. 네 놈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나는 말에서 내려 용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마족을 공격하기 위해 북쪽을 통과하고 싶습니다."

내 말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허옇게 변했다. 마야와 미야도 용이 내뿜는 마력에 압도된 모습이었다.

"네 이놈. 이 곳이 어디인 줄 아느냐?"

"당신의 땅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우리를 통과하게 해 주십시오."

"내 대답이 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 마치는 순간 나는 용의 코 등 위에 서있었다. 나의 스피드를 인간과 동물의 시각으로 쫓을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순간 이동한 것으로 보일 것이었다.

자신의 코 위에 있는 나를 보며 용은 놀란 듯 했다.

"말로 할 때 통과를 허락하시지요. 이 후에는 말이 아닙니다."

"인간 주제에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이 것이 부탁의 마지막입니다. 협박도 마지막이죠. 다음은 행동입니다."

“네 이놈!"

용은 얼굴을 흔들어 나를 떨어뜨리려 했다. 나는 도약해 용에게서 멀어졌다.

그런데 용이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불을 내뿜어 나만이 아니라 병사들을 공격하려는 생각이었다.

나는 허공에 바람의 벽을 만들어 발로 그 곳을 차고 용에게 돌진했다. ‘허공답보’, 나의 오리지널 전투기술을 사용했다.
용의 배 밑까지 접근한 나는 즉시 내 발 밑에 바람벽을 만들어 박차고 용의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불을 내뿜으려 입을 벌린 용의 아래턱을 발로 가격했다. 내 공격에 용의 머리가 하늘 위로 향하고 불이 내뿜어졌다.

허공에 불을 내뿜은 용은 신음을 냈다.

나는 땅에 착지하고 다시 용의 배를 향해 돌진했다. 용의 비늘은 방어력이 강해 웬만한 공격이 통하지 않았지만, 진동은 통할 것 같았다. 나는 용의 배에 손바닥을 대고 진동파를 용의 배 안에 쑤셔 넣었다. 과거에 만화책에서 본 것처럼, 마력을 몸 안에 주입해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전차도 진동 공격은 내부 승무원에 피해를 입힌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 마력 진동은 용의 내장에 상처를 입혔다.

그 증거로 용은 바닥에 배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갑자기 용의 입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잘려진 물고기, 양의 다리, 새의 깃털 등을 보니 방금 전 잡아먹은 동물들 같았다. 그런데 냄새가 지독했다. 나를 비롯한 모두는 코를 잡고 악취를 참아냈다.

"네 이놈! 감히 나를..."

"이제 마직막이다. 통과를 허락하지 않으면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정말로 죽일 거다."

용은 다가오는 나에게 정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갑자기 용의 주위에 마력이 분출되며 용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하늘을 날아서 탈출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도약해 용이 올라가려는 하늘을 선점했다. 그리고 아래로 낙하해 용의 이마를 발로 찍어 눌렀다. 땅 위에서 떠오른 용이 다시 땅에 처박히며, 원형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쓰러진 용의 눈앞에 서서 검은색 빛의 칼날을 겨누었다.

"우리를 보내줄 것이냐. 죽을 것이냐. 빨리 대답해라."

용이 머뭇거렸다.

"우선 네 눈 하나를 받아가겠다."

"그만! 내가 졌다."

나는 빛의 칼날을 거두고 그에게 몸을 굽혔다.

"무슨 속셈이지?"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용왕이시여!"

"병주고 약준다더니, 네 놈이 그 것이로군."

"왕의 자비로 우리의 통과를 허락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용은 몸을 일으켜 앞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나를 이기고 살려주었다. 보답으로 네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

나는 프랑크를 바라보고 이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는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으로 백명의 부하들과 함께 다가왔다.

"내 소원은 인간들이 이 곳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네가 이 곳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해 주마."

"내가 아니라 이 사람입니다." 나는 프랑크를 가리켰다.

"무슨 소리지?"

"내가 아닌 여기 프랑크와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 곳을 지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겁니다."

"그럴 수 없다. 나를 이긴 너 하나만 가능하다."

"그러면 여기 프랑크 왕이 당신에게 선물을 드릴 겁니다. 통과할 때마다 당신께 공물을 바칠 겁니다."

"공물? 내가 인간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거냐?"

"당신이 먹는 것들을 보니 소박하기 이를 데 없군요. 만약 통과를 허락하시면 통과할 때마다 맛있는 고기를 바칠 겁니다."

"고기?"

나는 주머니 마법에서 소고기를 꺼내어 용에게 던졌다.

용이 그 것을 받아먹자 표정이 달라졌다. "이 것이 무엇이냐? 소가 아니냐? 나는 몇 백년 동안 먹어보지 못했다."

"통과를 허락하실 때마다 한 마리의 소를 바치겠습니다."

"한마리는 적다. 나는..."

"그러면 매달 한 마리씩 바치겠습니다."

"한마리는 적다. 매달 열 마리는 필요하다."

"그러면 여기를 통과할 때마다 열 마리씩 바치겠습니다."

"그렇다면 허락하마."

나는 프랑크에게 다가가 그의 칼을 빼어 들었다.

"이 것이 징표입니다. 이 징표를 가지고 오는 사람과 그 일행들 만을 통과시켜 주십시오."

용은 내가 들고 있는 칼을 보고, 자신의 마력을 주입했다.

"내 마력이 들은 칼이다. 앞으로 이 검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이 곳을 통과하게 허락해주겠다. 단! 통과하려면 나에게 살찐 소 열 마리를 바쳐야 한다."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용왕이시여."

나는 마력이 담긴 칼을 프랑크에게 건내 주었다.
"이 것으로 용의 놀이터를 통과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프랑크 왕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칼을 받아 들었다.
"저... 정말 우리가 용의 놀이터를 이동할 수 있는 겁니까?"

"방금 들으신 대로입니다. 그 칼을 가진 자, 프랑크님만이 이 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말머리를 돌려 유먼에게로 갔다.
"유먼 백작! 이제 우리는 용의 놀이터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원정을 막을 장애물이 없습니다. 그런데 프랑크님을 모시고 돌아가시겠습니까?"

유먼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마왕은 병력의 태반을 데리고 왔습니다. 우리가 적의 후방을 쳐서 수도를 점령한다면,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정말 가능한 겁니까?"

"방금 용왕에게서 용의 놀이터를 통과하도록 허락 받고 왔습니다. 이제 뭘 망설이시죠?"

프랑크가 우리에게로 다가갔다.
"유먼! 아랑 왕국 국왕으로서 명령한다. 즉시 나를 따라 적들의 심장으로 돌격하라. 적의 심장을 찌르고 머리를 부술 기회가 왔다. 나를 따르라."

유먼은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고 프랑크에게 조아렸다.
"유먼. 왕의 명령을 받아 적을 부술 선봉에 서겠습니다."

이로서 우리의 전력은 5천으로 늘었다.

...............

우리는 용의 놀이터를 따라 3일 간 진군했다. 평원이 끝나는 곳에서 마을이 보였다. 용의 놀이터를 통과한 것이었다.

코르티즈가 말했다. "이제 도착했군요. 마왕의 땅입니다."

유먼이 덧붙였다. "이제부터 공격만 남은 겁니다."

"이제부터 부대를 다섯으로 나눌 겁니다. 각 천명으로 나누어진 부대는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며 진격합니다. 적의 수도에는 한달 후에 만나는 것으로 하죠."

내 작전에 모두 동의했다.

"말로 열흘 거리지만, 중요한 것은 적들에게 우리의 공포감을 심어주는 겁니다. 보이는 것들은 적군이건 민간인이건 상관없이 죽이고 불태워야 합니다. 그렇게 적의 수도에 가까이 갈수록 더욱 혼란이 커질 겁니다."

우리는 프랑크, 유먼, 코르티즈, 미야, 나 등의 5개로 나뉘어 작전을 실시했다.
작전 목적은 간단했다. 보이는 마을에 들어가 보이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이고, 집을 불태우며 약탈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마왕군에게 공격받았던 병사들은 울분을 풀려는 듯 작전에 적극적이었다. 우리가 지나간 후에 폐허만이 남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약탈과 황폐화에 적극적이었다.

이 작전에 가장 신이 난 사람은 미야였다. 미야에게 천명의 군사를 나눠주자, 그녀는 물이 만난 고기처럼 전장을 뛰어다녔다. 더구나 미야가 데려간 부대는 마왕에게 점령된 나라의 사람들이었다.

............................

27일 후 적의 수도 앞에 집결한 우리들은 서로 노획한 전리품을 취합해 보았는데, 미야의 부대가 가장 많았다. 그 것도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오히려 적들의 반감만 크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약탈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프랑크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하는 이들은 반감을 가지기 전에 공포를 먼저 가집니다. 공포가 반감으로 바뀌기 전에 전쟁을 끝내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오래도록 평화에 젖어온 이들은 갑자기 닥쳐온 불행을 빨리 대처하기 힘들죠. 갑자기 닥친 불행을 보며 더 큰 불행이 오지 않을까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 두려움이 익숙해지면, 불행을 몰고 온 이들에게 증오를 가지게 되죠. 평화에 오래 젖은 사람일수록 증오를 행동에 옮기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바로 여기처럼 말이죠."

"지금 이들이 우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그 두려움을 이기고 행동에 나서려면 증오가 필요합니다. 그 증오가 커져 두려움을 이기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야 하죠. 그러면 그 두려움은 오래 기억될 겁니다."

"어느 정도..."

"이 전쟁. 6개월 내에 끝내야 합니다."

나는 적을 수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도시는 오늘 점령해야 하죠."

"가능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도록 해야죠."

나는 말을 달려 집결한 군사들의 맨 앞에 나섰다. 내 옆에 마야와 미야가 달려왔다.

"그럼 시작해 볼까?"

나는 적의 성문을 향해 달렸다.

적의 수도는 해자가 성벽을 감싸고 있고 도개교를 내려서 통행하고 있었다. 삼면이 강줄기로 막혀진 곳에 입구는 그 곳 하나 뿐이었다.

우리의 접근을 알고 도개교는 올라가 있고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바람 마법으로 몸을 공중에 띄우고 안장을 발로 차 올라가진 도개교 위로 점프했다.

생각대로 도개교는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붉은색 빛의 칼날을 만들어 양쪽의 쇠사슬을 잘라냈다. 도개교는 아래로 떨어졌고, 해자를 넘어 성문까지의 길을 만들어 냈다.

나는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피하며 성 문으로 착지하고,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러 성문을 X자로 베어냈다.

다리가 만들어지고 성문이 없어지자, 성을 포위하던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성벽 위에서 활과 공격마법을 퍼부었지만, 마야의 방어 마법이 병사들을 지켜줬다. 삽시간에 모든 병사들이 성 안으로 몰려들어 왔다.

나는 맨 앞에 달려오는 미야의 말에 뛰어 올라 외쳤다. "모두 적 왕궁 점령을 최우선으로 한다. 나를 따르라."

미야는 나를 태우고 말을 몰아 왕궁으로 향했다.

평지에 성을 쌓고 만들어지는 성곽 도시들은 왕궁이나 영주의 거주지가 성 안 가운데에 있고, 왕궁과 성문들 사이에 큰 도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지금 달리는 큰 길의 끝에 왕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예상대로 멀리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이 보였다.

그 곳이 왕궁임을 증명하듯, 화려한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방어진을 만들고 우리를 기다렸다. 하지만 수가 너무 적었다.

나는 말 위에 일어서 붉은 빛의 칼날을 길게 전개했다. 두 개의 빛의 칼날은 방어하던 군사들을 두동강 내고 돌파할 큰 구멍을 만들었다.

"미야. 방어 병력을 무시하고 돌파한다."

"알겠습니다."

나에게 화살과 공격 마법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방어벽을 전개하려 했지만, 이미 내 앞에 마력 장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어는 제게 맡겨주세요." 마야가 우리 옆으로 달려왔다.

뒤를 보니 내 뒤를 수많은 아군 기병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바로 내 뒤에 프랑크가 따라왔다.

우리는 적의 방어 부대를 무시하고 궁정에 들어갔다.

궁 안에 들어가니 관리들과 시녀들이 두려움에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말에서 내려 도망치는 사람들 중 나이 들어 보이면서 비싼 옷을 입은 한 명의 시녀를 붙잡았다.
"난 아랑 왕국의 군인이다. 왕비와 왕자들은 어디에 있느냐?"

"저어..."

나는 칼을 들어 옆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바람의 칼날을 날려 2명 정도를 한꺼번에 두 동강을 냈다.

"두 번 묻지 않는다. 어디냐?"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 못했다.

나는 라이트세이버를 1m로 작게 전개해 그녀의 새끼 손가락을 잘랐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다음은 손목이다. 어디 있느냐?"

"지금 물의 정원에."

"그 곳이 어디냐? 안내해라."

나와 미야, 마야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궁 내부로 들어갔다. 채색된 기둥들과 화려한 미술품이 가득 찬 회랑을 지나니, 큰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 중간에 작은 섬이 있고, 그 위에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들이 왕족들이냐?"

"네. 그렇습니다."

"저들이 궁 안에 있던 왕족들의 전부냐?"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살펴보았다.

"저기에는 태후님과 왕자님들이 있지만, 태자님과 공주님이 안보입니다."

나는 따라온 프랑크를 바라보았다. "우선 저들의 신변을 확보하십시오. 그리고 빨리 태자를 찾아야 합니다."

프랑크는 부하들에게 턱짓을 했고, 따라온 군인들 수십명이 섬 쪽으로 향했다.

"다른 곳에 대한 제압이 어떻게 되고 있죠?"

"우선 시급한 일은 궁을 장악하는 겁니다. 우리는 급히 안으로 파고들어, 외부에 있는 적에게 포위되면 안됩니다. 빨리 궁을 장악해 태후와 황태자의 항복을 받아야 합니다."

나의 말에 프랑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잡아온 늙은 시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잘린 손가락을 천조각으로 묵은 채로 우리에게 끌려왔다.
"왕의 옥좌가 어디 있느냐? 침소와 집무소는 어디지? 안내해라."

그녀의 인도로 우리는 먼저 마왕의 왕좌로 안내되었다. 높이 5m가 넘는 기둥들로 이뤄진 열주 회랑의 끝에 금으로 된 옥좌가 번쩍였다. 우리 마왕성보다 더 크고 화려했다.

미야가 중얼거렸다. "우리 집보다 더 큰데?"
마야가 설명해줬다. "만드신 조상께서는 검소하신 분이었으니까."

마왕의 왕좌는 3m 정도 높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 금으로 만들어진 의자를 만져보았다. 정말 크고 웅장한 자리였다.

등을 돌려, 내려다보니, 마야와 미야가 나를 바라보았다.
"앉아보시지요. 서방님."

나는 만지던 손에 마력을 넣어 의자를 산산조각 냈다.
"내가 죽일 마왕의 자리에 앉으면 재수가 없어."

내려오는 나를 보며 마야가 웃어주었다.

"왜 웃지?"

"서방님답다고 생각해서요."

그 때 프랑크가 몇 명의 호위를 데리고 우리에게 달려왔다.
"이 것 보시지요. 마왕의 인장입니다."

"어떻게 찾았지요?"

호위 몇 명이 청년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 몇 명의 사람들을 끌고 왔다.
"이들이 이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왕의 아들이자, 마왕이 될 사람이다. 네 놈들 같은 천한 것들이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무엄하다."

"나는 마왕의 딸이자, 마왕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될 사람이다. 예를 갖추어라."

아무래도 이들이 잠시 전에 들었던 마왕의 황태자와 공주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의 말. 혹시 근친 결혼하는 건가? 뭐, 고대 왕족들은 모두 그렇게 살았던 모양이니까.

나는 프랑크에게 눈짓을 했다. 황태자는 당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인 프랑크는 칼을 뽑아 황태자에게 다가갔다.
"나는 아랑 왕국의 왕 프랑크 페트리도리아 헥소트리스 아랑. 내 손으로 널 죽이겠다."

"하하.,. 네가 바로 그 아랑의 애송이로군. 엄마 치마 폭에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아랑의 여왕이 왔나 보지? 너 같은 어린애의 손에 죽기 싫구나. 아랑의 여왕을 만나고 싶다."

"닥쳐라. 내가 아랑의 왕이다."

"소문을 들으니 넌 엄마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하던데? 기저귀는 갈아입었는가?"

프랑크는 화가 나 칼로 황태자의 배를 찔렀다.
"아랑 왕국의 왕은 나다. 어머니가 아니다."

"그 눈.... 처음 사람을 죽이....는 것 같군... 축하한다. 처음 네 손에 피...를 묻히...는 구...나. 그런 눈... 하지 마라... 앞으로 수 천, 수 만...을 죽여야할 네가... 그런 눈....을 하면 안되..."
입에서 피를 내뿜고 황태자는 쓰러졌다.

프랑크의 손은 피로 가득했고, 그의 칼에서 피가 흘렀다. 처음 사람을 죽인 프랑크는 충격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도 죽여라." 옆에 있던 공주가 말했다.

"살아서 치욕을 보느니, 여기서 당당히 죽겠다. 그래도 왕의 손에 죽는 것이 다행이다. 비천한 자에게 치욕을 당하다 죽는 것보다 낫구나. 어서 날 죽여다오."

공주는 눈을 감고 목을 내밀었다.

프랑크는 떨리는 손으로 피가 가득한 칼을 공주에게 겨누었다. 그녀의 목을 향하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싸움을 겪는 동안 많은 신병들을 보아왔다. 프랑크처럼 처음 살인을 하고 난 후 공포에 질린 모습도.

이런 상태를 빨리 벗어나게 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살인에 익숙해지도록 반복시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살인이 빠를수록 회복이 빨랐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황태자와 함께 끌려온 사람들 중 제일 못생긴 한 명을 끌어냈다.

그리고 프랑크 발 앞에 던져 놓았다.
"이 자를 먼저 죽이시지요."

"살려주십시오. 전 그저 황태자님의 시중을 들던 사람일 뿐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이 자는 황태자의 최측근으로 아랑 왕국 정벌을 주장하던 자입니다. 왕께서 직접 처형했다고 알려지면, 프랑크님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내 말에 프랑크는 칼을 들어 내리쳤다.
주위에 피가 튀고 프랑크의 칼에 또 한사람이 죽었다.

또 다시 살인을 경험한 프랑크는 조금 진정되었다.

호위 중 한명이 물어왔다. "공주는 어떻게 하죠?"

프랑크는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그를 보는데, 며칠 전 폭주하던 내가 생각나 오싹했다.

프랑크는 공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끌고 갔다.

그 뒤의 일을 알 수 있는 나는 마야, 미야와 병사들을 데리고 그 곳을 나갔다.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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