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메소티아의 국왕 (23/148)



〈 23화 〉메소티아의 국왕

왕궁을 점령한 후, 우리는 수도 점령에 나섰다. 우리가 태후를 사로잡고 왕족들을 포로로 잡은 것이 알려지자, 군사들은 스스로 투항했다.

나와 코르티즈, 유먼은 우리 병사들의 약탈을 금지 시키고, 도시 내 민심을 안정 시키기에 애 썼다.

프랑크는 아랑 왕국의 왕이자 원정군 최고 사령관이었다. 그가 점령자로서 되도록 선량한 지배자로 알려지도록 노력했다.

회의에 참석한 나는 모두에게 다음 전략을 설명했다.

"우리는 기습으로 적의 심장을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마왕과의 본격적인 전투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곳 민심을 얻는 것이 시급합니다."

유먼이 물어왔다.
"지금까지 저들의 두려움을 일으키기 위해 잔혹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전략을 변경하시는 거죠?"

"전략 변경이 아닙니다. 원래 전략부터 우리는 적과 아군을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그런 겁니다."

"적과 아군?"

"우리의 적은 성 밖에 있는 마왕의 부족들입니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아군입니다."

여기에 소환되어 나는 이 곳 사정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판타지 세계를 말하면 여러 종족 - 인족, 마족, 수족, 엘프, 다크엘프, 오크 등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세계는 틀린 점이 많았다.

첫 번째 세계에서는 인족, 마족, 수족, 엘프, 오크 등 여러 종족을 만났고, 그들 사이의 혼혈도 많이 있었다.

두 번째 세계에서도 여러 종족이 있었지만, 종족 간 혼혈이 많지 않았다. 인족과 수족은 혼혈이 있었지만, 다른 종족들과의 사이에서는 없었다.

세 번째 세계에서는 인족과 마족 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종족은 같은 인간들이었다. 혼혈도 있었고, 각각의 나라에 섞여 살았다.

두 종족을 구분하는 기준은 피부색. 인족은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 색, 혼혈도 많아 다양했지만, 마족은 회색 피부 뿐이었다. 마야가 나의 세계에 처음 온 날, 그녀의 피부색은 서양인과 비슷했다. 미야가 세쓰로 나에게 덤벼들었을 때 회색 피부였지만, 나에게 져서 미야로 변하자 흰색 피부로 변했다.

생각해보니 그들의 피부색은 마력의 영향이었던 것 같았다. 나의 노예가 되자 그들은 나의 마력으로 인해 피부색이 변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성전환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번에 온 세계는 인족, 마족, 수족 등이 있다고 했다. 엘프와 오크는 전설 속의 종족이었다. 그런데 이 세 종족 사이에 혼혈이 많았다. 우리 군대에서도 세 종족이 섞여 있었다.

세 종족은 원래 하나의 인간들이며, 종교와 거주지에 따라 나눠진 것에 불과했다.

인족은 창세신 에브람을 섬기고, 마족은 천 명 이상의 신을 가진 다신교이고, 수족은 곰, 호랑이, 늑대와 같은 짐승이나 해, 달 별 등의 자연물을 섬기는 원시 신앙이었다.
농경을 위주로 하는 곳에서는 창세신의 일신교가, 수렵을 하는 초원 지역에서는 다신교가, 숲이 많은 지역에서는 원시 신앙이 주로 우세했다.

그래서 종교와 지역에 따라 종족이 나뉘었고, 같은 지역에서도 혼재되어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셋으로 편가르기 하기도 힘들었다. 우리 군대에서도 에브람을 믿지 않은 병사가 많았고, 몸 안에 짐승 뼈를 달고 다니는 수족도 있었다. 전투에서 에브람을 섬기는 적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것은 여기에서도 같았다. 도시 한 가운데에 에브람 신전이 있는 것을 보고, 아랑 왕국 군사들도 놀랐다. 그 곳 사제의 말로는 도시민의 백명 중 두세명은 에브람 신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을 신과 이교도의 싸움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다시 접근해야 했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잔학 행위를 명령한 것을 후회를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세 종족이 혼재되어 있어도 주로 사는 거주지는 확실히 존재했다. 우리가 점령한 이 도시는 아니었지만, 주변 지역은 마왕을 배출한 부족의 영토였다. 확실한 우리들의 적대 부족들이었다.

그렇다면 마왕 부족을 고립시키고, 다른 부족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드리는 일이 필요했다.

그 첫걸음이 이 도시의 민심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도시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마왕의 부족이 많다고 해도, 동맹을 맺은 부족들과 복속당하거나 항복한 부족들, 상인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중 마왕의 부족을 제외한 다른 부족들을 적으로 만들지 않아야 했다. 속히 약탈 금지의 명령을 내린 것이 주요했다.

이런 취지로 회의에 모인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도시 안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왕의 신민들이었고, 우리는 지금 마왕의 적입니다. 어떻게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죠?"

"현지민의 도움으로 마왕 부족에 속한 귀족들의 재산만 몰수하는 겁니다. 그리고 일부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거죠. 그러면 우리의 적은 마왕과 그 부족들이라는 생각을 심어 줄 겁니다."

회의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유먼 백작, 아니 공작님이 맡아서 진행해 주십시오." 프랑크가 말했고, 유먼은 몸을 굽혀 인사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프랑크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자리를 일어서려는 나를 코르티즈가 붙잡았다. 그가 할 말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밖을 향해 눈짓을 했다.

궁정 안 외딴 곳에서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저어..."

"무슨 말을 하실지 압니다. 전하의 새 여인 말이십니까?"

"전하께서 후궁을 취하시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 여인은."

"마왕의 딸이었죠. 황태자의 부인이었고."
코르티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께서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잘 압니다. 조카 분이신 메리님이 걱정되시지요?"

"저렇게 마족 여인을 총애하시니, 앞으로 메리의 일이..."

"메리님은 임신 중이시지요?"

내 말에 코르티즈는 놀랐다.

"모르셨습니까? 여러 사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설마 메리가... 메리가..."

"프랑크님께서 몇 명의 여인을 후궁으로 두신다 해도, 메리님의 자리는 굳건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님께서 아드님을 생산하신다면 더 좋은 일이지요."

"그렇다 해도 다른 후궁의 아이가 있다면."

"프랑크님이 메리님을 사랑하지 않으신다면, 이런 무모한 작전에 나설 리 없죠."

나는 코르티즈의 어깨를 잡았다.
"저는 코르티즈님과 메리님을 지지합니다. 제니스님과 대적하더라도."

그는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

프랑크가 일을 맡길 만큼 유먼은 유능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는 에브람 교도들의 도움으로 마왕과 같은 부족 출신, 동맹 부족 출신, 적대 부족 출신 등을 분류했다.

먼저 마왕에 충성심이 강한 이들을 처형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같은 부족 출신과 동맹 부족 출신들은 도시에서 추방하며 부동산만 몰수했다. 몰수한 재물과 부동산은 우호적인 상인들에게 싼 값에 판매하고, 모인 자금을 군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적들에게 가혹하게, 친구들에게 따뜻하게’의 원칙이 점령지 주민들에게 각인되어 갔다. 갈수록 아랑 왕국 군대와 마족의 대결이 아닌, 마왕과 그 적들의 대결 구도로 바뀌어 나갔다.

그 동안 프랑크는 마족 공주와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걱정되어 내가 찾아갔을 때, 방 안에서는 두 남녀의 숨소리가 가득했다.

조금 기다리니 끝났다고 생각되었다.

"프랑크님. 할 말이 있습니다."

방 안에서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내가 들어가니 프랑크는 침대 옆의 탁자에 앉아있고, 침대 위에 마왕의 딸이자 태자빈이었던 여인이 몸을 이불로 가리고 누워있었다. 프랑크의 옷 입은 상태와 그의 몸에서 나오는 체취, 방 안에서 풍겨오는 냄새들이 그들의 일을 말해주었다.

"무슨 일이지요?"

"여기서 할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하시지요."

"안에 있는 여성분에게 들려도 괜찮다는 겁니까?"

"저 여인은 내 왕비입니다."

"두번째 왕비님이십니다. 메리님이 아니면 정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내 말을 듣고 침대 위의 여인은 이불로 몸을 두르고 방을 나갔다.

"무슨 일이시죠?"

"열흘 후에 서쪽을 향해 출발할 겁니다."

"서쪽이라면 마왕의 배후를 치는 겁니까?"

"제가 이 곳으로 오기 전에 제니스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우리가 수도 공략에 성공할 경우, 양쪽에서 마왕을 협공하기로."

"좋습니다. 저도 기다리기 지쳤으니까요."

여자에 빠져 정신을 잃은 상태를 예상했는데, 프랑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성숙한 사람이었다.

"그 전에 마왕의 가족들에 대한 처우가 문제입니다."

"그건..."

"우리가 패배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승리한다면 저 분과 다른 마왕의 가족들에 대한 문제가 생깁니다. 어떻게 하실 거죠?"

"당연히 왕비로 삼을 겁니다. 올가는 내 여자입니다."

"그럼 그 가족들은?"

"왕비의 가족들을 죽일 수 없죠."

프랑크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공주이자 태자빈이었던 여인은 다른 가족들을 위해 프랑크에게 몸을 바친 것이었다. 자신이 프랑크의 여자가 되어주면 남은 가족들의 생명을 보전해준다. 그런 거래였던 것이었다.
지금 프랑크와 올가의 문제는 남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외교적 문제가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이 곳의 책임자로 유먼 공작을 임명할 겁니다. 그리고 천명 정도를 남겨둘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 전력이 줄어듭니다."

"그 것은 주변 부족들을 원군으로 끌어드리면 됩니다. 3천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프랑크를 보며 놀랐다. 그가 이 정도의 사내인 줄 몰랐다.
마마보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틀린 것이었다. 어머니 품에서 벗어난 순간, 그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왕비가 이 곳에 있다면, 이 곳도 나의 왕국의 일부라는 의미가 됩니다. 더욱이 우리와 함께 가는 부족들의 군사들은 원군인 동시에 인질이 되지요."

이 부분은 나를 넘어선 것이었다.

나는 놀라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이 사내에게 할 말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죠."

프랑크는 일어서려는 나를 잡았다. "아나킨공. 잠깐!"

나는 서서 프랑크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나킨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프랑크는 나를 향해 몸을 굽혀 예를 표했다.

나는 웃으며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그는 나에게 최고의 원군이다.


우리들의 방에 들어오니 마야와 미야가 식사 중이었다. 마야는 조용히 샐러드를 먹고 있는데, 미야는 뼈를 잡고 붙어 있는 고기를 씹고 있었다.

"결정이 났어. 열흘 후 출전이다."

미야가 먹는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야는 아무 반응 없이 과일 조각을 입에 넣었다.

나는 그녀들과 마주 앉아 식탁 위의 과일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이번 일은 불만입니다. 저는 그 공주를 세 번째 부인으로 삼을려고 했는데."

"마야! 난 부인을 늘릴 생각이 없다고 했잖아."

"저의 남편께서 아직도 부인이 3명밖에 없다는 것은 저의 수치입니다. 속히 부인을 늘리셔야 합니다."

"그건 집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구. 아직 나는 16세이니까."

"벌써 16세입니다. 인족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서방님께서는 30명 이상을 거느려야 합니다. 미야도 150세 때부터 100명이 넘는..."

난 마야의 말을 막았다. "그만! 내가 싫다고 했잖아. 아직 난 그럴 생각 없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야의 마음을 잘 알아. 하지만 아직 난 복수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미야와의 생활도 이제 시작했어. 그러니 내가 적응 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줘."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어서 마야의 손을 잡고 침대에서 방금 전 프랑크의 침실에서 생긴 흥분을 풀어냈다.

................

열흘 후, 우리는 점령한 적의 수도를 떠나 마왕의 배후를 치기 위해 이동했다. 수도 책임자로 유먼의 아들과 휘하의 천명의 군사를 남겨놓았다.

프랑크의 말대로 행군하는 동안 몇 개의 부족에서 지원군이 합류했다. 많으면 500, 적으면 몇 명이 연합군으로 참전하기를 희망했다. 거의가 마족들의 통일 과정에서 희생된 부족들 출신이었다.

보름이 지나자, 마족의 영토를 지나 과거 인간들 왕국의 영토였던 지역에 다다랐다.

몇몇 병사들이 자기 고향에 간다고 기뻐했지만, 도착한 곳에서 폐허가 된 도시와 마을들을 보며 울부짖게 되었다.

과거에 인간들이 살던 큰 도시의 폐허에 우리는 머물기로 하고, 척후를 보냈다.

3일을 기다리니 아랑 왕국에서 전령이 왔다. 편지를 읽은 유먼는 당장 회의를 소집했다.

"제니스님께서 저에게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어머님이 유먼공에게? 왜 나에게 보내지 않은 거지?"

"그리고 저를..."

"뭐지요?"

"저를 이 곳 사령관이라고 지칭하셨습니다."

이것은 문제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아랑왕국 국왕이 이끌고 있는 원정군이었다. 왕이 친히 지휘하는 군대의 총사령관은 분명 왕이다.
그런데 제니스는 프랑크가 아닌 유먼을 사령관이라 말하고 있었다. 프랑크의 군 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편지를 당장 제게 보여주시오."

유먼은 난처한 표정으로 제니스의 편지를 프랑크에게 내밀었다. 편지를 펼쳐본 프랑크는 분노에 손을 떨었다.

그는 책상을 내려쳤다.
"왕이 친정을 하는데, 나의 군대가 아니라 유먼의 군대로 지칭하다니, 우리가 유먼의 사병에 불과한 거냐? 그리고 소년을 부탁한다고? 도대체 어머니는 나를 뭘로 보는 건가?"

그는 편지를 찢어 버렸다.

나는 제니스의 의도를 알았다.

획기적인 전략을 건의한 사람은 나지만, 군대를 이끈 이는 프랑크였다. 그는 왕으로 원정에 나섰고 큰 승리를 거두고 엄청난 전리품을 챙겼다.

그런데 제니스는 우리를 왕이 직접 지휘하는 군대가 아니라 귀족 휘하의 사병으로 폄하했다. 그 것은 이후에 군 지휘권을 프랑크에게 넘기지 않으려는 포석이었다.
더불어 그녀는 우리를 아랑 왕국 군보다 아래에 있는 보조 부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승리를 자신이 지휘하는 아랑 왕국 군대에 돌리려 했다.

자신의 업적을 가로채는 제니스의 편지에 프랑크는 분노했다. 지난 한달 간의 고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제니스님의 편지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이후 전략에 대해서는?"

내 질문에 유먼이 대답했다. "자신들도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제니스님의 의도를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겠습니다. 물론 보내는 분은 프랑크님이십니다."

"좋습니다. 아나킨공이시라면." 프랑크가 동의했다.

"그럼 서기관. 내 말을 그대로 편지에 적어주십시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프랑크님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시겠지요?"

내 말에 서기관이 펜과 종이를 준비했다.

"메소티아 왕국의 국왕 대리 프랑크 페트리도리아 헥소트리스 아랑 메소티아는 아랑 왕국에 편지합니다."

내 말에 회의 중 모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코르티즈가 이의를 제기했다. "잠깐! 프랑크는 메소티아 왕국의 왕이..."

"프랑크님은 메리님의 남편이십니다. 메리님의 어머님은 메소티아 왕국의 공주님이셨죠. 그러니 메리님이 합법적인 메소티아 국왕이십니다.
그리고 그 남편이신 프랑크님께서 그 위치를 대행하는 겁니다."

코르티즈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서기관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그는 펜에 잉크를 묻혔다.

"아랑 왕국 군대의 도움으로 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귀국에서 보내주신 유먼공의 큰 활약으로 승리를 거듭했지요. 이제 우리는 귀국을 위협하는 적을 타도하기 위해 귀국과 연합하고자 합니다.
귀국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편지 작성이 완료되자, 서기관은 종이를 들고 프랑크에게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인장을 찍으려다 망설였다.

그는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어 편지에 동봉했다.
"이 목걸이는 내가 메리의 남편이라는 징표입니다. 이 징표와 같이 보내는 것이 좋겠군요."

"이 편지와 함께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미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이 편지를 가지고 아랑 왕국에 가야겠다."

"네? 제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임무가 있다. 메리님을 여기로 모시고 와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시선을 코르티즈에게 향했다.

"코르티즈님께서는 미야가 메리님을 안전하게 모셔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의 직후 미야는 코르티즈가 선발한 30명과 함께 아랑왕국에 가야했다.

미야를 배웅하며 나는 걱정이 가득했다.
"서방님, 걱정마세요. 제 실력을 잘 아시잖아요."

"잘 알아서 걱정된다. 방해된다고 너무 많이 죽이면 곤란하다."

"적들 말인가요?"

"아랑 왕국 병사들 말이다."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것이 더 어려운데..."

"그래서 주의를 주는 거야. 메리님을 모셔오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라. 충돌이 어쩔 수 없다면 상관이 없지만, 되도록 충돌을 피해라.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나와 마야는 미야를 배웅하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세요. 미야의 실력은..."

"실력이 문제가 아니야. 미야가 폭주하면 얼마나 피해가 클지..."

"솔직히 우리 셋의 힘으로 마왕을 토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시죠? 이번 메리님의 일도 우리가 가면 쉽게 모셔올 수 있어요."

"우리는 여기서 마왕을 죽이고 떠날 사람들이야. 우리 힘 만으로 마왕을 토벌하면 이 곳 사람들은 수시로 우리를 불러낼 거야. 나는 그 것이 싫어."

"네?"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는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을 만들어주고 싶어. 신에 의지하는 그런 나약한 생각 말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신에게 의지한다면, 우리 없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야.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의 문제는 자신들 스스로 해결해야지."

"우리의 도움 없이도 문제를 해결하게 만든다...는 것이군요."

"솔직히 말해 이런 마왕 토벌. 이제는 지겨워. 그만 두고 싶어. 날 부르는 세계가 없었으면 좋겠어. 그 무책임한 놈에게 울며 사정하니 내가 가야하는 거야. 이 세계 사람들이 날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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